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9 in A Flat, Op.69 No.1 - L'Adieu
(7월 말 8월 초중순)
여기엔 코로나 투병기(?)와.. 향수에 2년만에 숨참고 러브다이브 해 버린 이야기..만 주구장창 할 것 같군효
오랜만의 일상글 시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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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수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세상 멀쩡하고 일에 대한 의욕으로 가득 차 있던 인간이
오후에 갑자기 온몸에 피로감이 찾아오는 동시에 목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건조해져서, 집 오는 길에 키트 사서 검사해 봤더니 바로 두 줄이 뜬 건에 대하여.... 코로나 진짜 무섭고 알 수 없는 놈이다 🥲 곧바로 미열과 약한 기침도 시작되어 버림;;
이 전주부터 계속 긴가민가한 증상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니 걔는 걍 귀여운 냉방병이었음. 이 질병쉑은 걸리면 진짜 모를 수 없었다.
님들 저 아직 혼자 두 줄 나온 건디요 ㅠㅠ
머 암튼 긴가민가한 상태로 필테 취소하고 타이레놀 먹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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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목요일
그리고 대망의 다음날.. 집앞 내과 문 열자마자 달려가서 신속항원 받았는데 음성 나와서 벙찜..
다행히 의사쌤이 나의 빼박 증상 + 자가키트 두 줄 나온거 보고는 약 처방해 주시고 피씨알 소견서도 써 주셔서 고대로 관악구 보건소 가서 피씨알 받았다. 아파 죽겠는데 덥기까지 해서 온몸이 땀+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로.. 집에 와서 거의 기절
공가를 쓰려면 신속항원 or 피씨알로 양성 판정이 나와야 했기 때문에 이날은 원래 일 했어야 했다
그치만 팀장님한테 결과 말씀 드리면서 오늘은 휴가 쓰겠다고 거의 머 울었더니 (너무 아팠음,,, 이 시발,,, 진짜 쓰면서 코로나 이새끼 때문에 또 화가 치미네) 켜놓고 누워만 있으라고 하셔서 착하게 말 잘 들었다. 진짜 우리 팀장님 천사가 분명함
근데 맛이 하나도 안 나는 거야.. 거의 먹지도 못하고 냉동실 쳐박아둠
개슬퍼 내 행복 하나가 주겄다
거의 알콜 냄새로 시작해서 아주 깊게 숨을 들이쉬어야 향이 났다
머야 내 후각 돌려줘요 코로롱새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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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금요일
그 담날.. 거의 피를 토하는 기침과 함께 새벽부터 깨어나 버림
ㅅㅂ 이게 도대체 코로나가 아니면 뭔가 싶었는데 역시나 8시 27분 칼같이 양성 문자를 받았다 나올 거면 빨리 나오지... 덕분에 수영도 첫날부터 빠지게 생겼고 아주 그냥 인생에 도움 하나 안 되는 질병쉑... (수영은 결국 이번달엔 취소했다)
열은 좀 내렸으나 기침이 미친놈처럼 나고 근육통도 시작되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약먹고 누워 자는 것밖에 없었다
밤에 겨우 정신 차리고 엘든링 켰는데 손아구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컨트롤 열라 미끄러지길래 빡종하고 다시 누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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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토요일 ~ 8월 3일 수요일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목이 엄청나게 아팠다. 이틀 동안 온몸으로 기침만 한 업보인 듯
항생제 때문인지 아님 그냥 코로나 증상인지는 모르겠는데 기관지가 엄청나게 건조해지기까지 해서,, 물을 맘대로 먹을 수 없는 밤~새벽 시간대가 제일 괴로웠다. 당연히 목소리도 완전히 잠겨버림. 모처럼 5일간의 방구석 콘서트를 열 수 있었으나 그냥 관악구 고음불가 됨...띠발
진짜 계속 밥먹고 자고 약먹고 자고 넷플 보다 자고 이러기만 했다 하루가 어케 가는지도 몰루ㅠ
비자발적으로 며칠째 갇혀 있으니 미티겠네요
가끔씩 일반식 먹어줌
이것은 팩피의 고수 파스타 밀키트인데 호불호 엄청 갈릴 맛이지만,, 나는 너무 맛있게 먹었다. 고수향보다는 코코넛밀크+레몬그라스 섞인 그야말로 동남아 향취 물씬 나는 파스타였음 (내가 고수 그냥 샐러드처럼 퍼먹는 인간이다 보니 고수향에 무던한 걸지도 모른다)
사진은; 손목에 힘 없는 상태로 나도 모르게 파슬리 왕창 쏟아버린 모습
(굳이 왜 한 거지.. 하는 생각이 지금 와서 든다)
나도 나가서 뛰고 시퍼,, 굉굉
머 그렇게.. 사나흘 정도를 더 보냈다.
