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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2016년 8월 18일
체크인을 마치고. 잦아든 비에게 감사하며 오늘 여행의 본격 첫 행선지인 센소지로 출발해본다
아까는 정신이라곤 1그람도 없이
그저 '이 짐들을 어딘가에 내려놓아야 해.....'라는 거의 생존 본능에 가까운 마음으로 걸었던 거리를 다시 차분히 걸어보았다. 이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낯선 한자들, 부드러운 히라가나 필체, '영어 메뉴 가능'이라는 안내판, 쇼윈도의 먹음직스런 음식 모형, 두건을 두른 주방장 아저씨들, 눅눅한 공기에 섞여 나오는 참기름 냄새.
그리고 맞은편에는 이렇게 큰 건물들이...!
아사쿠사는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절과 신사가 있는 예스런 동네이지만, 동시에 꽤나 번화한 곳이기도 했다.
그렇게 10분도 채 안 걸려 센쇼지의 정문인 카미나리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뚜둔
사진의 빨간 전등이 카미나리몬. 지하철역 바로 앞에 이 문이 있었기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카미나리몬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물론 그때마다 앞에 우글우글한 관광객들을 감상하는 것은 덤. 큰 소리로 호객행위를 하는 건장한 인력거 청년들을 마주치는 것도 덤......
그리고 여기서 나는 깨닫고야 말았다. 아아 혼자 여행을 하면 카미나리몬과 멋진 사진을 찍고 뭐 이딴건 사치였지 8ㅅ8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 솔플 여행자의 미져러블한 현실에 둔감해졌구나..... 뭐 괜찮아..... 하며 쓸쓸히 입장을 시도하였다.
내부. 이때 몬가 조리개를 뽷 조였더니 모든 사진이 세기말적이다;;;
취준 및 인턴으로 인해 A모드를 너무 오랜만에 써본 나..
비가 그친 덕분에 기분이 좀 좋아졌고, 먹구름으로 덮여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희미한 불빛들과 일본 전통 기와가 줄지어 있는 모습도 맘에 들었다.
아. 내가 드디어 여행을 하고 있구나. 하고 아까의 그 스바라시한 장어덮밥을 먹고도 느끼지 못했던 생경함이 이제서야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카미나리몬 안쪽의 이 거리는 나카미세도리라 불린다
'이국적'이라는 말을 자주 쓰고 싶진 않다. 나라라는 단어, 국가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도, 국경을 넘어서 그런 거라는 쉬운 설명을 하지 않고도 내가 여행지에서 느끼는 생경한 감정을 술술 풀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치만 아직 한참 멀었나보다.. 카미나리몬을 지나자 펼쳐진 이 새로운 풍경에 내가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던 이유를 단지 '낯섬'이나 '이국성'에서밖에 찾지 못하고 있네.
굳이 더 설명을 하자면 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계로 들어온 느낌이었달77ㅏ. 백화점과 맥도날드와 도요타 자동차 매장이 있는 세계가 아닌, 게다와 동전지갑과 벚꽃이 그려진 손수건이 진열되어 있고, 길의 저쪽 끝에서는 향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그런 세계 말이다.
게다를 하나 사서 벽에 걸어놓으면 예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근데 넘 비싼데요.
저 전광판 불빛이 좀 어색하지만, 그게 없다고 상상해보면 에도시대의 어느 시장과 꽤나 비슷한 풍경이 되지 않을까!!!!
에도 시대의 어느 시장.....아 그래 이건 뭐랄까. 국경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 시대를 통과한 기분이었다. 사실 나카미세도리뿐 아니라 이번에 혼자 여행해 본 도쿄의 곳곳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슴니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이런 거리도 보았다. 운치라는 것이 폭발하는 중. 노란 가스등이 아름답다.
그렇게 홀린듯(?) 휘청휘청 센쇼지로 걸어간다.
손에 든 셀카봉은 뜬금없이 무겁고. 양옆의 가게들은 너무 많은 물건을 팔고. 사방에서는 일본말이 아닌 외국말이 들려왔다.
토마스 가면이 탐난다 8ㅅ8
*
드디어 센소지에 도착하였읍니다
일본 어딜 가나 유명한 사찰을 들르게 된다는 건 자명한 사실
5년 전 교토를 짧게 여행했을 때도 절1-절2-점심식사-절3-절4-저녁식사...로 이어지는 템플 레이드를 뛰었는데 말이다. 그치만 반십년이란 시간은 아주 긴 공백이었고, 일본의 절이 어땠는가에 대한 내 기억이나 감상이 지금까지 제대로 남아있을 리는 없었다.
그래서일까. 센쇼지를 마주하자 마치 태어나 처음 일본의 사찰을 마주한 것마냥 가슴이 콩닥거리고 '아아 도쿄에 잘 왔구나 이런 엑조틱한 풍경...'이라는 행복한 생각이 들더라.
