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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1일

 

 

매일 밤 다음날의 일정을 세우는, 그야말로 하루 계획해서 하루 노는 도쿄 여행은 계속된다.

 

전날 규카츠를 먹고 돌아와서 침대에 널브러져 짠 오늘의 여행 계획은 닛포리+요코하마. 오전에 한가롭게 닛포리를 산책하며 점심까지 해결한 뒤에 니시닛포리에서 게이힌토호쿠선을 타고 요코하마로 가는 것이다. 다시 봐도 요상한 동선.... 분주히 움직여야 모든 걸 소화할 수 있었으므로, 평소보다 한시간 빨리 일어나서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우에노에서 JR야마노테선을 타고 닛포리로 감니다 'ㅅ'

 

JR은 처음 타보는데 스크린 도어가 있어서 놀랐고 (곧 알게되었지만 모든 JR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때 들은 발차멜로디가 아마 나중에 현대가 보내준 그 발차멜로디였던 것 같다. 철도 공부나 해볼까....

 

 

탑승!

 

*

닛포리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답니다

 

 

가까움 ㅇㅇ

 

 

도착 ~ㅅ~

닛포리역에는 동쪽 출구와 서쪽 출구가 있다. 동쪽으로 나오면 동쪽의 산책길을, 서쪽으로 나오면 서쪽의 산책길을 걸을 수 있다. 나는 야나카진자가 있는 서쪽 산책길을 택했다. 

그건 그렇고 닛포리역은 생각보다 엄청 크더라.... 이케부쿠로와 함께 도쿄 북쪽의 대표 번화가인 것 같았다. 뭣보다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스카이엑세스 열차가 이곳에서 출발하다 보니 여행객들도 오며가며 많이 들르는 곳일터. 늘 외지 사람들이 통과하는 곳은 교통의 요지이고 교통의 요지는 번화하기 마련이니까. 물론 그 '번화'라는 것은 용산과 영등포와 청량리의 옛 모습에 가까운 '번화'랄까. 닛포리 주변에 유난히 러브호텔이 많은 것은 근처의 사창가의 영향이라고 한다.

 

 

산책길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이 저어어기 멀리 보인다

 

 

이곳에서 찍어올 수많은 감성사진(이라고 쓰고 의도를 모르겠는 잡스런 사진이라 읽음)들을 예견하듯, 초입부터 맘에 드는 피사체 그득그득이구영..

 

 

빨간색 계단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한다

 

전날부터 어쩐지 카메라를 포기하고 폰카로만 사진을 찍고 있다... 내 미러리스가 꺼냈다 넣었다 하기에 지나치게 무겁기도 하고ㅡ망할 번들렌즈ㅡ Foodie 필터만 슥 적용하면 적당히 예쁘게 나오는 게 새삼 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컴터로 옮겨보니 화질도 나쁘지 않은것 같다. 갤럭시와 푸디의 조합은 사랑이군

 

 

정체를 알 수 없는, 왠지 대다수 층이 임대중일 것만 같은 고층 건물

 

 

빨간 계단이 나를 인도해 준 곳은 여기, 야나카레이엔이라는 묘지 공원이었다.

 

 

닛포리에 유난히 묘지들이 많았던 건 왜일까요

日暮里의 暮와 墓가 비슷한 한자라서 그런건가....저물 모와 묘지 묘 사이엔 무슨 관계가 있지.....(슈퍼무논리) 아니면 그냥 오래된 마을이고 절과 신사들이 많은 동네라서 공동묘지도 많았던 것일까. 무튼 일본 묘지에 세워져 있는 저 뾰족한 나무 판자들은 미적으로 아주 훌륭한 것 같다.

 

 

묘지공원을 지나 야나카진자로 가는 길. 아사쿠라라는 이 동네 출신 조각가의 집으로 안내하는 표지판도 보인다

 

 

발에 채이는 것이 절이고 신사였다.

 

 

네일동 카페에서 본 이 구역의 맛집이라는 탄세이 스테이크집

점심 여기서 먹어야지 했는데 휴무잼....그래 일요일은 만인에게 평등한 휴일이니까..

 

 

남의 집 방울토마토. 무럭무럭 자라거라

 

 

그렇게 본격 골목골목 산책을 시작

 

날씨도 너무 좋고 마을도 예뻤다. 뭣보다 삼일 내내 사람에 치여서 다니다가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오니 행복감이 말도 못하게 컸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달까. 구글맵도 필요 없이 그저 여기저기 다녀도 햄복

 

 

맘에 드는 사진 천지인 닛포리 사진에서 가장 맘에 드는 사진 중 하나

 

 

멈추래서 멈춰서 사진도 찍고

 

 

어느새 니시닛포리 역까지 와버렸다

 

그 말인즉슨 야나카진자에 다 왔다는 의미. 그치만 닛포리의 골목골목이 너무 맘에 들었고.... 야나카진자를 이렇게 빨리 봐 버리면 어쩐지 스테이지 1만 클리어하고 지름길로 통과해 바로 보스몹을 잡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다시 뒤로 돌아 아까 지나친 골목들만 골라 샅샅이 탐방하기 시작했다.

