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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9일 화요일
독일로 가는 날
전날 밤 9시 반까지 (마음 불편한) 회식을 하고 집 와서 짐 싸다가 3시간 자고 출발
여러 모로 경황이 없었던지라 화장품 등을 소분할 틈도 없이 있는 그대로 파우치에 넣고 (안돼,,,,,,) 어찌저찌 캐리어를 닫고 집을 나섰다
나가기 전에 슬쩍 들어봤는데 '이 정도면 20kg까지는 안 나가겠는데?' 하고 다소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며
딱 맞춰서 아슬아슬하게 가는 것보다는 빨리 가서 기다리는 게 낫지.. 하며 여유를 가지고 거의 20분을 달달 떨며 기다려야 했지만요
^_ㅠ ㅠ ㅠ 이날 새벽의 한국은 너무너무너무 추웠던 것
그래도 역시 1인석이 있고 & 김포공항 안 들르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직행해 주는 6017 버스가 갓이다
눈을 뜨니 인천공항 1터미널을 지나고 있었음
(안 가져왔으면 큰일날뻔)
난생 처음 도착한 2터미널은 1터미널과 거의 똑같은 분위기였고 사람이 훨씬 적었음
이게 얼마나 큰 이점이었는지는 출국 때마다 출국장과 보안심사대의 인파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체크인 카운터도 전부 셀프였다. 베를린 공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던 걸 보니 전세계 트렌드인듯
출발하기도 전에 짐 무게가 24kg라니 꽤나 당황스럽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수화물 태그표에 당당하게 >heavy<라고 찍혀 나오는데 .. 살면서 내 캐리어가 부끄러워질 줄이야 (?)
요즘 운동했다고 힘이 좀 붙어서 그런가 (^ㅅ^ ) (자랑이다...)
님 돌아올 때 분명 쇼핑 10kg 정도는 해 올텐데 어쩔려고 그래요 진짜로
*
아무튼 출국하러 간다. 여기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스마트 패스☀️를 미리 신청해 온 것
이걸 신청하면 보안검색대 입장 전에 보딩패스 & 여권 스캔할 필요가 없이 걍 바로 스마트패스 전용 게이트로 가서 얼굴 인증만 하고 통과하면 되그든요...? 진심 1초컷이라 이것만 미리 해둬도 어마어마한 시간 절약인데 더 엄청난 건 사람들이 이걸 몰라서 그런지 아니면 사전 신청하기 귀찮아서 그런지 스마트패스 전용 게이트에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 . 이다
나는 그 꼴을 올해 3월 오사카 갈 때도, 11월 도쿄 갈 때도 두 눈으로 보면서 왜 진즉 나는 스마트패스를 신청하지 않았나~~~ 하고 땅을 치며 후회하다가 이번에 드디어 집에서 미리 신청하고 왔는데 진심 신세계였음. 유유히 스마트패스 전용 게이트로 가서 얼굴 함 비춰주고 곧바로 보안검색대로 들어가는데 이게 맞냐? 진짜 이거면 되냐? 싶어서 떳떳하게 통과하면서도 뭔가 불법을 저지르는 기분이 되어버렸음🙃 황당해... 진심 인생을 이렇게 쉽게 살아도 되는 건가요? 싶었다고..
