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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아무렇게나 쓰는 챵마이 일기

만만다린 2019. 2. 28. 01:19


와 시간이 정말 빠르고 어느새 치앙마이에 온 지 5일째 되는 밤이다.


숙소도 어느새 3번이나 옮겼다. 지금은 님만해민의 베드 님만 호텔에 있다. 바로 전에 묵었던 곳은 올드타운의 어느 호스텔 싱글룸이었는데 정몽준 아저씨에 빙의하게 될 정도로 좁은 룸 크기와 (비록 내 캐리어가 28인치이긴 했지만 20인치 짜리가 와도 절대 펼쳐질 수 없을 공간이었다) 중남미 여행 때 많이 목격했던 자연친화적인 공용 샤워실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지금 더블 침대에 대각선으로 누워 일기를 쓴다는 사실이 약간은 감격스럽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내 취향은 님만해민보다는 올드타운이다. 처음 도착해서 흙먼지 날리는 올드타운의 인도ㅡ인도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냥 갓길을 걸어다닌 순간도 많았다ㅡ를 거닐 때부터 이미 예감했던 사실이다. 아, 빠이 안 가길 잘 했다. 아아, 여기서 4박이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행복....사실 치앙마이에 온 순간부터 줄곧 행복하긴 하다만.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서 오는 행복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치앙마이는 줄곧 내게 주고 있다. Life is too short, we need Chiangmai입니다 여러분! 혼자 와서 넘 재밌게 다니고 있으면서도, 다음엔 아끼는 사람들과 오고 싶은 마음.



아래는 그냥 아무렇게나 느끼는 점

1) 공기는 정말 안 좋다. 하지만 하늘이 맑고 비 한 방울 안 오는 건기라 조씀니다. 다시 와도 1,2월에 올 거에오

2) 올드타운 내 & 님만해민을 비롯한 기타등등 골목들을 제외하고는 걸어다니기 좋은 곳은 아닌 것 같다. 현지인들이 오토바이 타는 이유가 있다고....나는 걷는 걸 좋아해서 종종 남들이 그랩 탈 만한 곳을 무리해서 걸어다니곤 했는데 매번 후회했다. 인도도 좁고 길 건너는 것도 어드벤쳐라 위험하고, 1번에 쓴 안 좋은 공기와 맞물려......좋은 거 보려고 가려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질 수 있음. ex) 오늘 Barn Eatery 간답시고 개고생 했던 나

3) 2번에 이어서 쓰자면 길 건너는 게ㅋㅋㅋㅋㅋㅋ이건 내가 동남아 나라 여행하는 게 처음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망설이다간 건넘을 '당할 수 있으니' 그냥 자동차 신호 눈치 한 번 보고, 신호가 없는 곳이라면 과감하게 나 지금 건넌다~~~하며 도로를 가로지르는 게 우월전략인 것 같다 쩝;

4) 태국 음식은 맛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먹고 싶진 않다. 나의 경우 어떤 풀 하나가 계속 거슬리는데 (약간 질긴 식감) 그것 때문에 볶음류를 시키는 게 좀 두려울 정도. 갠적으로 향신료 덕후라 맛 자체는 매우 만족스러움. 저 풀만 없다면...부들부들

5) 물가는 듣던 대로 사랑이다 <3 하루에 카페 3번씩 가고 돈 펑펑 쓰는데 5일차인 현재 기준으로도 환전해 간 돈이 제법 남았다.

6) 물론 돈이 남은 건 그랩페이 때문입니다 (뜻밖의 자아성찰) 그리고 그랩 엄청 편하다 흑흑 이제 한국에서도 택시 못 탈듯. 기사분들 중에 여자분들이 많았는데 다들 운전도 넘 잘하시고 씩씩하시고 멋져서 굉장히 감동했다.

7) 디지털 노마드의 도시라더니 과연 카페마다 작업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길 나도 파이썬으로 뭐 하나 만들려고 했는데! 아니면 그림 수첩이나 좀 채워서 돌아갈까 했는데! 모든 건 뒷전이고 그저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재미에 빠져서 넘 열심히 관광/여행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 ^ㅅ^

8) 그만큼 치앙마이는 나의 취향이라는 얘기겠지.... 부지런히 다녀도 가고 싶은 곳이 아직 너무도 많다. 남들 다 하는 한달살기를 해야 아쉬움 없이 가보고 싶은 곳 전부 가 보고, 근교도 좀 보고 액티비티도 할 수 있겠구만 싶었다.

9) 그치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슬슬 돌아갈 마음의 준비도 해 보자. . . 그림도 걍 돌아가서 사진 보고 그릴란다...

10) 마지막으로 카메라 얘기. 여행 오기 전에 갑자기 필름카메라에 빠져서 미놀타 x-700을 질렀고, 출발 하루 전날에 오토보이 텔레6도 질렀다;; 고민하다가 그냥 x-700을 목에 걸고 왔다. 필름카메라를 들고 여행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열심히 찍어재낀 건 처음이었다. 치앙마이는 필름과 참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여분의 필름을 4개 정도만 가져왔는데 거의 하루에 한 롤씩 죠져버리고 있는 탓에, 오늘 현지 필름 가게에서 거금을 주고 코닥 필름을 두어 개 샀다 (후지는 솔드아웃이라더라) 내 미놀타의 각진 외관을 어루만지며 낡은 뷰파인더로 초점을 잡고, 숨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는 모든 순간들이 너무 좋다 ㅠㅠㅠㅠㅠㅠ 물론 한컷 한컷 찍을 때마다 잘 나올까 두려운 감정은 보너스. 한국에 빨리 돌아가고픈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니ㅡ하루에 두어 번 정도는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필름 사진을 얼른 보고 싶어서이다. 앞으로도 쭉 필름카메라랑 같이 여행해야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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