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계속해서 2019년 2월 23일


*

어쩐지 사진이 많아 하루치 여행기가 자꾸만 3개 이상으로 나눠지고 있는 치앙마이 포스팅...



암튼 지난 글에 이어. Amrita Garden이라는 곳으로 가는 길이었다.

좁은 골목 안에 있었는데 다행히 표지판이 잘 붙어 있어서 헤매지 않았네. 여행객들이 제법 찾는 곳이었어서 그런가 보다. 그건 그렇고 이 골목도 하얗고 초록빛이고 너무 예뻐 (크흡)




도착

입구를 서성이며 들어가 보려고 하는데, 문가에 앉은 서양인 커플이 풀떼기가 담긴 접시를 놓고 왠지 unhappy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걸 봐서 '아니 제길 여기 맛이 없나....' 하고 걱정하며 입장. 입구부터 이런 온갖 요가 클래스 포스터들이 가득 붙어 있는 이 곳은 사실 치앙마이 힙스터들의 소굴과도 같은(?) 비건 레스토랑이다. 나 역시 왠지 치앙마이에 왔으니 한끼 정도는 이렇게 먹어줘야 하지 않나 싶어 방문해 봄,,



멋진 정원과 사랑스런 인테리어 소품들을 지닌 식당이었다

카운터에서 1번 메뉴를 주문하고 번호표를 받아 아무 자리에나 앉아 있으면 번호를 보고 가져다 주시는 모양. 뭔가 추억의 주문 시스템이라 반가웠다.



짜잔 이것이 바로 내가 시킨 메뉴. 이름을 까먹어버려쓰..


나름 정성스럽게 굽고 삶고 무쳐진 야채들과, 양배추 토마토 스프와, 역시 뭔가 특이한 밥과....자스민 차 같은 걸 줬다. 미리 인터넷에서였나 사진 보고 시킨 거긴 했지만 실제로 나오니 역시 좀 당황스럽넼ㅋㅋㅋㅋㅋㅋㅋ넘나 영적으로 보이는 음식이었던 것이다(っ˘ڡ˘ς) 


하지만 역시 치앙마이에 왔다고 나의 입맛에도 특이점이 와 버렸는지; 아니면 여기 재료가 좋고 조리법이 훌륭해서 그런지 모든 야채 반찬들이 너무나 맛있었다. 요즘 정주행 했던 somebody feed phil에서 필 아저씨가 채식 메뉴를 먹을 때마다 매번 '고기 생각이 안 나요!' 하는데 딱 그 느낌이었달까. 저 양배추 스프와 구운 양상추 샐러드를 밥과 함께 옴뇸뇸 먹고 있으면 이미 미각이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정말로 고기 생각이 안 났다. 한국에선 비트 입에도 안 대는데,,,비트를 뭘로 무쳤는진 몰라도 비트도 넘 맛있어서 흡입함. 치앙마이가 내 성정을 고쳐 놓았다;;;

암튼 그래서 밥과 감자튀김을 빼고는 싹싹 다 먹었다는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



다 먹고 차를 홀짝이면서 매장 곳곳을 둘러보았다.



몇 가지 물건들도 팔고 있었음. 어째 치앙마이에 와서 지금까지 방문했던 카페와 식당들이 한결같이 '유어 인 치앙마이 나우....'의 느낌이어서 신기했고, 이 히피스러운 느낌이야말로 올드타운의 정신인가???!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치앙마이 오기 참 잘했다는 것



위층도 살짝 구경해 보았다. 숙박객 안내 같은 것이 붙어 있었던 걸로 보아 아마 숙소로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조식은 무조건 비건 메뉴인 건가



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올드타운의 집들

듣기로 올드타운은 건물 규제 같은 것이 있어서 높은 층수로는 지을 수 없다고 한다. 세계 어딜 가나 똑같은 것이네



카메라 부자 댓츠미



정말 자유로움~~히피~~~평화~~그 자체였던 Amrita Garden의 정원

구경하고 나오려는데 Vegan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분이 들어오셨다. 와 진짜가 나타났다(•͈⌔•͈⑅) 



숙소로 체크인 하러 가는 길. 가자마자 씻고 네시까지 뻗어 있다가 나올 생각에 기분이 넘모 좋았다.



자전거도 차도 오토바이도 사이좋게 나눠쓰는 치앙마이 도로




숙소 앞의 거리. 근처에는 꽤나 고오급 호텔들이 많았다.



그리고 드디어 입장한 코지 인 치앙마이의 더블룸. 사이트로 봤던 것과 똑같았다.

