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 비오는 함부르크에서
계속해서 2023년 12월 24일 일요일
함부르크 시내 구경을 떠나요
호텔을 나와 (현관문 앞에 아까의 그 노숙자들이 계속 서 있길래 눈 깔고 민첩하게 지나침)
독일의 중앙역들이 그렇듯 꽤 번듯하네요
근처엔 수많은 사람들과 흡연자들 노숙자들 그리고 비둘기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오늘 꼭 어딜 가봐야지~ 하는 생각은 없었기에 하펜시티가 있는 남쪽으로 마냥 걸었다. 이브날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게들이 닫았으리라는 것은 오전에 하노버 구경을 하며 대강 감을 잡았고. 그래도 혹~시 크리스마스 마켓 노점 한두개 즈음은 열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
아니 진짜 이렇다고..? (동공지진)
당연함 함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은 어제까지였기 때문
아니 암만 그래도 정내미 없이 바로 닫는게 어딨어요 잉잉.. 하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어쩌겠어요
근데 독일 사람들 진짜 착하다.. (?)
나같으면 몰래 가게 열어서 혼자 이득을 취할텐데... (???)
농담..
연 곳도 없겠다 좀 더 큰길로 걸어가봐야지 하고 한 골목 건너가 봤는데
나 혼자 어디 다른 세계에 뚝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지만 불안하지 않고 어딘가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23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날 내가 함부르크에서 헤매이고 다닌 시간들은 대부분 이런 느낌이었다.
흩뿌리던 비는 어느새 폭우로 변해 있었고 이 사진을 찍고 싶어서 힘겹게 카메라 렌즈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곳에서 카메라 물세척할 생각은 아니었는데요 🤦♀️
걷다가 신발끈 풀려서 주저앉아서 묶고 있던 와중에 어떤 할머니가 편견 없이 나한테 독일어로 길 물어보셔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고 (아놔 길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 누가 말 걸어서 일단 깜짝 놀랐네)
함부르크로 넘어오니 신호등 모양이 좀 바뀌었는데 어디를 터치하면 보행자용 신호가 들어오는 방식이었던 건지.. 아니면 그딴 거 없이 얌전히 기다려야 하는 신호등인지 너무도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남
그리고 며칠 전 브레멘에서와 마찬가지로
물가에 온 나를 환영해 주는 것마냥 .. 바람이 미친듯이 불기 시작함.
무역도시로 번성해 온 함부르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네요
현재는 쓰이지 않게 된 창고들을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용도의 건물들로 활용하고 있다고 함니다
내부에는 콘서트홀, 해양박물관, 미니어쳐박물관 등이 있다고 들었는데 (왠지 오다이바 생각이 난다 전세계 항구 평행이론설이 또) 이브라서 아무것도 열지 않았을 이 시점에 그리고 이 날씨에 바닷가로 가는 게 정말 옳은 생각인지 스스로에게 계속 되물으며
뭐가 되었든 이날의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다네요
19세기 말 20세기 초 바이브가 물씬 풍기는 빨간 벽돌 창고들은 언제 봐도 좋지만
돌아와서야 알게 되었지만 함부르크의 겨울 날씨가 독일 중에서도 최악이라고 하던데 그걸,,, 굳이,, 온몸으로 체험하고 온 것 같음
이렇게까지 모든 걸 경험하며 여행하고 싶지 않다고요
다음은 근처의 니콜라이 성당 유적에 가보기로 해요
하 근데 아직 네시밖에 안되었는데 이게 맞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전히 길에서 사람 그림자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고 문을 닫은 가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모처럼 발견한 문 연 베이커리가 반가워서 사진 찍기
누가 항구도시 아니랄까봐 틈만 나면 보이는 이런 광경
그치만 고딕 양식의 성당 첨탑과 공사 중인 건물과 배가 한눈에 보이는 느낌이 너무 좋네요 함부르크 짱
물론 베네치아는 안 가봤읍니다
🎄
도착!
1943년 연합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이고 현재는 성당 대부분이 파괴되고 첨탑만 남아있는 상태. 하노버의 에기디엔 교회가 생각나는 풍경
내부에는 역사적 자료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일 날 밝을 때 한번 더 와보기로 했고
ㅋㅋㅋㅋㅋㅋㅋ 돌려줘요 ;;;
그렇게 한동안 마음 가는대로 아무 골목이나 걸어다니다가
어느덧 비는 그쳤고. 인적이 드물어 마치 잠든 것만 같은 거리 위로 조용히 내려앉던 불빛들
하노버에서도 몇 번이나 당했다구요 따싓
화났다가 다시 운하와 불빛 보고 진정하기
텅 빈 거리와 마치 혼자가 아니라는 듯 곳곳에 휘황찬란하게 켜진 조명들. 영원히 이대로 걸어다닐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미 깜깜해진 와중에 인적도 없는 길을 혼자 돌아다니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므로 호텔로 돌아가 보기로 한다
아마 이 따뜻한 풍경으로 오랫동안 기억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여행만 오면 씩씩해지기 때문에 걸어 보기로 하였어요
한국이다? 애초에 아까 항구 근처에서 바로 택시탐
2박 3일을 머물렀고 그 중 하루는 뤼벡과 슈베린, 반나절은 쿤스트할레에 갈 생각이었던 나
카스파르 데이비드 프리드리히 특별전을 마침 하고 있어서 보고 가야겠다 하면서 기록.. (근데 당일에 매진이어서 못갔음 🥲 사진만 찍지 말고 저 QR로 예매를 했어야지 흑)
역을 통과해 호텔까지 가다가.. 눈에 보이는 가게에서 샌드위치와 빵과 물을 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는 유럽 여행이란 .. 이런 걸 먹으며 쓸쓸하게 이브를 보내야만 하는 것..
(저는절때쫄보가아니고본능적으로꽤위험하다고느껴지는순간들이있었담니다)
그래서 매번 종종걸음으로 호텔과 역을 오가곤 했다. 그 와중에 저멀리 보이는 호텔 정문이 너무 반가워서 그만
진심 개가티 맛 없었는데 불평할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치움
아니 근데 그러고 보니 이날 호텔 조식만 먹고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다가 고작 저 빵 두개 먹은거잔아? 님 어케 살아 돌아다니셨어요
(그 와중에 사진 뒷편에 빵 남긴거 그대로 있는게 개웃기네)
졸면서 오피스 보다가 11시쯤 누웠는데 미사인지 뭔진 몰라도 숙소 근처 교회에서 미친듯이 벨을 울리고 있더라 내힘들다
독일에서 평범하게 속세를 사는 분들은 이 소음 아닌 소음을 어떻게 견디는 것이죠
겨우 잠든 뒤 떠난 뤼벡-슈베린 당일치기는 투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