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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7일


Mama's home 호스텔에서 눈을 뜨자마자 엄습하는 추위. 나는 지금 유카탄인데 왜 춥지....하고 주섬주섬 침낭 밖으로 나왔다.

아니 침낭???? 내가 왜 침낭 안에 있지???? 도미토리의 풍경은 전례 없는 난장판이었고 에어컨은 더없이 씽씽 돌아가고 있었다. 최소 5시간은 멈춤 없이 18도로 돌아갔을 것 같은 추위. 내 옆 침대에는 서양 남녀가....(*ଘ(੭*ˊᵕˋ)੭* ੈ♡‧₊˚ 에라이 그만 하자



암튼 배가 고프니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호르헤 아저씨가 빛의 속도로 만들어 가져다 주신 과일+요거트+무슬리+꿀의 조합


마침 내려온 도미토리 멤버들과 진상 조사를 한 결과 범인은 내 윗침대에서 자던 사람이었다. 에어컨 리모콘을 자기 배에 깔고 자버리는 바람에 우리 모두는 얼어 죽을 것처럼 추웠지만 에어컨을 끌 수 없었고 (ㅋㅋㅋㅋ) 나는 아마 새벽에 덜덜 떨다 못해 침낭을 꺼내고 그 안에 들어갔던 것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았다. 무의식 중에도 얼어 죽기는 싫었나 보다..암튼 다들 시원하게 자서 다행이지 하하호호 하며 해피엔딩



체크아웃 후 택시를 타고 대망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로 향한다.

지도에서 볼 수 있듯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었는데, 아저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200페소를 불렀다. 뭐 나는 여기 사람 아니고 얼마가 적정가인지 모르겠으니 일단 드리는 걸로....


*

리조트의 이름은 Pavoreal beach resort. pavo만 보고 칠면조 리조트라는 거냐 했는데 알고 보니 pavo real은 공작새였다 ^ㅅ^;

배낭여행자 형편에 올인클루시브 묵기 쉽지 않았지만 부킹닷컴에서 10만원에 할인 행사를 하고 있어서 얼른 낚아채서 와 보았던 곳.



대부분의 호텔들처럼 방은 오후에야 준비가 되고 나는 오전 열시에 여기를 와 버렸네

일단 짐은 창고에 넣고 주섬주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일단 해변으로 가본다. 저멀리 보이는 카리브해!!



그림같은 수영장응엉ㅇ엉 야쟈수우우우우



세상 이것이 행복인가여



바로 선베드에 자리를 잡았다. 구름에 살짝 가려져 있던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더더욱 예뻐져 오는 나의 카리브해


*

그렇게 30분 가량 바다를 보며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이 하고 싶어져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를 연결했는데, 이 리조트에서 와이파이를 쓰려면 돈을 내고 시간별 이용권을 구매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런 망할 여기가 옆동네 쿠바냐....하며 카드번호를 입력하려고 지갑을 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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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가 없었다.

카드....? 내 카드 어딨어....카도....

.

.

30초 가량 멍하니 있다가 문득 어젯밤에 마지막으로 ATM에서 500페소를 인출하고 나서 카드를 지갑에 넣은 기억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 엌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 멍청이 뭐냐고 ㅠㅠ 일단 급하게 원피스를 다시 주워입고는 로비로 달려나가 택시를 탔다. 그렇게 HSBC 은행에 도착해서 폭풍같이 문을 열어제끼려 했으나 오늘은 일요일. 그것도 모르고 대책 없이 택시를 탔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몸아 미안해 내 머리가 나빠서 ㅠ_ㅠ 시벌탱....

일단 카드사로 연락해서 정지를 하려 했으나 코드번호가 부족하다고 전화 연결이 안 되어서 2차로 멘붕. 훌쩍거리는 와중에 옆에서 친절하신 택시 아저씨가 이것 저것 도와주셔서 겨우 부족한 코드번호를 알아 내서 시티은행과 전화연결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단 카드 정지를 시키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아저씨께서 '아마 누가 뽑아간 게 아니라면 다시 기계 안으로 말려들어갔을 테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위로해 주셔서 겨우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아저씌ㅠㅠㅠ너무 감사해서 팁이라도 더 드리고 싶었는데 망할 놈의 현금이 없네. 이 사실을 그대로 아저씨께 말씀드리니 괜찮다고 넣어 두라고 하셔서, 그게 또 감사해서 눈물이 더 났다. 멕시코 사람들은 늘 친절하지만 대가를 바라고 베푸는 사람들도 많아서, 멍청함이 디폴트에 (ㅅㅂ) 스페인어가 모국어도 아닌 나는 호의를 받으면서도 늘 긴장하기 마련이었다. 그치만 이날 만난 택시 아저씨는 정말! 정말 좋은 분이셨다. 