 

 

고즈넉

 

 

역시나 아주 조아하게 된 사진이다. 마을 한복판의 또 다른 묘지공원

 

 

어느 신사의 입구

여기서 검은 에쿠스를 타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말 그대로 우르르르 내려서 경당으로 들어가는 걸 봄. '어 저건 뭐냐 야쿠자냐.....'하고 생각했는데 혹시 선량한 시민이셨으면 죄송함니다

 

 

빼꼼

 

 

골목으로 복귀하니 또 다른 절의 입구. 어쩐지 마을 전체에 향 냄새가 가득한 것만 같다

 

 

이때가 오전 열시쯤 되었을까. 슬슬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할 때였다.

 

 

그렇게 돌아댕기다가 아사쿠라 조각가분의 집을 발견

딱히 볼 만한 작품은 없어도 집 자체가 매우 아름답다는 평을 어디선가 봤으므로 입장해봅니당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가라... 대청마루 위에 사람 키의 2-3배쯤 되는 청동 조각상들이 서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귀한 곳이랍니다

대청마루를 지나면 칸칸이 방들이 나온다. ㅁ자로 지어진 집 한가운데에는 연못과 목제 다리가 있는 정원이 있었다. 팔뚝만한 잉어들이 헤엄쳐 다니는 연못을 빙 두르고 있는 일본 전통 가옥 내부에 발을 디뎌볼 수 있단 것만으로 행복하였고.. 사진촬영은 불가였지만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았다. 둥근 창문과 창문살도, 그 틈으로 들어오는 햇빛도. 동네 주민 혹은 아사쿠라의 인척인 것 같은 할머니들께서 집 내부를 지키고 있던 것도. 나무 계단을 두어번 정도 오르락내리락하며 집 안에서 나는 은은한 냄새를 맡았다. 향 냄새였는지 목재 냄새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에 돌아온 지금 닛포리를 떠올리면 곧장 코끝에 맴도는 냄새가 되어버렸다.


계속 화살표를 따라서 집을 탐방하다보니 옥상 정원으로 통하는 길이 나왔음. 관리인 할머니께서 곧바로 내게 달려와 문을 열어주셨다

 

 

야트막한 집들이 한눈에 보이는 전경이 와따시를 반김

 

 

어딜 둘러봐도 만족스러웠던

 

 

아사쿠라의 흉상도 한켠에 자리해 있구

 

 

암만 봐도 갤6 화질 낫밷

 

*

행복한 맘으로 밖으로 나옴

 

 

계속되는 걷기운동

 

 

다들 참 정원을 잘 가꾸고 사는 것 같아

 

 

May the Peace Prevail on Earth

 

 

음 아까 거긴데? 싶은 곳이 나와도 신경 안 쓰며 열심히 흐느적흐느적 다니다가

 

문득 내 팔찌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ㅁㅊ.... 저어어 바다 건너 페루에서 사온 거고 수공예품이라 아마 두번 다신 똑같은 걸 못 구할 것인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ㅠㅠ 그치만 닛포리에서의 나의 기분은 도쿄 여행 중 역대급으로 좋았으므로, 애써 밝게 오던 길을 되돌아가며 팔찌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미 누군가 집어갔는지 몰라도 찾을 수 없었음.

 

 

(귤무룩)

 

 

팔찌... 내 팔찌...

그렇게 바닥만 보며 아까의 그 야나카진자로 돌아왔다. 닛포리 산책에 비싼 통행료를 내었다고 생각하자 ㅠㅠ

 

 

 

고양이마을로 유명한 야나카진자

 

 

거리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빙수집인데, 일본 단위에서(무려...!) 제일 유명한 빙수집 중 하나라 한다.

현지인들은 이거를 먹으러 닛포리에 온다니 말 다 했지

 

 

그래서인지 줄이...덜덜.... 세시간씩 기다려서 먹고 그런다는데 난 절대 못ㅎ ㅐ

근데 야나카진자는 고양이마을이라던데 왜 고양이는 한 마리도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죠 ^^? 내가 알던 그 의미가 아니었던 건가,, 뭐 다른 좋음들을 많이 발견했으니 만족스럽긴 하다만

 

 

거리. 상점과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음

 

 

특히 멘치카스 등등 튀긴 고기류로 맨든 주전부리들을 파는 노점들이 많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이 결국 또 삼. 뜨겁고 맛있고 그래따 앗뜨뜨

점심은 이걸로 스킵하고 대신 카페나 가보기루

 

 

도쿄 곳곳에 있는 카페 체인점인 르누아르가 보이길래 냉큼 들어간다.

 

 

첨엔 Remon으로 읽었는데 알고 보니 Renoir였고

가타카나로 루누아루라고 써 있는 걸 익히 봤음에도 그게 르누아르인 줄은 몰랐네..

 

 

1호점은 긴자에 있고, 인테리어가 20세기 초중반스럽고 나를 자연스레 흡연석으로 인도하려는 점원이 있는 (응..?) 지극히 일본스러운 카페였다. 뜨거운 물수건을 내어주는 것까지. 조금 전 팔찌를 잃어버리고 약간 기운을 상실한 상태였으므로 당 충전을 위해 초코맛 젤리가 동동 떠 있는 프라푸치노를 먹었다. 반쯤 먹으니 녹차를 가져다주셔서 어 뭐지 했는데 모두에게 다 주는 서비스인 듯. 여러 모로 일본 여행=시간 여행인 것만 같다. 특히 닛포리에서는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고.

 

 

이제 다시 JR을 타고 요코하마로 갈 시간입니다~~~투비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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