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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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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일어났던 가고시마 여행 두 번째 날 아침.
전날 너무 피곤해서 침대에 파묻혀서 잠들었더니 결국... 새벽 4시에 울린 알람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되었다...^_^
오늘 가려고 했던 이부스키는 그렇게 다음 날로 미뤄지고. 대신 셋째날 가려고 했던 사쿠라지마 섬에 가 보기로 했다. 돌이켜 보면 잘 한 결정이었다. 이 날 하늘도 맑고 안개도 별로 없어서 일정 내내 사쿠라지마 화산섬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사쿠라지마로 가기 위해서는 페리를 타야 했는데, 왠지 돌핀 포트 방향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 (아닙니다...)
우선 구글맵 목적지를 돌핀 포트로 찍고 무작정 길을 걷기 시작.
오늘도 텐몬칸 거리는 한산했다
특히 이 호텔이 있는 길에는 이자카야를 비롯해 주로 밤에 영업하는 집들이 많았기 때문에, 낮과 밤의 분위기가 딴판이었음. 제 아무리 가고시마가 안전하고 평화롭다지만 밤에 혼자 이 길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갈 때는 술 취한 오지상들이 괜시리 무섭게 느껴져서 빠른 종종걸음으로 걷곤 했다.
전날 돈까스를 너무 먹어서 아침은 스킵해도 되지 않을까.. 했지만 10보쯤 걷다 보니 또 배가 고파 와서 세븐일레븐에 들렀다.내가 너무 좋아하는 오이시이 규뉴와, 그동안 일본에 그렇게나 들락날락 거렸지만 어쩐지 처음 먹어 보는 세븐일레븐 타마고산도를 사들고 8ㅅ8 창가에서 호로록
창밖으로는 ‘긴자도오리’라고 쓰인 거리가 보였다. 저런 거리 입구 간판들을 볼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바로 뒤에는 요즘 챙겨보던 브래도쿤 채널에서 맛있으니까 꼭 먹어보라고 추천했던 세븐일레븐 커피머신이 있었는데, 하나 뽑아서 갈까 하다가 손을 무겁게 하기 싫어서 포기. 필름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한 뒤로 왠지 두 손에 짐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 너무 신주단지 모시듯이 들고 다니나 봐.... 예전에 미러리스 들고 다닐 땐 별로 안 아끼면서 다녔나.... (연장자 우대)
밖에 나가서 제대로 찍어 보았다
계속해서 돌핀 포트로 가는 길
늦은 오전의 가고시마 거리는 (주말이지만) 붐비지 않아 유유히 걷기 좋았다. 늦봄의 나뭇잎 색깔들도 조아
트램이 보고 싶어 큰 길가로 걷기 시작
트램 색깔만큼이나 각양각색인 가고시마 시내 버스들. 이 작은 도시에 무슨 버스 종류가 이리 많단 말이에요
일본 왔다는 증거사진(?)도 남겨주고
어쩐지 길가마다 연산홍이 피어 있는 것도 봤다. 한국보다 계절이 늦은 걸까 @_@
고개를 돌리니 출발 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화산재 전용 쓰레기 봉투 ㅋㅋㅋㅋㅋ 와 그걸 방출하는 장소도 봤다.
정갈하게 표지판마다 번호가 쓰여 있는 거라던가, 흐트러짐 없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노란 봉투가 시선강탈
빙수뽕이 차는 오전 10시 반의 가고시마
이 때의 주말이 한국에서도 초여름처럼 더웠다고 하는데, 가고시마도 꽤나 더웠다. 하긴 일단 한국보다 남쪽이니까. 그렇지만 바닷가여서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체감 온도는 한국보다 더 낮았던 거 같다. 그다지 습하지도 않았고.
저멀리 사쿠라지마가 보이자 아 항구에 다 왔구나 하고 행복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ө•)♡
이 길도 정말 예뻤는데. 뭔가 꿈 꾸는 느낌이었달까
횡단보도를 몇 개 건너니 돌핀포트가 나왔다. 저기서 배를 타는 걸로만 알았기에 일단 들어가 보았...
왠지 미국 웨스트코스트 느낌 나지 않냐고요...응 아니라고? 미안 사실 가본 적 없어...
귀여운 보도블록도 보이고, 시야에 잔잔한 바다와 사쿠라지마 섬이 나타나자 마냥 행복했다.
함정이 있다면 아무리 둘러봐도 선착장 같이 생긴 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
그리하여 여기 저기 떠돌아 다녔다. 다리도 건너고....
컨테이너 박스들도 지나가고....뭐지 이 현실감 없는 장면들은....하며...
(그저 여행만 오면 길은 최소 한두번 잃어버려줘야 하는 건가 ㅠㅠ)
그렇게 가고시마 아쿠아리움까지 와서야 사쿠라지마 페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따흐흑 반가워
이게 바로 가고시마 아쿠아리움. 바다와 잘 어울리는 모양인 것 같다
그리고 이게.......이게....ㅂ.ㅏ로.....사쿠라지마 선착장 가는 길입니다 ㅠㅠ
헤맴을 겪지 않으려면 스이조쿠칸마에 역에서 걸어오는 게 가장 좋다. 아니면 고민 없이 시티뷰버스를 타면 됩니다..
