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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2016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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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미겔 전망대를 내려와, 다음 도장깨기를 위해 산 크리스토발 전망대로 향했다
살바도르 광장으로 돌아와 서쪽으로 가는 중. 아무 생각 없이 Calle Panaderos라는 이 골목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뜻밖의 예쁜 거리를 만났다
왠지 꿈 속이나 마그리트 그림에서야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초현실적인 느낌이었다. 벽에 달린 수많은 화분들이라니.
(나중에 코르도바에 가서도 비슷한 풍경ㅡ흰 벽에 파란 화분, 그리고 빨간 꽃들ㅡ을 봤는데 이건 안달루시아 지역의 골목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장식이었을까)
홀린 듯 골목을 빠져나와 Plaza Larga로 간다!
여기서 Arco de las pesas 방향으로 가면 산 니콜라스 전망대가 나오고, 가던 언덕길로 계속 올라가면 산 크리스토발 전망대가 나온다.
길 헤매기 딱 좋은 알바이신 지구에서 나름의 분기점 같은 곳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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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르가 광장에서는 약간의 추억거리(?)가 있었다.
스페인의 여느 광장이 그렇듯 라르가 광장도 사람들로 복작거렸는데, 그 와중에 어느 한국인 아주머니가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딸을 데리고 서툰 스페인어로 현지인에게 전망대로 가는 길을 물어보시는 장면이 나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왠지 도우미 정신(....)이 발동하여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여쭤보니, 아기 아버님과 잠깐 떨어졌다가 '전망대'에서 만나기로 하셨다는데, 그게 산 니콜라스 전망대인지 산 크리스토발 전망대인지 모르겠는 상황..이셨던 것이다....;ㅅ;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유명한 곳이 아닐까 ;ㅅ; 하는 맘에 일단 니콜라스 전망대로 가는 길을 추천(?)드리고, '제가 지금 산 크리스토발 전망대로 가는 길인데, 거기 혹시 한국인 아버님이 계시면 얼른 니콜라스 전망대로 가라고 말씀드릴게요!!!!'라고 선언을 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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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라르가 광장에선 웬 정신이 온전치 못한 집시분이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그 모습을 보던 아주머니는 혼자 다니는 나의 안위를 매우 걱정해 주시며 딸과 함께 니콜라스 전망대 쪽으로 떠나심.
그렇게 나 역시 왠지 모를 사명감을 띠고 (비-장) 산 크리스토발 전망대로 향했다. 가족의 재상봉이 달렸어..
잔뜩 흐려진 날씨였지만 행여나 일몰을 놓칠까 (+혹시 산 크리스토발 전망대에 혼자 계실 아조시를 놓칠까..) 잰걸음으로 언덕길을 올랐다
이상하게 사람이라곤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어서 내가 제대로 가는게 맞나 매우 불안하였다.
다행히 무사히 도착. 일몰도 한창 진행중이었다!
아휴 지도로 보니 참....전망대 하나 보겠다고 이 멀리까지 왔어 또
듣기로 산 크리스토발 전망대는 알함브라 궁이 가장 가까이 보이는 전망대라고 한다
(산 미겔은 가장 높은 곳, 산 니콜라스는 제일 유명하고 제일 뷰가 좋고 제일 사람이 많은 곳.....인가 봄.....)
근데 나의 소감은 ㅡ 딱히 더 가까이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었고;ㅅ;
소소하게 좋았던 점이라면 일단 사람이 정말 없었다. 물론 한국인 아저씨도 안 계셨음.
역시 니콜라스 전망대에서 만나기로 하셨던 게 맞았구나 하며 안도의 한숨(?)
어디서 보든 그라나다 시내의 전망은 보물같아
뒷편에 있던 동명의 교회
그리고 이때는 잘 몰랐지만 돌아와서 지도로 보니 이 플라맹고 공연장도 꽤 유명한 곳인 모양이다
그렇다기엔 너무 황량했던 산 크리스토발 전망대,,
일단 와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산 니콜라스 전망대로 유유히 출발하였다
(그라나다엔 앞서 말했듯 전망대 3개가 있고 각각의 특징이 있지만, 시간이 촉박한 여행자라면 단연 산 니콜라스 하나만 가면 됨
개인적으로 산 크리스토발은 추천하지 않고, 여유가 좀 있고 동행이 있다면 산미겔 정도는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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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날로 그라나다 이틀째였던 김귤희는 유유히 산 니콜라스 전망대 도착
사실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구글맵 안 봐도 금방 갈 수 있었다.