착실하게 약을 때려붓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기침도 점차 나아지고 인후통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음. 10일차쯤부터 겨우 원래 목소리를 되찾았다.
갑자기 바로크 뮤지크에 꽂혀서 비발디 곡들 열라 들음
약먹고 몽롱한 상태로 이 비올라 디 아모레 콘체르토 1,2번을 틀어놓고 낮잠을 자곤 했다
내가 넘 좋아하는 규동 만들어 먹었는데 맛이 반도 안 나니까 ,, 그냥 ,, 식사에 대한 의욕을 자꾸 잃어가기만 했다
흙흑
근데 진짜 어이없고 웃긴 게 뭐냐면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디스커버리 세트든 샘플키트든 직구를 하면 뭔 3일도 안 되어서 다 집앞으로 가져다 주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1세기는 도대체 뭐임.. 대한민국은 사실 프랑스 바로 옆 나라인가? 너무 혼란스러워..
암튼 그래서 밀러 해리스 디커 세트를 주문한 지 3일만에 받아보고는 즐겁게 노즈워크 훈련 했다는 이야기. 진짜 향수 없었으면 이 개노답 자가격리 어찌 했을지ㅠ
뤼미에르 도레, 스케르초, 뽀 상탈이 넘모 좋았다 <3 시향기 따로 써야쥥~~
격리 마지막 사흘 정도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랑 복숭아만 먹었다
당분간은 죽은 바이러스가 나올 수도 있다고 듣긴 했지만
막상 전전날 했던 것보다 더 찌인한 두 줄이 나오니 너무 어이 없어서 실소 터짐
부지런히 시향하면서 노션에 향수 시향기록 정리하는 페이지도 만들었다
마띠에르 프리메르에 개같이 치였다. 님 자꾸 한국에도 없고 100ml밖에 안 파는 하우스에 꽂히면 곤란해요;;;
암튼 얘도 자세한 시향기는 나중에 따로 글 파서 적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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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목요일 ~ 8월 5일 금요일
팀장님.. 제 서브 아빠 하실래요? 효도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이래저래 아프기도 하고 기력도 떨어져 있고, 밥맛은 당근 없고... 8월 초부터 계획했던 이런 저런 것들을 제대로 못 하게 되어 침울한 상태였는데 이런 소소한 선물들 받을 때마다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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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코로롱 투병기는 이 정도로만 쓰겠음. 아직 체력저하가 ing인 것 같긴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 증상은
약한 인후통+미열
-> 꽤 심한 열+약한 기침+미각,후각 약화
-> 미친놈처럼 기침+약간의 근육통 (이때부터 열은 내렸다)
-> 이래서 사람 살겠냐 싶은 인후통 (2~3일 정도 계속 새벽에 깨서 세상을 원망함)
-> 목소리 사라짐 (회복까지 일주일 정도 걸림)
-> 가래+콧물 증상, 약한 잔기침 (거의 2주째 아침저녁으로 잔기침 하다가 이 글을 쓰는 지금엔 사라졌다)
으로 마무리 되었다. 체력은 확실히 예전에 비해 떨어져 있는 것 같고 후각도 한 70%만 돌아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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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토요일
하 이제 일상이다 님 이제 일상을 사셔야 해요!!!!!!!
