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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31일
우유니 마을에서 시작하는 오늘의 일정
어쩌다 흘러들어가게 된 마나호텔의 축축한 침대에서,, 분명 눈을 감았다 뜨기만 한 것 같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선라이즈 출발 시간인 새벽 두 시였다. 같이 투어를 하게 되어서 같은 방에서 묵었던 언니들과 함께, 찬물에 세수를 하고 알차게 눈썹까지 (^^) 그린 뒤. 새벽의 우유니 사막은 장난 아니게 춥다는 말을 떠올리며 있는 옷을 다 껴입고 브리사 앞으로 달려갔다. 가이드 죠니와 나머지 투어 멤버 4명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
멤버 구성은 일본인 1명과 한국인 6명....역시 우유니는 볼리비아 안의 작은 아시아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라파즈에서 같이 다녔던 J오빠와, 같이 방을 쓴 H언니와 S언니. 그리고 이날 오후의 선셋 투어도 함께 하게 되었던 남매분들, 여기에 나까지. 여섯명의 한국인들은 뒷좌석에 오손도손 타서 서로의 여행 얘기를 하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잠깐 가이드 얘기를 하자면)
이름만 들었을 때 샤프한 이미지일 것 같았던 죠니는...그냥 푸근한 볼리비아 아저씨였다 헛헛
캄캄한 어둠을 뚫고 헤드라이터를 여기저기 비추어 가며 물이 찬 곳을 열심히 찾아 줬던 죠니 덕분에 금방 물찬 우유니 사막에 도착할 수 있었겠지..
*
얼마나 달렸을까. 죠니가 차를 세웠고, 나눠주는 장화를 받아 신고는 다들 하나 둘씩 지프차 밖으로 나왔다. 자동반사처럼 올려다 봤던 하늘에는 말 그대로 '빼곡하게' 별들이 박혀 있었다. (물론 가장 먼저 느꼈던 감정은 으어어어어 졸라 추워!!!! 였습니다...)
다들 질세라 죠니가 꺼내준 의자에 쪼로록 앉아 하염없이 별을 보기 시작했다. 당시 나의 로망이었던 남십자성 찾기를 하느라고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와중, 팀의 유일한 일본인 친구가 옆에 와서 앉았고. 떠듬떠듬 이야기를 하다가 그 친구도 남십자성을 오랫동안 보고 싶어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구글 스카이맵을 켜서 한참을 시도해 봤지만, 별이 너무 많으면 별자리 찾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었다. 하늘에 이렇게 많은 별들이 있다니. 옛 사람들이 왜 하늘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는지, 그리고 왜 사람마다, 문화마다 보이는 그림이 달랐던 건지 알 것만 같았다. 연결할 수 있는 별들이 이렇게 지천이니까 그랬던 거였어.....
그렇게 목성도 찾고, 토성도 찾고, 다른 수많은 별자리들을 찾아낸 뒤에야 가까스로 남십자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후로도 한두 시간 동안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별만 봤다. 추위에 떨면서도 아무도 차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고 (죠니는 예외) 다들 일어서서 돌아다니거나,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혹은 누군가 비워 놓은 자리를 붙이고는 누워서 멍하니 하늘만 보곤 했다. 별들은 이따금씩 짧고 긴 궤적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때마다 아 봤어! 나도 봤어! 난 못 봤어! 하는 탄성과 한숨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가장 긴 꼬리를 그렸던 3개의 별똥별이 동시에 떨어질 때 2015년에 대한 소원을 빌었는데,, 참 오래 전의 일이구나,,,
하늘만 보다 목이 아파져서 땅을 바라보면 물이 가득한 우유니 사막의 바닥에 별들이 깜빡깜빡 비치는,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은하수였겠지
별 사진은 찍어본 적이 없어서 헤매고 있었는데, 옆 지프차에 타고 있던 대만에서 온 친구가 알려 주었다. 매뉴얼 모드는 이렇게 쓰는 거구나...주인 잘못 만나서 A모드로만 찍히고 있던 내 미러리스 미안하다...고맙다고 호들갑 떨었더니 다들 카메라를 들고 하나 둘 대만 친구에게 가는 게 넘 웃겼다 ㅜㅜ
*
그렇게 또 한시간 정도를 보내고. '다들 슬슬 배터리를 아껴! 좀 있으면 해가 뜰 테니까!' 하고 대만 친구가 소리쳤다. 어느새 동쪽 하늘이 밝아져 오고 있었던 것이다.
터오는 동과 미처 지지 못한 수많은 별들
장노출로 우유니 심령사진 찍기
가마니처럼 있어야 이런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독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번번히 옆 사람들이 같이 나와서 fail
어느새 하늘은 이렇게나 밝아져 왔고! 소멸하는 H언니....가지마 언니...
