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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gabond/2016 España

DAY 6 : 히로나의 밤

만만다린 2017. 5. 3. 16:08



계속해서 2016년 12월 16일


*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힘들게 렌페에 탔지만, 그래서인지 영원히 타고 있어도 좋을 것만 같았지만. 고작 30분ㅇㅣ 걸려서 히로나에 도착했다. 

이동 시간..... 실화입니까....?



위치. 카탈란으로는 헤로나로 읽어야 하는 모양.



(+)

처음 타본 스페인의 열차(Renfe)는 생각보다 매우 아늑했다. 한국에선 기차를 타본 적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한국의 것과 비교는 불가.


(++)

마르세유까지 가는 열차였기 때문이었는지, 스페인어보다는 낯선 까딸란 혹은 불어가 훨씬 많이 들려왔다. 그제서야 지난 4일 간 카탈루냐 자치구의 바르셀로나에서 지냈던 나는, 어째서 여기가 까스띠야랑 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지? 라는 의문이 듦.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지난 25년 간 바르셀로나와 문화적으로 너무 친숙해져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히로나에서의 기억들은 왠지 스페인이 아닌, 낯선 나라 국경의 작은 마을을 여행했던 느낌이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와 보니 해가 지고 있는 5시 반



비에 쫄딱 젖었던 후드집업이 아직 덜 말랐던 시점. 넘모넘모 추웠다


바르셀로나에서 호스텔에 구겨져 자야만 했던 나를 위한 보상으로, 다음 숙소는 1인실로 예약해 놓았기에 내심 기대가 되었다. 다만 fancy한 호텔은 예약하지 못했고, 아쉬운 대로 pension 정도의 레벨이었음. 우리나라로 치면 약간.....뭐라고 해야 하냐 여관방....은....아니고.....뭔가 1대 1로 대응되는 개념이 없는 것 같군. 


아무튼 hostal과 pension으로 통칭되는ㅡ 호텔 다운그레이드 버전의 1-2인실을 운영하는 숙소들이 유럽에는 많이 있는 것 ㅏㄱㅌ았다.


*


15분밖에 안 걸린대서 걍 걸어가기로 함


근데 길을 졸라 헤맸다는 것이 문제이겠다 ^^ 거미줄 같은 구시가지의 길들 때문에 30분 정도는 헤맨 끝에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심지어 도착한 숙소 문은 잠겨있었구여....? 나새기 스페인에 도착한지 만 6일 만에 원어민 화자와 얼굴 안 보고 목소리로만 의사소통하는 상황이 오게 될 줄은 몰랐네;;; 외국어로의 전화통화/인터폰 대화는 그야말로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계기랄까. 


아무튼 인터폰 너머의 주인 아저씨가 문을 열어 주셨고, 1층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으며...무서워서 덜덜 떨고 있으니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버선발로 내려와서 2층의 숙소로 나를 안내해 주셨다.



그렇게 겨우겨우 아늑한 1인실 입실. 기쁨의 렌페 표 찍기


*

비에 젖은 옷들을 조금 말려보고ㅡ한국에서 사온 미니드라이어를 이때 처음 개시해 봤는데 처참한 풍력이었따ㅡ침대에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밖으로 나옴



숙소 앞의 골목. 이런 작은 곳에 숨어있으니 제가 길을 헤매지 않았을까유? ^ㅅ^



거기다 길은 온통 자갈길 돌길. 그나마 바르셀로나는 도시였고 캐리어 끌기가 편했다는 것....



공연이 한창이었는데 사람들 키가 너무 커서 당최 뭐 하고 있는지 안보인다 희희

(알아 나도 내가 작은거...)



멍하니 쇼윈도들을 구경. 이렇게 한꺼번에 볼 테면 보라는 듯이 진열품들을 쏟아놓는(!) 것이 새삼스럽네



딱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정처 없이 걸었다. 이곳은 약간 람블라스 느낌이 나는 쇼핑 거리였음.



일루미네이션이 아름답고....왠지 매우 지친 상태라 그런지 배도 별로 고프지 않았다. 

뺨에 와 닿는 공기는 바르셀로나의 그것보다 훨씬 차가웠던 것 같다. 이제 9일만 있으면 크리스마스라니.



또 다시 의미 없는 쇼윈도 구경. 저 허접한 헝겊 인형들이 왜인지 내 시선을 강탈하고 있자나..



그렇게 한참을 비에 젖은 돌길을 따라 마을 북쪽으로 올라갔다.



히로나의 별과 달



정겨운 옷가게. 아 내가 지금 대도시가 아니라 작은 도시에 있구나 'ㅅ' 



언덕을 따라 쭉 올라왔던 이유는 사실 얘를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였음.



인적이 드문 밤거리



근데 이 건물 도대체 무였는지 모르겠다....?

히로나에는 그냥 정말 퓨어한 백지 상태로 간 것이기 때문에 발길 닿는 대로 다녔고, 돌아와서 구글맵을 뒤져도 내가 뭘 보고 온 건지 모르겠네 ㅓㅅ헛


*


이곳이 아니었을까 추정됨



무튼 안쪽으로 들어가봤는데 인적이 너무 드물고, 주차된 차도 두어 대 뿐. 무서워서 냉큼 나왔다

전반적으로 히로나에서 뭣에 홀린 듯 다님; 길을 잃어도 다시 찾을 수 있는 작은 마을이야 괜찮아....하면서 방향 감각이란 건 다 꺼놓고 다녔던 듯



웬 어텀 리브스~스탈ㅌ 투 펄~



밝은 길로 나오는 중. 저멀리 지나가는 열차가 보였다. 일렁일렁



밝을 때 다시 만나요


*

이제 강을 건너 (Onyar라는 이름의 강이었음) 반대편 동네로 가 보자. 사실 히로나가 유명한 이유는 에펠이 지은 pont de les peixateries velles를 보기 위해서인데ㅡ까스띠야 어로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어 호에엥;ㅁ;ㅡ그거 말고도 다리가 몇 개 더 있다.



