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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느리게 쓰는 독일 게시물.. (2년째 쓰고 있음 미친놈인가)

1월에 또 미친듯이 바빴던 관계로 2월부터 다시 열심히 올려 보기로 하며

 

 

계속해서 2023년 12월 26일 화요일

 


 

 

 

 

 

와아

드. 디. 어.

이번 여행의 막바지이자 하이라이트인 베를린에 도착하다

 

 

한국으로 치면 대충 광명역쯤 될 것 같은데

 

 

베를린 남부의 교통의 요지가 아닐까요 역도 되게 컸고 안에 각종 가게와 편의시설들도 많았다

몇몇 사람들과 함께 덩그러니 내려서 S반을 타러 가요..

 

 

*

베를린에서는 연말에 집을 비우게 된 채원파벨의 방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너무나 고맙게도

중앙역보다 이 곳에서 조금 더 가까웠기에 (다만 표 끊을 땐 미처 생각을 못 해서 중앙역 도착으로 끊음) 한 정거장 먼저 내리게 됨

 

 

피곤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인스부르크 역에 도착. 승강기로 1층까지 내려가려 했는데

.....

아니 𝒮𝒾𝒷𝒶𝓁 고장이 나 있는 것이에요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2층에 와주질 않았음... 안 그래도 19키로짜리 캐리어로 독일에 왔는데 (미친넘인가) 이 시점에서 이미 절망했다

근데 하필 또 인스부르커 역 승강장이 개높아가지고 계단이 137492개가 있네요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는 내가 베를린을 떠나는 나흘 뒤까지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소중한) 캐리어를 거의 던지며 겨우 1층까지 내려가서 도보 약 10분 거리의 채원 하우스로 향했다. 시간은 오후 5시.. 이미 해는 진 지 오래라 주변은 깜깜하고 사람 하나 없는 조용한 주택가를 쉴 틈도 없이 앞만 보고 걸었다.

이 나라 왤케 가로등에 인색한건데요 제발 오십메다에 하나씩 놔달라고

하필이면 또 연말이라 다들 휴가 갔는지 불 켜진 집 하나 없어가지고 ㅠㅠ

 

 

다행히 무사도착

 

 

채원이가 너무나 섬세하게 메일박스 위치, 열쇠 사용법 등을 미리 알려줘서 하나도 안 헤매고 들어올 수 있어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건물 엘리베이터가 (아까 함부르크 미카엘 교회에서 봤던) 문 열리면 바깥에 문 하나 더 있는 구조라 탈 때마다 흥미로웠다

 

 

집 들어가자마자 구석에 끼어있는 로봇청소기 발견

 

 

하놔 쫌만 기다려 얼른 구해줄게

 

 

그리고 식탁 위 보고 오열함

 

 

나의.. 나의 따랑하는 친구가 이렇게나 스윗한 장문의 편지와 같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아헨과 쾰른에서의 (너무도 짧아서 아쉬웠던) 우리의 사흘을 기념해 준 것 아니겠어요 아니 나 진짜 인스부르커 역에 내려서부터 여기 올 때까지 너무나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을 했는데 그 모든 것이 사르르르르르르~ 녹으면서 진짜 눈물 한 방울이 또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친구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건에 대하여...

편지는 물론이고 같이 준 너무너무너무 귀여븐 스티커, 행운부적, 엽서 등등등 평생 끌어안고 살거야

 

그렇게 무사 도착을 알리고 약간의 짐 정리와 로봇청소기 구출(..) 후 소파에 늘어졌는데

안 그래도 중간에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알뜰히 다녀오겠다고 베를린에서 보내는 시간이 2.5일밖에 없는 와중에 이날 저녁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달달 떨면서 또 밖으로 나와봄

 

 

늦게까지 영업하는 미술관들 중 한 군데를 가야겠다 마음먹고 구글맵을 뒤지다가 버스로 한번에 갈 수 있던 C/O 베를린에 가기로 했다

(베를린에서는 채원에게 구글맵 북마크 리스트를 공유받았는데 거의 거기에 97% 의존해서 다님 너무넌무너무 멋진 선택)

 

 

베를린에서의 첫 버스를 타요

 

 

그리고 돌이켜보니 독일에서의 첫 버스 탑승

U반도 좋지만 버스가 잘 되어 있어 베를린 내에서 어딜 가나 편하게 이용했던 기억이 난다. 안내방송도 쩌렁쩌렁 잘 해줌

 

 

 

 

 

 

베를린 동물원 근처에 위치해 있다

버스도 나를 동물원 앞에 내려줘서 조금 걸어 C/O 베를린으로 향하는 길. 아까의 고요했던 주택가와는 다르게 휘황찬란한 레스토랑과 술집 불빛들이 반겨주는 동네였다

 

 

C/O 갤러리는 2000년에 설립된 사진 갤러리이고 이곳으로 이전해 온 지는 20년이 채 안 되었다

 

 

건물에 쓰인 Amerika Haus가 뭔가 했는데 냉전 시기 미국 정부의 선전용(..)으로 만들어진 문화 센터라고 한다

체크포인트 찰리가 5km 거리인 이 곳에 마치 최전방 문화 거점마냥 위치한 것이 재미있네요

 

 

미국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메리 엘렌 마크의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들어가요

 

 

문 닫기 1시간 전에 들이닥친 나

데스크 직원분이 친절하게 끊어준 티켓을 들고 서둘러 입장

 

 

독일 미술관 어디를 가나 영어 해설이 잘 되어 있어 좋았다

 

그렇게 이날 하루에만 두 번의 전시를 보게 되는데

 

