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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브레멘에서 보낸 나머지 반나절의 기록
도착하자마자 세인트 페트리 성당과 시청 근처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알뜰하게 구경해 버린 김귤희는
Böttcherstraße라는 이름의 골목.
안으로 들어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보이는 브레멘 시청과 크리스마스 마켓이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좁은 골목을 따라 양 옆에 기념품 가게들과 갤러리, 관광안내소 등이 줄지어 있는 곳
돌아가기 전에 이건 꼭 사서 간다 .. 하고 결심
매시간마다 10분 정도 카리용(작은 차임벨)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 정오에 다시 돌아와서 연주를 듣기로 결심했다
늘 그렇듯 아무 생각 없이 낯선 동네에 와서 되는 대로 돌아다니지만.. 동시에 계획을 착착 세우는 나 자신이 기특해 (?)
그렇게 구글맵과 피크민 앱을 번갈아 켜느라고 아이폰에 코를 박고 걸어다니던 나
이 부근에서 조금만 더 가면 강을 볼 수 있다고 하길래 항구조아 인간은 또 못 참고 강가 구경을 해보기로 해요
독일어 문맹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문득 궁금한 것들은 나중에 한국 돌아와서 파파고 돌려봐야지~ 하면서 찍어 왔는데
실질적으로 돌려 본 건은 0건이네요 ^_^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 여행할 때만큼은 쫄보가 되는 건 어쩔 수 업서
그리고 지하도를 나오자마자 강풍이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기 시작한다
물가에 왔다 이 말이죠
브레멘 시가지와는 차원이 다른 추위에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그 와중에 눈 앞의 배들이 신기해서 멍하니 강가로 다가가 본다..
강가를 따라 작은 마켓도 늘어서 있었는데 왜 이렇게 칠레, 특히 칠레 남부의 바닷가 마을들 생각이 났을까
생각해보면 칠레에 독일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두 나라가 비슷한 분위기였던 건 당연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암튼.. 여름이었다면 강가에서 캔맥주나 한잔 했겠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빠르게 시가지로 돌아가 보았다
그치만 종교시설 그 자체가 너무도 흥미로운걸요
(+) 독일여행 4일차 정도 되니 이제 외관상으로 성당과 교회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대강 오래되고 화려하고 고딕로마네스크어쩌구양식이면 성당. 그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깔끔하고 검소해 보이면 교회. 라고 내 안에서 결론을 내림. 루터선생님 당신이 어쩌면 옳았습니다
맨날 시커먼 옷만 입고 다닐 것 같은 선입견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 온갖 색색 패딩과 패딩조끼와 비니들까지 K-등산객과 다를 바 없는 패션의 독일사람들이 길에 93181명 정도 있다
아 근데 나 이 사진 찍기 직전까지는 꽤나 행복? 했는데
여기서 누군가에게 니하오 시전 당하고 아주 살짝 기분 언짢아짐
작은 동네에서는 역시 어쩔 수 없나부다 ~^^~
그 와중에 화장실 (..) 가고 싶어서
마켓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이곳도 (당연하게도) 유료였다. 앞에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들어갈 때는 그가 업무태만 상태로 통화중이었기 때문에 '아 머고 여기는 돈 안 내도 되나보다' 하믄서 당당히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그가 돈 안 낸 나를 기억하고 있다가 내가 나오자마자 잽싸게 붙잡고 현금을 요구하여서 당황함
나는 그것두 모르고 화장실 안에서 '브레멘 마켓 볼 거 하낫또 없는데 돈 안 받는 거 하나 좋구만' 하고 생각하고 있었네 쳇
여러 일들이 있었구나.. 암튼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정오가 되어 글로켄슈필 하우스로 돌아갈 시간