다들 실루엣 사진 찍는다고 정신이 없을 때 해는 점차 떠오르고 있습니다
내 카메라로 동행들의 사진의 대부분을 찍어 놨기 때문에,, 칠레에서 보내주느라 고생 좀 했다. 하지만 뿌듯했던 기억
꿈이었을까
어두울 땐 미처 보지 못했던 우유니의 반영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어느새 환해졌고
신난 나...이맘때의 단골 포즈를 해 본다..
그렇게 해가 보일랑 말랑 할 무렵,, 차에서 자던 죠니가 모자를 긁으며 밖으로 나왔다. 이제 포토타임이에요.
죠니가 시키는 대로 하면 우유니가 되는 기적
사람이 남으면 저렇게 양 옆에 이상한 물체를 만들어 주는 모양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왼쪽에서 정체불명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프랑스 친구 Mona (이름도 아직 기억나네) 지금쯤 지구 반대편에서 잘 살고 있니...?
그리고 드디어 떠오른 2014년의 마지막 해
눈이 부셔서 쳐다볼 수 없어
아이고 껄껄껄 꺄르르르륵 즐거운 시간
황망히 바라보는 올해의 마지막 해돋이. 소원이라도 빌었어야 하나
선라이즈가 두 번째라는 남매분들의 말에 따르면 우유니에서 멋진 반영을 보려면 '바람이 안 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날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반영도 환상이고 별도 전날보다 많이 보였다고 한다. 여러 모로 운이 좋았던 선라이즈 투어였다 (바로 전날 우유니 마을에 도착해서 죠니 투어에 들어간 것부터 해서....운이 투머치로 좋았던 걸까
물론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비가 충분히 오지 않아서 (내가 도착하기 전 일주일 동안 우유니 마을에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유명한 사진들처럼 끝없는 반영을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지평선을 경계로 데칼코마니처럼 비치던 해와 구름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한참 해를 보다가 반대편을 보니 어느새 이렇게 밝은 풍경이~~꺄륵~
우리의 가이드 죠니
투어로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소금사막에 건물을 짓고 있다는 풍문을ㅋㅋㅋㅋㅋ들었는데 어느덧 4년이 흘렀으니 이제 다 지었겠지...?
차례로 사람들 사진을 찍어주던 죠니를 뒤로 하고
죠니의 동생이라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던 죨리 (라고 하기엔 얼굴이 하나도 안 똑같잖아 이놈들....) 와 함께 역광 사진을 찍었다
그치만 죨리 당신도 좋은 포토그래퍼구나 찡긋
그리고 드디어 차례가 되어 죠니와 함께
시키는 대로 뛴다
집 떠나 5개월차였던 나의 날것 그대로인 생머리....
끼요르힝 신난다
단체샷도 알뜰살뜰 찍어주는 죠니
모자이크하다 보니 나까지 하고있넼ㅋㅋㅋ
아무튼 기차놀이도 시키는 대로 잘 하고
뜻밖의 아침체조도 한다 살려줘 죠니...
*
그렇게 8시 즈음까지 샤따를 누르다가 다시 지프차를 타고 우유니 시내로 돌아왔다.
이제 와 돌이켜 보아도 선라이즈 투어는 인생의 경험이었다. 선셋 선라이즈 모두 했지만, 그리고 선셋에서 만난 사람들과 더 친해져서 다음날까지 하루종일 놀았지만, 투어 자체만 보면 선라이즈가 다 압살해 버렸다는 거시에요.....이때는 2015년이니 요즘은 더 좋은 투어가 많이 나왔겠지?
물론 날씨운도 터져버렸다 대지의 여신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날씨를 주셔서 ㅠㅠ 파차마마..파차마마를 찾아야 하나 여기선...
돌아온 마나호텔. 여전히 너무 불친절해서 웃겼다 꺄르르르륵
같이 방을 썼던 H언니는 우리와 작별인사를 하고 1박 2일 투어를 하러 황급히 떠났고
(이때가 언니와 같이 있었던 마지막 순간이었는데, 언니가 경량패딩 커버와 튜브 고추장을 남겨두고 간 걸 뒤늦게 알아서....주섬주섬 챙겨서 한국까지 돌아왔지만 결국 패딩커버는 돌려주지 못했다 언니 잘 사나요....? 보고시퍼여 ㅠㅠㅠ)
S언니와 나는 다시 마나호텔 침대로 다이빙. 새벽 2시부터 8시까지 추위에 벌벌 떨고 소금물에서 뛰어다니며 혹사당한 몸을 쉬게 하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몇 시간이고 일어나기 싫었지만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왔으므로 어쩔 수 없이 짐을 챙겨 S언니와도 작별인사를 하고, 오늘자로 예약된 호스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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