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을 기억하기 위해 쓰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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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9)
1
간밤에 비가 정말 많이 왔다. 동네 뒷산이 무너진다는 재난문자를 받으니 상황이 실감이 났다.
부디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길
2
코로나 격리 해제된 지 일주일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꽤나 골골거리고 있음.. 기초체력이 떨어진 건 물론이고 숨쉬기도 아직 불편하다. 폐활량이 기존의 50% 정도밖에 안 되는 느낌? 사무실 기침 빌런 역할도 맡고 있음. 덕분에 팀장님은 숨쉬듯 힘들면 재택하라고 얘기해 주고 계시지만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 방향이 붕 뜬 상태여서 그럴지도) 집에만 10일 넘게 쳐박혀 있으니 그것도 그것대로 괴로운 일이라 일단은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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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7월 말에 갑자기 찾아온 이 질병쉑 때문에, 8월에 야심차게 계획했던 것들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벌써 한 달의 1/3이 되어간다
대표적인 것이 수영인데 우선 이번달은 환불하고 9월에 재등록하려고 한다. 우리 학교 산사태 났다던데 체육관은 무사하겠지..? 내일쯤 방문해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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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에서 쓴 프로젝트 및 지금 담당하고 있는 업무 관련해서 이래 저래 생각이 많은데
대고객 서비스 PM이 해보고 싶어서 이 팀에 왔지만 MAU가 100명도 안 될 뿐더러 조직 및 회사에서 키울 생각도 없는 서비스를 계속 PM 역할 한답시고 붙들고 있는 게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최근 며칠 밤을 뒤척였다. 그나마 프로젝트가 활력소였는데 이런 저런 어른의 사정들 (전체공개용으로 두루뭉술하게만 쓰고 있으니 힘들군..)로 애매한 상황이고. 이 팀을 더이상 서비스든 뭐든 PM 역할 하는 팀으로 부르기도 애매한 상황이고. 계속 이렇게 이슈관리만 할 거면 기존 부서에서 담당하던 내부 서비스와 다를 게 뭐지.. 거기서는 전문성 하나는 인정 받았는데. 뭐 이런 고민들이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적당히 남는 시간 누리면서 일하면서, 서비스 PM 커리어라고 부를 만한 업무 경력들 챙겨서 이력서에 쓸 기회'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다른 누군가는 '이럴 때일수록 부지런히 이슈레이징 하고 방향성 고민해야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사실 두 고민 모두 하고 있음. 전자와 후자가 머릿속에서 열라게 싸우고 있다. 아프니까 괜히 생각도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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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일은 대가리 비우고 출근하기..
오랜만에 점심 먹는 사람들이랑 재밌게 밥 먹고 병가 때문에 못 챙겼던 회의들도 좀 챙겨야지. 기분 전환용으로 머리핀 꽂고 다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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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바이레도의 비블리오티크를 시향지에 잔뜩 뿌려놓고 집 여기저기 두니까 왠지 가을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좋다
원래는 몸에 뿌리는 걸 좋아했던 향수이지만.. (그러니까 향수잔아요;ㅋㅋ) 갑자기 너무 달짝지근하게 느껴져서 최근엔 주로 공간용으로 쓰는 중. 원래 캔들이었다가 향수로 나온 제품인데 역시 그럴 만 하다. 사람보다는 공간에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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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선곡도 'Tis Autumn으로. 얼른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