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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하반기의 김귤희는 무엇을 했는가

만만다린 2016. 12. 6. 15:30

 

 

(한거없음 주의)

 

 

7-8월

- 하계인턴. 회사라는 것 넘니 꿀잼이구나!!!!!과 이러려고 인턴 붙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의 사이에서 끝없이 진동하는 진자마냥 방황함. 

- 상반기 신입 공채에서 전부 쓴맛을 봤기 때문에 인턴을 하게 되었던 것이지만, 난생 처음 경험하게 된 회사생활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으며 회사에서의 내 모습은 노오-답이었고....(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 상태로 신입이 되었으면 큰일이었겠구나 싶었다.

- 졸라 쓸 말이 많지만 줄이기로 하고. 매분 매초 븅신같았던 나였지만 많은 분들이 따스히 대해주셨고 귀중한 조언을 해주셨으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 6박 7일간의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뭔가에 씌인 듯 다녀왔고, 다섯째 날이 되자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으며(두달 간 남미를 쏘다닐 때에는 전혀 하지 못했던 생각이었다) 꽤나 자주 외로움에 몸부림쳤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꽤나 잘 작동하던 내 일본어 기능은 완전히 고장났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욱 스스로를 이방인같이 느꼈던 것 같다. 

- 즉흥적인 여행은 내게 맞지 않는구나....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하고 싶은 말은 어설프게나마 다 할 수 있을 정도의 언어 능력, 여행지에 대한 배경지식,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만 나는 기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것이었다.

- 그런 의미에서...라틴아메리카학을 공부하고 중남미를 여행할 수 있었던 건 23살의 내겐 감당하기 힘들 만큼 벅찬 경험이었으며, 행운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Beginner's Luck!

- 마지막 주에는 속초에 포켓몬을 잡으러 다녀왔다. 영금정에서 본 짐승같던 파도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9월

- 어쨌든 무사히 전환이 되었다 (전환둥절)

- Coursera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를 듣기 시작했으나, 명령어만 몇개 배우고 뿌듯해하다가 2주 후에 관뒀다. 이유를 쓰려다 넘 스스로가 비참해져서 쓰지 않기롴ㅋㅋ

- 놀아야 한다는 생각과 뭐라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폭발하며, 매일매일 일과가 바뀌곤 했다. 아트나인에 자주 다니고, 책도 쉼없이 읽었다. 소설책만 5권이 넘게 해치웠다. 일본어 책을 빌려서 끼적끼적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써보기도 했고. el pais와 el mundo 홈페이지에 실로 오랜만에 들어가 스페인어 기사들을 훑었다.

- 55%정도의 만족을 가져다 준 일본 여행의 휴유증 때문에, 계속해서 일본발 컨텐츠를 접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오즈 야스지로, 이와이 슌지....지브리 애니메이션들 중 안 본 것들도 찾아봤다. 다만 그런다고 나머지 45%가 뒤늦게 채워지는 건 아니었다. 

- 다만 하루키의 논픽션들을 읽다가 <먼 북소리>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0월

- 10월이 시작되자마자 부국제에 다녀왔다. 총 9편 봤고, 영화의 멋짐과 구림을 떠나 진심 꿈같이 행복한 시간들이었음....부국제 참석은 남은 평생 동안 나의 연례 행사가 될 것이다.

- 매주 가는 파트타임이 시작되었다. 수요일에 출근을 하면 월요일 밤부터 왠지 모르게 초조해지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삶의 싸이클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 집 재계약하고 마통 뚫었다. 으른 된 기분.

- 12월의 여행지가 숨쉬는 것마냥 자연스럽게 스페인으로 결정되었다. 스페인어를 쓸 수 있다는 것 말고는 관심도 애정도 없던 나라였지만, 남은 10월의 절반을 온통 관련 책을 읽고 다큐를 보는 데에 써버리고 나니....스페인은 캉코쿠와 멕시코에 이어 내 제3의 고향이 되어버렸다. 8ㅅ8

 

11월

- 하는 운동이 없어서 그런지 동생이랑 같이 살게 되면서 식습관이 망가져서 그런지....쉴틈없이 감기에 걸렸다. 낮에는 아파서 골골대고 밤에는 테라플루 원샷하고 기절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림.

- 애증의 Coursera에서 비즈니스 영어 강의를 완강하였다. 그~~~나마 도움이 될 거라고 대리님이 말씀하셨던 게 생각나서.... 예상했던 것보다 무척 재미있었고, 영어를 쓰면서 늘 품고 있던 고민을 어렴풋이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내가 말하는 문장들은 얼마나 격식이 있나? 얼마나 어른스러운가?' 뭐 이런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업무적인 팁이나 회사생활에서의 애티튜드 같은 것들을 깨알같이 배울 수 있었다. 근데 배웠으면 쫌 적용을 하자 쫌 김귤희야

- 듀오링고도 다시 시작. 진짜 겁나게 열심히 했다.

- 스페인 역사책을 두 권 읽었다. 소중한 시간들이었지만 여기에 너무 매몰되어서 다른 책들을 많이 들춰보지 못했던 건 아쉬운 점.

- 구글맵을 켜놓고 가본 장소들에 별표를 치며 멍을 때리는 좋지 않은 습관이 생겼다.

- 파트타임이라고 쓰고 핀테크 자습이라고 읽는 활동(?)은 매주 수요일마다 계속되었다. 놀라운 점은....당췌 뭔 말인지 알 수 없던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이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으며 IT 관련 뉴스를 보는 게 더 이상 괴롭고 자괴감 드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 팀에 대한 애정도 어쩐지 급격히 커졌다. 그걸 느끼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쇼핑을 정~~~~~~말 많이 했다. 옷도 많이 사고 소품도 많이 삼. 약속도 많이 잡아서 주말이 심심치는 않았다. 토요일은 매번 집회 가느라 바빴구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월과 전전월에 비교했을 때 11월은 보람차게 놀지도 못했고 열심히 공부하지도 못했고 나 뭐했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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