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 : 최남단
계속해서 2016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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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타러 가는 길
영국풍인지 지브롤터풍인지 영국을 안 가봐서 판단이 불가능한 거리를 한참 동안 걸어서 도착했다.
어느새 이렇게 돌산 코앞까지 왔다니! 역시 도보 여행에선 정신을 뺴놓고 다녀야 해 (응??)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보단 텅텅 빈 게 무조건 좋습네다
가격이 얼마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어차피 지브롤터에서는 딱히 할 게 없고 그나마 돌산에 올라가서 모로코와 원숭이(?무슨 조합이냐)를 보는 게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갔다.
출발한 케이블카는 생각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우워우워엉ㅇㅇ엉 하는 와중에 순식간에 위로 올라가기 시작
이내 새파란 지중해 바다가 보였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들 하지만, 정말로 이 순간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1분도 안 되어 맛볼 수 있는 이 행복이라니.
서쪽의 바다였던 모양이네
그렇게 얼마 걸리지 않아 돌산 정상에 도착했다. 좋아하는 항구의 모습도 맘껏 볼 수 있어 정말 기뻤음.
내리자마자 나와 다른 관광객들은 띠요오오옹?! 의 상태가 되었는데, 그건 바로
말로만 듣던 지브롤터 돌산의 원숭이 때문이었닼ㅋㅋㅋㅋ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렇게 내리자마자 온 사방에 원숭이 친구들이 포진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지 뭐야....
먼 옛날 나라공원에 가서 만난 사슴이 떠오르는 건 왜였을까
유난히 더 파랬던 EU 깃발
원숭이에게 까불면 주옥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교훈적인 그림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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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전망대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원숭이들을 애써 외면하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며 '조금만,,딱 10분만 더 보고 싶다 ;ㅅ;' 라고 생각했던 지브롤터의 서쪽 바다를 본격적으로 감상하기 시작
아 정말 항구는 멋져. 이 세상의 모든 항구들 영원했으면 좋겠다
그 누가 여기를 겨울이라고 믿겠냐 이 말이다 ㅠ_ㅠ
찬-란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원숭이의 실루엣
케이블카 전망대 뒤쪽으로 가면 지브롤터 돌산의 상징과도 같은 저 peak를 볼 수 있다.
눈이 너무 부셔서 제대로 건진 셀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함정
스페인 쪽을 바라보면 이런 모습이다. 가만 보면 이베리아 반도에도 큰 산맥이 참 많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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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 대로 지브롤터에는 나와 같은 솔플러들은 드물었고, 연말을 맞아 여행을 온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외로웠지만 이런 걸로 외로워하는 건 천상 솔플러에게 맞지 않아^0^ 라며 씩씩하게 전망대 한 바꾸를 둘러보았다. 중간에 이런 저런 외국인들에게 사진을 부탁했지만 양키센스 덕분에 올릴 만한 건 없구요,,
그나마 내가 찍은 내 뒷모습뿐. 셀카봉을 들고 힘껏 팔을 뻗었을 이때의 내가 안쓰러 흑흙
이런 곳도 발견하였다. 저 빨간 지붕 건물들은 리조트였을까. 그 앞의 유난히 파란 바다는 secluded beach 정도 되는 곳이었을까
암튼..그렇게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사진 한 장 제대로 못 건졌던 지브롤터지만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 건 이 새파란 지중해 바다 때문이었다. 바다가 있다면 어디든 가고픈 이 마음 아실런지 ㅠㅠ
그렇게 감정을 잡다 보면 어느덧 앵글에 원숭이들이 우끼끼 하며 침투해 오곤 했다.
느그들 밥은 먹고 다니는 거니....? 관광객들이 주는 간식들 말고 공원 관리 차원에서 따로 먹이를 주려나? 아무리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지중해에도 겨울이 오는데 이 친구들은 어찌 겨울을 나나 했는데
응....일단 잘 먹고 다니는 것에는 틀림이 없네 ^ ^
옆으로 지나갈까 하다가 공격당할까봐 무서워서 그냥 반대편으로 가본다. 인간은 원숭이보다 진화한 영장류이지만 이럴 땐 진화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멀리서 보니 의외로 예쁜 그림
그리고 전망대 아랫쪽의 혼돈의 카오스
내려올 생각도 않고 한참 동안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찾았다 영국기 내가 바라던 풍경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원숭이 사진은 찍어야지 하며 가까이 가봄
모델도 잘 서주고 착한 친구들이긴 한데....무서웠쪄...
그렇게 원숭이와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본다....이것이 바로 지브롤터에서의 일과...
렌즈도 봐 주고 차칸 애들이긴 한데 흑흑 그래도 무서웠다구
매일 보는 풍경일텐데 뭐가 그리 신기하니
응? 무가 그리 신기하냐구ㅠㅠㅠㅠ
저멀리 보이는 모로코 땅. 날이 좋은 날엔 더 잘 보인다는데 아쉽게도 윤곽 정도만 보였다.
아프리카가 이렇게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니. 한국에서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한없이 멀게 느껴지는데 말이다.
계단 내려오는 아가 원숭이를 초조히 보는 엄마 원숭이
오구오구 잘 내려오자나
그리고 뜻밖의 털 골라주기 타임
갑자기 엄마 보고 싶어지네...또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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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롤터 돌산 구경은 가족애 넘치는 원숭이 구경으로 마무리
내려올 때는 올라올 때보다 줄이 길어서 조금은 기다려야 했다.
주차 뭔데 신기하냐
이렇게 지브롤터 돌산...아니 원숭이 구경 끝
다시 시가지로 돌아와 본다.
지브롤터가 그래도 어엿한 국가니까 요로케 은행도 있답니다
마 지브롤터까지 왔는데 큽피 한 잔은 사무야 안 되겠나!! 하며 영국 커피 체인점인 코스타 커피에 당당히 들러본다
라떼 한 잔을 사서 소중하게 들고 나옴. 맛은 별로 없었다...미안...
마지막까지 영국스러운 모습을 알뜰하게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본다
올때 통과했던 터널을 역으로 통과하여
왜인지 모르겠지만 화단에 오도카니 앉아 나를 노려보고 있던 고양이도 지나서
퇴근 시간 지브롤터의 트래픽 잼도 목격하고
그렇게 다시 지브롤터 공항에 도착. 몇 시간 전 두근두근하며 걸었던 활주로를 한번 더 걸어볼 시간이다.
맛은 없었찌만 컵은 예뻤던 코스타 커피와 함께
안녕 지브롤터~~~또 볼 일이 있을까나
스페인으로 복귀하여 봅니다
짜잔! 횡단보도 몇 개를 건너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타국의 돌산을 황망히 바라보는 중
라 리네아에 머문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네
버스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만 좀 둘러보았다. 아주아주 작고 평범한, 사람 사는 동네였던 듯
버스 정류장도 이렇게 생겼꾸
그렇게 시외버스라기보다는 마을버스 느낌의 버스를 타고 다시 알헤시라스로 돌아온다.
지중해의 노을 너무 아름다와
타는 듯한 하늘에 야자수. 다른 곳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풍경이다.
그건 그렇고 도로에 차가 정말 많더라
스페인에서 지브롤터로 출퇴근하는 사람ㅡ혹은 그 반대ㅡ가 많아서였을까
스페인 와서 매일 보고 있는 터무니없이 멋진 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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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헤시라스에 돌아와서는 저녁 정도는 챙겨먹고 자 보려 했으나
생각보다 좀 을씨년스럽고 무서운 동네였던 관계로....그냥 이불 폭 덮고 코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