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2 : 세비야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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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2016년 12월 22일
지도로 봐도 새삼 놀라울 정도로 '큰' 세비야 대성당이다
앞에 도착해서도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성당의 이곳 저곳 사진을 찍고 있는 나와 언니....그리고 그 결과물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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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모든 인간 위에 있던 시대의 '성당'이란 도대체 뭘 의미했던 걸지. 그때의 종교가 인간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는지는 이 거대한 건축물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구역의 무신론자이자 현대인(?) 김귤희도 어쩐지 대단한 경외감을 느끼며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가 보려 하는데
응~세비야 대성당은 줄 서야해~
아 그렇지. 여기는 스페인의 넘버원 관광지 세비야, 그 중에서도 랜드마크인 카테드랄 아니겠습니까.
비수기의 스페인을 여행하며 가장 좋았던 건 첫째도 날씨, 둘째도 날씨가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는 관광지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성수기의 스페인보다 훨씬 쾌적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의 여행에선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줄이란 걸 서 본 적이 없는데요. 드디어 세비야의 대성당에서 줄이라는 걸 서 보게 되네 하핳;
줄 끄트머리에 서서도 성당 구경을 계속된다
그저 바라보는 것 만으로 이렇게 경외감이 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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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분을 기다려 드뎌 입장쓰
들어가자마자 히랄다 탑의 상징과도 같은 자매의 그림이 보인다.
예전에 세비야 지역에 지진이 났을 때 히랄다 탑만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세비야의 수호 성인인 두 자매 때문이라고 함.
안쪽의 장식물도 그저 영롱한 황금빛
현대식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이는 성당 입구의 안뜰도 그저 연한 금빛. 아직 본격적인 황금 퍼레이드(....)가 채 나오지 않았는데도, 대성당의 곳곳은 꽤나 황홀했다.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에 시선 다 빼앗김
우어엉....
높디 높은 천장과 끝없이 넓은 성당 내부. 탄성도 안 나오더라
스테인드글라스 무한 사랑
오르간도 대단히 크고
그렇게 넋을 놓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는 와중에
콜럼버스의 관을 발견했다!ㅅ!
아는거 나와서 기쁜 김귤희
페르난도와 이사벨의 후원으로 중남미 대륙을 발견하였고 스페인에 막대한 황금과 부, 세계 패권을 가져다 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인정받지 못했던 콜럼버스는 죽어서도 스페인 땅에 발을 딛기 싫어했다고 한다. 중남미 어드메에 묻혔다가, 결국 스페인으로 돌아와서도 황금시대의 세비야를 상징하는 세비야 대성당 안에, 네 명의 왕족들이 받치고 있는 작은 관 안에 담겨 소원을 풀게 되었다는 기나긴 TMI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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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학을 배우다 보면 콜럼버스는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인물이다. '발견하는 자'라기 보다는 '침략하는 자', '약탈하는 자'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것. 사실 역사란 참 오묘한 것이어서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콜럼버스의 신대륙 항해와 정복은 '서구의 소명'이나 '역사적 운명' 따위라기보다는. 정복당한 측의 입장에서는 그저 안타까운 우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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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이 길었구요
머리 위에는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든 천장이 있었다. 세상에..
정교하다 못해 보고 있으면 멀미가 날 것 같았던 천정의 장식들까지
어쩐지 세비야 대성당에서는 복잡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많은 황금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볼리비아 포토시의 산봉우리가 점점 낮아질수록 이곳 대성당의 첨탑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겠지.
물론 힘들게 줄을 서 들어온 대성당은 실로 경이로웠지만, 자꾸만 중남미에서 본 풍경들이 스쳐 지나가곤 했다.
눈으로 보고도 잘 믿기지 않았던 이 제단
그 규모나 소장품을 생각하면 죽기 전에 꼭 와보아야 하는 곳임에는 틀림없쪙
얼마나 큰지 몸소 보여주고 있는 김귤희
그렇게 끝에서 끝으로 가는 데까지 15분은 족히 걸릴 성당 내부를 유유히 둘러보다가
어쩐지 미술관 뺨치는 장소도 발견했다
헉 수르바란 그림도 있짢아ㅠㅠㅠㅠㅠ흑흐규ㅠㅠㅠ바로크 만세(?)
아직 프라도 미술관에 가기 전이었기 때문에 대단히 기뻤음
다시 언니와 이런 저런 곳들을 둘러보며 성당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여기서 한국사람 9837151명 만남
의외로 론다에서는 많이 못 봤는데 역시 세비야는 세비야인가벼
이 타일 같은 천정이 있는 곳은 바로
바로..
무리요의 무염수태 그림이 있는 곳. 르바 시간에 배우면서 꼭 실제로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꺼이꺼이
다시 봐도 말도 안 되게 황홀하다
그밖에 온갖 금으로 된 세공품들까지. 대성당인지 박물관인지 모를 정도
그야말로 찬란했던 스페인의 16~17세기는 모두 이 곳에 있었다.
이쯤으로 대성당 관람은 마치고 본격 히랄다 탑으로 올라가 보기로 한다. 투비컨티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