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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2016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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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번 포스팅을 시작하기 전엔 이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세비야에서는 플라맹고를 꼭 봐야지 하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실제로 예매는 하지 않았었다. (적고 보니 정말 맨몸으로 다녔군 세비야에선;;)
그러던 와중 연언니가 묵는 한인민박 숙소에서, 꽃보다 할배에 나왔던 El Arenal이라는 유명하고 비싼 플라맹고 공연장의 표 예매를 대행해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때마침 언니도 이날 밤 공연을 보러 간다길래, 망설임 없이 함께 보기로 했다!
우선 민박집에 들러 표를 받아야 했으므로, 유대인 거리 쪽으로 갔다. 걷고 또 걷는 세비야에서의 여정 ㅠㅠ 바르셀로나만큼은 아니었지만 꽤나 넓은 도시였기 때문에 도보로 다닐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트렘을 타기도 아까운 거리.
뭐 덕분에 이런 저런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4차선 도로가 다니는 아스팔트 길 양옆에 쓸쓸히 서 있는 옛 건물들을 보고 있자니 뭐랄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낯선 기분이 들었다.
산 뗄모 궁전도 구경. 안에는 무슨 볼거리라도 있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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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분을 걸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과달키비르 강변
딱히 이유는 없었고, 민박집 가서 표 받기 전에 석양이 보고 싶었어....
자전거를 타고 강의 끝에서 끝까지 쭉 달려봤으면 좋았겠지만.
바르셀로나에서도 자전거를 못 타서(....) 남들이 다 하는 바르셀로네타 자전거 일주를 못 했던 언니와 내게 7일만에 자전거 라이딩 능력이 생기는 일은 결코 없었고....
그리고 또 하나의 볼거리. 황금의 탑으로 불리는 자그마한 탑이 있다.
식민시대에 중남미로부터 수탈한 수많은 황금들이 대서양을 건너, 스페인 남부의 강 하구를 거쳐 과달키비르 강을 따라 이곳 세비야까지 흘러 들어오는 그림이 머릿속에 자연히 그려지네
역사책의 한두 페이지 정도는 차지할 만큼 긴 얘기일 테지만. 어쩐지 그런 강 치고는 폭이 좀 좁은걸요....? 한강보다도 폭이 좁은데?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이렇게 강 폭이 좁아진 건지. 아니면 그 시대의 무적함대라는 것이 내 생각보다 작았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모든 건 상대적인 거시야 흠흠
황금의 탑에는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 볼 수도 있다지만, 위에서 딱히 대단한 풍경이 보일 것 같진 않아서 패스
세비야에는 히랄다 탑도 있고, 메트로폴 파라솔도 있고 워낙 경치 볼 곳이 많은걸요
이런 하늘을 매일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해
고양이 발견쓰
까만 발토시에 하얀 양말이라니 넘나 사랑스러
그렇게 쓸쓸히 지는 석양을 마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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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민박집으로 가서 티켓을 받았다.
연언니와는 인연이 참 길어서 스페인 여행을 하며 3개 도시를 같이 여행했고, 한 도시에서는 바로 옆 침대를 썼으며....나머지 두 도시에서는 언니의 숙소에 한번씩은 들어와 침대에 반쯤 누워 딩가딩가 쉬는 경험을 했네
시간이 다 되어 바로 옆 골목의 El Arenal로 향했다
정~~~말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곳이었다
땅거미가 내리는 세비야의 좁은 돌길에, 홀로 작은 간판에 불을 밝히고 있었던 이 곳. 언니 덕분에 생애 첫 플라맹고 공연을 이런 좋은 곳에서 보게 되고 ㅠㅠ 감격스러운 맘으로 입장
내부. 저곳에 의자 4개가 놓여 있는 곳이 무대였다.
안에는 둥근 원형 탁자가 여러 개 놓여있었고, 대부분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어서 좀 놀랐다. 어딜 가나 많은 중국인 분들 새삼 놀라워
그리고 우리 말고는 대부분 저녁식사와 함께 플라맹고를 감상하는 상품을 택한 사람들이었다. 껄껄. 나도 칼질하며 플라맹고를 보는 호사를 언젠간 누릴 수 있겠지 ;ㅅ;
아쉬운 대로 콜라 마심 (초라)
티켓도 찍어주고
우리 테이블에는 연언니가 민박집에서 만났다는 한국인들 몇 분이 함께 앉게 되었다. 이내 조명이 꺼지고 장내가 온통 어두워지며 본격적인 공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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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맹고는 한국에서 몇몇 영상을 보고 가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더 낯설었다. '악극'보다는 '연극'처럼 느껴질 정도로 배우들의 몸짓이나 표정, 연기가 음악 못지 않게 돋보였다.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감.
들뜬 맘으로 나와서 먹은 저녁
꽤나 유명한 식당인 el Pinton으로 갔다. 매우 늦은 시간이었고, 저녁에도 한없이 따뜻한 날씨의 세비야였기 때문에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정체불명의 리조또이지만 맛있었고
화이트 와인도 짠짠
무슨 고기 요리
타다끼까지. 스페인에서 타다끼라니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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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사족
벌써 이 여행을 한 지 1년 반이 넘게 지나버려 긴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전세계 어디를 가든지 사람의 됨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법은 쉽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 특히 레스토랑의 서버나 가게 점원 같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되니까. 그런 점에서 이날 세비야에서 저녁을 함께 했던 사람 중 한 명은 최악이었고....(최악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점원분께 어찌나 미안하고 내가 다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 점원이 한국인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고 해도 할 말이 전혀 없었음. 타인에게 예의를 차리지 못하는 사람은 제 아무리 젊은 나이에 비교적 대단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전.혀.조.금.도. 부럽거나 존경스럽지 않다. 스스로의 말과 행동이 곧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걸 꼭 알아 뒀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페인어 하는 어린 여자 동행은 당신 음식 시켜주는 종년이 아닙니다^^
(같이 다니던 분들은 또 어찌나 착하셨는지. 표정 썩었던 게 죄송할 정도. 다음날 언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을 때는 내가 언니한테 배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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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비야 첫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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