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 : 좋은 아침, 세비야 알카사르
2016년 12월 23일
세비야 둘째날의 시작!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생각보다 일정을 널널하게 잡아버렸구나....' 라는 생각부터 든 걸 보니.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 도시에서 꼬박 이틀을 머무는 건 꽤나 힘든 일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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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오늘의 일정은 세비야 알카사르와 casa de viuda의 대구 요리, 그리고 메트로폴 파라솔의 야경을 보는 것이었다.
아! 빨래도 꼭 해야 했다. 스페인 와서 13일 동안 세탁기에 빨래 한번 못 넣어본 것이....실화니....? 우선 연언니에게 카톡을 해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하고, 습습한 빨래들을 품 안에 안고 호스텔을 빠져나왔다.
전날 (막판에 빡쳐서) 넘 에너지 많이 쓰고 피곤했는지 늦잠을 잤고. 나오니 시간은 이미 11시 가까이가 되어버렸...@ㅅ@
호스텔 바로 옆의 세탁소에 우르르 빨래를 맡기고, 다 될 때까지 아침이나 먹고 와보기로 한다.
(아침이란 말을 쓰기 양심에 찔리는 시간이긴 합니다만요)
일단 꼭 한번 더 보고 싶었던 이곳으로 먼저 와본다.
대성당 안녕? 오늘도 예쁘구나?
히랄다 탑도 이렇게 영롱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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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전날 방문하고 너무 만족스러웠던 식당에 재방문
가는 길에 만난 트램
포르투갈의 노란 트램처럼 트레디셔널하지 않아서,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이게 버스인지 열차인지 싶음
뇌의 길 찾는 영역이 점점 발달하고 있는지. 그 복잡하다는 산타크루스 지구도 이제 척척이야 (뿌듯)
도착한 나의 세비야 최애 카페 Los Corales (이틀만에 최애 등극)
오늘은 하몽 샌드위치 세트를 시켜본다. 전날 츄로스를 먹으며 '내일은 무조건 저걸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메뉴였다.
부드러운 카페 콘 레체와
입이 텁텁할 만 하면 들이켜주면 좋은 어륀지 쥬스 그리고
토마토가 잘 발린 빵 사이에 끼워진 비릿하고 풍미 넘치는 하몽
스페인 와서 구제불능의 하몽 러버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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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데 웨이터 분이 갑자기 오셔서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냐(?) 라고 상냥하게 말을 거셔서 순간 당황하였다. 중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그랬는진 몰라도, 나를 중국인이라 여기고 말을 거셨던 것 같다..한국에서 왔고, 어제 우연히 여기 앞을 지나가다가 아침이 먹고 싶어 들어왔다가 그 맛에 반해 오늘도 찾았다고 대답해 드림. 그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진 못하여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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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마저 먹고 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옆자리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가 친구랑 전화를 하시며 이곳의 위치를 설명하고 계셨는데, 아무래도 설명이 어려우셨나 보다. 갑자기 나한테 도움을 청하시려는 듯이 불쑥 내 쪽으로 몸을 내밀며 말을 거셨다가, 내가 외국인인 걸 깨닫고 몹시 당황하며 미모사마냥 몸을 움츠리시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시는 것이었닼ㅋㅋㅋㅋ미안할 건 없습니다만요 할아부지....
어쨌든 친구분들은 무사히 잘 찾아오셨고. 내가 다 먹고 일어나자 잘 가라고 스윗하게 인사를 해 주셨다. 여러 모로 잼썼던 까페 데 코랄.
맛있게 잘 먹고 나와서 뚜론 파는 가게를 지나
산타크루스 지구~호스텔을 오갈 때면 늘 오른쪽에 보이던 오렌지빛 성당도 지나
음 예뻐~~~음 아주 조아~~하면서 레스토랑 메뉴판도 봐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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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찾으러 세탁소로 돌아간다
갔는데 아줌마가 10분 더 기다리라고 해서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는 중
세탁소의 냄새는 늘 좋기 때문에 얼마든지 앉아있을 수 있답니다 아주머니. 멕시코 살 때 집에 세탁기가 없어서 늘 길 건너 세탁소에 빨래를 맡기던 생각이 났다. 향긋하고 보송보송한 마른 옷 냄새가 넘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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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고 끝에 찾은 빨래들을 호스텔 침대에 잘 던져놓고, 드디어 오늘의 첫 여행지 알카사르로 출발해 본다.
위치는 대성당의 맞은편
전날 대성당~히랄다 탑~유대인 지구~스페인 광장 등등을 오가며 숱하게 지나갔던 곳이었다.
스페인에 와서 자꾸만 야자수를 보고 있는데 왠지 위화감이 들지 않는 것이다?
오페라의 도시! 인 것은 아무래도 세비야의 이발소 때문인가 헤헹
그렇게 입구에 도착하였는데
또....줄이.....^^
세비야에서는 사전 예매를 하나도 안 해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줄의 끄트머리에 서서 기다리기 시작한다.
알카사르의 상징 같은 저 울퉁불퉁한 성벽과 높이 올라간 깃발을 보자
멍하니 서서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이동하고 있자니, 안쪽에 알카사르의 입구인 사자의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뜻밖의 세인포티아 보수공사(?)의 현장을 목격하게 됨
이렇게 손수 새 꽃을 사오셔서, 시든 것들을 솎아내고 새 것을 채워넣는 방식이었구나.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었구나. 세인포티아는 왠지 늘 쌩쌩한 꽃 같았는데 그것이 아니었구나
이날도 대학생 요금으로 (도키도키)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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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자마자 보인 사자의 문과 아름다운 초록색 지붕. 세비야의 알카사르는 그라나다의 알함브라를 보고 나면 별 감흥이 없다는 얘기를 숱하게 들어, 긴 줄을 서서도 딱히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 외로 멋졌다.
왼쪽 뒷편의 정원
마름모꼴의 바닥 장식이 인상적이네
건물 안으로 들어와 보았다. 타일 구경부터 시작
작은 나사리 궁의 느낌?
안쪽의 파티오도 작은 물의 궁전 느낌
하지만 나사리 궁의 정원과는 비슷하면서도 딴판이었다
세비야 알카사르는 꼭 와볼 필요는 없지만, 시간이 남는다면 안 와볼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로케 세인포티아도 풍성하게 있구여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는 곳
나사리 궁이 약간 삭막하고 절제미가 있었다면, 이곳은 조금 더 생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알함브라보다 전체적으로 사람이 한참 적어서 천천히 둘러보기도 좋았고
안이 서늘하고 춥긴 했지만유
스페인 문장이 잠시 시선 강탈
바깥은 따뜻한 겨울
안쪽의 정원을 산책하러 가본당 투비컨티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