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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6일



안녕 오늘은 이부스키에 가는 날이에요.


가고시마의 소문난 근교 여행지! 모래찜질과 온천과 야자수가 반겨준다는 그야말로 힐링 여행지....


하지만 사서 고생을 하는 김귤희는 이번에도 아무도 시키지 않은 짓을 한다. 바로 JR 최남단 역이라는 니시오야마에 JR을 타고 다녀오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최남단이라는 것은? 인적이 드물고 따라서 저길 가는 기차편도 몇 없다는 것이죠?....그나마 해볼 만 한 동선이 새벽 6시 20분에 츄오역에서 출발하는 JR이부스키선을 타는 것이었다. 6ㅋㅋㅋ싴ㅋㅋㅋ회사 가냐고;;;; 하지만 차 없이 니시오야마까지 가려면 어쩌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나란 놈은 남들 다 힐링하는 여행지를 혼자 대모험하러 가는 것...


아무튼 4시 반에 부랴부랴에 일어나서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저 한적합니다

트램 첫차를 타려다가, 도착 시간이 영 불안할 것 같아서 그냥 일찍 나와서 걷기로 했다. 덴몬칸에서 츄오역까지 20분이면 갈 수 있다.



아직은 올 기미가 없었던 첫차



이따금씩 들리는 차소리를 BGM 삼아서 혼자 씩씩하게 츄오역까지 걸었다

540m가 남았다지만 어쩐지 츄오역 관람차는 아직도 멀게만 보이던걸요



중간에 강도 한 번 봐주고



왠지 되게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뿌듯했다. 아니 객관적으로 여행 와서 5시부터 파워워킹 시작하면 그거 부지런한 사람 맞잖아 그치..



츄오역에 도착하자마자 발권부터 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늘 파스모 스이카 이코카 등으로 다녔지만, 파스모를 못 쓰는 가고시마 현에서는 표를 끊는 수밖에. 오랜만에 표 자판기 써 보니 즐거웠다




역 근처의 패밀리마트에서 간단히 아침거리를 사서 조금 일찍 플랫폼으로 내려가 보기로 한다

날씨가 약간 흐려서 슬프네요 (귤무룩)


*

내려가니 이미 야마카와행 노오란 JR열차가 도착해 있었다. 출발 시간까지는 좀 남았으므로 밖에서 사온 것들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참 ★ 치 ★ 마 ★ 요 

일본에서 늘 오니기리 먹으면 참치마요만 먹는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늘 남아 있는 것들은 우메보시나 다시마나 이런 이상한 것들이어서 그래요,,쥬륵




아무도 없었던 텅 빈 승강장



내가 타고 갈 열차. 노랑노랑 예쁘다




안에는 이렇게 생긴 평범한 지하철이었다


어...어엄...사람들 이부스키 가면서 에키벤도 까먹고 그런다던데 도대체 어떻게들 드신 거죠? 아마 좀 더 유동인구가 많을 오전 시간대에는 이렇게 생긴 열차가 아니라 앞을 보고 있는 좌석도 있는 열차가 다니는 거였을까




빠른 속도로 출발



와 신난다 기차여행이다! 하며 잔뜩 신난 나와, 왠지 같이 신나 보이는(?) 내 소지품들

중간중간 (야구부인지) 야구모자에 큼지막한 가방을 맨 남자 애기들이 탔는데, 넘 귀여웠다. 일요일 아침인데 다들 열심이구나 ㅠㅠ



가고시마에서 이부스키 방면으로 가는 열차에서는 바다를 예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타마테바코라는 바닷가 여행 테마 열차도 다니고. 일반 JR 열차에서도 바다와 사쿠라지마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해서..기대를 했는데요..



뭐지 이 유령 나올 것 같은 풍경은

날이 안 좋거나 비가 올 때는 아무 기대를 하지 말고 갑시다 여러분




그래도 중간중간 보이는 시골 마을의 풍경들과, 낯선 이름의 역들이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전날 사 놨던 두 개의 야끼도넛 중 하나. 초코 맛이었는데 흐극..다음날 먹어도 보드랍고 맛있구나



다시 출발하는 열차






어느덧 이부스키 근처까지 온 모습이다 (두근)


*

니시오야마로 가기 위해서는 이부스키를 지나 야마가와에서 이부스키 마쿠라자키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어차피 이 열차는 야마가와가 종점. 내려서 사람들을 따라 (그래봤자 2-3명 정도였지만....) 열차를 갈아탔다. 환승 시간이 4분밖에 안 되었고, 다음 마쿠라자키 열차는 몇 시간은 뒤에 오기 때문에. 걱정 많은 김귤희는 오는 내내 초조했다  ๑•̥﹏•̥๑  중간 중간 기차가 천천히 달리거나 정차 시간이 길어지는 때가 있어서 '이러다 환승 못 해서 주옥 되는 거 아닌가' 싶었던 거시에요. 그치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마 환승할 사람들을 위해 마쿠라자키 열차 출발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운영해 주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봤자 환승객 5명도 안 되는 작은 간이역인데 그냥 쌩 가버리는 건 너무 야박하잖아욧



잡소리가 길었고 암튼 야마카와 역에서 환승합니다!