 

최근 한국에선 거의 미술관 안 다니고 그마저도 잘 알고 좋아하는 작품들만 보러 다녔던 걸 상기해 보면 이번 독일 여행의 후반부에 쉴틈없이 미술관을 다녔던 건 꽤 의미있는 경험이 아니었을까

메리 엘렌 파커도 전혀 모르는 사진가였지만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말이다

 

 

특별전이라 꽤 많은 작품들이 온 것 같았다

 

베트남 전쟁 찬반 시위를 기록한 사진들

 

 

피켓 문구까지 읽어야 진정한 감상

 

 

 

연작 시리즈들이 많았다

 

Jeanette

 

 

10대 미혼모였던 Jeanette의 출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연작

(타인의 불필요한 걱정과는 별개로) 그들의 삶은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이런 사진을 볼 때마다 어디까지가 예술의 영역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yes

 

그리고 Damm family 이걸 보고 또 생각에 잠김

 

 

사진이 공개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줬으나 7년 뒤에도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고 

심지어 1995년에는 아동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이 전시에서 유일한 컬러 프로젝트였던 인도에서의 사진들

 

Twins 시리즈

 

 

왼쪽의 그래니들이 너무 느낌이 좋아서 찍어왔네요

 

 

또 다른 느좋

 

다른 수많은 작업물들과 함께.. 사진전 감상 끗

 

 

이런저런 이유로 (특히 노골적인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다큐멘터리 사진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전시에서 본 많은 사진들이 피사체와 정성껏 쌓아 온 연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물론 그 점 때문에 더더욱 불편한 사진들도 있었고

 

어쨌든 맘에 와 닿는 사진들이 많았어서 그걸로 만족하고 돌아가요 그리고 폐관 시간대에 와서 정--말 조용히 쾌적히 볼 수 있었다

동선도 깔끔해서 아까 n시간 전 함부르크 쿤스트할레에서 같은 방 계속 왔다갔다 하다가 개빡쳤던 기분을 보상받음

 

 

다 봤다가는 미술관 문 닫아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2층으로

 

 

상설전이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10분 뒤 문닫음 이슈로 모든 걸 그저 스쳐가기만 하는 중

 

 

젊은 학생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오늘의 2회차 기프트샵 방문

 

에코백 진짜 오래 고민했다

 

흐 아 아아 다주세요

 

 

예술서적이 가득한 기프트샵.. 이거지예

ways of seeing과 2024년도 다이어리를 샀다. 내년도 위클리 쓸 공책이 없었는데 천만다행

 

 

오늘 외출 포기했으면 어쩔 뻔 했냐고

 

 

그렇게 대만족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h o l l y m o l l y . . . 갑자기 또 하늘에 구멍 뚫린것마냥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어떤 바보가 글쎄 우산을 방에 두고 나온 거 있죠

 

원래 버스 타고 돌아가려 했는데 U반 역까지 존내뜀

 

 

버스로 한번에 가고 싶었다고요 환승하기 싫었다구요

 

 

그런데 베를린 유반 특히 U4라인 열차 왜 이렇게 귀여운 것이죠 무슨 장난감 블록마냥

특히 이 U4 라인은 정류장이 5개밖에 안 되어서 약간 탈 때마다 ??? 상태가 됨 실제로도 쇠네부르크 구 내에서만 움직인다고 한다

 

 

이러지 말라고 또 이렇게 입구가 휑하고 사람이 아무도 없고

 

 

아 내가 이 얘기를 안 썼네 그 와중에 베를린 버스랑 유반 웃겼던 게 뭐냐면 아예 타고 내리는 동안 티켓 검사하는 척조차 안함

그냥 지하로 내려간다 -> 승강장으로 간다 -> 열차를 탄다 (????) -> 내린다 -> 밖으로 나온다 (...) 의 프로세스인데

 

대신 열차나 버스 내부에 사복 검표원(...)이 있다고 하니 우리 정직하게 대중교통 이용하기로 해요

내가 베를린에 머무는 동안은 한번도 내 49유로 티켓을 불심검문 당하지 않았지만 사람의 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것..

 

 

사온 것들을 기록

 

 

근데 여기서 개웃긴게 뭐냐면

다이어리 샀다고 냅다 자랑했더니 채원도 나랑 똑같은 다이어리를 C/O 베를린에서 샀다는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음을....

 

 

채원이가 챙겨준 베를린 가이드북과 크리스마스 맵을 보고 또 눈물을 흘려

 

 

절대 .. 하노버에서 먹고 5일만에 먹는 신라면 컵라면이 매워서 우는 게 아니야..

 

 

배가 차지 않아서 또 비상식량(독일빵)을 까고

 

 

스프레드로 판명난(..) 저 오틀리 제품을 싹싹 발라서 두 개를 앉은 자리에서 전부 킬

약간 갈릭허브 풍미였는데 최대한 많이 먹고 싶었으나 채원이가 준비해 준 아침거리들이 너무너무 많아서 손댈 틈이 없었다

 

 

내가 !! 사다준 !! 캘린더라고 !!!

 

 

왕뿌듯

 

 

방 한구석의 라디에이터를 켜고 그녀가 추천해 준 베를린 에세이를 읽다가 잠든 밤

 

 

하노버와 함부르크에서 그랬듯 남은 여행도 혼자이겠지만 이 집에서 보낸 순간들만큼은 외롭지 않았다

그리고 저 에세이 너무 웃기고 흥미로워서 매일 밤 홀린듯 페이지를 넘기다가 자곤 했다네요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베를린 여행기는 투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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