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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3일
붓산에서 맞는 토요일 아침
킹치만 이날은 흐린 날이었고.. 그저 눈 비비적대며 해가 뜨긴 한 건가.. 하며 물음표 오백개 띄우고 있다가
빠르게 체념하고 씻고 옴
사진의 체크무늬 옷은 호텔1에서 주는 잠옷이다
셔츠원피스라 단추 채우고 푸는 게 좀 귀찮긴 하지만 어쨌든 잠옷을 준다는 것에 무한 감사..
원래 이날 오전에는 해운대, 오후에는 유엔공원에 가려고 했는데
겹벚꽃 개화 시즌의 공원은 아무래도 사람이 적은 오전에 가는 게 신사엥 좋을 것 같았고, 뭣보다 이날 날도 흐려서 꽃이 안 예쁘게 나올 것 같아서 빠르게 포기했다. 대신 다음날 오전에 민주공원 다녀오기로 결심.
똑똑하고 빠르게 계획 수정하는 나 칭찬해~ ~ ~ 하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를 나서본다
꽤나 서둘러 나왔다. 숙소를 나온 시간은 8시 즈음이었고
역으로 파워워킹하던 도중... 길가의 포토이즘 가게가 눈에 띄었다. 사람 없을 때 한 컷 찍고 갈까나 하며 입장.. 카드 결제를 하려고 보니 나의 소중한 그린카드가 안 보이는 것이야? 카드지갑도 샅샅이 뒤져보고 애착가방 바닥까지 털었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
드디어 내가 신용카드 분실이라는 것을 해 보는 것인가... 드디어 내 손으로 나에게 도난분실 BL을 걸 수 있는 것인가... 하며 현대카드 앱을 호다닥 켰다가 (8년 전 멕시코에서 체크카드 잃어버렸던 건 굳이 카운팅하지 않겠다 🥲)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카드를 잃어버린다고? 그럴 리가 없지 절대 그럴 리가 없어' 하며 다시 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나이가 서른인데 어???????? 무슨 카드를 잃어버리고 다니겠냐고!!!!! 이럼서.. 분명 전날 입었던 단톤 아우터 주머니 안에 들어 있을 것이다 하는,, 근거 없는 확신에 가득 찬 상태로 신나게 사진 마저 찍었답니다... 쓰다 보니 김귤희 니 도대체 뭐냐...
금련산역에서 해운대역까지 퀵하게 이동
모닝커피가 너무도 마시고 싶었지만 해운대 바다도 빨리 보고 싶고
혼자 내적 갈등 오지게 하면서 천천히 바닷가로 향했다
16년도에 혼자 부산국제영화제 왔을 때 해운대 바다도 봤었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아
하루에 거의 4-5편씩 영화만 봤기 때문에 아마 바다 볼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와 그렇다면 여기도 정말 오랜만이네
갈매기는 어딜 가고 비둘기만 저를 반겨주고 있던 것이죠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하며 미심쩍게 지나쳤는데
서울 돌아오는 길에 알게 되었다. 갈매기를 형상화한 부산의 마스코트,,였다는 것을,, 예,, 알겠씁니다,, 귀엽네요 손에 들고 있는 것만 보면 명동 놀러왔다가 길 잃어서 해운대까지 온 푸어 리를 관광객 같은데요
어두컴컴하진 않고 적당히 환한 날이었다.
소처럼 일하거라
9시 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사람이 꽤 있었다
해운대는 못참지..
혼자 열심히 바다 구경 하고 있다가
손녀딸이랑 놀러오신 할아부지 사진도 찍어 드리고.. 연속사진으로 50장 정도 찍었는데 할부지 나중에 앨범 보고 놀라지 않으셨길
컨버스 하이 신고 이렇게까지 오래 걸을 수 있다고??? 싶었다
바닥 꽤나 폭신한 척70 만세
스카이캡슐 승강장으로 향했다
저멀리 보이던 랑데자뷰 해운대점에서 큽피 한 잔 때리고 타야겠다 하고 결심
부산까지 와서 랑데자뷰라니
그치만 오전 9시 반에 나를 위해 문을 열어준 바닷가 근처의 힙한 카페 따윈 없었다 그러므로 대형카페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아보는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은 걸 너무 좋아하는.. 나.. 못참고 또 찍어..
