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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4 ~ 2015. 1. 23


칠레 여행에 20일이나 바쳤다. 후회는 전혀 없다. 여유 일정이 2주만 더 있었어도 아르헨티나와 좌-우로 국경을 넘나들며 여행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제대로 못 볼 거면 아예 안 볼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칠레에만 몰빵을 했다.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대자연' 급의 풍경을 워낙 많이 봐서 칠레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왠걸. 전혀 다른 차원의 '대자연'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남북으로 이렇게나 긴 나라에 특색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잖아. 아타카마 사막, 산티아고의 찌는 듯한 더위, 그림 같던 푸콘의 화산, 이동하는 중에 창밖으로 보이던 광활한 팜파스와 젖소 떼(....), 말이 필요 없는 파타고니아의 풍광까지. 비싼 물가를 오롯이 감당할 가치가 내겐 있는 곳이었다. 물론 그지처럼 밥 대신 핫도그 먹고 다님..


*

아래의 여정으로 쭉- 내려왔는데,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었다면 중남부에 시간을 더 투자했을 것이다 ㅠ^ㅠ




1.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San Pedro de Atacama



- 볼리비아에서 봉고차로 넘어온 이 곳. 아타카마 사막을 보기 위해 몰려든 여행자들로 가득했고, 작고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동네였다. 하지만 나름의 특색이 있어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었음. 사막이 가까운 마을이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매일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보였다.



- 빠질 수 없는 아타카마 사막. 내 선글라스를 집어삼킨 곳...이때쯤 그림 같은 일몰을 매일같이 봤어서 생각보다 큰 감흥은 없었지만.



2. 라 세레나 La Serena



- 산티아고로 내려가는 길이 너무 황망하게 긴 여정이라 별 생각 없이 끼워넣은 곳인데, 별을 보러 가게 되었네. 정말 너무 행복했다.



- 동네 자체도 큰 볼거리는 없지만 여유롭고,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이름도 예쁜 라 세레나! 다음에 또 가게 되면 피스코 만드는 양조장 투어를 따라가 봐야지



3. 산티아고 Santiago



- 남반구는 여름이었고 이렇게나 더웠구나. 라는 걸 실감하게 만든 칠레의 수도. 이런 느낌의 대도시는 멕시코시티 이후 참으로 오랜만이었던지라, 그리고 왠지 자꾸만 서울 생각이 나서. 산티아고에 있는 내내 기분이 묘했다.



- 메모리얼 박물관에 가기로 한 것도 정말 잘 한 결정이었다. 쉽게 잊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



4. 발파라이소 Valparaiso



- 정말 '도착하자마자 반해 버린' 이 곳. 네루다의 마음을 너무 잘 알겠잖아... 치안이 안 좋다고 들었지만, 내가 갔던 언덕들은 이미 관광지화가 많이 진행되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혼자 이곳 저곳 쏘다니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물론 무서워서 밤에는 안 나감



- 골목마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가득했던 벽화들, 그리고 여기저기서 널브러져 자고 있던 고양이들로 기억되는 도시. 엔트로피에 가까운 곳.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원래 비냐 델 마르에 다녀오려 했는데 싹 포기하고 이틀을 꼬박 이곳에서 보냈다.



5. 푸콘 Pucon



- 모든 게 보람이 있었다. 푸콘에 온 것도, 2박을 결심했던 것도, 화산 트래킹은 굳이 하지 않고 멀리서 비야리카 화산을 바라보기만 했던 것도....그야말로 내가 꿈꾸던 칠레 중부의 모습. 이때가 15년 1월이었는데, 불과 몇 개월 후 한국에서 화산 폭발 소식을 들었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또 알 수 없네.



-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뭉텅이로 이곳 저곳에 핀 수국들이 나를 반겼다. 아무도 내게 수국이 푸콘에 이렇게 많다고 말해주지 않았잖아욧!!!! ㅠㅠㅠ 1월에 맛보는 칠레의 여름은 정말이지 찬란했다.



6. 푸에르토 몬트 Puerto Montt



- 푸에르토 몬트는 분명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나의 전후 여행지를 생각해 보면 큰 특색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바로 몬트의 매력, 혹은 마력인 것을. 푼타 아레나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잠깐 스쳐 지나는 곳이라고 하기엔, 마음에 꽤 오래 남았다.



- 앙헬모 수산 시장도 정말 정말 좋았다. 상업화되었다고 해도 나는 좋아 헤헷. 푸짐한 꾸란또 한 접시 비우고 싶네



7. 푸에르토 나탈레스 Puerto Natales



- 그래 봤자 3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내려온 것 뿐인데 어느새 세상의 끝 가까운 곳에 와 있었다. 트래킹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온통 분주하던, 숙소 공용 주방에서 따끈한 홍차를 마시며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던. 밤 11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던 곳. 



- 그리고! 단순히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래킹의 베이스캠프 정도로 여기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칠레의 어느 동네 못지 않게 행복했던 산책길이었음.



8. 토레스 델 파이네 Torres del Paine



- 어찌 생각해 보면 마추픽추나 우유니보다도 내 남미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이 곳. 3박 4일 동안 하루에 짧게는 8시간, 길게는 12시간 가까이 걸어야만 했던 W트래킹은 당연히 고되고 또 고되었지만. 파이네 봉우리를 보며 걷다 보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듯 했다.



- 빙하 녹은 물도 이렇게 맘껏 볼 수 있었고



- 게다가 날씨 운도 대박이 터졌다. 4일 내내 비 한 방울 오지 않았던 것. 함께 걸었던 동행 언니들도 좋았고, 중간에 만난 단체 등산객 분들 (미국에 사시는 한인 분들이라고 했다)도 어찌나 살뜰히 잘 챙겨주셨었는지. 자연 풍광을 보러 간 곳에서 인정을 느끼게 될 줄이야.



-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파이네 삼봉까지. 말로 다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이 3박 4일을 통해 얻어 왔다.

어느 외국인 커플에게 받은 작고 소중한 생일 선물까지!



9. 푼타 아레나스 Punta Arenas



- 칠레의 마지막 도시이자 내 남미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푼타 아레나스. 기대는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고 했던가. 아무런 기대 없이 올라간 이 언덕에서 이런 가슴 벅참을 느낄 줄이야?!! 역시 세계 어디를 가던 항구는 나의 취향. 서울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보고 있자니 왠지 눈이 시큰거렸다.



- 라파스에서, 파이네 국립공원에서 만났던 한국인 동행 분을 따라 펭귄도 보고 왔다. 전날까지 매우 망설였는데..가길 천 번 잘 했다는 생각.



기회가 된다면 칠레는 꼭 또 가보고프다. 이때 못 갔던 아르헨티나와 함께. 언젠간 그럴 날이 오겠지

인생에 방학을 맞이하게 되면 망설임 없이 산티아고행 비행기를 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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