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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201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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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안 자면 여행 못 하는 사람마냥 시티에서는 맨날 낮잠 잤네....
D.F를 처음 여행하던 14년 7월 말. 나는 지금 도적 소굴 한복판에 있어ㅠㅠㅜ라고 생각했던 어린(?) 나는 해가 진 이후 밖에 나온다는 사실은 상상도 하지 못 했지만. 어쩌겠느냐 도시의 하이라이트는 밤인 것을
그리하여 불빛들로 가득 차 있을 소깔로를 향해 힘차게 걸었다
후아레스 기념비도 오랜만에 보고
예술궁전도 지난다.
시티가 내게 갖는 또 다른 의미는 바로 '첫 유럽식 건물들'인데. 실로 멕시코에 처음 와서 후아레스 기념비와 예술궁전, 그리고 소깔로의 성당들을 보면서 신기함에 정신을 못 차리고 돌아다녔었다. 소매치기 님들 저를 안 털고 뭐 하셨는지ㅋㅋㅋㅋㅋ
그렇게 소깔로에 다 와가고 있었으나...
고개를 들어 맞은편 횡단보도를 보니 헬게이트가 활-짝. 연휴 첫날이었던 이 날, 소깔로는 이미 가는 길목부터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독립기념일 밤에 소깔로에 들어가려다가 실패했다던 다른 교환학생 찡구들의 말이 생각나고... 시티에서 사람이 많고 없음을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지만, 굳이 사람이 졸러리 많을 저기에 가고 싶진 않았다...
그리하여 김귤희가 택한 곳은 지난번에 돈 아끼느라 못 갔던 라틴아메리카 타워
소문난 대도시인 멕시코시티까지 와서 야경을 못 보고 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즤 암암
당시 70페소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했지만, 일단 할 게 없으니 올라가 본다 오 미친 지금 구글맵 보니 18년 1월 기준 110페소래 OMG 오마이갓
그러나 와 보니 실로 70페소의 가치가 차고 넘쳤다 !!!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호박마차처럼 빛나는 예술궁전, 그리고 멕시코의 빨간 옥상들이었다.
한국에 옥상그린이 있다면 여긴 옥상레드인 걸까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과, 그 자체만으로도 해발 2200m가 넘는 고지대인 멕시코시티. 거기서 손꼽히게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
Alameda 공원의 산책로도 새삼 멋지고
예술궁전 옆에 바글바글한 사람들은 진짜 꼭 사탕에 달라붙은 개미떼들(....)같아 보이네. 라퓨타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허허허 인간이 개미같구나
흔한 시티의 트래픽잼
산 너머로 천천히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멀리 보려고 노력해도 끝나지 않는 빌딩의 행렬도. 시티는 정말 얼마나 큰 도시일까
그 와중에 저걸 보니 소깔로에 안 들어가기로 한 건 인생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ㅇ..
그러니 멀리서 보자. 생각보다 대통령궁도 잘 내려다보이고 정말 좋은 전망이었다!
막상 소깔로에 가면 그 어마어마한 규모가 실감이 잘 안 나는데, 이렇게 한눈에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 소깔로 한 가운데의 멕시코 국기는 웬만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데, 이날은 바람이 제법 불어 주어서 아주 느리게 펄럭거리고 있었다.
파노라마
겹겹이 보이는 산들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고
해가 떨어지고 나니 바람이 미친 듯이 세게 불어서 가지고 온 가디건은 휴지짝만큼의 방한 능력도 갖추지 못하게 되어따;
참 아름다웠던 밤의 예술궁전 다시 한 번 클로즈업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려나. 좁은 전망대에 사람들이 더욱 빽빽하게 들어서고, 시가지의 불들도 하나 둘 켜지고. D.F에도 밤이 오고 있었다.
죽은 자들의 날 연휴의 첫날 저녁이었는데. 저멀리서 영혼들도 하나 둘 돌아오고 있었을까
저멀리 틀랄텔로코의 빨간 불빛도 보였다. 멕시코시티에 다녀온 지 어느덧 5년이 지났는데, 또 가게 되어 저길 방문해 볼 일이 있을까
여전히 바글바글한 소깔로 길목
빛줄기 사진도 시도
삼각대 따윈 없어서 철조망에 렌즈 걸쳐놓고 찍었다. . . 열일해 준 나의 삼성 미러리스에 박수 . . .
