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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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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의 두 번째 날
그리고 프라도 미술관 가는 날. 이 순간을 위해 노트북에 12년도 2학기에 들었던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수업 필기를 넣어 왔다
ㅋㅋㅋㅋㅋ그리고 전날 밤에 황급히 복습하고 잠이 들었다. 좋은 선택이었음
아침은 그에 걸맞게 클래시컬한(?) 것을 먹기 위해, 100년 된 유우우우명한 츄로스집인 San Gines를 찾아가 보았다.
골목 안쪽에 있지만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외관과 저 네온싸인부터 맘에 들어버려서 기분이 무척 들떴다 흐흥
과연 100년 된 집다운 사랑스런 네온싸인
두근두근하며 저 초록 문을 열고 입장해본다
제법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조금만 더 늦게 왔으면 기다려야 했을 정도. 작은 2인용 탁자로 안내를 받아 잠시 앉아 있으니 이내 바삭바삭한 츄로스가 나왔다.
영-롱
얇고 적당한 기름기가 돌게 튀겨진, 세비야에서 먹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의 츄로스였다. 추운 겨울날 도시 뒷골목의 오래된 츄로스집에서 먹는 아침 츄로 그리고 초콜라떼의 맛이란....긴 코멘트가 필요하지 않으리라 ㅠㅠ 가히 최고였다. 특히 이집 초콜라떼는 내 입에 너무 맛있었음. 특별할 것 없는 쌉쌀하고 달달한 맛이었는데 (조금 묽은 편이었다) 찍어먹는 내내 그저 행복했다.
신문 읽으며 아침을 먹는 스페인 할아버지들이 내 주변에 많이들 계셔서 식사 내내 더 기분이 좋았음. 따스하게 몸과 맘 녹인 뒤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장사도 잘 하는 100년 된 츄로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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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오니 확실히 추워졌다.
물론 한국보다는 아주 뜨신 날씨였지만, 스페인 기준으로 이날은 매우 쌀쌀했다. 계속해서 께 프리오! 프리오! 하며 종종걸음으로 다니는 사람들을 마주침.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을 지나 Opera 역으로 간다
왕립극장 앞에 있어 오페라 역인 모양
스페인에서 지하철을 탄 건 바르셀로나 이후 처음. 잊고 있었던 소매치기의 존재를 떠올리며 가방을 꼭 부여잡고 탑승한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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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co de Espana 역에 하차해서 먼저 시벨레스 광장과 중앙 우체국 구경부터 시작
마드리드의 따릉이 같은 존재였을까
이 동네는 에스빠냐 은행을 비롯해서 제법 큰 오피스 건물들이 많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출근하는 것처럼 보이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었다.
먼저 시벨레스 광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 건물부터. 바로 시벨레스 궁전 혹은 중앙 우체국이다.
내겐 마드리드 왕궁보다도 더 멋졌던 곳
홀린 듯 가까이 가 본다
Refugees Welcome이라고 쓰인 플랜카드가 눈에 띄네
안에 들어가면 윗층 전망대에서 시벨레스 광장을 내려다 볼 수 있다는데 이땐 미처 알지 못했지이이
신나서 셀카 찍고 프라도 미술관으로 간다
대도시임에도 깨끗한 편인 아침 공기와, 뭣보다 마드리드답지 않게 한산한 거리가 너무도 좋았다.
멕시코시티에서 레포르마 거리를 걸을 때의 그 기분 좋음이랄까....
오랜 호텔들도 보였다.
시벨레스 광장 중앙의 동상
왠지 서울 버스처럼 생긴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긴 메트로 버스인 마드리드 버스도 안녕
생각보다 꽤 걸어서 도착했다
사람에 치이고 싶지 않아 개관 시간 전에 맞춰 방문한 것이었는데....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음^ㅅ^ 이분들은 도대체 언제...오신거죠...?
소박한 외관
내부에 그렇게 어마어마한 수의 그림들이 걸려 있으리라고는 상상이 안 가지만, 실제로 미술관을 빙 둘러 걸어보면 상당히 많이 걸어야 했다. 그만큼 커다란 미술관.
씁쓸히 줄을 서 본다 쩝
상설전이 아닌 기획전도 물론 하고 있었다
드디어 입장 시작
윽 갑자기 생각났는데, 입장할 때 약간의 어드벤처가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학생증을 보여줬는데, '너가 지금 학생이라는 표시는 안 나와 있는 거니?' 하고 매표소 아주머니가 똑똑하게(?) 물어보셨던 것. 오 예리해....하긴 예전에 께레따로에 있을 때 만들었던 학생증에는 만료 기간이 찍혀 있었었는데. 그치만 아주머니....한국에선 어느 누구도 언제 졸업을 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답니다 ㅠㅠㅠㅠ 어떻게 어떻게 능청스럽게 넘기긴 했지만.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상황이었음.
실제로 16년 여름에 학점이수는 했기 때문에 더 뜨끔했는지도 모른다
암튼 무료입장 성공
안으로 들어가기까지는 또 한참을 더 기다려야 했다
벽에 새겨진 화가들 이름 보고 도키도키 설레어하며 얌전히 기다리는 중
그리고 드디어 입장했다. 줄을 선지 약 20분 만에.
*
프라도는 놀라웠다. 기념품샵을 쓸고 독일 회화를 보러 가며 감격해서 여기저기 카톡 보내던 기억이 나네
뭣보다 보슈, 뒤러 등 그때 미술사 수업을 들을 때의 행복했던 나를 소환하는 작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큰 행복이었다. 실제로 수업 시간에 배웠던 화가들의 절반은 다 여기 있었음. 전날 밤 필기 복습을 하며 스페인 것만 볼까 하다가 그냥 통으로 읽었던 보람이 이렇게....클 줄이야....ㅠㅠㅠㅠㅠㅠㅠ 그 유명한 Las Meninas도 보고 소원이 없었음. 피카소 미술관에서 피카소 버전으로 봐서 더 좋았었고. Las Meninas 앞에서는 한 30분은 서성였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뒤러의 초상화가 보고싶었는데 원래 자리에 없고 특별 전시실에 가 있어서, 거길 다녀오느라 시간을 더 썼다.
그치만 특별관에는 또 본관에 없던 유명한 그림들이 몇 점 있었고, 그야말로 계를 탔던 것. 이로써 프라도에서만 총 4시간을 쓰게 되었다.
기념품 구경 및 소소한 지름 후 밖으로 빠져나오니 시간은 3시가 다 되어 있었고
띠용....
그 와중에 프라도 미술관 뒷편의 성당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멍 때리고 감상
12월임에도 푸릇한 잔디까지 완벽한 그림이었다
이제 맞은편의 티센으로 가본다. 튜비컨티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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