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gabond/2016 España

DAY 15 : 안개 가득했던 크리스마스 밤

만만다린 2017. 8. 13. 22:52


계속해서 2016년 12월 25일


*

톨레도 시내 중심가로 돌아오는 길




영혼 없이 이런 저런 풍경들을 담아 본다



역사와 문화의 도시 톨레도까지 와서, 때와 날씨를 잘못 맞춰버린 푸어 리를 김귤희



어찌나 문 연 가게 찾아보는 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ㅠㅠ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었달까


*

그렇게 대성당까지 구글맵 한 번 안 보고 도착



여전히 첨탑은 안개에 둘러싸여 있었고, 다만 머리 위의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눈꽃송이 모양이었을까 예쁘기도 하네




어느새 성당 종탑에 불이 켜지고



광장에도 오렌지색 조명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거 뭐랄까. 낮에는 잘 몰랐지만 내가 유럽에서 그토록 꿈꾸던 크리스마스의 풍경 아니냐 ㅠㅠㅠㅠ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느낌이쟎어





대성당도 불을 완전히 밝히니 아까 낮과는 세상 다른 모습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광장의 노점상들도 갑작스럽게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회전목마 너마저???



도시에 불 하나 밝혔다고 이렇게나 분위기가 변하다니. 안갯속이라 더욱 신비로웠다.

하루종일 유령 도시 같았던 톨레도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냐





아 정말 예쁘지 않나요 흑흑



마와레 마와레 메리고라운드~~~*



해가 떨어지자 급격히 추워지고 있었으므로, 잠시 숙소로 쉬러 간다

대성당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기 때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음 - ★



뒤돌아보니 너무나 동화속 그림 같았던 톨레도 대성당



그래 정말 여기가 동화 속 세상이었다면. 나는 빈털터리 성냥파는 사람 정도 되려냐 흑흑....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

톨레도 호텔이었던 산타 이사벨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제대로 작동하는>> 히터가 있었다는 것.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정말로요........

몸을 좀 녹이다가 창밖을 보니 어느덧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아? 나 그러고보니 굳이 톨레도에서 1박을, 호텔에서 돈 더 주고 했던 이유가 바로 옥상에서 대성당 야경을 보기 위함이었지??? 띠용 ㅇ_ㅇ 침대가 너무 포근해서 깜빡 잊고 잠들 뻔 했다



그렇게 올라간 옥상

근데 이게 뭐죠? 심령사진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대편의 거리만 부질없이 내려다보다가 일단 저녁을 먹고 와보기로 한다..



오늘 하루에만 이 길을 대여섯 번은 오갔는데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보여주네



그러거나 말거나 너무 아름다웠던 대성당 앞의 길



종교 없지만 왠지 회개하고 싶어지는 밤의 웅장한 대성당...


*

저녁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문을 연 곳이 있으면 그저 들어가야 했음.

더 맛난 곳들이 많겠지만 일단 눈에 띄었던, 대성당 바로 앞의 레스토랑으로 가본댱



좋아하는 피사체



정직한 이름



그리고 한없이 따스했던 내부



술을 마실까 하다가 별로 내키지 않았으므로 (위치 좋고 팬시한 레스토랑이라 술값 비쌌음^^) 그냥 탄산수를 시켜본다



그리고 입맛도 별로 돌지 않아서 대구 크로켓을 시킴. 비쥬얼 무엇



ㅋㅋㅋㅋㅋㅋㅋㅋ무엇....

하지만 포슬포슬하고 따끈해서 맛은 아주 좋았다! 이걸 10개나 먹고 있자니 속이 좀 느글거리긴 했지만;



계산하는데 점원분이 메리 크리스마스! 하면서 초콜릿 주셔서 나 기분 매우 좋아졌다

더 시켜드리지 못해 죄송 ;ㅅ; 제가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비루한 취업 예정자였어서요 ㅠㅠㅠ




가게 외관과 초콜릿 기념사진


*

그냥 들어가기 아쉽기도 하고 소화도 좀 시킬 겸 밤산책



산 속에 있는 요새 도시라 그런지, 톨레도의 밤은 꽤나 추웠다. 정말로. 혼또니.



내가 가져간 가장 두꺼운 옷(그래봐야 양털이 좀 붙어 있는 점퍼임. 스페인 겨울을 너무 얕보았어)을 입고 다녔음에도 톨레도의 밤은 추웠다.



안 봐주면 섭섭한 이슬람 조명가게(?)도 슬쩍 보고




이런 저런 일루미네이션 사진들이나 찍고



낮에는 다들 어디 들어가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밤이 되니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도 구경해 보고. 문득 외로움도 느끼고



다시 숙소로 가는 길




굳게 닫힌 성당 문짝이 왜인지 매우 홀리해 보인다




회전목마는 여전히 성황리에 영업(?)중



좁고 오래된 길. 또 정처없이 걸어보고 싶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옥상! 대성당! 대성당!!!! 하며 옥상으로 뛰쳐 올라간다



그리고 맞이한 안개 하나 없는 대성당의 모습



아아 역시 모든 것엔 기다림이 필요한 거였나 보다

정말 크고, 웅장하고, 홀로 황홀하게 빛나고 있던 톨레도 대성당



반대편 뷰




별 사진도 찍어보려고 노력하고 (애잔)

아냐 그래도 생각보단 잘 나왔네. 저건 목성이었나 아무튼 너무 밝아서 깜짝 놀랐고, 오랜만에 google sky map을 켰다.




물론 목성보다 훨씬 밝은 대성당이 내 곁에 있었다

이 밤은 쉽게 잊히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오래오래 보고 싶었지만 손이 얼어가고 발가락에 감각이 없어지고 있었으므로 내려옴



역시나 감옥 같은 유럽놈들 호텔의 엘리베이터



학관 CP게이트 카드인 줄 알았던 호텔 카드키



담요가 왜 있지? 했는데 밤에 대박 추웠다. 몸에 둘둘둘 말고 잠. 히터를 빵빵히 틀어주셨음에도 불구하고ㅠㅠ



아까 사온 쿠키들도 먹어본다



제법 많이 사와서 다음날 마드리드 가는 렌페에서까지 먹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요? 다 먹음 걀걀

부질없는 걱정이었다~~~~



생각했던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맛났다


*

이렇게 톨레도에서의 건조한 하루 종료

내일은 눈을 뜨자마자 미술관 몇 군데만 빠르게 레이드를 뛰고, 마드리드로 가야지....이게 얼마만의 대도시냐.....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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