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 : 애프터 알함브라
계속해서 12월 19일....이날의 게시물 너무 많다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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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다시 이사벨 광장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전날 같이 다녔던 서나언니를 기다렸다.
낮에도 밤에도 한결같이 예쁘고, 훌륭한 입지(....) 덕분에 그라나다에서 늘 만남의 장이 되어 줬던 이사벨 광장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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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를 만나 밥 먹으러 간 곳은 Bar Ávila라는 곳
Los Diamantes 못지 않게 타파스 맛집으로 한국인 및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곳이었다.
골목에 숨어 있어서 찾기 힘들었지만 뭐랄까 되게 맘에 드는 외관이어서, 간판을 발견하자마자 뿌듯해짐
입장. 점심시간에 딱 맞춰와서 그런지 사람이 진짜 진짜 많았다.
바 자리로 안내를 받아 착석....이라고 하긴 좀 어폐가 있는 것이, 의자가 없어서 서서 먹었닼ㅋㅋㅋㅋ꺄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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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으로 타파스를 내어 주던 los diamantes와는 달리 이곳은 무료 타파스를 고를 수 있었다.
식재료 읽는 건 스페인어를 배운 지 n년이 다 되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이 없는 일이므로 대충 슥 보고 '고기'가 들어 있는 메뉴를 고름.
뚜뚠 빵 두 조각과 수북한 감자튀김, 그리고 익숙한 비쥬얼의 돼지고기 찜 요리가 나왔다.
맛은 그야말로 한입 먹자마자 띠용....아 이거.....학식에 나오는 돼지갈비찜 아니냐 완전.....심지어 양념 맛조차 거의 흡사해서 신기했다. 어떻게 이 머나먼 땅에서 한반도 음식 맛이 나는짘ㅋㅋㅋㅋㅋ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경이로워.. 그리고 정말 맛있었다.
(이땐 몰랐다 내가 저녁에 Avila에 또 올 줄. 그리고 이 안주를 또 먹을줄;ㅁ;)
안에 담긴 음식들로 슉슉 타파스를 만들어 실시간으로 서빙이 나가는 곳이었다.
그야말로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아주 바쁜 가게였지만, 틈틈히 말을 나누었던 종업원들이 모두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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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각자의 알함브라 얘기를 나누고 숙소로 잠깐 돌아왔다.
왜냐,,체크인 할 때 받았던 웰컴 드링크 쿠폰을 써야 했기 때문 낄낄
서나언니는 두어 시간 뒤에 그라나다를 떠나야 했고, 나도 어차피 언니가 가면 혼자 웰컴 드링크 마시러 바에 올 일은 없을 것 같았기에.
오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어제도 여기서 한잔 할 걸 그랬자나
그리고 무려 여기도 나름 바Bar라고, 웰컴 드링크로 술을 시키니 무료 타파스를 주시는 게 아니겠닠ㅋㅋㅋㅋ
아까 타파스를 한 접시만 먹길 잘 했다며 언니와 꺄르륵 꺄륵 하면서 마지막 수다를 떨고, 언니를 보내고 나는 다시 거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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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보는 도시 전망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김귤희
정처없이 알바이신 지구를 떠돌다가 그라나다의 3개 전망대를 모두 정복하고 저녁을 먹겠다는 알찬 계획을 품고 길을 나서 본다..(비장)
과연 드림 컴 트루 ★ 할 수 있을까....길을 안 헤매고 어느 한 곳에서 지나치게 정신을 오래 놓지 않는다면 가능할거야...
하면서 익숙한 Carrera del daro 거리로 복귀
양 옆의 기념품 가게들도 알뜰하게 구경해본다
고백하자면 그라나다에 예쁜 식기류가 많겠거니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왜였지??? 암튼 그래서 바르셀로나에선 맘에 드는 컵이나 접시가 있어도 그냥 쿨하게 지나쳤었다. 하지만, 내가 너무 큰 길거리의 보급형 기념품 샵들만 다녀서 그런진 몰라도, 그라나다의 그릇들은 색감은 화려했으나 퀄리티는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다 ㅠㅠ 아이고 ㅠㅠ 오기 전에 잔뜩 기대했던 알함브라 타일 느낌의 식기류들도 별로 없었음.
이럴 바에는 그냥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 스타일의 타일 식기류나 사올걸.....에구 내 인생아....
찻잎이나 사야지 하며 수많은 차 종류들을 시향하다가 후각을 잃어버릴 즈음에야 하나를 골랐다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고른 느낌적인 느낌)
어제부터 계속 눈독을 들이던 마그넷도 구매. 얼마나 예뻤던지 보자마자 다른 종류는 눈에 1도 들어오지 않았다.