한겨울 비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11시 55분쯤 되니 자그마한 골목 안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성수기에는 좀 더 일찍 와야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듯
자세한 내용은 영상 참고 바랍니다
⬇️
그래봐야 째깐한 종들 치는 건데 뭐~ 했지만 소리가 무척 맑고 예쁘고 조화로웠음
이후에도 몇몇 도시들을 다니며 카리용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암튼 뭐 이게 엄청난 장관까지는 아니지만
브레멘이 크게 볼거리가 있는 동네는 아니기 때문에 (...) 이거라도 알뜰히 챙겨 보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연주 끝날 때까지 10여분 정도 목이 빠져라 남의 집 지붕을 쳐다보다가
카페든 식당이든 들어가기 전에 짧게나마 쇼핑타임을 가져보기로 했어요
같은 골목에 있는 사탕가게에 방문
거의 10여분 정도 고민하다가 (생각이 너무 많으세요)
Bremen Bonbon이라는 시그니쳐 맛으로 2개 사서 하나는 채원에게 선물
이걸 보러 오는 가이드 투어 팀도 있었음
다음은 아까 Böttcherstraße에 들어올 때 지나쳤던 기념품 가게에서 엽서와 마그넷을 살 차례
그리고 내 기대보다 훨씬 아름다웠던 세인트 페트리 돔이 그려진 엽서를 샀다
독일 기념품 가게들에서 뭔가를 사면 저렇게 예쁜 봉투에 담아주는 게 너무 좋았다 🥲💙 (그냥 파란 글씨 써진 봉투이긴 하지만 뭔가 좋잔아요)
다시 광장 쪽으로 돌아간다. 이브 전날의 분위기 느껴보기
*
이어서 향해본 곳은 Schnoor라는 동네였고 브레멘에서 가장 오래된 구역이라고 한다.
대성당과 시청~Böttcherstraße~Schnoor 순서로 돌면 브레멘 당일치기 여행은 뚝딱-! 일듯
시청이 있는 광장에서는 5분 정도 걸어야 했는데 가는 길에 갑자기 트렘 4차선 만나서 당황했고
독일 사람들 늘 그렇듯 당당하게 무단횡단 하고 있어서 (...) 나도 당당히 건넜다. 독일에서 현지인처럼 보이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무단횡단을 하시길...
*
아무튼 내가 슈노어에 온 이유는 Cafe Tölke라는 카페에 방문하기 위해서였고 이곳의 케잌들이 맛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문을 열었으나
분명 내부에 자리가 많~이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앉을 자리가 없으니 나가라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
적지 않게 혼자서 여행을 다녀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꽤나 당혹스러웠다. 지금까지 다닌 나라들은 어쨌든 그 나라 말을 할 줄 아는 상태로 갔기 때문이었고 독일은 그렇지 않아서였을까? 영어로 대뜸 자리 있냐고 물어봤던 게 불쾌했던 걸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흔한 인종차별이었을 뿐인데 지금껏 내가 운이 좋아서 피해왔던 거였을까... 내 잘못도 아니고 길게 고민할 일도 아니었지만. 어쩐지 생각이 많아진 상태로 길거리로 나왔다.
골목을 배회하다가 눈에 띄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보았다
마침 브레멘이 Becks 맥주의 본고장이기 때문에 생맥이나 한 잔 시원하게 말고자
지금 보니 상호가 정말 정직하네
한번 거절당한 경험이 있어서 (..ㅠㅠ) 살짝 의기소침해져 있었는데 문 열자마자 종업원들이 너무 친절하게 맞이해 줘서 안도했음
전날 하루종일 밥을 제대로 못 먹었고 (플릭스트레인 주거..)
아침에도 샌드위치 하나만 먹었기 때문에 번듯한 식사를 하고 싶어서 한참 고민하다가, 아까 본 항구의 모습이 떠올라서 생선 요리를 먹어야겠다!! 싶어 메뉴판의 Seafood 항목들을 뚫어져라 째려본 결과. 뻔한 생선들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 무려 '가자미' 구이를 시켜 보았다. 외국에서 먹는 가자미라니 어떤 게 나올지 감도 안 오네,, 하믄서
미띤나 이거 진심 너무너무 시원하고 부드럽고
원래도 벡스 좋아하는데 원산지(?)에서 먹어보는 벡스 생맥의 맛이란.. 🥹 더군다나 어제까지는 든든한 동행과 함께였지만 혼자가 되어 크고 작은 수모와 설움(?)을 겪으면서 여행하고 있던 와중에 이런 게 목구멍으로 들어오니 모든 게 사르르르 녹아요
와 근데 진짜 찐. 가자미였네요 신기하다...