비행기도 그럴 듯하게 나왔네
옆의 커플이 갑자기 철조망 흔드는 바람에 대참사
이 뷰를 마지막으로. 거금을 투자한 라틴아메리카 타워 전망대 방문을 마쳤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명절 분위기 만끽
조만간 또 보자 예술궁전
오전에 같이 다녔던 동생 만나러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소깔로로 몰려 가는 중이다...
연휴 내내 할로윈 분장을 한 아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힝힝
위에서 봐야 더 멋있는 Alameda 공원의 분수
아른아른
밤의 후아레스 기념비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났다
호스텔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생을 픽업해서 저녁을 먹으러 간당
7월에 왔을 때 호스텔 스탭에게 추천을 받았지만 문을 닫았어서 가지 못했던 아르헨티나식 타코집
아르헨티나식 타코라니 이건 몰까(...)
가격대는 살짝 있었지만 비싼 만큼 맛있었다. 멕시코에 온 지 4개월로 프로 타코 푸드파이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므로 여기서 뜻밖에 동생에게 타코 먹방의 현장도 보여주게 되었다 껄껄
끝없이 들어가는 타코우
음료는 Cafe de olla로 시켜 보았읍니다
멕시코식 커피인데 설탕과 계피 맛이 강하게 난다. 뜨거운 수정과의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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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나서는 역시나 호스텔에서 추천을 받았던 공동묘지로 향했다. 망자의 날 연휴를 맞아 꽃과 촛불로 장식된 묘지들, 그리고 그 곁에서 밤을 새는 사람들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망자가 일년에 단 이틀간 사후세계에서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온다고 여겨지는 날인 만큼, 11월 1일과 2일이 되면 멕시코 사람들은 집집마다 제단(altar)을 만들어 사랑하던 사람이 생전 좋아하던 음식과 꽃, 해골로 장식해 놓고 망자를 기다린다. 이제는 코코에 나와 너무나도 유명해진 이야기..
우리나라와 차이점이 있다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것처럼 온 가족이 즐겁게 장식을 한다는 것. 이들에게 죽음은 엄숙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 두려움의 대상, 혹은 삶과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다. 이 독특한 죽음관은 아즈텍 사람들의 세계관으로부터 이어져 와, 카톨릭 문화권의 '모든 성인의 날'과 합쳐져 오늘날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 혹은 '망자들의 날'이 되었다.
그리하여 동생과 나는 야밤에 지하철을 타고 이곳까지 왔지만
묘지는 닫혀 있었다....허허허...
꽃 파는 아주머니 말로는 이곳은 사영 공동묘지이기 때문에 밤에는 닫는다고 한다. 눈물이 앞을 가리네
하반기(? 너무 직장인스러운 말이군 2학기로 수정하자)에 멕시코에 교환학생을 가길 잘 했다고 느낀 것 중 하나는 바로 여러 기념일들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독립 기념일, 혁명 기념일 (내가 갔던 당시엔 중앙광장 통제되고 화염병 날아다님)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망자의 날....공부할 때도 멕시코의 사후세계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테마였는데 막상 마주한 건 닫힌 공동묘짘ㅋㅋㅋㅋㅋㅋㅋ혼자였으면 슬펐겠지만 고마운 동행 동생과 함께여서, 이런 경험조차도 즐거웠다.
열어줘
그렇게 소득 없이 Hidalgo 역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열시가 넘어부렀네
레포르마 거리에는 할로윈 분장을 한 무리가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ㄷㅋㅋㅋㅋㅋㅋ
죽은 자들의 날 아니라 도른자들의 날 아닌가여
인사 받아주고 같이 방방 뛰며 즐거워하는 중이다
카푸치노 한잔이 땡겨서 스벅에 알차게 들렀다가 돌아온다
내 이름 너무 못생기게 써놔서 깔깔깔 하며 사진도 찍고
내 사랑 Suites D.F 호스텔 사진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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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도미토리 룸메는 (3일 잤더니 룸메가 맨날 바뀌었음) 아랍계 멕시코인이었던 회사원이었다. 출장 와서 왜 호스텔에 재우냐 너희 회사 뭐하는 회사냐....하다가 졸지에 한글을 가르쳐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잠이 들었다. 다이나믹 멕시코시티 여행은 계속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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