혹시 불 켜지는 순간을 볼 수 있을까 하여 열심히 걸어왔는데 이미 알함브라 궁엔 불이 켜져 있었네
분명 어제 봤던 그 풍경인데 왜 이렇게 맘을 울릴까
하늘은 남미에서 보던 그 불타는 석양과 꼭 닮아서 또 행복하였고
오전에 벌벌 떨며 알함브라 궁전을 빙빙 돌았던 보람이 있었다. 이제 어디가 무슨 건물인지 다 알겠자나 ㅠㅠ
오전에 내가 저 망루에서, 저 창문 틈새로 알바이신 지구를 내려다보았다니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헤네랄리페도 이렇게 눈에 선하게 새하얄 줄이야. 뾰족한 나무들이 가득한 정원까지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서는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이렇게 16년 12월 19일의 해도 가버렸다 쀼
하루하루가 가는 게 점점 아쉬워지는 여행 9일차,,,;ㅅ;
역시 그라나다는 사랑이야....하면서 한참을 앉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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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 비치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히로나에서 잠깐 같이 다녔던 G언니와 다른 한국분들이셨음.
반가운 맘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같이 야경을 보았다. 앗 그리고 아까 만났던 어머님과 애기, 아버지도 만났다! 무사히 상봉하셔서 다행이애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진짜로 어둠이 내려앉았고, 알함브라만 홀연히 빛날 뿐이었네....내일이면 이걸 더 볼 수 없단 사실이 그저 슬플 뿐이었다.
에휴 이 예쁜 도시도 오늘 밤이 지나면 당분간은 못 보겠구나.
여행을 하다 보면 당연히 떠나오는 순간에 아쉬운 맘이 드는 법이지만, 그라나다에서는 그 사실이 특히 유난했던 것 같다 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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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야경 감상을 마치고. 새로 만난 일행들과 시내에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하였다.
이분들은 미니 열차 티켓을 가지고 계셨으므로 그걸 타고, 나는 버스를 타고 각자 내려가 누에바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음
(이땐 몰랐다....나의 기나긴 기다림이 시작될 줄은....)
버스 정류장 가는 길
구글맵에서 버스 스탑을 찾는 건 늘 혼란스러운 일이다......물론 다음지도나 네이버 지도보다는 오천만배 정도 낫지만.....
무튼 나 말고도 어느 가족이 캐리어 한 무더기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더라. 눈치를 보며 같이 기다리다가 무사히 버스에 탑승했다.
알바이신 지구 버스는 나도 이날 처음 타 봤는데, 앞에 목적지가 잘 써져 있어서 그냥 슉 보고 타면 되었음. 쉽습니다!
구불구불 한참 동안 경사길을 따라 내려가는 버스였다. 창밖으로 달동네 같은 집들과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지막까지 알바이신을 알차게 느껴버린 느낌적인 느낌느낌
돌아온 누에바 광장~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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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20분, 30분 정도를 기다렸을까......곧 내려온다는 일행분들은 30분이 지나도록 광장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으셨다.......
(이때 왜 번호 받아올 생각을 못 했던 걸까)
40분 정도가 지나자 아 이렇게 마냥 기다리고 있을 건 아니지 않냐 / 이건 뭐지 나 지금 바람맞은건가 / 기타등등 / 기타등등등의 생각들이 푱푱 떠올랐고. 결국 기다리다 지쳐 나는 나의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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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든 누에바 광장을 지나, 더 정든 이사벨 광장을 지나고..있는데..