진짜 너무 나가고 싶어서 어딜 갈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머리 염색 예약하고, 중간에 뜨는 시간에 신세계 강남 다녀왔다
갑자기 장미꽃도 주셔서 룰루랄라 받아옴
이거 들고 염색하러 갔더니 아주 조금 민망했다
루즈 트라팔가 딱 기다려라 9월에 넌 우리 집으로 오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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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일요일
담날부터 다시 출근해야 하니까 이날은 죽은 듯 집에서 쉬었다
너이쉑 사실 몬스테라 아니고 잭과 콩나무지 솔직히 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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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월요일
88라이징 노래를 들으며 약 2주만의 회사 출근
오랜만에 매니저님이랑 개발자 분들 보니까 진짜 너무 반가웠다. 코로나 진짜 무서운 병이네 이놈 걸리고 나니까 회사가 그립고 회사 사람들이 이렇게 반갑고,,
프라다 인퓨전 라인 디스커버리도 시켜봤는데요... (나새끼 도대체 자가격리 기간 동안 향수 디커를 몇 개 시킨거야 이 가격이면 본품을)
스프레이 없이 병에 들어가 있는 형태라 집 오는 길에 다이소 들러서 주사기 잔뜩 사왔다
아망드랑 아이리스를 제일 기대했는데 의외로 시더가 좋았다. 가을에 오버핏 셔츠 입고 잔뜩 뿌리고 싶음
머 그렇게 소분 공장 다 돌리고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쓰고.. 새 책 (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 한창 빠져서 읽고 있는데 갑자기 너네 집은 괜찮냐는 카톡들이 막 오는겨
뭐지 하고 창밖을 보니 집 앞에 강이 생겨 있었음 아니 저기요
이 천재오라버니 또 어떤 컨셉을 들고 오려고 도대체 이 기깔나는 티져 이미지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함
후 ㅅㅂ 2022년에도 아이돌에 돈을 쓰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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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화요일
1층 현관 앞에 택배가 잔뜩 쌓여 있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티 | 꼼파뇨 DTP CAT DAY 반팔티 블랙 (M)
열라 귀야움
이날도 비가 꽤 많이 왔고 컨디션은 여전히 메롱이고, 약속 취소된 김에 집 칼같이 들어와서 8시에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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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수요일
매일매일 미각이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흙흑 마싰엉
이날 찍은 사진 이거밖에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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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목요일
출근해서 프로젝트 회의 두개 마치고 오랜만에 팀점 했다
갈비탕 먹고 전통찻집 가서 모과차 마심. 오후엔 오피스 디포 가서 과자도 잔뜩 사다 놨다 (슈퍼마켓 차렸냐고 한 소리 들을 것 같아서 냅다 일찍 집으로 도망온 금쪽이)
8시에 바로 눌렀는데 이러기 있냐고
2시간 넘게 걸려서 겨우 들어갔는데 역시나 0석만 멍하니 구경하다가 나와야만 했다 ㅠ
거의 뭐 매일 .. 새로운 샘플을 10여개씩 시향하고 시향기 쓰고 자는 게 이 즈음의 일과였다
이번에 럭키센트에서는 구어망드 계열 위주로 왕창 시켜봤다. 미리 가을 준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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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금요일
재택함
포기하고 29CM 켜서 한 켤레 겨우 샀다
리셀할까 고민도 좀 했는데 걍 내가 신을거임 넘 예뿌
파리가 서울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에센셜 퍼퓸 생각보다 내 스타일 아니었..다.. 휘그 인퓨전 엄청 기대했는데 이렇게나 취향을 비껴갈 수 있나 진짜 안 좋은 의미로 깜짝 놀람
Divine Vanille이랑 The Musc는 좋았고 나머지는 무난무난
오후엔 병원 들렀다가 훈민스캔 가서 2학기 교재 마저 스캔했다
집 와서 스캔본 받아 보고 나니 담주면 개강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사실 이 포스팅 쓰면서 '아무리 코로나여도 그렇지 나 너무 놀기만 하는데...?' 싶었는데 😠 개강 전 마지막으로 아무 걱정 없이 놀았던 거라고 생각하고 너무 자책하지 맙시다잉
담주에 놉 아이맥스로 잡아둠.. 왕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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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꽤 알차게 놀아서 그 사진까지 같이 올리고 싶었는데 이미 포스팅이 넘 길어진 것 같아서 여기서 끊겠다
8월 후반도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열띠미 알차게 살아보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