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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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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섬 가는 날!
(마추픽추보다도 더 기대하고 있던 날이었지만 뜻밖의 푸노 체류로 일정이 하루씩 미뤄지는 바람에, 원래 전날에 섬에 들어가서 1박을 할 계획이었지만 아쉽게도 딱 반나절만 둘러보고 라파스로 뜨게 되었네 댐잇)
선착장 근처의 허름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눈을 떴다. 섬으로 들어가는 첫 배는 8시 30분이었다. 별로 이른 시간도 아니잖어? 하며 7시에 일어났으나 택도 없었던 건 왜였을까 ( °ټ°) .... 고산지대에서는 몸놀림이 느려지는 것인지.... 그렇게 오늘도 김귤희에게 평화로운 아침이란 건 사치였다. 3층짜리 계단을 낑낑대며 내려가 로비에 짐을 맡기고 선착장으로 간다. 같이 방을 썼던 동생들은 아직 곤히 자고 있었고,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해서 미안한 마음이 되고야 만다.
와이파이가 안 되어서 (아니 연결이 안 될 거라면 잘 터지지나 말지, 3칸이나 되면서 왜 연결이 안 되냐구 ㅠㅠ) 애를 태웠던 숙소이지만
체크아웃을 하며 본 티티카카의 전경은 참 멋졌다. 아침부터 호수 위를 바삐 움직이던 배들.
가까스로 시간에 맞춰 도착한 선착장. 조금이라도 먼 곳에 숙소를 잡았으면..상상도 하기 싫군요..
어제 도착해서 '여기가 놀이동산이냐 호수냐' '번잡시럽다' 등등 탐탁지 않은 감상을 말했던 티티카카 호수이지만
이렇게 배에 타서 바라보는 육지의 풍경은 또 달랐다. 알록달록한 숙소들이 한 몫을 한 듯.
옆 배 사람들 ㅎ2
그건 그렇고 코파카바나는 어제도 느꼈지만 참 신기한 동네. 고산지대라 그런지 쌀쌀하면서도, 동시에 해는 뜨거웠다. 구름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지평선과 수면에 바짝 붙어 모여 있고. 허겁지겁 올라탄 태양의 섬 가는 배는 어쩐지 한참을 가만히 정박해 있다가, 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커다랗게 엔진 소리를 내며 출발했다. 그제서야 아침도 안 먹었고, 점심 먹을 것도 안 챙겨왔다는 걸 깨달았다. 나 굶고 트래킹 할 수 있겠니....
고고싱
나시 위에 대충 걸쳐 입은 가디건 틈새로 호수의 찬바람이 들어온다. 그 와중에 정수리로 내다 꽂히는 따가운 햇살에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병든 닭처럼 눈을 깜빡거리며 호수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멋져....우와.....우왘.....이게 호수라니.....바다 같아......하며 중얼거리며 실눈으로 사진을 찍는 내가 신기했는지. 배 위에 탄 현지인 가족은 번갈아 가며 나를 쳐다보았다.
신기하게도 육지와 멀어져 갈수록 호수 물은 더더욱 파래졌고. 나는 정말 아 이게 호수라구요....어째서 바다가 아니죠.....하고 착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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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레키파에서부터 좋지 않았던 컨디션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었는지 온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일단 임시 방편으로 배 안으로 피신을 하였다. 자리가 꽤나 비어 있었기 때문에 잠시 주위의 시선은 집어치우고 의자에 대자로 누워 본다..... 남의 나라 배에서 드러눕는 나샛기 클라스.... 하며 그렇게 어쨌든 꿀잠. 이제는 꽤나 까마득해져버린 와라즈에서 잠깐 만났던 동행 E양이 태양에 섬에서 겪었다는 웃긴 얘기가 생각나서 중간에 몇 번 웃기도 했던 것 같다. 에콰도르에서 여행 잘 하고 있으려나. 아닌가 이젠 콜롬비아까지 갔을려나. 여행하다가 잠깐 만난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다니 이렇게 동행의 맛을 알아 버린 건가 싶었다.
태양의 섬으로 가는 배는 이래서 언제 도착하냐 오늘 안에는 가겄니???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운행한다. 창밖 풍경이 이렇게 느리게 지나가는 걸 살면서 본 적이 없다. 가끔씩 매연이 선실 안으로 훅 밀고 들어와서 안 그래도 산소가 부족한데 더더욱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는 슬픈 상황....
옆자리의 이스라엘 사람이 온갖 렌즈를 바꿔 끼우며 뭔가를 열심히 찍고 있길래 뭔가 했더니 섬이었다.
