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6년 12월 21일


*


여행 열한번째 날

역시나 아무도 안 일어날 시간에 주섬주섬 일어나, 어제 주인 아주머니가 주신 오렌지를 혼신의 힘을 다해 까먹고 밖으로 나왔다.

캐리어 끌고 계단 내려가는 소리(탕! 쿠닽탕탕탕!) 에 온 동네 사람들 다 깰까 걱정도 되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



론다 역까지 파워워킹. 아이고 힘들었다.



도착한 역은 매우 작았고. 아침 공기는 차가웠다.

워낙 작고 사건이나 사고 따위 없을 것 같은 역이어서 그런지 따로 짐 검사도 하지 않았고, 곧바로 승강장으로 들어가 기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간이역 분위기 물씬 나네

곧 도착한 기차를 타고 알헤시라스로 멀다면 먼 여정을 시작했다.



오늘도 창밖 풍경에 넋 한번 빼앗겨 주시고



까마득한 돌산들도 보고



스페인 남부의 햇빛은 도대체 뭘로 만들어졌길래, 와닿는 곳마다 이런 빛깔을 입히는지



그렇게 멍하니 지나가다가, 왠지 대단한 마을(!)을 발견했다. 이런 산골짜기에 저런 하얀 집무더기들이라니...세상에 너무 예쁘잖아요 ㅠㅅㅠ



나무가 부러질 것 같이 오렌지가 열린 나무들도 여럿 보고 (더 이상 새삼스런 장면이 아니게 됨)



그렇게 두시간 정도를 달려 알헤시라스에 도착한다.



이슬람 정취 물씬 풍기는 도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페인 최남단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모로코로 오가는 배를 탈 수 있는 곳이다.



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은..결코 어렵지 않았지만..나는 또 졸라 헤매고 말았으며

겨우 도착한 숙소에선 왠지 동네 할아버지들이 오손도손 떠들고 계셨다. 체크인이라는 걸 해줄 수 있는 아드님이 오시기까지 조금 기다려야 했음.



짐을 풀자마자 버스 터미널로 달려왔다

키 큰 야자수들과, 칸쿤에서 본 것만 같은 휴양지풍 발코니들이 나를 반겨주네



창구에 가서 어버버하고 있으니 친절히 타임테이블을 건내주심

 다음날 세비야 가는 표와 오늘 라 리네아로 가는 표를 사이좋게 산 다음에, 라 리네아 행 버스를 타러 승강장으로 향한다.



나름 스페인 남부 교통의 요지인데 너무나 텅 비어버린 버스 터미널



라 리네아행 버스는 요롷게 생겼다. 꽤나 작고 좁은 마을버스 느낌의 버스였다.



20여분 정도 달려 라 리네아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오늘만 벌써 기차와 버스로 도시를 세 군데나 오가고 있잖아....?



너무나 예쁜 시외버스 노선도



그리고 더없이 한산한 터미널 내부....를 빠져나와 본격 지브롤터로 향해본다.


*

아직도 내가 왜 지브롤터에 가겠다고 다른 도시의 일정을 쥐어짜 줄여가며 알헤시라스 행 렌페 티켓을 끊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다른 나라도 가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걸어서 국경을 넘는 경험을 꼭 해보고 싶었고ㅡ3년 전 페루-볼리비아, 그리고 볼리비아-칠레 국경을 넘었던 적이 있구나 생각해보니ㅡ영국령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으며 인생 첫 피쉬 앤 칩스는 왠지 영국 땅에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이 잡다하고 사소한 이유들 때문에 나는 굳이! 굳이....알헤시라스에 와서, 라 리네아로 다시 와서, 지브롤터까지 걸어가기에 이르른 것이다.



하여간 알 수 없는 것....;ㅅ; 암튼 지브롤터로 가기 위해 타박타박 남쪽으로 걷다 보면, 환전소들이 즐비하여 있어 누가 봐도 국경의 느낌을 풍기는 거리가 나온다.



정말 가까워서 지브롤터 시내 한복판까지도 도보로 30여분밖에 걸리지 않음



저멀리 지브롤터라는 나라의 랜드마크인 돌산이 보인다. 가슴이 매우 설레어 오기 시작



저기만 보고 따라가면 되니 길을 잃을 염려는 없겠어 헛헛



횡단보도를 건너 입국심사장으로 가보자



생각해보니 지브롤터 주민들은 밥먹듯이 여길 넘어다닐 게 아니겠니....? 넘나 신기한 마음을 안고 쭉쭉 앞으로 걸었다.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 스페인의 맥도날드도 한 번 봐주고....



아디오스 에스빠냐 몇 시간 뒤에 만나자 ㅠㅠ



그렇게 입국심사장에 도착



입장합시다

안은 생각보다 매우 단촐했고, 검사랄 것도 없이 휘리릭 몸수색을 하고 금방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나의 짧은 경험에 비유하자면....김포공항에서 제주도 가는 비행기 통과하는 느낌....전혀 출국의 느낌이 아니었던 거시다...



와중에 도장 찍어달라고 찡찡대서 도장도 받음

한국에서 온 여행자가 오랜만이었는지 꽤나 반가워하고 또 즐거워하시며 이런저런 것을 내게 물어보셨떤 기억이 나네



짜잔 이제 반대편으로 나왔답니다



나오자마자 윈스턴 처칠 애비뉴가 나와버리는 대단한 대영제국

그리고 내가 지브롤터에 오기로 한 또 다른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이 광활한 활주로를 건너 입국할 수 있다는 것이다 ㅠㅠ

살면서 비행기 활주로를 자유로이(물론 앞으로 뒤로만 걸어야 하지만) 활보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비행기가 이착륙할때는 길이 통제된다. 돌아올 때는 운 좋게, 바로 눈 앞에서 비행기가 떠오르는 풍경을 볼 수 있었음.


본격 지브롤터 방황기는 투비컨티뉴웅


반응형

'Vagabond > 2016 España'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 11 : 최남단  (0) 2017.08.01
DAY 11 : 들어는 보셨습니까 지브롤터  (1) 2017.08.01
DAY 10 : 론다에 온 이유  (1) 2017.08.01
DAY 10 : 한적함의 미  (0) 2017.07.31
DAY 10 : 두번째 안달루시아, 론다로  (0) 2017.07.31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