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진보초, 에비마루 라멘, Kanda Brazil
계속해서 11월 25일 토요일
📍도쿄국립근대미술관 (東京国立近代美術館)
3-1 Kitanomarukoen, Chiyoda City, Tokyo 102-8322 일본
히비야 공원부터 고쿄 외원을 거쳐 드디어 도착
아무래도 미술관은 혼자 여행 왔을 때 편하게 다니기 조은데 돌이켜보니 도쿄에 혼자 온 게 7년만이었다 띠용쓰
근대미술관은 메이지 시대 (1868년) 초기부터 제작된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일본 근대 판화 거장의 특별전을 하고 있었음
특별전 티켓을 사면 상설전까지 같이 둘러볼 수 있었기에 별 고민 없이 특별전으로 표를 끊었다
토요일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 사람이 일본 미술사에서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구나 싶었음
오디오 가이드 빌려서 볼걸 아주 약간 후회가 되었다네요
그리고 일본 미술관에 올 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조용하고 진지한 태도로 작품을 감상하시는 걸 보며 나의 관람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저도 30년 40년 뒤에도 꾸준히 미술관 다니는 사람이 될터예요
이틀 전인가? 인터넷 하다가
미술관 가서 재밌게 관람하는 팁 : 내가 수집가라면 이 중 단 하나를 산다고 했을 때 뭘 살지 생각해 보며 다닐 것
머 이런 글을 봤는데 덕분에.. 낯선 미술가의 낯선 작품들이었지만 꽤 즐겁게 보고 왔다
암턴 재밌게 보고 상설전 보러 가요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의 상설전은 4층으로 엘베 타고 올라가서 3층, 2층으로 내려가며 관람하면 된다고 티켓 끊을 때 친절하게 설명 들은 바가 있기 때문에 유유히 엘리베이터 타고 4층으로 갔다
이 미술관의 소장품의 규모.. 대체 어디까지인 것이죠
꽤 크다고는 얼핏 들었는데
그리고 4층 한켠에는 >전망이 있는 방< 이라는 이름의 묘한 방이 있다
10여분 정도 앉아소 창밖 구경하다가 다시 전시품 관람에 나선다
내가 일본 미술에 대해 아는데 1나도 없더라구요..? 살면서 관심 가져본 기억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알고 있는 유일한 그림이라고는 호쿠사이의 후지산 연작뿐이었던 것이여,, 그리하여 이날 근대미술관에서 굉장히 많은 걸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사실 그다지 꼼꼼히 보진 못했지만...🥺)
뭣보다 서양 미술의 영향을 크게 받음과 동시에, 일본의 토속적인 요소들을 메쉬업한 독특한 작품들이 많아서 재밌었음
위의 그림도 너무너무 서구권 종교화의 요소들로 가득한데 소재가 불교인 것이 잼다
그리고 이곳 상설전의 흥미로운 점은
워낙 소장 작품이 많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진행 중인 특별전의 테마에 맞춰 상설전을 구성한다는 것이었음. 이때도 무나카타 시코의 영향력을 받거나 동시대에 활동했던 판화가들의 작품들을 구성해 놓은 방이 따로 있었다든가...