크기가 엄청 큰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일본/홍콩/스페인에서 썼던 더블룸들에 비하면 숨통이 트이는 크기였던 것 흑흑



예쁜 전구와 볕이 제법 잘 드는 창문도 있고



더블룸에 혼자 자면 수건 네개 쓰는 것이 소소한 행복



이 창은 이유 없이 마음에 들어서 머무는 동안 다섯 번은 찍었다



생각보다 호화로웠던 미니바. 물론 저 Cozy라고 쓰인 물 빼고는 전부 유료여서 손도 대지 않았다



면세품 구경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얼마나 꿀잠을 잤는지 거의 한밤중인 줄..


샤워하고 싶었는데 방에 드라이기가 없어서 하지 못했다. 저녁 외출 마치고 올라갈 때 꼭 달라고 해야지 다짐하며 밖으로 다시 나가 봄.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으나 여행 첫날의 피곤함은 마지막날의 그것과는 달리 설레는 피곤함이기 때문에 괜찮다 괜찮아



흔한 내 방 앞 테라스 뷰. 오며 가며 이런 걸 보고 지냈다니




복도는 또 얼마나 예쁘게요? 이게 바로 치앙마이의 오후 햇살입니다 여러분

그냥 그 자리에 멈춰서서 샤따를 누를 수밖에 없는 것




신발도 테바로 갈아신고 본격 여름맞이 준비



밖에서 찍은 처음이자 마지막 셀프타이머

예전에 삼성 미러리스 들고 다닐 땐 심도 높혀서 셀프타이머 하면 나름 남이 찍어준 것처럼 잘 나왔는데 어쩐지 리코GR2는 그것이 어려운 것


*

암튼 첫날 저녁 외출의 목적지는 펀 포레스트 카페였다. 저녁은 나중에 생각하지 뭐...하면서 출발



이미 5시가 다 되어가는 때였건만 아니 이렇게 더울 일입니까?

그렇게 조금 걷다가 아이패드를 안 가져왔음을 깨닫고....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나란 멍충이



내 방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고앵이 한 마리. 저기 여기 사는 분 아니시죠



그리고 아무리 봐도 늦은 오후때의 우리 숙소는...너무 예뻤다....해질녘 만세

사방이 고요한 와중에 길게 들어오는 햇빛만이 실내에 가득했다.



다시 나와서 걸어 본다. 아오 진짜 더워 나는 어쩌자고 (아무리 여름용이라지만) 긴팔 입고 나온 것인즤



여전히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모호한 길을 쭉 걷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치앙마이 올드타운 길은 다 이런 식인 줄 알았다; 물론 대부분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없긴 하지만, 이 길이 유난히 심했고 며칠 뒤 올드타운 중심부로 가봤더니 비록 몇뼘 안 되어 보이긴 하지만 인도가 있어서 감격했던 기억.



Kodak Express라고 쓰인 가게들이 치앙마이에는 유난히 많았다. 태국이 코닥 휠름의 주요 생산지라는 소문을 어디서 들었는데;

아무튼 혹시 귀한 필름을 싸게 살 수 있을까 (근거 없는 기대) 하며 들어가 보면 디지털/필름 인화만 해 주고 필름은 없는 곳도 많았다. 여기는 안 들어가 봐서 모르겠



서서히 지는 첫날의 해



그렇게 북쪽으로 꽤나 한참을 걸어 겨우 펀 포레스트 카페에 도착했다




갸아아악 정원을 보자마자 내적 환호성



Fern Forest라는 이름값을 하듯 곳곳에 양치식물들이 널려 있었다



한국에서 치앙마이에 대해 찾아보다가, 이렇게 초록초록한 정원을 가진 카페들이 많아서

'아아 다른 카페는 몰라도 이런 곳은 꼭 와보고 싶다 ⁽⁽◝( ˙ ꒳ ˙ )◜⁾⁾ 고 생각했는데, 첫날부터 꿈을 이뤘다. 솔직히 기대했던 것보다는 풀이 적었는데 만약에 더 많았으면 개미와 모기도 그에 비례해서 더 늘어났겠지....카페 야외 좌석에 앉아 있으면 개미가 타고 올라온다는 걸 직접 경험해 보니 정말 성가신 일이었다. 그래도 뭐랄까. 한국엔 없는 이런 분위기의 공간들을 다니는 게 넘 좋아서 모든 걸 감수할 수 있다! 첫날부터 치앙마이에 충성 맹세 ㅜㅜ


뭘 시킬까 하다가 생명수 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코코넛 크림 파이를 시켰다. 파이 가격이 너무 살벌해서 놀람. 역시 유우명 카페는 달러