일단 나는 요걸 건너봄



카메라를 안 가지고 나와서 폰으로만 다 찍었더니 혈중 알코올 농도가 상당한 사람이 찍은 것만 같은 야경 사진들뿐이네;;;

건너편 마을엔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이 두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independecia 광장으로



계속해서 히로나에서 받았던 한산한 느낌은 이 곳에서도



광장을 따라 빙 둘러 식당과 술집, 디저트 가게들이 있었다. 왠지 추위에 손이 꽁꽁 언 상태였지만 아이스크림을 시키고 바깥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림. 심지어 Doble로 시켰다 꿀꿀



아차차 위치는 요기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인 모양인데 왠지 사람 아무도 없었고....금요일 밤인데 왜들 그래....



나오셨다 내 젤라또님

이날 하루종일 제대로 먹은 거라곤 없고....오전에도 초코케잌 하나 먹었는데 밤에도 아이스크림 두 스쿱을 먹는 김귤희....그치만 너무 맛있었다.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셨기도 하고. 뭐라뭐라 얘기를 주고받는데 동네 사람들이 나를 매우 신기하게 쳐다봐주셨던 기억이 있음.



감격해서 외관 찍는 중. 다음날 재방문해야지 했지만 아쉽게 와보지 못했다.



마을 아랫쪽으로 내려오면 갑자기 사람이 많아져서 '아 그럼 그렇지' 하게 된답니다



나왔다 에펠이 만든 다리


*

그치만 일단 나의 목적지는 이쪽 편의 식당이었으므로, 강을 건너지 않고 직진 직진



여기였음


근데 여기 영업시간이 정말 짤없이 이놈들 식사기간에 맞추어져서, 거기다 매우 짧기까지 해서 무려 1시부터 3시 반까지/8시 반부터 10시 반까지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후...왜 아직 8시지요....?



어쩔 수 없이 가게 문 열때까지 강제로 동네 한바퀴



에펠이 만든 다리도 아낌없이 건넌다.



위에 전구가 반짝반짝 달려있어서 아름다웠음



겨울 분위기 연말 분위기 낭낭



카메라를 가지고 나올 걸 그랬다....폭이 좁은 강도 오래 된 다리도, 강에 비치는 수도원의 모습도 너무 아름다웠음.



그렇게 다시 동쪽 동네로 복귀한 김귤희



계속된다 의미 없는 쇼윈도 구경..



좀 더 북쪽의 다른 다리도 건너봄



돌로 만든 오래 된 다리였는데,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지침



멀리서 본 에펠 다리

(다리 이름이 ㅓㄴ무 어려워서 자꾸 에펠 다리라고 부르게 된다 미안해 다리야)



오래된 도시에 내리는 비



다리에도 꽉꽉 들어찬 마켓들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남미에서는 과일 막 사다 먹고 그랬는데 스페인에선 어째 내돈 주고 식료품점에서 과일 산 적은 없네



히로나도 흔한 유럽 도시들이 그렇듯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나눠져 있는데, 나의 목적지 식당은 두 지구의 경계에 있었다.

그래서 뜻밖의 신시가지 구경도 약간 해볼 수 있었음. 렌페역 있는 근처이다.



멕시코 있을 때 요런 곳 드나들기 좋아했는데


*

그렇게 8시 반이 되어 ㅠㅠ 냉큼 개시손님으로 입장. 나 스페인 온 지 거의 일주일인데도 빠에야를 한 번도 안 먹어봤짜나?! 싶어서 2인분이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다소 입에 안 맞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블로그 후기들도 전부 무시하고;; 발렌시아식 빠에야를 시켰다. 온종일 디저트밖에 안 먹고 비 잔뜩 맞고 돌아다닌 가련한 나에 대한 보상심리였나봄



에피타이저로 준 과자와 마티니. 마티니 존맛...



탄산수도 따로 시켰고. 콘에 든 저것은 뭐라뭐라 설명을 들었는데 까먹음

혼자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와서 밥 먹는 내가 왠지 안쓰러워 보였는지 웨이터들이 엄청 잘 챙겨줬다 고마워..


*

그리고 정말 거대한 프라이팬에 발렌시아식 빠에야가 담겨 나왔다. Foodie 앱이 자꾸 사진을 날려먹는 게 당시 나의 최대 인생 고민이었는데, 이때도 어김없이 음식 사진을 기껏 2-3장이나 찍고, 팬을 자랑스레 들고 있는 웨이터분까지 찍었는데 다 날려먹어버림. 푸디새기0ㅅ0


암튼 먹기 시작. 강낭콩과 토끼고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 색의 야채가 들어 있었는데 (샐러리 비슷) 안타깝게도 셋 다 나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재료들이었다. 뭣보다 토끼고기라는 건 살면서 처음 먹어봤는데, 어릴 때 바람의 나라에서 토끼 때려잡으면 나오는 토끼고기는 되게 맛있어 보였는데 실제로는 아냐....진짜 영 아니더라......너무 비렸어.....그래서 절반도 먹지 못하고 남김. 웨이터가 그걸 보고 너무 안타까워하며(나는 다 못먹은 것에 너무 미안해하며) 금방 치우고 후식을 가져다 주었다. 후,,후식 맛있었는데 또 사진 없네 진짜 쓸모없는 푸디새기같으니라고


그렇게 식사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시각은 10시 남짓



방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옷가지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길고 힘든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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