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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2014년 12월 15일 ★





미라플로레스 도심을 벗어나 도착한 곳은 릐얼 태평양

저 멀리 보이는 곳은 Barranco라는 또 다른 District. 한국 사람들도 많이 살고 나름 번화한 곳이지만 미라플로레스에 비해 치안은 좋지 않다고 한다 (2014년 기준ㅡ요즘은 제법 힙한 곳이 된 듯 한데.....??)




파릇한 풀들

리마는 지금 여름이었다. 적도를 건너니 계절이 바뀐다는 걸 잠시 잊고 있다가, 이곳에 와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아름다워서 놀랐던 미라플로레스 해변


*

(모든 게 좋았으나 셀카봉이 없었던 나의 신세를 한탄하며)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해안가 절벽 위의 공원들이었다.



'사랑의 공원'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 어딜 가나 바다가 보이는 공원은 사랑이 넘치는 걸까

모자이크 타일들이 붙은 벤치가 구엘 공원마냥 빙 둘러 놓여 있었다.



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한참 바라보았다. 서핑하기 딱 좋게 파도가 일렬로 줄지어 몰려오고 있었고 실제로 꽤 많은 사람들이 보드를 타는 중이었다

나도 해보고 싶지만 빠지면 알아서 물 밖으로 기어나오는 것...그걸 못 하네....^ㅅ^





왠지 보기만 해도 신이 났던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



Amor es como luz






사랑의 공원다운 동상



바다는 뭐. 여기가 카리브해 같을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평범한 바다였다.


이제 나 어느 바다를 봐도 감탄하지 못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에 좀 서글퍼지면서, 에메랄드빛 카리브해가 몹시 그리웠다. 막판엔 솔직히 별로 즐거운 맘으로 지내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건 카리브해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찬란한 햇살, 모든 근심 걱정을 넘어 그냥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 아름다운 색깔의 바다, 맛깔나는 음식과 술, 멋진 음악까지. 그야말로 인생의 가장 밝은 순간을 닮은 바다가 바로 카리브해였던 것이다.


(그치만 좋은 순간=밝은 순간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조금 더 해안가를 따라 걸으면 큰 빌딩들이 나온다. 그 옆에 있는 대형쇼핑몰에 들어가 보았다



Mira * flores




서성이다가 만만한 서점부터 들어가 보기로 함



페루의 서점은 하지메떼야




이런 저런 구경을 하며 열심히 시간을 보냈다. 아르게다스와 야와르 피에스타 가지고 팀플했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네

얼른 안데스로 가고 싶어졌다



스벅도 있답니다


카페인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눈에 들어온 건 역시나 페루 컵

전세계 스벅 컵을 모은다는 아는 언니한테 사다 주면 좋을 텐데. 로스쿨 발표 나고 있는 모양인데 언니는 잘 있을라나....하며 오랜만에 남 걱정을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쇼핑몰은 넓고 복잡하였다. 에스컬레이터를 두번 탔을 뿐인데 길을 잃었다. Salida라는 표시를 따라가니 주차장이 나왔다. 이놈들아 내가 차냐. 결국 다시 차분히 왔던 길을 돌아나가 그곳을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호스텔로 돌아올 때는 양쪽에 큰 은행들이 가득한, 이곳의 메인 거리 중 하나로 오게 되었다.

월요일 오후 4시의 오피스 지구란....감당이 안 되는 인파.... 여기저기 휩쓸려 다니던 와중에, 까먹지 말고 와라즈 가기 전에 먹고 가야지 하며 소로체(고산병) 약을 사러 수많은 약국들 중 하나로 들어섰다.


우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창구1로 갔다. 멍하니 서서 와라즈 가서 69호수 등반할 걱정을 미리 하고 있자니 어느덧 내 바로 앞 여자분의 차례가 되었다. 갑작스레 카드 리더기가 고장났는지 잠시 시간이 지체되었는데, 그 와중에 뒷사람들이 계속 번갈아가며 앞으로 튀어나와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고 돌아가는 것이었다....역시나 페루 사람들의 시간은 소중한 것이다.... 한편 멕시코에 4개월 살고 나니 어디 가서 가마니처럼 기다리는 걸 참 잘하게 된 나는 생각보다 침착하였고. 한국 가면 보살 취급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나의 차례. 소로체 줘....하자마자 저쪽에 보이는 2번이라고 쓰인 창구로 가라고 한다. 으음? 2번 창구로 갔다. 소로ㅊ...하자 종이에 soo라고 쓰더니 다시 1번 창구로 가라고 한다. 응? 아니 이럴거면 아까 왜 날 2번창구로 보낸거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긴 줄을 기다려 나의 순서가 왔다. 계산을 하고  가까스로 약을 받는....게 아니라 나는 또 다시 2번 창구로 보내졌다. 그리고 그곳에 드디어 나의 소로체가 기다리고 있었음. 이 쓸데없고 복잡한 약국 시스템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약이라는 것은 매우 소중하고 결코 허투루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일까. 호호호 시발. 카페인으로 채운 체력이 40프로쯤 방전된 채로 멍하니 거스름돈을 확인했는데 10솔이 모자랐다. 다시 1번 창구에 길게 줄을 서서 나머지 돈을 받았다. 이제는 해탈한 상태가 되어 마냥 즐거웠다.


*

약 사기 대모험 끝에 다시 거리로 나갔다. 솔이 거의 떨어져 있었기에 달러를 뽑을 은행을 찾아야 했다. 널린게 은행이니까 뭐 ^0^ 하며 옆의 스코티아 뱅크에 들어갔지만, 어쩐 일인지 체크카드에서 현금인출이 안된다는 것이다. 3블록 떨어진 다른 Scotia도, 5블록 떨어진 다른 지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나의 우리은행 체크카드. 호오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망연자실하여 atm 옆에 주저앉아 검색을 하다가, 걸어서 10분 거리에 mibanco라는 은행에서 달러를 500까지 뽑을 수 있다는 댓글을 보았다. 오! 그래! 하며 다시 씩씩하게 걸었다. 그러나 현실은



예....알겠읍니다....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게 현금을 내어줄 수 없다는 거군요....