이 문(이름을 모르겠)을 지난 다음부터는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다는 걸 한국에 돌아온 지금에서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치만 그딴 거 소용없구요.... 중국분들 서양분들 사방에서 셔터 찰칵찰칵이구요.... 그래서 저도 열심히 찌겅ㅆ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타난 운세뽑기 오!미!쿠!지!
100엔을 조심스레 동전구멍에 밀어넣고 육면체 기둥을 두 손으로 경건하게 흔들었다. 챨그락 챨그락 소리를 내며 이내 막대기 하나가 밀려나왔다.
저 육각기둥에서 위의 막대기가 나온다. 숫자가 적힌 함을 열면 거기에 내 운세 종이가 들어있음.
(방탈출 열쇠가 들어있어야 할 것 같지만..정말로 종이가 들어있답니다..)
결과는 두구두구두구 반길!! 반길이라 아쉽긴 하지만 길이 어디임니꺄 꺄꺄~~~
친절한 영어 설명
You had batter get in touch with and associate with your superior....예전에는 운세 볼때 저런 회사나 상사 관련 얘기 나오면 다 넘겼는데 이젠 한글자 한글자 매우 와닿는다 ^0^ 달라진 입장과 넓어진 시야에 감사 아닌 감사를 느끼며...
좋은말 나쁜말 골고루 써있지만 좋은 말들만 간직하며 가져가기로 한다 쥬륵
혹시라도 凶이 나온다면 이렇게. 이곳에 질끈 동여매놓고 홀연히 자리를 뜨면 된다.
사실 이거 좀 해보고 싶었는데 길 나와서 아쉽...(맘에도 없는소리)
가끔 길인데도 묶어놓고 가는 분들이 계셔 안타까웠다. 저기요 그 운 그렇게 쓸거면 나 줘..
그렇게 꿀잼 오미쿠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경내를 둘러보기로 한댜
맡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기. 아쥬 습습후후 손으로 부채질 해가며 가득 맡고 왔다. 영민한 김귤희 돌아와라...
일본 사람들이 줄을 기이이일게 서서 참배를 하고 있었다
이곳이 도쿄뿐 아니라 일본 전체에서 매우 유명한 사찰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다만 이건 나중에 들은거지만 간사이 사람들의 경우엔 진정 유명하고 대단한 절들이 근처에 있기 때문에, 그리고 센소지는 사실 복원된 지 몇십년밖에 안된 우리나라로 치면 불국사같은 절이기 때문에, 먼 길을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다 카더라. 뭐 물론 저야 좋았습니다.
나같은 땀흘리는 외국인(!)에게 이곳이 만족스러웠던 또 다른 이유는, 요로케 옛날 건물과 요즘 건물이 동시에 그려내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읍니다
다 보고 나가는 길
내가 본 센소지의 마지막 모습. 카미나리몬 앞에서 누구한테 사진좀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저 머리 좋아진다는 연기를 너무 쐐서 그런지 정신이 혼미했다. 빠르게 퇴갤합니다.
*
다음 목적지는 오시아게 도쿄 스카이트리! 옆길로 슬쩍 빠져나와 다시 속세(?)로 섞여들어갔다.
어둑어둑해지는 아사쿠사 역 근처의 거리들
치덕치덕한 보정을 해보았다
어딜 가나 자전거
다시 걸어보고 싶은 포근한 길이었다
아사쿠사에서는 어디서나 스카이트리가 매우 가깝게 보인다. 정말이지 손에 잡힐듯 보인다.
그래서 나도 그만 스카이트리까지 걸어가기로 결심해버렸던 것이다. 이것이 재앙의 시작인줄은 미처 몰랐다......9ㅅ9
우선 구글맵을 켜놓고 힘차게 걷기 시작한다. 데이터 유심칩 매우 좋은 것이구나. 2000엔 넘는 돈 주고 사서 배아팠고 중간에 우여곡절이 있어 여기 다 쓰지 못할 정도였고 심지어 울기까지 했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보람차...다만 다음엔 한국에서 사올래
관광객이 많이 오는 동네라 그런지 기념품의 퀄리티가 매우 좋았고 분위기 좋은 가게 또한 많았다.
비오는 날은 왜 네온사인 불빛마저 축축해지는지 알 수 없는 일임니다
이런 복층집들이 매우 신기했어
뭔가 신비했던 마이애미가든. 이런 옛날 경양식집들이 또 니잇-뽄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이땐 몰랐지만 사진 왼편의 저 텐동집 매우 유명한 곳이더군
그렇게 김귤희는 일본에 도착한지 6시간만에 해가 져버려 깜깜해진 거리를 한참동안 걷게 되는데....투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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