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봄 부산 프롤로그
(22. 04. 23 - 22. 0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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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카테고리는 해외여행만 기록하려고 했던 것인데
코어쩌구 때문에 카테고리가 통째로 3년째 방치만 당하고 있었고,, 뭣보다 ''혼자서'' 3일 동안 서울을 떠나 어디 다녀온 게 너무도 오랜만이었고, 폰사진도 5백장 넘게 찍어왔고, 필름도 세 롤이나 찍어왔고. 오랜만의 여행에 너무도 들뜬 상태로 주변의 모든 것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신나게 다녔었기 때문에 🌿 내겐 사실상 해외여행과 다를 바 없었다... 는 점에서 Vagabond 카테고리에 부산 폴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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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 말고 혼자 여기 와본 건 처음이었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수없이 왔던 도시였기 때문에 걱정도 좀 했지만
다행히도 부산은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운 도시였다. 날씨마저 3일 내내 좋았어서 (비는 안 왔으니까~~~) 행복한 기억만 잔뜩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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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서울은 날이 흐려서 걱정 한가득 안고 출발함
그리고 혼돈의 부산역 앞
캡슐호텔 (호텔1) 에서 묵었는데
n년 전 치앙마이에서 얻은 교훈.. a.k.a. 나이에 맞는 여행을 하자.. 를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
님 이제 이십대 아니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돈 더 쓰고 다리 뻗고 자자 제발
틈만 나면 찍고 다녔다
내가 이런 시덥잖은 것을 찍고 다닐 때마다 '저게 먼다꼬 찍고 있노'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가시는 부산 아조시 아지매들도 넘 조았구요,,
첫날 둘째날까진 인생네컷으로 기록 잘 남겼는디 마지막 날엔 까먹었다,,🤦♀️
첫날부터 카드 잃어버리고 아주 어이없는 여행이었다
이 와중에 '이 내가 카드를 잃어버렸을 리가 없다' (...) 는 어처구니 없는 확신을 가지고 분실신고도 안 했음. 다행히 만 12시간도 안 되어서 찾았다 친절한 부산 사람덜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여러분 분실신고는 제때 바로 해야 귀책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답니다..😇 from 왕년의 카드 부정사용 담당자)
방음은 개나 준.. 감옥 같은 캡슐호텔이었지만
머리맡의 광안대교 풍경만큼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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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흑백필름만 가져갈까 하다가 모처럼 돈 좀 써서 컬러필름 물려서 데려갔는데
역시나 라이트룸 없었으면 나는 필름카메라 접었을 듯 (...) 그래도 2년만에 찍는 롤라이-컬러필름 조합 치고는 나쁘진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돈 많은 사람처럼 혼자 3만원 내고 탔지만.. 사실은 같이 탈 사람 없는 불쌍한 사람일 뿐임 따쉿
예쁜 카페에서 말차 디저트도 먹구
흐린 날이었지만 충분히 예뻤던 바다
철길 옆을 걷는 건 언제든 설레는 일이다
점원분이 어떻게 알고 오셨냐고 물어보셔서 수줍게 인스타..라고 대답함 (ㅋㅋㅋㅋㅋㅋ)
마린 계열 향수인 카르스트를 바다 컨셉의 이솝 매장이 있는 항구 도시 부산에서 드디어 샀다 💙 최고의 연계 헠헠
마이페이보릿쿠키도 들러봄
이미 늦은 오후라 그런지 레드벨벳과 말차맛은 품절,, 그치만 나머지 쿠키들도 맛있었다 와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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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이번 부산 여행에서는 회, 돼지국밥, 밀면 안 먹기로 다짐했었는데
삼일차가 되니... 의문의 불가항력에 이끌려 아침부터 대지국빱 먹으러 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나 진짜
여행 기록에도 쓸 거지만 강알리 넘 좋아서 계속 네이버 부동산 찾아보면서 다님 (..예?)
부산 그렇게 많이 온 것 치고 광안리는 와본 적이 거의 없기도 했고, 이렇게 샅샅이 본 건 처음이었는데 앞으로는 올 때마다 들를 것 같다
제법 현지인 같이 다닌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9년 전에 들렀던 카페는 (당연하지만) 다른 곳으로 이전해 있었고
아쉬운 대로 보수동 초입의 어느 카페에서 레몬 컵케잌 냠
어이없이 복잡한 남포동 좋아
생각보다 (특이한 의미로) 맛있었던 잠봉뵈르,, 이거 먹고 나니 갑자기 밀면이 땡겨서 '기차 타기 전에 밀면 꼭 먹어야지' 했음
한식 별로 안 좋아한다고 늘 말하고 다니는데 hmm 사실은 뼛속까지 K-한국인일지도
모모스커피에서 원두도 알뜰하게 쇼핑해서 도라온다
9년 전에는 미림이랑 비빔밀면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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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차게 다닌 것 같기도 하고.. 별 것 안한 것 같기도 하고..
계획은 J처럼 시간 단위로 짜 놓고 결국은 지맘대로 다녔던 걸 보니 나는 역시 천성이 P인가보다 🌟
이것으로 부산여행 프롤로그는 끗,, 3일간 5백장 넘게 찍어 온 사진들은 하나하나 풀어서 올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