섬? 아 그렇네요 어느새 도착했군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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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척이 아닌가 싶지만 겨우 2시간이 지나야 도착합니다 꺄하핫
나는 북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왔다. 태양의 섬에서는 보통 트래킹을 하는데, 북섬 -> 남섬으로 걸으며 보는 풍경이 더 멋지다고들 하기에 트래킹을 하려는 사람들은 대개 북섬에 먼저 내린다 (2014년 기준). 반면 남섬엔 여러 편의 시설들이 많기에 맛난 거나 먹으며 섬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대개 남섬으로. 그래봐야 섬이기 때문에 육지보다는 가성비가 사악하지만...코파카바나도 그닥이다 어차피...ㅎㅅㅎ
그리고 소문대로 한적했던 태양의 섬의 북쪽 ❀(*´︶`*)❀
복잡시러운 코파카바나를 벗어나 바라보는 티티카카 호수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물빛은 짙은 파란색이었고 잔잔한 부둣가에는 단 몇 척의 배만 조용히 걸려 있을 뿐이었다.
여기 퍼져 있지 말고 얼른 걸어서 남섬까지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남섬에서 코파카바나로 출발하는 마지막 배 시간을 물으니 오후 4시라고 하신다. 아직 11시니까 여유가 차고 넘치는걸요???? (라고 생각했다)
선착장 옆의 구멍가게에서 샌드위치와 등산모자를 하나씩 사서 걷기 시작한다. 페루 국경에서 환전해 온 볼은 여기서 거의 다 털어버림;;
한적한 북섬의 바닷가....아니 호숫가. 텐트나 돗자리를 깔고 물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민들이 키우는 돼지들도 여기저기 방목되고 있음 친구야 안녕
당나귀도 여기저기 있고. 동화속에서만 보던 당나귀를 다 보네
너무 아름다워효... 문제가 있다면 김귤희가 아팠다는 것이겠다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풍경과 초라하게 쥬거가는 나 자신이 있었을 뿐....
낯빛이 너무 처절해서 가려본다 흐흑
티티카카 호수 자체가 높은 곳에 있기도 하지만 (다만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라는 말은 틀린 말), 태양의 섬은 그 자체로 커다란 하나의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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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산... 실로 그랬다....예상치 못하게 자꾸만 튀어나오는 오르막길 친구들 때문에 30분쯤 걷자 이미 완전히 지쳐버렸다.
떨구지 못하고 데리고 온 몸살 감기,,,미처 소로체를 먹지 못해 심해진 고산병 증세 때문에 한 발짝 디딜 때마다 숨이 가쁘고 어지럽고 힘이 쭉쭉 빠지는 것은 덤. 살면서 언제 또 볼까 싶은 멋진 풍경이 눈 앞에 있어도, 둘러볼 정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걸 이 때 배웠다. 그래~~살다 보면 병이야 나는 건데~~그게 하필 기대하던 태양의 섬이고~~~~ 나 살아서 오늘 안에 남섬까지 갈 수나 있을까. 그냥 다시 돌아 내려가서 코파카바나로 돌아가는 게 신상에 좋을지도 몰라.....하며 김귤희는 그만 길바닥에 주저앉게 되는데 (카페베네)
그 와중에도 아 믓지네....소리가 절로 나오는 티티카카 호수
다행히도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얼굴을 파묻고 앉아서 내려갈지 말지 한참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갑자기 매우 청해 가능한 말소리가 들려왔고. 귀를 한껏 기울였더니 오 시바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구나ㅠㅠ 한국말이다 한국말ㅠㅠㅠㅠㅠㅠㅠ 3명의 한국분께서 방금 전 내가 죽을 힘을 다해 지나왔던 언덕을 여유롭게 넘어오고 계셨다. 생존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힘들었기에 김귤희는 반갑게 인사하는 대신 구조를 요청하기로 하였다 ༼ つ ◕_◕ ༽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저 쫌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니 참으로 감사하게도 무슨 일이냐며 한걸음에 달려와 주셨던 감사한 분들. 주시는 코카잎과 고산병약을 일단 되는 대로 씹고 삼키니 좀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나는 전생에 나라까진 아니더라도 영토 하나는 구했던 게 아닐까. 적절한 타이밍에 이런 구세주분들을??? 게다가 모든 걸 집어 던지고 코파카바나로 돌아가려는 나를 극구 독려하여 저 언덕까지만 같이 가 보자고 말씀해 주시기까지 하셨던 감사한 분들이여라.... 그리하여 이분들과 함께 트래킹을 재개하게 되었다.