(+) 2터미널에 사람이 워낙 없어서인지 보안검색대도 10분컷이었다
그리하여 모든 걸 지나치게 빠르게 완료해 버린 김귤희는
곧 13시간이나 비행해야 하고 나의 자리는 창가자리였기 때문에 .. 위장에 너무 많은 걸 넣어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지만
차려진 것들을 보니 또 배가 고파져서 튀김우동에 물까지 부어옴 ㅋㅋㅋㅋㅋ (ㅠㅠ)
코로나 전에 마티나 오면 늘 진.맵 먹었었는데 구성이 바뀌었는지 오.짬과 튀김우동만 있었다 다소 아쉽네요
비행기에서 보려고 몇 가지 영화들과 드라마들을 황급히 다운받는 중이다
(b u t . .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위치정보 보면서 가기
사진은 못 찍었지만 슈퍼엠&보아언니가 말아주는 기내 안전방송이 아주 즐거웠듬 깔깔
덮개 있는 창문이 아니라 밝기조절 되는 창문이었다 너무너무 신기해
샐러드는 삶은 계란이 들어간 깔끔한 구성이었다
장시간 비행을 앞두고 가벼운 식사를 하고 싶다면 좋은 옵션이 될 듯
커피까지 알차게 챙겨묵고.. 비행기 불 꺼지자마자 다운받아 온 더 베어 보려고 디즈니플러스를 켰는데 뭔가 잘못되었는지 재생이 안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인 나이브스아웃을 봤다 (흥미진진)
다 보고도 잠이 안 와서 팀장님이 주신 <스토너>도 한참 읽고
시기적절하게도 크리스마스 마켓 편이 올라와 있길래 즐거이 봤다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도 나왔는데 아쉽게도 나의 일정상 마켓 다 끝난 뒤에 방문하게 되었네
막상 샐러드 먹고 나니 배가 너무 고팠던 1인.. 치킨 샌드위치를 받아 들고 감격하다
스타벅스 리코타 치킨 샌드위치 상위호환 같은 맛이었다
자려고 애써 눈을 감고 있는데 잠이 도저히 오지 않았음 ㅠ 희한하게도 많이 못 자고 왔는데도 비행기에서 잠시도 눈을 붙일 수 없었다네요
그렇게 스토너도 마저 읽어서 클리어하고 기내 엔터테인먼트 뒤지다가 2월에 나온 조성진 헨델도 듣고, 짐머만 보스턴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1&2번 음반도 듣고 해리포터 영문판도 읽고 <베네치아에서의 죽음>도 좀 깔짝거리다가 (뭔 콘텐츠 도파민 중독자마냥)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역시나 눈이 침침해서 잘 못 보겠다네요
그리하여 결국 다시 3D맵으로 돌아와 세계지도를 보는 것이 이날 비행의 가장 큰 낙이었다. 어느덧 비행기는 흑해 인근을 지나고 있었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지명들이 지도에 떠오르는 걸 멍하니 보고 있었다. 쿠다이시, 바투미, 트라브존... (앞의 두 도시는 조지아, 뒤는 튀르키예의 도시였다)
이 지명들을 하나하나 나무위키로 실시간 검색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뜻밖에 코카서스 여행에 대한 로망이 생김
핫빈 소스의 대구요리 어쩌구를 시켜 보았어요
왠지 고기를 먹기 싫었던 이날
기내식이 이러케 맛있어도 되는 것임?.. 살면서 먹은 기내식 중 가장 내 스타일이다
살짝 매콤한 소스에 흰살생선 튀김이라니 이거이거 완전 밥도둑넘이거둔요
5분컷 시키고 뜨거운 큽피 한잔 마시고 나니 행복이 별거 있나 싶고 내리기 귀찮고~~
그래도 내리셔야죠 손님
그렇게 장장 13시간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공항에 도착하였다. 현지 시각 오후 5시 25분
(저게뭐야..?)
미리 활성화시켜 놓은 e심 데이터도 켜고
(이 과정에서 버튼을 잘못 눌러서 잠깐 국내 통신사 로밍을 켜버림. 3천원 정도 청구되었더라 아이고 배아파)
프랑크푸르트 공항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는 말을 이전에 본 것 같아 살짝 긴장하며 줄을 섰는데 그냥 1분컷이었음 그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장을 찍어 주었다; 앞뒤 한국 분들이 전부 인쇄해 온 출국편과 숙소 바우처를 팔랑팔랑~하고 들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급히 쾰른 숙소 주소 메모해 두었는데 딱히 필요 없었다네요
사실 여행 끝날 때까지도 어색하게 느껴짐
공항 측 실수인지는 몰라도 퍼스트랑 이코노미 짐 나오는 곳 안내가 반대로 되어 있어서 다들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음
근데 어째서 아무도 정정을 안 해주는 거람 (그것이 바로 >유럽<인 걸까)
머지않아 나온 캐리어 안에 백팩을 억지로 밀어넣고, 쾰른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1터미널로 넘어가 본다.