화장 다 번져서 다시 해변가로 돌아옴. 그 사이 해는 더 쨍쨍해졌고 바다는 눈물나게 예뻤다. 따흐흑 또 눈물이 나네....,몸 안에 수분이 다 마르겄어...





생각보다 물이 깨끗하진 않았고 이 리조트의 구글맵 후기에도 그런 얘기들이 많았지만 (파도가 잔잔해서 불순물이 많이 떠다니는 모양)

좀 드러우면 어떠냐 색깔이 저렇게 예쁜데??? 카리브해 짱머거라 ㅠㅠㅠ



막 찍어도 달력사진



잔잔하고 의외로 따뜻했던 물



야자수도 많고 진짜 휴양 온 기분 났다! 언제 카드 잃어버렸나 싶을 정도로 신남

어차피 잔고는 8만원 밖에 없었으니 크게 손해 본 것도 아니고, 그냥 맘 편히 넘기고 놀아야지 뭐~~~~어쩌냐~~~하고 나의 특기 정신승리를 시전


(이때까지만 해도 다른 체크카드들이 잘 작동될 줄 알았지....그랬찌....)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어 밥 먹으러 간다 (와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 아직 점심때란 말이여? 충격)


칸쿤의 호화 올인클루시브 호텔들처럼 고급 레스토랑 음식은 아니었지만 나름 알차고 맛있는 점심 뷔페였다. 아까 눈물범벅이 되어 돌아온 내게 계속 괜찮냐고 물어봐 줬던 어느 스탭 여자아이는 가족들과 커플들 틈새에 껴서 혼자 밥 먹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이날 점심, 저녁 모두 나와 함께 해 주었다꜀( ˊ̠˂˃ˋ̠ )꜆ 힝 고마워.. 여행운은 박복했지만 인복은 여러 모로 풍족했던 하루



다 먹고는 또 마냥 선베드에 늘어져 있기



이 리조트 오너가 이탈리아 사람이라더니, 투숙객도 대부분 이탈리아 사람들이었다.

겨울인 요즘은 엄청나게 휴양을 온다고 한다. 해 쨍쨍한 곳에 일부러 누워서 태닝하는 멋진 사람들 흑흑



누워 있는 것도 지겨워서 산책이나 해보기로 한다

(사실 가지고 온 책이라곤 마르께스의 <칠레의 모든 기록들> 뿐이었는데 별로 여기서 읽고 싶지는 않았쓰)




리조트 해변 왼쪽 끄트머리의 새 군락지(?)에도 슬쩍 가보고



계속 해변가 따라 산책하며 해초 구경




그런데 어쩐지 자꾸만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었다





구름 껴도 예쁜 이곳은 바로 카리브해~~~

아 이사진엔 불순물이 좀 보이네




저 바다에 누워어 외로운 물새 될까아





쪼그려 앉아 조개도 주워보고



방에 가서 한 시간 정도 쉬고, 노트북 들고 나와서 다시 신선 놀음 시작

유료 와이파이는 울 아부지 카드로 결제해서 이제 열두 시간 동안 쓸 수 있게 되었다,,,,ㅜ^ㅠ 불효녀



하지만 슬슬 해질녘이었고 바람이 차가워지고 있었으므로 가지고 온 노트북은 다시 고스란히 들고 방으로 퇴갤....



침대 위에 고이 놓고 다시 나와본다





걍 노을이나 좀 보다가 들어가기로 한다

아쉽게도 여기는 동쪽 해변이라 석양을 볼 수는 없었고, 대신 다음날 일출을 기대하며 저녁 먹으러 ㅌㅌ




이거 잘 모르겠지만 약간 이탈리아식 저녁인가 후훗

암튼 저녁 역시 스탭인 Fernanda와 함께 옴뇸뇸. 페르난다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지난주부터 여기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TEC de Monterrey 산하 고등학교인 Prepa TEC에 다니고 있었는데, course를 다 마치려면 아직 자격요건 갖춰야 할 게 몇개 남아서 졸업을 못 하고 있다고. 영어도 잘 하고 아주 상냥한 친구였다. 서비스직이니 힘든 일이 많겠지만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넘 보기 좋았다.



후식도 알차게 먹고 배가 터져나가는 중


그리고 밤에는 계속해서 폭우가 내렸다. 여기 묵은 이유 중 하나가 뚤룸의 밤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는데,,모 블로그에서 뚤룸 밤바다가 그렇게 조용하고 고즈넉하고 별들도 많이 보이고 그렇다고 했는데,,,,따흑,,그래도 해 뜨는 걸 보는 게 어디냐 하며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을 청했다. 험난한 하루였기에 그랬는지는 몰라도 오랜만에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 수 있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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