나는 인터넷으로 예약했고
10시에 예약했다고 꼭 10시에 맞춰 갈 필요는 없고, 10시~10시 30분 사이에만 가면 상관이 없었다. 다만 성수기일수록 + 사람들이 많이 타는 시간대일수록 대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맞춰 가는 게 좋을 것 같음
여길 16년도에 왔을 때는 그냥 옛 철길이었는데
작년에 공원으로 새롭게 개장하고 해변열차랑 스카이캡슐도 그때 새로 개통된 걸로 보인다. 물론 이번에 타 본 스카이캡슐도, 청사포에서 미포로 돌아오며 걸었던 해안 산책로도 넘 좋았지만... 그때의 그 버려진 철길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네
가서 표 보여드리고 줄 서면 됨
10시에 거의 맞춰서 왔지만 앞에 대기가 5-6팀 정도 있었고, 거기에 맞춰서 10분 정도 기다렸다.
출발하실 때 DSLR 카메라로 사진 한 장 박아주심
친구 없이 와서 혼자 3만원 내고 타는 입장에서 아주 조금 민망하였다 하지만 꽤나 당당하게 카메라 바라봐 드림
가운데 테이블에 삼각대 올려놓으면 남이랑 같이 온 척 하기 삽가능이랍니다
열차가 꽤나 덜컹거리지만 삼각대가 넘어진다거나 하진 않았다 🌈
미포->청사포 구간이 바닷가 쪽 철길을 쓰기 때문에
이걸 꼭 한 번만 타야 한다면 아묻따 미포->청사포 구간을 타야 한다고 생각합니더
사족 및 TMI인데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재작년~작년에 내 주변에도 이런 저런 일들과 변화가 있었고. 그 때문에 어디 놀러다니는 것도 제대로 못 했었고...뭐... 그 시간들이 못내 아쉬워질 정도로 열차를 타고 있는 내내 행복했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낯선 행복이었다.
지난 시간을 아쉬워하는 건 의미 없으니 앞으로 알차게 다니기나 해야겠지만 🌳
(애초에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려고 부산에 온 것이기도 했고)
답을 찾지 못하고 돌아옴
저멀리 보이는 청사포의 등대들
도착~!
내리자마자 아까 미포에서 출발할 때 찍힌 사진도 보여주시는데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당황해버린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청사포에선 무엇을 해야 하나.. 딱히 떠오르는 게 없으니 우선 아까 오면서 봤던 등대 쪽으로 가 보기로 한다
또 내가 못참는 피사체 있어서 찍음.. 필름으로도 찍음
청사포에 내린 그 순간부터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었다. 태연한 척 등대 쪽으로 가봅니더
근데 등대에 올라가는 사람이 있나요 어쌔신 크리드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어크 주인공 말고도 가능한.. 거였어.. ?
하얀 등대가 보인다 이게 또 장관이네요
꽤 오랫동안 등대에 걸터앉아 바람을 맞으며 필름을 갈아줬다
이러고 다시 청사포 정거장 쪽으로 돌아와서...
미포로 걸어가기 시작하려다가 문득 항구쪽 카페들이 눈에 띄어서 구경하다가 나도 모르게 한 곳에 들어갔다
청사포 카페로 검색하면 나오는 다른 큰 곳들도 있는데 걷다 보니까 여기가 예뻐서 홀린 듯이 들어왔다
내 말차색깔 캐리어 때문에 부산 다니는 내내 뇌내 한켠에 '말차...'가 입력되어 있었음
생각보다 넘 예쁘게 플레이팅 되어서 나왔고, 같이 주신 크림이랑 팥도 너무너무너무 맛있구
에스프레소 꼰빠냐랑도 잘 어울렸다. 적당히 몇 입만 먹으려다가 나도 모르게 순삭해 버려서 이날 점심은 3시가 넘어서야 먹게 됨
이미 장사 잘 되시겠지만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맘에 구구절절 써본다
주인 내외분들도 친절하셨구.. 입구에서 팔고 있는 가죽공예 기념품들도 기여웠다..
청사포 왔으면 꼬옥.. 들러줬으면 해.. 카페 카라멜.. 메모..
둘째날의 남은 기록들은 투비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