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 : 베를린 돔, 슈바인학센, 미테
계속해서 2023년 12월 27일 수요일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시작한 하루도.. 어느덧 정오에 가까워 오고 있었고
충격. 베를린 돔. 진짜 큼
이것이 베를린 돔을 마주친 솔직한 감상이었다고 하네요
본래 프로이센 왕가의 궁전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요즈음 내 머릿속 베를린은 그저 힙스터들의 도시였는데, 새삼 베를린이 프로이센 왕국의 수도였음을 실감하게 되어요
멕시코나 스페인이었으면 분명 이런 분들 92837598247명쯤 마주쳤을텐데 베를린에서는 처음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웃음
여차저차 돔 바로 앞에 도착
저 거대한 돔(높이는 약 98m), 칼같은 대칭, 화려한 외부 장식... 분명 건물은 그곳에 가만히 서 있는데 어쩐지 내게 바짝 다가오는 느낌. 그야말로 압도당하는 느낌이네요
한겨울에도 푸릇한 잔디와 터키색 지붕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
......
내가 베를린을 이렇게 사랑해도 되는건가? 벌써?
(텔레비전 타워만 보면 이성을 잃는 중)
봄여름가을 이곳 잔디밭에 드러누워 하루종일 베를린 돔을 뒤로 하고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에 그런 낭만이 허락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흑흑
사람들 모습이 저렇게 보여서 신기했음
가장 잘 알려졌을 페르가몬 박물관을 포함해 5개의 미술관 및 박물관이 밀집해 있다
섬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18세기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아주 계획적으로' 설계된 박물관들이라고 한다. 설계부터 5개 모두의 완공까지 총 100년이 걸렸다고 하니 그 자체로.. 이미 놀라워.. 건물만 연대순으로 둘러봐도 건축 양식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을텐데
김귤희는 어쩌다 보니 5개 중 1개도 방문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훔쳐온 것들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은 그다지 관심 없기도 하고)
언젠간 구 국립미술관, 국립회화관, 보데 박물관 정도는 가보고 싶기도 하다 대신 하루 반나절 꼬박 써야겠지
요오즘 매표소들은 어~? 죄다 키오스크야 아주 편해 칭찬해
심지어 애플페이도 되어서 역시 한 나라 수도의 대성당은 다르구나 하고 생각함. 내부에 코인락커도 많았다
(한 나라 수도에 있는 돔에 와놓고 새삼스럽게 놀라는 중이다)
이 중앙홀도 2차대전 때 폭격을 맞은 뒤 재건된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1900년대 초에 지어질 때부터 이렇게 호화로웠을까 (...) 궁금해졌다
복구작업은 1975년부터 시작되었고 완공은 93년, 그리고 이곳은 구동독이었으니 아마 통일 후 굉장히 힘줘서 복원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해 봄
왼쪽 사진 자세히 보면 루터형님이 자애롭게 내려다보고 계심
아무래도 여행객은 커녕 현지인 그림자조차 보기 어려웠던 하노버 함부르크 뤼벡 슈베린에서 너무 외로웠던 것이지
그리고 "267개"의 계단과 "no lift"를 보고 약간 절망하다
거기에 physically demanding과 no way to go back을 보고 추가로 좌절하다
베를린 돔 너 T지..시발
그새 버릇이 잘못 들었는지 (요며칠 매번 엘리베이터 타고 편하게 종탑 올라갔었어서) 생각보다 힘든 것이었다
다행히 중간중간 계단 옆에 빈 공간이 있어서 잠시 서서 숨을 고를 수 있었음
이럴거면 PT 왜 받는데요
...
텔레비전 타워 보고 또 모든 걸 보상받은 기분이 되어버려
내 관념적 베를린은 이거라고
동독만이.. 미테만이 진짜라고.. (진정하세요)
어이없게도 이 말을 오늘 하루동안 백번 정도 더 할 예정이다
그 와중에 아까 베를린돔으로 걸어오는 길에 봤던 스페인 단체 관광객들을 여기서 또 마주치다
나는 스패니쉬를 사랑하지만, 그리고 한때 내 입에 착 붙어 있었던 언어이지만 (다 까먹음 주의) 이렇게 nn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말하고 있는 걸 들으니 뭐랄까 꽤 요란한 언어라는 생각을 했네요 no offense
그들과 복작거리며 어깨를 맞대고 이 풍경을 보고 있자니 그래 이래야 유럽여행이지(..) 싶다가도 뤼벡과 함부르크의 텅 빈 전망대들에서 누렸던 사치가 그리워지기도 했고
그들과 어깨빵 하며 한 바퀴 더 돌아보는 것도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니
이쯤에서 하산해 보도록 하자 그리고 높은 곳에 오니 너무 추웠음 (..) 끊임없이 추위와 싸워야 하는 겨울의 독일 여행
지하에는 프로이센 왕가의 무덤이 있다고 하는데 또 자연스럽게 스킵해버림
성당에 그렇게 환장하면서 정작 카타콤베엔 1도 관심이 없나보다
유유히 다리를 건너 텔레비전 타워 바로 앞까지 가본다
중세 시대부터 도시 문장에 곰이 있었다고 한다. 도시 여기저기에 각종 패턴(?)의 곰 조각상들이 서 있음
열심히 피크민블룸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피크민들이 곰 엽서 주워오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어
또 시청이었어
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시청진심인들아
그리고 뒷편에는
이걸 보러 온 거야 222
이래야 내 동독이지
드디어 그 앞에 서 있네요 약간 눈물 나려 해 (이럴 때만 감정이 폭발하는 미친 N인간)
도쿄타워를 그렇게 사랑하면서 한 번도 안 올라가본 것과 동일한 맥락이랄까요
아무튼 많이 봤다 이제 점심 먹으러 가보기로 해
전날 미리 찾아둔 베를린 돔 근처의 바이에른 식당
독일 와서 한 번도 슈바인학센을 못 먹어본 게 생각나서 방문해 봤다. 마침 이번 여행에서는 독일 남부를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바이에른 요리 잘 하는 집(..) 이라면 베를린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메인 디쉬 고르고 사이드 플레이트 고르고 뭐 이런 방식이었다
매쉬드 포테이토와 슈바인 학센 그리고 나마비루를 주문
여행 와서 때리는 낮술이 최고이다
아니 이거 목넘김이 미칭넘인데요
적당히 쌉싸름하면서도 부드러와,, 정신줄 잡지 않았다면 원샷해 버릴 뻔 했어
놀랍게도 한국에서도 (그 많은 호프집들에서도) 이 독일식 족발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내 인생 첫 슈바인학센이었는데 그럭저럭 괜찮게 하는 집에 왔는진 몰라도 넘 맛있게 먹었다. 사워크라우트와 함께 먹으니 천--국
다만 역시 1인 1슈바인학센은 무리였나봐요
미테까지 유유히 걸어가 보기로 해요
맥주 한 잔 걸쳐서 그런진 몰라도 모처럼 따뜻했던 산책길이었다
베를린 스탬프를 팔고 있었는데 그게 쩜 귀여웠다고 하네요요
그치만 내 관심사는 아닌걸
그리고 구 동독이었던 이곳에는 무려 트렘이 다닌다 좋아서 기절할 것 같아요
이날 미테 지구에서 한 오억원(..) 쓴 걸 돌이켜보면 어찌저찌 잘 참았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