진심 편하게 관람함.. 그리고 이 히가시야마 가이이라는 사람
대중에 먹히겠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실제로 유명한 작가였다
하지만 너무 정중하게 부탁하시니 제가 특별히 돌아가 드릴게요
나오는 길에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는데
2층 엘베 로비에서 먼 아저씨..가 내 카메라를 뚫어지게 보고 말을 거는 것임
외양은 약간 일본 오타꾸 같으셨는데 사실 외국인이었던 걸지 아니면 그냥 오타꾸들의 흔한 푸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었던 것일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외국인인 걸 깨닫고 일본어로 말을 걸려다 당황한 건지 암튼 머라머라 말을 하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오. 후지 카메라. 클래식? 거의 머 이런 단어들의 나열이었음)
이 이상한 아조씨 뭐야 하고 생까고 지나갈 수 있었겠지만 나는 나의 기특한 새 카메라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꼬옥 자랑하고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하여 이것은 후지의 어쩌구 모델이고 디지털 방식이고 외양은 클래식 어쩌고 혼자 20초 정도 자랑하고 그 자리를 떠남
그의 정체는 뭐였을까 아직도 의아하다
다음에 또 와보고 싶다
버스로 가기엔 다소 양심없는 거리였으므로 걸어가 보기로 하였어요
이로써 신바시부터 진보초까지 도보 1시간 거리를 냅다 파워워킹한 여성이 되다.. 하루종일 도대체 몇보를 걸어댕기는 것인지
알차게 도시 구경하며 가요
도쿄는 으레 한국보다 덥기 때문에 이날도 트렌치코트에 니트, 반바지, 부츠 정도로 입었는데
(한국도 영하십도인 미친 날씨였어서 그런지) 도쿄도 꽤 추워서 바람에 호달달 떨며 걸어다녔다. 하아 그래도 행복해
PT 열심히 받은 보람이 있었는지 별로 힘들지도 않고 발바닥만 좀 아프고 그랬담니다요
운동짱~
진보초니 칸다 고서점 거리니 얘기만 많이 들어봤고 실제 방문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어..보수동..?' 이랬음
내가 고로아저씨도 아니고 쩝.. 그치만 담엔 꼬옥 도전해보겠서
암튼 진보초에 온 이유는 고서적 구경도 있었지만 카레를 먹기 위해서였다네요
📍본디 카레 진보초본점 (ボンディ 神保町本店)
일본 〒101-0051 Tokyo, Chiyoda City, Kanda Jinbocho, 2 Chome−3, 2階
위치는 이곳
이 간판이 보이는 곳,, 즉 진보초 역이 있는 대로가 아닌 뒷골목으로 돌아가야 본디카레의 입구가 있다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최소 앞에 50명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고 시간은 이미 오후 두시였음...
보수동이 진보초 같은 건지 그 반대인지 쩝
전세계의 고서적 거리라는 건 대개 비슷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사진에 보이는 퀘퀘한~ 책만 있는 건 아니고 여러 책들을 취급하고 있었다.
열심히 구경하며 다른 점심식사 후보지들을 돌아다녀 본다
📍Milonga Nueva (ミロンガ・ヌオーバ)
따흑 어쩔 수 없이 두번째 집으로 간다
여기는 진보초역 북쪽에 있어서 꽤 걸었어야 했는데
평소의 김귤희라면 아무데나 들어가서 대충 먹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날은 왠지 미리 찾아놓은 원오브 맛집에 가고 싶었음.. 그리하여 열심히 걸었읍니다
📍라이스카레 만텐 (ライスカレー まんてん)
여기 진짜 기대했는데 (로컬 느낌이라서)
🤦♀️
알고 보니 같은 집 찾아오셨나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둘 다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어쩔 수 없이 근처에 별표 쳐 놓은 다른 라멘집에 마지막으로 가보기로 한다..
다시 진보초역으로 돌아갈 수 없어 난 이제 지쳤어요
📍 에비마루 라멘 (海老丸らーめん)
일본 〒101-0065 Tokyo, Chiyoda City, Nishikanda, 2 Chome−1−13 1F
sibal..소리가 절로 나왔으나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까워 기다려 보기로 한다
꽤나 외국인 프렌들리한 식당이었고 실제로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50%는 외국인이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여럿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메뉴판이었다. 이렇게 애초부터 일본어/영어가 병기된 메뉴판은 흔치 않다구요🥺 덕분에 매우 편하게 에비마루 오스스메 세트로 주문 완,,
cf. 왠지 자존심 상해서 (?쓸데없이 스스로와의 싸움을 하는 중) 영어 메뉴판 달라고 말 잘 안하는 1인임니다
회전율은 빠른 편이었고 30분 정도 기다려서 입장했다
점원분들이 무척 친절하셨구 영어도 잘 하셨다
주방장 같은 분이 "웰컴~~ 아윌메잌유해피~~~" 라고 하시며 외국인들을 맞이해주는 게 넘 귀엽고 인상적이었음 ㅋㅋㅋㅋ
(일본어로는 그 정도의 환영멘트까진 안해주셨잔아요 갑자기 섭섭하네)
국물이 시그니쳐인듯.. 굉장히 진하고 풍부한 새우 스프인데 전혀 비리거나 먹기 부담스럽지 않았다
같이 나온 사워크림을 조금씩 풀면서 먹으니 더 부드럽고좋았다. 면도 살짝 두툼하기 때문에 파스타 느낌도 났고~~~~!!