귤은(는) 뜻밖의 코카잎를(을) 얻었다!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 5년이나 어렸으므로 (뀨) 어떤 그룹에 속해도 막내이곤 했는데. 멕시코에서 3년째 회사를 다닌다는 언니분, 미국에서 1년 정도 교환학생으로 지내다가 남미 여행 중이었던 J오빠, 그리고 내게 코카잎을 주셨던 또 다른 한 분(맘 같아서는 지져스 크라이스트로 불러 드리고 싶다)까지. 왠지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에 더더욱 열심히 걸었다. 정신이 드니 주변 풍경도 좀 더 화사하게 눈에 들어오는구나. 그러고 보니 나 지금까지 정말 멋있는 길을 걷고 있었구나.
살아남
이런 광활한 호수와 머리 위에서 쨍하게 빛나는 태양이라니. 이런 곳에서 잉카 제국의 신화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어디서부터 시작되겠냐구욧
살아남 22
아빠 주려고 쿠스코에서 샀던 가디건인데 동네가 추워서 며칠째 입다가....결국은 여행 끝날 때까지 계속 주워 입고 다녔다
으아아 빨리찍어주세여 선생님들
성공
아 그리고 이건 태양의 섬 하면 빼놓지 못할 얘기
한참을 열심히 걷다 보면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잉카 유적들을 만날 수 있다. 문제는 굳이 보고 싶지 않아도 유적 입장료라는 명목으로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것. 그냥 애초에 입구에서 한번에 걷으면 좋지 이렇게 찔끔찔끔 걷으니까 왠지 삥 뜯기는 기분이잖아요. 라고 코카잎을 주신 분께서 심드렁하게 말했던 게 기억에 남네
말이 좋아 유적이지 그냥 돌무더기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말이다 (고고학 전공자분이 보신다면 그냥 지나가주세여..)
살아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골골대는 중임
나 때문에 자꾸 쳐지는 것 같아서 언니오빠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ㅠㅠ 하지만 날 주운건 당신들이니 책임을 져줘...(
역시 물불 안 가리는 서양인 백팩커들
양을 치는 현지인들도 자주 보였다
한참을 잘 쉬어지지도 않는 숨을 몰아쉬며 죽을 듯이 걷다가 먹는 초코바의 맛이란ㅠㅠㅠㅠ 바로 트래킹의 맛이쥬
먹고 걷다가 또 옆을 무심코 보면 눈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져서 할 말을 잃는다
바로 이렇게 매표소라고 아예 써진 곳들도 나오고, 입장료 혹은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싸우고 안 내려고 하는 서양 애들도 많이 봤지만. 이런 식으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겠거니 하며 그냥 무심히 내고 갔다...
2시간 째 코카잎과 함께 걸은 결과 완전히 살아난 나
모자는 기껏 돈 주고 샀건만 거의 안 쓰는 바람에...정수리 타서 나중에 졸러 아팠다
평화로워 보이는 양 친구들
평생 볼 멋진 구름을 내가 여기서 다 보고 있구나 싶었다
먹을 건 없단다 스미마셍
드디어 남섬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리듯 이런 저런 구조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섬 선착장까지 내려가려면 여기서 약 800+개의 계단을 한참 동안 내려가야 했다. 후들후들
북섬과 참 대조되는 남섬의 풍경. 나 관광지야!!!!!!!! 관광지라고!!!!!! 하는 것 같은데 환청인가
남섬에 도착한 시간은 무려 3시 20분이었다. 4시간이나 걸은 거여.....? 더 여유롭게 올 줄 알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나 트래킹 전에 흔히 하는 착각이었다. 이분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북섬에서 돼지떼들과 함께 강제 1박을 했겠지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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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남섬 선착장은 코파카바나로 가는 배편을 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라파스로 가는 버스가 급히 예약되어 있다는 두 분을 먼저 보내고. J오빠와 함께 선착장에서 노가리를 까기 시작하였다. 누군가 또 한국말로 말을 걸어와서 보니, 혼자서 여행하고 계시는 할아버지셔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 은퇴를 하시고 중국이나 일본처럼 비교적 난이도가 쉬운 곳부터 여행을 시작했다가 어느새 남미까지 오게 되셨다 한다.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며 우리는 4시 배로 태양의 섬을 떠났다.
돌아오는 배에서는 각각 의자 3개를 차지하고는 참 열심히 잤다.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 어글리 코리안은 아니었겠지 ^_ㅠ
그리고 코파카바나 선착장에 가까워 올수록 나의 마음은 매우 불안해져 오기 시작하였다. 이미 1등 버스의 한 자리를 차지한 J오빠와는 달리 나는 아직 라파즈로 가는 버스를 예매하지 못했기 때문...어제 좀 사놓지 뭐 했니...하지만 배에서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버스표 사기 대모험이 얼마나 험난할지 나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내리자마자 빛의 속도로 버스회사에 달려가서 라파즈로 가는 버스 티켓을 사려 했으나 이미 1등 버스는 전부 나간 상황
다른 데에서는 몰라도 왠지 볼리비아에서는 1등 버스만 타고 싶었던 심정....아실런지.....? ㅜㅜ 잠시 패닉에 빠졌다가, 바로 옆의 다른 창구에서 5분 뒤 출발인 2등 버스회사의 표를 무작정 끊었다.
