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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2015년 1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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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니 2박 3일 투어 마지막 날에서 이어지는 칠레 입성기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로 간다
남쪽 끝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게 아직은 믿기지 않았던 칠레 여행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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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출국 사무소 할아버지와의 힘겨루기(?)로 지쳐 주저앉아 있었지만...칠레로 넘어가는 여정 자체는 무척 평화로웠다.
우리가 했던 2박 3일 우유니 투어의 여행사였던 브리사와 사전 컨택이 되어 있는 모양이었던, 칠레 아타카마 여행사의 밴이 이내 도착했고. 다른 여행객들과 우르르 몸을 싣고 한 시간쯤 사막길을 달리다 보면 칠레 입국사무소가 나왔다. 우르르 내려서 미리 작성한 입국 카드를 내고는 차례로 짐 검사를 받았다. 칠레는 특히 농산물을 비롯한 음식물 반입에 예민한 국가이기 때문에 짐검사의 레벨은 남달랐다 (2015년 기준).
괜히 과일 같은 걸 잘못 가져왔다가 다 뺏기고 벌금까지 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들었지만... 뭐 제가 과일을 남겨두고 다닐 사람은 아니니까요.....진작에 다 먹었으면 먹었지 우유니 3일 투어 하면서는 오히려 없어서 못 먹었는디욧 ㅡㅡ
그렇게 가뿐하게 입국심사를 통과하고 5분여를 더 달리면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 도착이다.
아타카마에는 미리 예약해 놓은 호스텔이 있었다.
두 달 전 멕시코에서 뒹굴거리며 현실감 없이 남미 여행을 계획할 때 호스텔월드 평점 1위였던 곳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덜컥 예약해 놓았던 것이다. 당연히 2달이 지난 이때에는 숙소에 대한 손톱만큼의 정보도 기억나지 않는 상태.... 딱히 묵을 곳이 없었던 동행도 일단 나를 따라 예약된 호스텔로 출발했다.
사실 아타카마는 아주아주아주 작은 마을이다. 택시도 다니지 않는 그런 동네다. 하지만 하필 내가 예약한 호스텔은 이 동네 가장 끄트머리에 있었고, 밴이 우리를 내려준 곳은 다름아닌 반대편 끄트머리였다. ㅅㅂ....어리둥절하여 밴에서 내려질 때까지만 해도 그걸 몰랐던 우리는 일단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우유니는 분명 추웠지만 해발고도가 2000m 내려온 아타카마는 더워도 너무 더웠다. 그래도 4500-2000이니까 여기도 2500m나 되는구나.....
묻고 물어 어느덧 호스텔이 위치한 골목 초입까지 다다랐지만, 그 뒤로는 도무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위의 지도에서 알 수 있듯 이 부근의 길은 매우 이상하게 나 있었기 때문이다. 시바 이 동네 번지수가 왜 이따위야 시발 길은 왜 다 모래길이냐 마을 주제에 사막코스프레하고 난리야!!!!!!!!!!!(여기도 어쨌든 사막 맞습니다) 하며 캐리어를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참고 있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양떼들이 몰려왔다. 그래 그 양떼. 하얀 몸에 까만 귀랑 얼굴을 가진 만화에서만 보던 그 양떼가 몰려왔다. 이게 뭐지....현실감각 제로다.....멍하니 양들이 불러온 모래폭풍 속에 서 있는 와중에 나의 명민한(?) 동행이 호스텔을 발견해 주었다.
들어가 보니 이곳 왜 평점이 좋은지 알 것 같더라. 장기 여행하는 히피들이 딱 좋아할 것 같은 후리한 분위기.
다행히도 동행을 위한 침대 하나가 딱 남아 있었고 (ㅎㄷㄷ) 둘 다 무사히 체크인을 완료했다.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bed가 없었으면 매우 송구할 뻔 했다 (˶‾᷄ ⁻̫ ‾᷅˵)
이제야 시계를 볼 정신이 생겨 몇 시인지 확인해 보니, 볼리비아보다 1시간 빠른 칠레인지라 지금은 오후 2시. 배가 고프니 일단 밥부터 먹으러 나간다. 숙소 Aji Verde Atacama에서 센트로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소요. 아타카마 마을이 나름 특색 있고 예뻐서 걷는 게 지루하진 않았다 (졸지에 나를 따라왔던 동행 오빠에게 미안했을 뿐)
칠레 물가는 듣던 대로 사악했다. 다시 밴 태워 주세요 저 볼리비아로 돌아갈랑게
일단 밥은 먹어야 하니 광장 근처의 카페에 와서 메누 델 디아를 시켰다. 아마 저긴 것 같은데
나름 맛은 있고 구성도 알찼다. 닭고기가 너무 부드러워서 자본주의 만세!! 하면서 먹음
아타카마 마을의 흔한 노스페이스 매장 분위기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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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늦고 몸도 피곤하니 오늘 아타카마에서는 별다른 투어를 하진 않기로 했다. 각자 다음 여행지로 떠날 방법을 모색하고, 다음 날 달의 계곡 투어를 알아보고. 7000칠레페소짜리 무난한 가격의 투어를 동행이 발견해 주어서 무사히 예약 완료.
숙소로 돌아가서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워낙에 올가닉한 (^^많은 뜻 내포^^) 숙소였어서 샤워 시설은 그저 그랬지만, 전날 못 씻었기 때문에 그저 행복했다
기념품 시장의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햄버거를 시킴. 본래 Hamburger라는 의미에 충실하게도 햄버거 스테이크가 나왔다.
돌아가는 길에는 칠레 맥주가 그렇게 유명하댄다!!! 하면서 술 파는 가게를 찾아 헤매었지만 아타카마에서는 아무 데서나 술을 팔지 않았다..왜죠?
20여분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한 군데를 찾아서, 소중히 두 병을 품에 안고 돌아오는 길. 멕시코에서부터 동고동락하던 검정색 샌들을 찢어먹고는 맨발로 돌아와야만 했다...여행 33일차가 되니 온갖 다사다난한 일들이 실시간으로 생겨나는구나....
다행히 긁힌 곳 없이 잘 돌아와서 즐겁게 맥주 마시고 오늘 하루 마무리. 여러 모로 폐를 끼쳤던 동행분께 다시 한 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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