살면서 이정도로 퓨전 라멘(?)은 처음 먹어본 것 같은데 생각보다 조화롭고 맛있었다
가게 컨셉이 프렌치 x 라멘이던데 프렌치는 내가 잘 안 먹어봐서 모르겠구요 아무튼 라멘과 양식을 특색있게 잘 섞어놓은 것 같았음
개취로 냠냠쩝~줜나마싯다~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손님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있구나 하고 생각했답니다
면을 다 먹으면 세트메뉴에 포함된 미니 리조또를 가져다 주신다
진짜 "다 먹어야" 가져다 주시더라구요 배불러서 중간중간 쉬면서 먹었는데 그 때는 가져다 줄 낌새도 보이지 않으셨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대에 부응해드리기 위해 끝까지 다 먹었다
먹는 법도 알려주시는데 일단 라멘 국물을 2~3스푼 정도 넣어야 함
그러고 나면 점원분이 강판과 치즈를 들고 달려오심..그리고
이거 프렌치 맞죠? 한국인 취향 저격 리조또 아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낯선 진보초에서 갑분 눈꽃치즈볶음밥의 향기를 느끼다..... 라멘보다 이게 더 맛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한국 돌아온 지 2주 정도 지난 지금 이 리조또가 가끔씩 생각남;
막상 먹을 땐 (이렇게 탄수화물 때려넣은 게 거의 N개월만이라) 너무너무너무 배불렀지만 세트로 시키길 잘한 것 같다
기껏 진보초까지 왔으니 기깔난 카페에 가고 싶었던 나
하지만 기깔난 곳을 사전에 찾아온 것은 아니었으므로.. 그냥 역 근처의 오래된 카페에 가 보기로 하였다
걷다가 눈에 띄는 곳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서요
📍Sawaguchi Book Store (澤口書店 神保町店)
2 Chome-5-11 Kanda Jinbocho, Chiyoda City, Tokyo 101-0051 일본
넋놓고 한참 구경했다
그리고 커피 자판기 머신과.. 창밖을 볼 수 있는 몇몇 자리들이 있었음. 대강 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음반 책장이 뚫어져라 구경하다가..이것도 기념이니 뭐라도 하나 집어올까 잠시 생각하였지만 (가격도 매우 저렴했음) 맘에 쏙 드는 음반은 없었기 때문에 패스하였서요
김귤희 철들었다
암튼 목적지 도착
📍Kanda Brazil (神田伯剌西爾)
일본 〒101-0051 Tokyo, Chiyoda City, Kanda Jinbocho, 1 Chome−7 書泉グランデ脇小宮山ビル
10분쯤 웨이팅이 있었고 내부는 현지인들로 가득했다
흡연석, 금연석 중 어디가 좋냐고 물어보셨는데 순간적으로 키츠엔(흡연)이라고 대답해버린 1인.. 그러나 주워담을 수 없었읍니다
킨엔과 키츠엔 헷갈리는 사람 저뿐인가효???? (님뿐인듯 😇) 아니야 금연석은 4석밖에 없었으니 아마 킨엔이라고 했다간 10분이 뭐야 100분 기다렸을 듯 ㅎ,,
딴얘기인데 일본의 킷사텐 문화가 19세기 브라질과의 교역으로 원두가 수입되기 시작하며 생겨난 것 알고 계신가요들
그런 의미에서 이 카페 이름이 칸다 브라질인 것이 왠지 기쁘네요
칸다 블렌드와 (이런 시그니쳐에 약한 편) 레어치즈케잌을 세트로 시켰다
지금 보니 커피 너무 비싼 것 같은데 막상 저 당시엔 옆자리 담배연기에 취해서 정신이 없었나봄니다요
그치만 케잌 세트를 어케 참아요
커피는 전형적으로 진하고 씁쓸한 일본 블렌드 커피였고 케잌이랑 잘 어울렸다
나를 둘러싼 모든 테이블의 손님들이 행복하게 흡연 중이셨고 (당연함.. 그것이 키츠엔세키다)
가게가 생각보다 환기가 잘 되는지(?) 크게 불편하진 않았어서 두어시간 정도 열심히 책 읽다가 나왔다.
분위기가 넘 조왔고 만약 내가 근처 사는 도쿄대생이었다면 단골이었을지도~ㅅ~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 하다가 근처의 오챠노미즈까지 찍고 긴자로 돌아가 보기로 한다 투비껀띠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