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태어난 (그리고 나와 비교적 가까워서 생일을 축하해 줄 만한)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놀랍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죽을 운명이고 열역학 제 2법칙에 따르면 모든 것은 무질서의 상태로 가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삶은 코스모스이고 죽음은 엔트로피인 걸까. 오히려 내겐 뒤죽박죽인 삶이 엔트로피이며, 나를 둘러싼 온 세상이 고요해질 것만 같은 죽음이 코스모스인 것처럼 느껴진다.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게 될지 줄곧 생각한다. 앞으로의 3년이 어떨지는 뻔하다고, 재미있으면서도 재미없고 안락하면서도 불편하고, 새로우면서도 따분한 시간들. 유영하듯 서서히 그 시간들을 거쳐가며, 아마도 20대 초반의 그때처럼 손쉽게 다른 길을 찾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해 왔다. 요 며칠은 좀 다른 생각이 든다. 뭐가 될..
내가 내 자신을 괴롭히든 고통스러워하든 혹은 뭔가를 생각하든 무슨 상관인가? 나라는 존재는 몹시 애석하게도 몇 사람의 평온한 삶을 흔들어놓거나, 더욱 애석하게도 다른 몇 사람의 무의식 상태를 방해하기만 할 뿐이다. 나는 나의 비극이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ㅡ제국의 붕괴나 광산 맨 밑바닥 낙반 사고보다 더 심각한ㅡ것처럼 느끼면서도, 은연중에 나 자신이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굳게 믿지만, 또한 동시에 나의 존재만이 유일한 현실이라고 느낀다. 더 나아가 만일 세상과 나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기꺼이 세상 모든 빛과 법칙을 없애버리고 홀로 허공을 떠돌 것이다. 내게 삶은 형벌이지만, 나는 삶을 포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명분에서든 나 자신을 희생시킬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