여기에요 여기 배 타는 곳..
그리고 항구 러버 김귤희는 오늘도...창밖 풍경을 보며 가슴 벅차한다....쩝
*
그렇게 큐트패스를 받아들고 페리 시간표를 보는데, 때마침 11시 10분에 출발하는 비싼 배인 요리미치 크루즈가 다음 배였다. 운빨 무엇...
한국에서 계획 짤 때는 이 배 시간표가 애매하다고 생각되어서 그냥 포기했었는데, 실제로 가고시마에 와서 늑장 부리다 보니 우연히 타게 되었던 것이다..행복해져서 대합실로 가서 기다리기 시작.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계셨다.
날짜를 긁어서 쓰는 큐트한 큐트패스
뿌우우뿌우~~하며 출발하기 시작
들어오던 배와 바톤 터치
선실 내 풍경
안에 의자도 엄청나게 많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바깥에 앉아 있었다. 이 요리미치 크루즈는 다른 배와는 다르게 4~50분 정도 사쿠라지마 근처를 빙빙 돌며 가는 유람선이었기 때문. 덕분에 사쿠라지마를 온갖 각도에서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던 거시에요
등대도 보이구
(요새 심신이 지쳐서 회사 동기랑 '어디 외딴 마을 가서 등대지기나 하고 싶다...'고 말했던 거 생각나서 실소 터뜨림)
이내 가까워지는 사쿠라지마! 흐윽 감격스럽다
필름은 물론이고 리코도 주섬주섬 꺼내서 사진 오만장 찍음. 샤따 도둑 사쿠라지마
서 행
안쪽 바다기 때문에 물결도 잔잔해서 멀미도 거의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큰 배를 타고 있자니 칠레에서 펭귄 보러 갔던 생각이 나네
가까워지는 사쿠라지마 (๑ˇεˇ๑) 가고시마 시내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산 같지만, 가까이 가 보면 영략없는 화산 모양이다. 분화구에서 이따금씩 연기가 난다고 하는데 이날은 잘 보이지는 않았다. 섬 들어가서 전망대까지 가서야 겨우 조금 봤네.
리코 사진이 유난히 푸르딩딩하게 나와서 노란색 좀 섞어서 보정했다. 그런데 여전히 시퍼런 듯..
망원경도 있음근데 돈 넣고 좀 보다 보면 배가 방향을 틀어버리는 바람에 돈이 아까웠을 것 같다..
아직까지 한국인보다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 같았던 가고시마이 배에도 백팩 들쳐맨 서양인들이 많았다.
내가 서양 사람이었어도 가고시마 너무 좋았을 것 같애
어느 친절한 일본인 아주머니가 찍어주심. 뒷모습 찍어달라고 부탁 드렸는데 앞모습은 괜찮은 건가요???? 하셔서 (여기 올리진 않았지만) 앞모습도 부탁했다. 흐윽 친절하셔ㅠㅠ 그리고 이 배에서 어떤 일본인 아주머니가 내 블라우스 깃 뒤집어진 것도 고쳐 주시고 암튼 아주머니들의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머쓱...
셀카봉 꺼내기 약간 민망했는데 덕분에 사쿠라지마랑 사진 남겼다 후훗
뒷편에는 풀들이 있어서 좀 더 예뻤던 것 같애
이런 샷도 찍어봤는데 역시 똑딱이로는 부족한가 보다
맘에 드는 사진
내부에는 그 유명한 우동집이 있다. 애당초 계획은 20분 정도 바깥 구경하고, 20분 정도는 안에서 여유롭게 우동 먹어야지~~ 였지만 막상 타 보니 50분 동안 꺅꺅거리면서 사쿠라지마 사진이나 찍고 있떠라...결국 우동은 돌아오는 배에서 순삭했다.
어느새 선착장 가까이 가는 우리 배. 아쉬워라
와 그건 그렇고 사쿠라지마 선착장 풍경 미친 건가 왜 이렇게 예쁘지????? 가고시마 여행 하면서 TOP3에 들었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이 선착장을 처음 봤을 때 사랑에 빠졌다..너무 예쁘고..
그야말로 여름의 일본 바닷가야
자동차를 위한 길이 먼저 깔리고 사람들도 나오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사쿠라지마로 들어가는 차가 무진장 많았음
그 와중에 나와 어느 외국인 관광객은 나가는 길을 못 찾아서 주차장을 한참 헤매다가 직원분의 인도를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탈 때랑 층이 다르냐구요ㅠㅠ
날씨에 바람에 사진 색감까지 모든 게 완벽한 슌칸
입구의 신사도 보인다. 버스 놓치면 저기 구경이나 해야지 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어씁니다
아무튼 요우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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