그리고 지쳐보이는 나의 뽀러멜
돌이켜보면 이때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려서 쾰른에 갈 때까지 줄곧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것이 독일에서의 평균적인 겨울 날씨라는 것을 이때의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여기서 하나 실감한 게 있는데 '독일어 진짜 뭔 말인지 유추조차 불가능하다...'
아무튼 안내판보다는 DB Navigator 앱을 보는 게 편했고 워낙 연착과 플랫폼 변경이 잦은 나라이기 때문에 기차 타기 전에는 수시로 앱에 들어가 보는 것이 좋다. 어차피 뭔가 바뀌면 푸시 알림으로 다 알려주기도 하고
프푸 공항은 나름 유럽 관문 같은 느낌이 아니었던가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이게 맞나 싶었음
아까 내린 2터미널의 Arrival 구역도 너무 작고 좁아서 이게 맞냐..? 이게 맞나..? 이러면서 들어왔었는데 ㅋㅋㅋ ㅠ
똑바로 와 있으면서도 그런 나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상태
그 와중에 내가 타야 할 쾰른행 열차도 지연되었다. 처음에는 4분 정도 지연이었는데 5분, 7분, 10분,,, 점점 늘어나는 걸 보니 내가 독일에 온 게 맞구나 싶었음 이런 식으로 웰컴 세레모니를 해 주시는군요
유럽에 온 것도 7년만이고 사방에 온통 외국 사람들과 청해 불가한 말소리만 들려오는 것이 낯설었다. 설렘보다는 묘한 두려움이 앞섰던 것 같음. 그러던 와중에 쾰른행 열차가 플랫폼에 도착하여 무사히 탑승 (토털 30분 정도 지연되었던 것 같다. 운이 좋았는지 이 뒤로 ICE 탈 때에 한정하여 큰 지연은 경험하지 않았음)
비행기에서는 내내 도파민 과다분비 상태로 멀쩡했는데 열차에 타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엄청나게 졸기 시작했다. 그렇게.. 프푸는 공항밖에 보지 못한 상태로 스쳐 지나가게 되었고
숙면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시간을 보내고 무사히 쾰른에 도착했다
메세 역에 도착했어요
왜 중앙역이 아니라 메세 가는 걸로 끊었는지 모르겠지만 (잘못 누른 듯;) 내리자마자 채원이를 만났다. 여기서 S반으로 갈아타고 중앙역까지 가여 했는데 불행하게도 메세인지 미틴인지 이 역에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없었음. 6개월만에 본 친구에게 24kg짜리 28인치 캐리어를 같이 들게 하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들어 매우 미안한 상태가 되다... 🥹 메세고 뭐고 다 부숴버려....
숙소로 가는 길에도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밤의 S반 승강장과 쾰른 중앙역 근처, 그리고 숙소까지 가는 골목골목이 너무도 어두컴컴했고
그 와중에 채원 만나자마자 긴장이 쭉 풀려서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잘 안 되는 상태로
예약한 숙소에 도착
채원이 미리 체크인을 해 두어서 보증금만 결제하고 들어가면 되었는데 어쩐지 주인 아저씨는 보증금 관련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님들이 먼저 메시지로 안내했잔아요) 걍 방으로 안내받음.
어메니티도 나름 고급스러운 브랜드라고 하고
(Rituals라는 곳이었는데 곳곳에 매장이 있더라. 우디 스파이시 오렌지.. 느낌의 향이었는데 무척 좋았음)
(+) 짐 풀고 아이패드 꺼냈는데 액정이 깨져 있어서 살짝 당황했다. 아까 공항에서 어거지로 캐리어에 넣었더니,, 하아🤦♀️ 드디어 애플펜슬 2세대 지원되는 아이패드를 살 때가 된 건가 어쩔 수 없네,,^^,, 한국 가면 바로 방통대 할인 받아서 사야지,,, 하고 생각함
씻고 채원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신나게 하다가 잠들었다. 내일부터는 쾰른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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