기타등등 어쩐지 멕시코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기념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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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번째로 산 미겔 전망대에 가기 위해 열심히 산을 타기 시작했다.
그라나다에는 3개의 전망대가 있다는데 그 중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라 한다. 과연 등산의 클라스가 남달랐고 순간 페루 쿠스코나 볼리비아 수크레 같은 곳에 온 줄 알았지 모야....고산지대도 아닌데 왜 숨이 넘어갈 듯 했을까....한국에 돌아가면 운동을 더 해야지....
하면서 알바이신 지구 중턱의 Iglesia del Salvador까지 도착
옆에는 작은 살바도르 광장이 있다. 어쩐지 문 연 곳도 하나 없고 인적도 없었다.
오기 전에 유랑과 여행책에서 본 '알바이신 지구는 혼자 다니긴 좋지 않다' 는 문장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
더군다나 구글맵이 광장 옆에 난 작디 작은 샛길로 나를 인도하였으므로, 매우 찜찜하지만 일단 따라가본다.
고먐미들이 길동무를 해 주어 위안이 되었어 ㅠㅠ
사람 하나 없는 오후 3시의 주택가와 왠지 을씨년스러운 담벼락들....
이 즈음하여 나는 '괜히 제일 높은 곳에서 뭘 보겠다고 나는 여기까지 혼자 왔나' 하며 약간의 후회를 시전하였다
그치만 여기까지 왔으니 포기는 다메요. 계속계속 영혼 없이 위로 올라가는 중
그러자니 금새 알함브라 궁전이 한 눈에 들어오고, 어느새 날씨가 흐려져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었지만 이따금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개 3마리의 견주분..
이 즈음에서 산 미겔 전망대로 올라가는 수많은 계단길들이 보인다. 보자마자 포기하고 싶어졌지만 내가 뭣허러 여기까지 온 거겠냐 하며 출발.
계단을 오르는 길엔 집시들의 독특한 주거 방식이라는 동굴 집(?)을 볼 수 있었다
엇 그 유명한 사크로몬테 언덕이 여기였나....굳이 올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오게 되었네....누군가 혹시 내 소리를 듣고 방해 받아 집 밖으로 나오실까봐 괜시리 무서워져서 조용조용 다니게 되었다.
다 말라 죽어가는 알로에 선인장도 여럿 있었다.
물론 도시 뷰가 참 멋지긴 했지만 이런 분위기인 걸 미리 알았다면 나는 굳이 안 왔을 거야 ㅠ_ㅠ
줌을 땡겨 찍어본 알함브라 궁
끙 넘나 무법지대의 풍경
물론 산 미겔 전망대에서 보이는 뷰 자체는 좋았다! 확실히 더 높은 곳이라 시야가 더 넓은 기분이었다.
저 멀리 산들까지 보이고 ㅇㅇ
더 위로 올라가면 조그만한 예배당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 온갖 백인 히피들이 다 모여 있었으므로 왠지 가고 싶지 않아서(....) 여기까지만 보고 내려오기로 한다.
이 지도 첨부하면서 구글 리뷰 보다 깨달았는데 도심에서 N9 버스로 쉽게 올 수 있다고 함....여러분 걸어오지 말고 걍 그거 타세여....
내려가는 길에 좀 더 자세히 보게 된 동굴 집들. 온갖 철조망들과 철문들로 입구를 막아 놓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아까 그 BOA 다니는 인도 애 또 마주침. 산 미겔 올라가는 거니??? 하며 또 몇 마디 주고받다가 서로 슥 지나쳤다.
아직 끝이 아니었어 이 친구를 마주친 건....
무시무시한 계단이 아래로 보이네
아무튼 산 미겔 전망대는 매우 독특한 곳이었다. 철조망과 쓰레기와 허름한 동굴집들과 다 썩어가는 알로에 선인장들,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과 알바이신 지구, 여기에 저멀리 보이는 광활한 들과 산까지(....) 이 모든 걸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밤에 맥주 한 캔 사서 밤바람 맞으며 야경을 보면 참 많은 기분이 들 것 같은 곳이었다. 그치만 혼자 오기엔 좀 무서운 곳인 것 같아 꺄르륵
와 내가 이런 생각을 다 하다니;;;; 김귤희도 이제 나이가 드는 걸까 ㅠ^ㅠ
애웅
멍멍 (내려가는 길엔 왤케 애완동물들을 많이 마주쳤는지 모를 일)
나머지 두 전망대 구경과 알함브라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투비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