내릴 때 환승한다고 얘기하고 내렸고, 니시오야마 역에 도착했을 때 표 보여주고 내렸다. (가고시마에서 발권할 때부터 니시오야마로 목적지를 찍고 내린 상태)



신기하게 생긴 산도 보고 (첨에 저게 뭔가 내가 지금 헛걸 보고 있나 싶었다..)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도 보고. 이야 정말 옛날 열차였다. 이런 걸 다 타보다니 신기해



논밭과 야자수가 함께 있는 묘한 곳...이곳은 바로 이부스키입니다 여러분...



10분쯤 달려 니시오야마 역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환호성이 절로 나왔던 건 역시 가이몬 산 때문이었다

우와아앜! 우와!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나를 남겨두고 천천히 출발하는 JR 마쿠라자키 열차..



니시오야마 역은 무인역으로, 근처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고 뒤에 작은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있을 뿐이다.

역 앞으로는 이런 허허벌판과....배추밭과....내가 머물렀던 약 30분 동안 아무 차도 지나다니지 않았던 시골 도로가 있었다.



극 강 의 고 요 함

들리는 건 풀벌레 소리 뿐이고....만약에 여길 첫차 타고 해 뜨기 전에 왔으면 너무 무서워서 울었을지도 몰라 뜨흐흑



최남단에 제가 왔어요



표지판도 찍어보고. 저 뒤의 가이몬 산은 아무리 봐도 신령스러워서(!) 

굳이 최남단 따위에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어도 한 번쯤 와서 풍경을 감상하고 가기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그저 꿈꾸던 장소에 와서 너무 신났을 뿐이고




뻗친 머리로 흔적 남기기





다음 열차는 8시 30분에 도착. 40분 정도를 이 역에서 보내야 했는데, 아까도 말했듯 주변에 정말 아무 것도 없었지만...그저 이 풍경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람들 오기 전에 셀카도 찍자 하며 열일하는 모습




으흐흑 최고야 너무나 여름의 일본이었다




표지판도 찍어보고 어쩐지 철덕 아닌 철덕여행


그러던 와중 차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 일본인 부부가 도착했다. 마침 심심했던 터라 이것 저것 물어보시는 말에 열심히...나름 열심히 대답해 드림......의사소통은 못 해 먹을 일본어 실력의 외국인이었지만 아무튼 두 분도 즐거워 보이셨어서 다행이었다. 어머님은 최근에 명동에서 부침개를 드시고 오셨다고 함 (내가 '닭 한마리는 안 드셨어요???' 했는데 뭔지 모르셔서 갑분싸 되었던 것은 덤)



하지 말라면 하지 마십쇼 당신의 목숨은 소중합니다



파릇한 풀들. 이런 게 새삼 신기하다니 나도 이제 서울에 10년 가까이 살았다고 스울 사람이 다 되었따 이 말이다 마



일본인 부부가 떠나시고, 조금 지나니 이번에는 카메라 장비를 든 할아버지들이 한두 분씩 오셔서 사진을 찍기 시작하셨다


제가! 바로! 미놀타! 필카! 유저입니다! (??) 하며 부심도 부리고...모델도 잠깐 서 드리고...(머쓱) JR을 타고 왔다고 하니 신기해하시는 걸 보고 뿌듯함도 느끼고 그러했다.. 가고시마 사람들 다들 착해서 그런진 몰라도, 어쩐지 도착한 첫날부터 계속 현지인들과 즐거운 대화를 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네예


어느덧 8시 20분이 되어서 열차가 들어왔고, 그 순간을 열심히 찍으시던 할아버지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는 열차에 올랐다



무인역이기 때문에 스스로 표를 뽑아야 합니다

돈은 이부스키 역에 내려서 개찰구 통과할 때 역무원에게 지불하면 된다. 



이야 정말 시골이네

아침부터 개고생했던 이부스키 여행은 계속된다 투비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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