그래도 마냥 조씀니다



면세점에서 산 캉골 미니백에 소지품 알차게 담아보기. 여행 내내 을매나 잘 들고 다녔는지 모르겠다고 ㅜ^ㅜ



커피보다 먼저 나온 코코넛 크림 파이. 아니 포크 두 개라뇨 종업원 양반 안 그래도 혼자 다니는 거 심심한데 (서럽)


한 입 먹어 보았는데 리얼로 이건 천상의 맛이어서 또 내적 호들갑 떨면서 천천히 아껴 먹으려 노력했다. 그건 그렇고 원래 태국의 코코넛 크림 파이라는 것들은 다 이런 식인지, 아니면 같은 가게에서 만든 걸 가져다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뒤 다른 유명한 집에서 먹은 것도 이것과 똑같은 형태와 맛이었다. 뭔들 어떠냐 하루에 세 개씩 먹고 싶었는데 따흑



그런데 난데없이 비둘기요? 예?



아니 저 별로...외롭지는 않았는데요....내려가 주세요....



다시 평화가 찾아온 나의 테이블

저녁이 되니 그렇게 테이블마다 향초를 가져다 주셨다. 분위기라는 것이 폭발해




그렇게,,가져온 레이먼드 카버 소설도 두어 편 읽고. 이 양치식물 정원에 어둠이 천천히 내리는 걸 보고 있자니 



점원분이 자연스럽게 모기 스프레이를 가져다 주셨닼ㅋㅋㅋㅋ

아무래도 현실감이 없고, 그치만 행복하고, 벌써 돌아가기 싫어....



모기의 제물이 되기 싫어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넘나 러블리했던 실내. 기껏 아이패드 가져왔으니...하며 파이썬 강의를 들으려다가 자연스럽게 30분 동안 웹서핑이나 했다.

슬슬 배가 고파져 저녁을 먹으러 가 보기루



왔던 길을 다시 돌아 숙소 근처로 간다. 숙소에 짐 좀 놓고 나갔다 와야지



It's been a hard day's night

and I'd been working like a dog



내일은 꼭 푸드트럭 음식 도전해 봐야지!


그렇게 난생 첫 치앙마이 올드타운의 밤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오다 보니, 많은 풀숲과 부족한 가로등 빛, 좁고 낡은 인도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께레따로와 비슷한 느낌....그리운 내 도시....마찬가지로 언젠간 치앙마이를 무척 그리워 하겠구나. 꼭 그렇게 되면 좋겠다.



저녁은 요기. 아까 점심 먹었던 Amrita Garden과 우리 숙소 사이에 있는 곳이었다.

큰길가에 위치한 타이 레스토랑이었는데 이름,,,,저거,,,어떻게 읽지,,,



자리는 2층에만 있었으므로 우선 올라와 보았다.

종업원이 몇 없는 데다가 다들 바빠서 내 존재를 인지시키고 주문하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혼자 여행하는 것의 단점이랄까 ㅜㅜ 끼힝



그래도 이 식당에는 멋진 점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2층이라 뷰가 예쁘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발을 허공에 대롱대롱 하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장자리의 자리에 앉으면 이렇게 바닥에 뚫려 있음ㅋㅋㅋㅋㅋㅋㅋ워....



메뉴가 천 개는 있는 거 같아서 한참 고민하다가. 무난한 새우 볶음밥으로 시켜 보았다.

맛은 낀 알로이 알로이에서 먹었던 카오팟꿍이랑 똑같은 맛(거기서 모닝글로리가 빠진 맛) 이어서 신기했고, 망고 스무디는 최고였다! 나의 태국 첫 망고 스무디. 앞으로 맨날 사먹겠는데 



맞은편의 호텔 복도에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걸 보며 천천히 다 먹었다.



바닥을 보이는 나의 망고 스무디...내일 다른 곳에서 또 만나자 ლ(´ڡ`ლ)



가게 내부. 생각보다 엄청나게 넓었다. 그래서 날 발견하는 게 더 어려웠던 걸까 (。•́︿•̀。) 귤무룩



암튼 태국에서의 첫 저녁식사도 나름 성공적



아닛 영어로 써 있었네. Huai Kha Restaurant임니다


*

그렇게 방에 들어갔는데 분명 아까 나오기 전에 발견해 버리고(....) 휴지로 덮어 놓았던 벌레가 사라진 걸 발견했다 따흑...아니 이런 상황 너무 싫다구요 ㅠㅠㅠㅠ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포기하고 씻고 자려고 누우니 그제서야 침대 반대편에서 발견되었고. 김귤희는 태국에 와서 첫 살생을 했다 (미안)

사람과 벌레는 공존할 수 있는 걸까....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