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4일 해발 4000미터. 자비 없는 고산지대에서 세 잔이나 꽉꽉 채워 마신 와인의 휴유증으로 밤새 끙끙거리며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어제 분명 4시에 아침을 준다고 했는데....? 하고 밖을 힐끗 보았으나 주변은 아직 깜깜했다. 어리둥절하여 손목시계를 보니 3시였다. 다시 휴대폰 화면을 자세히 보니 시계 위에 작게 떠 있는 두 글자...칠...레.....어제 깔라마 국경에 갔을 때 G2레기가 칠레 시간으로 스스로를 동기화 해 놓았던 것이었다. 에라이 이런 재주는 쓸모없어! 쓸모없다구! 하며 침낭 안에 폰을 던져 버리고 다시 꿀 같은 한시간의 수면을 취하려 시도한다. 그런데....간밤엔 몰랐지. 이 방이 이렇게 춥다는 것을. 벽 4개의 의미를 알 수가 없다...
계속해서 2015년 1월 3일 *점심 먹으러 가는 길크리스티앙이 경치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자고 해서 차를 타고 꽤나 달렸다. 이 고산식물의 이름이 내내 궁금했는데 물어볼 걸 그랬다푸노에서부터 질리게 봐서 그런지 이제는 그냥 잔디처럼 보였지만.. 깃털 모양 구름 발견 그리고 또 바위산 행렬. 하루 종일 봤지만 질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_* * 아마도 이쯤에 크리스티앙이 지프차를 세웠고 내리자마자 모두들 풍경에 감탄. 우유니 국립공원 안 곳곳에 이런 호수들이 널려 있다는 크리스티앙에 말에 또 한 번 감탄. 어디서 날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플라밍고 떼도 봤다. 이때로부터 정확히 한 달 전 메리다라는 멕시코 유카탄 주의 도시를 여행할 때, 근처에 셀레스툰이라는 유명한 플라밍고 군락지가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2015년 1월 3일 * 우유니 사막의 어드메에서 시작하는 여행 32일째 날 전날 마신 보드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씻고 싶다!!!' 라는 생각에 신새벽부터 눈이 번쩍 뜨였다.물론 나를 기다리는 현실은 그저 찬물 뿐이었다....전투력이 급격히 하락한다....시린 물을 떠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는 테이블에 빙 둘러앉아 사람들과 아침을 먹었다. 메뉴는 빵과 따뜻한 차, 그리고 몇 가지 잼. 전형적인 호스텔 조식이었다. 이런 식사로만 아침의 허기를 채운 지가 어느덧 한 달이 넘어간다니. 그래도 멕시코 있을 땐 과일도 사다 먹고 닛신 컵라면도 물 부어먹고 했는데!! (왈칵) 방으로 돌아와 오늘은 뭘 주워입을지 트렁크를 뒤적이는데 어째 멀쩡한 옷이 보이지 않는다. 전부 소금물과 흙먼지에 범벅이 된 옷가지들 뿐이고..
계속해서 2015년 1월 2일 *2박 3일 투어의 첫날. 다음 행선지는 유명한 물고기 섬이었다. 선인장만큼이나 많은 지프차(...)가 역시나 인상적이었던 이 곳의 현지 이름은 Isla Incahuasi. 물고기섬이라는 이름도 잉카 사람들이 붙인 것이라고 했다. 아니 그러면 왜 물고기섬이라고 했는지 물어볼 수가 없잖아요??? (???) 아무튼 크리스티앙이 차를 세워주자마자 신나서 달려갔지만, 이 곳에는 입장료가 있었다. 일단 돈 주고 사긴 했는데 섬 내부에 검표소가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내 코묻은 돈 누군가 가져가서 잘 써주고 있겠지 기왕이면 물고기섬의 발전(?)에 써 주길 바란다.. 허튼짓 하면 선인장들에게 주옥 된다 이 말이에요 (아님)선인장에 핀 꽃들이 어쩐지 사람의 눈처럼 생겨서 저런..