그렇게 2등표를 들고 얼떨결에 탑승하게 된 볼리비아의 2등버스는 역시나 조그마한 짐칸과, 허리조차 펴지 못할 자그마한 좌석이 인상적이었다. 내 인생...하며 쭈그려 앉아 있는데 갑자기 1등 버스 회사의 매표소 언니가 Amiga!!! Amigaaaaa!!!!!!! 하며 소리쳐 나를 부른다. 버스에 갑작스레 자리가 하나 났다고. 아니 선생님 그런 건 좀 더 빨리 말해줘야 될 게 아니에욧! 벌써 이 버스 표 사버렸다고 ŏ̥̥̥̥םŏ̥̥̥̥....
아무튼 좋은 거 타는 게 좋은 일 아니겄냐 하며 쓸쓸히 2등 버스 매표소로 돌아가 환불을 요청했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행복의 나라 라 파즈로 보내줄 것처럼 방긋방긋 웃던 직원들이 다들 일제히 정색하며 환불해 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엇다. 야 그래 알았다 오늘은 더 이상 따질 힘도 없단다. 그냥 짐이나 내려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그렇게 다시 캐리어를 끌고 1등 버스에 무사히 탑승하여, 어쩐지 옆자리였던 J오빠와 한참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으응? 잠든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주변이 소란스러워져 눈을 떠야만 했다.
눈앞에는 국경 직원인 듯한 사람이 버스 안에 들어와 뭐라뭐라 말을 하고 계셨다. 이제부터 호수를 건너야 하니(????네???) 다들 내려서 보트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면 된다고? '우리 버스는 다른 큰 배에 실려서 잘 올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라고 하는데 순간 잠이 덜 깨서 뭘 잘못 듣고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우리를 실어다 준 보트는 통통배에 가까울 정도로 사정없이 흔들리는 작은 배였다. 자칭 멀미에 약한 남자 J오빠는 엄숙하게 두 눈을 감았고 걍 무서워 뒤지겠었던 나는 페루에서 왔다는 옆자리의 여자아이와 10년 친구라도 되는 것마냥 손을 꽉 잡았다. 괜찮다고 토닥거려줘서 고마워 친구야... 그렇게 무사히 반대편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 배가 고팠고 주변에 푸드트럭들이 꽤나 있었지만, 태양의 섬에서 모자를 사느라고 환전해 놓은 볼을 다 써 버린 탓에 수중에는 한 푼도 없던 거시에요. 아 오늘 꽤 미저러블한 저녁을 보내고 있네....달달 떨며 기다리다 보니 드디어 우리의 버스가 강을 건너 도착했다.
버스에 배에 오늘 온갖 이동수단들은 다 경험하네 하며 다시 까무룩 잠이 들어...얼마나 잤을까
창밖으로 산등성이를 따라 빼곡히 불빛들이 가득 찬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 드디어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에 온 거시다 ㅠㅠ 코파카바나에 있을 때는 딱히 볼리비아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뭐랄까 약간 초현실 세계) 이제야 볼리비아에 온 느낌. 넋놓고 야경을 보다가 이내 터미널에 도착했다. 라파즈의 터미널은 진짜.... 넘 무서웠음. 허름한 택시들이 계속해서 우리 버스 앞으로 끼어드는 바람에 하차하기 전까지 한참 시간이 걸렸다.
숙소는 동행이 찜해 놓았던 곳으로 따라가서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 ㅠ^ㅠ 약 50%의 확률로 여기다...터미널 근처였던 걸로 추정해서...
침대 없으면 어떡하냐 우리 밤거리행? ㅇㅇㅋㅋㅋㅋㅋㅋ하며 갔지만 무사히 45볼에 20인실 도미토리를 잡을 수 있었다. 카운터 옆 화이트보드를 보니 각 방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데 우리 방 이름이 orphanage여서 약간 충격이었지만요. 실제로 방을 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짐을 대충 풀어 놓고 라파즈 맥주를 각각 큰 병으로 싹싹 비운 뒤 간만에 꿀잠을 잤다.
야경만큼은 특급이었던 20인실 방 안의 내 침대. 바로 옆으로 보이는 야경이 이 정도라니 더 바랄 게 없었다.
유난히 길었던 오늘 하루는 이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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