한국에서 먹는 가자미구이에 살짝 크리미한 소스가 뿌려진 요리였고 정말정말 맛있었으나 가자미가 워낙에 ㅈㄹ맞은 생선이어서 포크와 나이프로 가시 발라먹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음을 😇
결국 2/3 정도만 먹고 포기합니다 젓가락만 있었으면 이깟 생선 따위 순식간에 조사버렸을텐데 가자미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 뒤에 보이는 감자 사이드가 무척 맛있었고.. (역시 감자국) 테이블 담당 웨이터분이 정말 친절하게 오며가며 잘 챙겨주셨기에 감사한 마음에 팁까지 드리고 나왔다. 독일에서 가뭄에 콩나듯 경험했던 그것.. "친절"
벡스 한 잔에 얼굴 발그레해진 것은 비밀로 하도록 해
연말이라 닫은 곳이 많았고 날이 흐려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네요
그리고 브레멘은 대성당과 시청 근처 / Böttcherstraße / Schoor가 각자 다른 분위기이기 때문에 기왕 여기까지 왔다면 세 곳 모두 둘러봐야 한다고 생각함니다
*
그렇게 어느새 하노버로 돌아가려고 했던 시간이 되어.. 천천히 시청 광장 쪽으로 돌아가 본다
볼 때마다 원초적인 감탄을 멈출 수 없었네
그렇게 (술이 덜 깬 상태로) 길을 걷고 있자니
오른편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가게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초콜릿 하면 독일 초콜릿이지 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하쉐 초콜릿은 한국에서부터 이름이나마 들어 알고 있었고
그 하쉐 초콜릿의 본점이 바로 브레멘의 이곳이라는 거 아니겠어요 (사전 조사 부족으로 미처 몰랐던 사실)
심지어 브레멘 에디션(..)도 팔고 있으니 안 살 수가 없겠다 싶어서 냅다 하나 들고
눈에 불을 켜고 몇 개 시향해 보고 초콜릿과 베리 향이 나는 특이한 찻잎을 사왔다
발향이 꽤 강해서 캐리어에 같이 넣었던 짐들에 전부 초콜릿 향이 배었다는 TMI.. 맛은 너무 씁쓸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향이 워낙에 독특해서 적당히 만족하고 마시는 중이다
계산하려고 하는데 카드 리더기 문제로 비자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하시길래 (돌이켜보니 하노버 역에서 샌드위치 살 때도 그랬고.. 이날 전산에 뭔가 문제가 있었나) 어쩔 수 없이 지갑 뒤져서 현금으로 결제하는 와중에 종업원 분과 소소하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주고 받았던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
(사탕 2병, 엽서 2장에 마그넷 하나, 찻잎 한 봉지에 초콜릿 여러개,, 정신 차려보니 꽤나 많은 것들을 사버리고 말었다네유)
돌아가다가 갑자기 장갑 한 짝이 없어져서 파드득 놀랐는데
하쉐 초콜릿 쇼핑백 안에 있었음 ^^ 손에 든 짐이 많아져서 정신머리가 달아난다는 것이 개큰구매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디인들 안 그렇겠냐만은~ ~
유럽의 화장실 이용 이슈(..) 때문에 물병 들고 다니면서 물 맘껏 못 마시는 것이 슬펐다
아까 티켓 검사에 응하지 못한 것(..)이 분해서 이번에는 미리 MVV앱 켜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_ㅠ 안 해서 슬펐음
하노버에서 보낸 짧은 저녁은 투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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