어메이징 리마를 체감하며 돌아선다... 다행히 다른 은행에서 돈을 뽑을 수 있었다 ^_ㅠ




달아나는 멘탈을 붙잡기 위해 다시 케네디 공원으로 갔다. 냥이들아 나좀 회복시켜쥬




정말 이 밀도로 공원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애옹


*

오전 내내 여유롭게 고양이 사진이나 찍으러 다니다가 갑자기 귀찮은 일들의 연속에 휘말리고 나니 정신이 혼미했졌다. 기능이 떨어진 나의 뇌는 먹이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래! 세비체를 먹을 타이밍인가!!! (아님)


들뜬 마음으로 숙소 옆 레스토랑으로 쫄쫄쫄 갔다. 늘 오며가며 지나쳤던 그 곳이었다.

나를 볼때마다 꾸준히 메뉴판을 보여주며 호객을 하시던 아저씨에게 이번엔 정말로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페루의 생수병은 저렇게 생겼군요



빠르게 등장한 인생 첫 세비체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라고 들었기에 긴장을 하고 한 입 먹었는데 오오 이 그리웠던 신맛! 혀가 얼얼한 라임의 맛! 매콤한 양념가루의 맛! 고수의 향기! 낯선 세비체에서 익숙한 멕시코의 정취를 느끼고야 말았다. 한편으로는 고수의 향취가 대단하여 한국 사람들이 잘 못 먹는 이유를 깨달아 버렸고.... (싫어한다면 신 실란뜨로 뽀르 빠보르는 필수) 뭣보다 기뻤던 것은 이거ㅠㅠㅠㅠㅠ무려ㅠㅠㅠㅠ해산물ㅠㅠㅠㅠㅠㅠㅠ이었다ㅠㅠㅠㅠㅠ튀기거나 구운 생선이 아닌 회라고ㅠㅠㅠㅠㅠㅠㅠ 멕시코에서 지내며 4개월 동안 회는 구경도 못 해봤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감동의 눈물이 폭풍처럼 흐르는 것을 느끼었다

행복감을 발산하며 한접시를 싹싹 비우고 있자니 어디서 냄새를 맡았는지 길고양이 두마리가 내 옆으로 모여들었다. 너무 불쌍한 표정으로 보고 있길래 고구마나 옥수수나 좀 줄까. 바닥 더럽힌다고 혼나면 어쩌지...하며 웨이터 아저씨들 눈치를 살짝 보며 고구마를 손톱만큼 건내주니 냄새만 맡고 먹질 않는다.



왜 왜그래 왜....머그라고...


고먐이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 친구들이 뭘 좋아하는지는 모르는 나로서는 참 슬프고 안타까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세비체를 줄 수는 없어 얘들아 너네 이렇게 신거 먹으면 안될 거 같은걸? 그걸 노리고 온 거겠지만^_ㅠ 그렇게 고양이 두 마리를 양쪽에 거느리고 식사를 마쳤다.



정수리를 슬슬 만지니 졸기 시작했다



??? : 고구마 말고 세비체 내놔....


*

계산을 하고 (께 까로,,) 짐을 찾으러 숙소로 올라갔다.

터미널까지 타고 갈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자, 스탭은 너무도 쿨하게 지금 가능한 택시가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러면 어째? 하고 물으니 그냥 내려가서 아무거나 타라고. 아니 난 캐리어랑 배낭 주렁주렁 달고 밤에 택시를 아무거나 타고 싶지 않았어...... 엄청난 대접을 바란 건 아니지만 최소한 이틀이나 투숙한 사람인데 걱정이라도 해주어야 하는거시 아닌가 싶어 약간은 서운해졌다. 격하게(?) 캐리어를 튕기며 1층으로 내려와 난감해 하고 있자니 아까 저녁을 먹었던 집 웨이터 아저씨가 다가오셨다. 택시....택시가 타고 싶어요....하자 아저씨는 친절하시게도 큰길까지 나와서 택시를 잡아주시고 번호까지 적어 놓는 게 아니겠는가. 눈물날 뻔 했다. 아 이 친절한 페루사람들아 진짜ㅠㅠㅠㅠ 트립어드바이저에 레스토랑 찬양글 남겨야지 ㅠㅠㅠㅠ 하며 무사히 크루스 델 수르 터미널에 왔다.

남은 건 밤버스를 타고 와라즈로 가는 일 뿐
돌이켜보면 멕시코에 이어 생애 3번째로 여행하는 외국이었던 페루, 그 중에서도 첫 도시였던 리마인데. 무섭기도 했지만 어찌저찌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두 번째 도시로 가게 된 건 정말....A부터 Z까지 친절한 리마 사람들 덕분이었다. 어쩐지 감정에 취해(?) 폰으로 끼적끼적 일기를 쓰다가 크루즈 델 수르 버스에 올랐다




남미에서 제일 비싼 가격과 좋은 시설을 자랑하는 크루즈 델 수르 버스. 2층 맨 앞자리에 앉아서 풍경 보면서 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곧 승무원분이 오셔서 안전상 문제로 커튼을 다 닫아야 한다고 하셨다. ㅎㄷㄷㄷ...그래 여기는 페루지.....^ㅇ^

리마에서의 이틀은 이렇게 끝!
(며칠 뒤 쿠스코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왔고, 또 약 한달 뒤 멕시코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갈아타러 오기도 했네. 진정으로 교통의 요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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