2015년 1월 2일 *신청부터 험난했던 2박 3일 투어가 드디어 시작된다. 호텔 아베니다는 아침을 주지 않는다길래 전날 사 놓았던 초코칩 쿠키를 빈 속에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매일 출근도장 찍었던 (직원인줄;;) 브리사도 이제 오늘이면 안녕 약속한 10시 반이 되어 브리사 건물 앞으로 가자, 그래도 며칠이나 봤다고 정이 들어 버린 마리솔 언니가 나를 맞은편 도로로 안내해 주었다. 그곳에 내가 3일간 타고 다니게 될 지프차와 3일 내내 함께할 가이드 크리스티앙이 있었다. 미리 타고 있었던 사람들은 아르헨티나 중년 부부와 일본인 젊은 부부. 아 젠장 다 커플인 건가요 롱디는 웁니다 ㅠㅠ 물론 가장 불편한 뒷자리는 늦게 도착한 나를 위해 비어 있었다. 쓸쓸히 지프차 뒷자리로 기어들어가 다리를 꼼지락거리고 있..
2015년 1월 1일 *우유니에서 맞이하는 새해 첫 날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오늘은 2박 3일 투어를 시작하고 나는 우유니 마을과 작별을 고해야 했지만... 세상엔 뜻대로 안 되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되었을 뿐.... 그렇게 하루종일 여기서 무얼 해야 하나 무어어얼 하나 하며 호스텔 침대 위를 뒹굴뒹굴 굴러다닌 지 어연 한 시간.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지만 당장 밤에 잘 방은 없었네. 물론 이 Piedra Blanca 호스텔은 인기가 쩔어주셨기 때문에 나는 몇십 분 내로 이 침대를 비워줘야 했다. 이거 좀 위태로운 순간인데.... 결국 급히 방을 구하기 위해 어제 Y님에게 빌렸던 깔깔이를 걸치고 거리로 나왔다. 우유니에 처음 도착했던 이틀 전날 밤처럼, 눈에 들어오는 호텔마다 방이 있냐..
계속해서 2014년 12월 31일 *선셋 투어 멤버들과 새해 맞는 포스팅 이분들은 모두 다음날 선라이즈 투어를 가야 했기에 꼼짝없이 2시 반까지 밤을 새야 했다. 여러분 화이팅....난 돈도 없고 피곤하니 여러분을 보내고 호스텔로 돌아와 잘거야.... 뭐부터 해 볼까 하다가 우선 길거리 푸드트럭에서 햄버거 하나씩 사서 먹고. 볼리비아 맥주인 파스께냐를 한캔씩 들고서는 동네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정착한 곳은 동네 놀이터 미끄럼틀 위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최선이었을까요 저힄ㅋㅋㅋ이 미끄럼틀은 도대체 무슨 안전 기준으로 지었는지 (기준 따위 없었던 게 확실하다)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높이였다. 계단을 빙빙 둘러 올라가 자리를 잡고는, 맥주캔들을 자랑스럽게 늘어뜨리며 일진 코스프레를 시작했다. 아래에서는 진짜..
계속해서 2014년 12월 31일 * 마나 호텔을 떠나, 예약된 Piedra Blanca Backpackers Hostel로 찾아갔다. 뒤늦게 알았지만 여기는 그야말로 전세계 사람들로 북적이는 인기 호스텔이었다. 우유니에 호텔은 많지만 호스텔은 몇 없었는데, 아마 그 때문에 이곳에 대한 백팩커들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듯 했다. 체크인 시간 전까지는 빈 침대가 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에, 쓸쓸히 짐을 카운터 근처에 쌓아 놓고는 옆에 쭈그려 앉아 졸다가 휴대폰 하다가 졸다가를 반복. 시계를 보니 어느덧 열두시 반이었다. 딱히 배가 고픈 건 아니었지만 달리 할 것도 없으니 점심을 먹으러 시장 쪽으로 갔다. 호스텔과 투어리스트 식당들이 모여 있는 Plaza Arce. 대부분의 여행사들도 이 근처에 위치해 있었..
2014년 12월 31일 우유니 마을에서 시작하는 오늘의 일정 어쩌다 흘러들어가게 된 마나호텔의 축축한 침대에서,, 분명 눈을 감았다 뜨기만 한 것 같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선라이즈 출발 시간인 새벽 두 시였다. 같이 투어를 하게 되어서 같은 방에서 묵었던 언니들과 함께, 찬물에 세수를 하고 알차게 눈썹까지 (^^) 그린 뒤. 새벽의 우유니 사막은 장난 아니게 춥다는 말을 떠올리며 있는 옷을 다 껴입고 브리사 앞으로 달려갔다. 가이드 죠니와 나머지 투어 멤버 4명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 멤버 구성은 일본인 1명과 한국인 6명....역시 우유니는 볼리비아 안의 작은 아시아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라파즈에서 같이 다녔던 J오빠와, 같이 방을 쓴 H언니와 S언니. 그리고 이날 오후의 선셋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