눈 앞에 굉장히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는 게 아니겠니. 앗 저건? 바르셀로나에서 만났던 나의 옛 동행 연언니가 자랑하던 편하고 튼튼한 서코니 운동화....그리고 저건 언니가 자라에서 샀던 라이더 자켓......저건 언니의 긴 생머리....(?) 언니??? 뭐지 하고 다가가 보니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냨ㅋㅋㅋㅋㅋㅋ정말로 연언니였던 것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니가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그라나다에 온다는 건 대강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그라나다 길 한복판에서 만날 일인 거냐고요ㅋㅋㅋㅋㅋ세상 좁고 그라나다가 이렇게 무슨 동네 골목길마냥 이 사람 저 사람 다 마주치는 곳인갘ㅋㅋㅋ
아무튼 너무 반갑고 우리 둘 다 저녁을 먹지 않았으므로 언니 저 바람맞은 것 같애영 찡찡...하며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하였다
어딜 가볼까 하다가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던 길을 따라.........아까 내가 서나언니와 점심을 먹었던 그 식당으로 다시 향했다.
한국의 그리운 돼지갈비찜 맛이 나는 그 타파스를 연언니에게도 맛보게 해주고 시퍼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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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튀긴 깔라마리를 달라고 해 보았다. 스페인 타파스 검색하면 맨날 사진 나오는 음식이라 너무 궁금했구요.
역시나 튀긴게 맛이 없을 리가 없었다. 샐러드 같이 주는 거 너무 좋고! 마요네즈인지 랜치인지 암튼 꼬소한 드레싱 뿌려줘서 너무 고맙다(?!!!!?!) ㅠㅠㅠㅠㅠ 마시썽 ㅠㅠㅠ
첫잔은 끌라라
내친 김에 띤또 데 베라노까지 한 잔 더 @_@
그리하여 두 번째는 대망의 돼지고기찜(?)
아 정말 부드럽고 잡내도 안 나고 약간 마늘맛 나는 소스에 푹 끓인 맛난 돼지고기....알럽소머취......하루에 두 번 먹어도 마시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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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삘을 받아버린 우리는 내친 김에 다른 타파스집까지 가보자!!!! 하며 2차 원정을 시작하는데..
이 분수는 언제 찍었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중간에 언니 호텔도 들어갔다가 오고ㅋㅋㅋㅋㅋㅋㅋㅋ(시설 훌륭했다)
나 약간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두 번째로 갔던 데가 저기가 맞ㄴ느지도 잘 모르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껄껄
암튼 무사히 바 자리에 착석
그라나다까지 왔으니 알함브라 맥주 안 먹으면 큰일나는 거 아니겠습니까요?
한잔 다 비웠으면 이집 끌라라는 또 어떤 맛인지 먹어봐야 되는 거 아니겠니??!
안주는 이 닭찜
굉장히 안동 찜닭의 느낌과 향과 맛이었다. 그라나다는 당최 뭐하는 곳인데 자꾸 한국 느낌 나는 안주 내놓으시는 겅ㅋㅋㅋㅋㅋㅋㅋㅋ아마도 이 타파스가 두 접시 나왔던 걸로 기억을 한. 다른 게 나왔더라면 내가 두 번 사진을 찍었겠지?? 근데 사진이 이것밖에 없으니 아마 똑같은 게 두개 나왔을거야?!!?
그렇게 연언니와 해피하게 취해가고 있자니 오전 오후에 알함브라, 그리고 산 미겔 전망대에서 봤던 그 인도 애를 여기서 또 마주쳤다. 그리고 아까 못 만났던 한국 일행분들도 이 술집에서 만나게 되었다?! 만남의 광장???!
그분들의 사연은 기차가 너무 늦게 와서 20분 정도나 기다렸다가 내려오시느라 나를 못 만나게 되었다고 하심....괜찮아요! 저는 바셀에서 같이 다녔던 동행 언니를 그라나다 길바닥에서 갑자기 뙇! 이러ㄹ케! 만나서! 같이 저녁을 먹으러 왔담니다! 헤헤!! 하고 해피엔딩을 맞았다.
요로케 그라나다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연언니와는 세비야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우리 숙소 앞에 있던 바인데 내가 다음날 새벽 기차만 아니었으면 또 여길 들어가버렸을지 모른ㄷ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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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넘나 드렁큰 앤 하이한 상태가 되어 잠이 듦. 나의 첫 안달루시아 도시 그라나다 안녕....맨정신으로 끝내지 못했구나....
다음은 쉬어가는 론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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