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Projects/香

[Le Labo] 어나더13 / Another13 / EDP

만만다린 2020. 10. 18. 23:10

 

 

시향기 써보고 싶은 향수는 밀리고 밀렸지만 순서를 못 정하겠고 (...)

그냥 아끼는 것부터 써야지-! 하며 어나더 13을 들고 왔다

 

 

 

Another 13 / 50ml & 100ml, 

by Nathalie Lorson

 

국내 르라보 3대장 (상탈 / 어나더 / 떼누아) 중 하나인 어나더 13

시작은 Another라는 잡지와의 콜라보로 탄생한 향수이지만... 살냄새 향수로 너무도 유명해져 버린 향수이다.

 

조향사인 Nathalie Lorson은 수많은 퍼퓨머리 하우스들의 수많은 향수들을 탄생시킨 분인 것 같다.. 르 라보 안에서는 내가 잘 모르는 시티 익클 - 두바이, 런던 - 향수들을 조향하셨네

 

 

이런 잡지인가 보다 헉 머시써

 

*

르라보 자체가 실험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브랜드이지만, 개인적으로 상탈이나 떼누아보다는 조금 더 다가가기 쉬운 향이 아닐까 한다.

매장 시그니처 향인 상탈33, 직원들이 늘 같이 권해주는 떼누아29에 비하면 웨어러블하고 남녀 구분 없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추가로 르라보 보틀 디자인에 대해 깔끔하다, 허접해 보인다 말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호.. (바이레도도 대충 만든 것 같으면서도 균형잡힌 모양이 맘에 들어서 좋아함)

근데 요즘 비슷하게 나오는 도메스틱 브랜드들이 너무 많아서 좀 싫은 건 어쩔 수 없다.

 


 

Fragrantica Perfume Pyramid & Notes

 

 

Iso E Super, Ambergris, Musk, Ambrette, Amyl Salicylate, Pear

 

Fragrantica에서는 Another 13을 Oriental Woody 향수로 분류하고 있다. 내 코에 오리엔탈은 모르겠고..노트도 전혀 짐작할 수 없자너...?

Iso E Super에 대한 여러 논쟁은 차치하고 앰버그리스, 암브레뜨.. 하나같이 향린이 김귤희의 코에는 아리송한 노트들 뿐이다.

 

 


 

Scent

 

맡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은 향수이지만 일단 내 코에서의 변화는 아래와 같다.

 

Photo by Drew Beamer on Unsplash

 

트레일 변화 없이 쭉- 이어지는 향수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가 묘하게 변하는 게 재미있다.  분명 같은 향 같은데 달라 😳

처음엔 날카롭고 비릿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신선,, Fresh한 느낌,,) 분위기가 지배적으로 느껴진다.

 

Photo by Brandi Redd on Unsplash

개인적으로는 이 향이 꽤 결벽증적으로 (?) 느껴져서, 브랜드 이름에서도 연상되듯 마치 실험실에서 날 법한 향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잡지와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걸 알고 나니, 이건 분명 종이의 질감이다. 흔히 생각하는 오래된 책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가 아닌... 갓 공장에서 찍혀 나온 빳빳하고 광택이 도는 흰색 종이의 향기다. 옆선이 날카로워 잘못하면 손이 베일 것 같은 그런 종이.

 

Photo by Evie S. on Unsplash

 

하지만 머스크 계열의 향수들이 그렇듯, 이내 체취와 섞여 부드러워지고 따뜻해지며 사람들이 기대하는 '살냄새' 향수로 변한다.

희한한 건 코를 박고 맡으면 여전히 서늘한 철 냄새가 난다는 것인데...'메탈릭 머스키'라는 표현이 정말 딱인 것 같고..

 

*

이렇듯 두 향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어나더13이지만, 사람에 따라 발향도 꽤나 다르고 느껴지는 향도 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 옆자리 언니에게 손목을 들이대어 보았는데 언니는 꽃향기밖에 맡지 못했다 (나는 퇴긘하고 나서도 코 박으면 계속 쇠냄새만 나던데,,🙃)

 

온도와 습도, 계절에 따라서도 발향이 크게 달라지는 향수였다.

여름에 처음 사서 맡았을 때는 거의 피 묻은 쇠 (..) 느낌으로 하드코어한 향이어서 인생 처음으로 중고거래를 고민했지만,, 결국은 어나더에게 간택받아 애정템이 되어버린,,1인,,, 참내 정말 웃기는 향수야

 


 

Longevity

 

코바코 살바살 향수라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마다 지속력을 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꽤 오래 가는 편이다. 굳이 덧뿌려 주지 않아도 5~6시간 정도는 몸에서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정도였고, 무려 8시간 이상이 지나도 살에서 어나더의 포근하고 깨끗한 잔향을 맡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가성비 갑인 향수였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뿌리자마자 순삭이라고 하더군요..

 

(+ 입을 때마다 어나더만 뿌리게 되는 흰색 케이블 니트가 있는데 ㅋㅋㅋㅋ 아주 섬유에 착 배어서 그 니트 근처만 가도 어나더 향기가 난다. 살에 뿌렸을 때 발향도 좋지만 옷뿌도 넘 좋다는 얘기~~)

 


 

Sillage

 

개인적으로 미쳤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어나더를 뿌린 날이면 하루 온종일 피드백을 받았다. 오후 4시에도...;; 

나한테만 맡아지는 거였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남에게 들으니 어 이거 정말 확산력 하나는 킹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물론 이것도 사바사라고는 하지만,,

 

이처럼 미친 확산력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향이 답답하거나 무겁지 않아 오피스에서도 쓰기 좋다는 것..✌️ (물론 적당히 뿌립시다)

ㄹㅇ 이거야말로 은은하지만 확실한 존재감 / 내향적 인싸 / 조용한 관종 뭐 이런 느낌의 향수가 아닐까라고 뇌절을 해본다

 


 

Feedback

 

(출근 후 점심 먹으러 갈 때) 오늘 향수 너무 좋다. 아까 너 들어오자마자 향이 확 났다.

(뿌린지 6시간 정도 되었을 때) 앗 향수 뭐야? 씻고 방금 뿌린 것 같은 향기다😌

 

(근데 남자친구는 한번도 맡아본 적 없다고 함.. 어나더의 간택 범위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하다못해 맡을 수 있는 사람도 한정적..?)

 

 


 

Season

 

향 자체로는 계절을 타는 향수가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만, 날이 더워지면 확실히 발향이 덜 예뻤다. 선선한 가을.. 그리고 흰 니트에 어나더를 팡팡팡 조질 수 있는 겨울이 답이다.

 

머스크 계열로 많이들 분류하지만, 향이 무겁지 않고 산뜻한 편이라 밤보다는 낮에 어울리는 것도 같다.

저능 끈적 습습한 7~8월 말고는 쭉 어나더와 함께하기로 약속했어요...🌷

 


 

Personal TMI

 

두근

 

첫 르라보 향수다. 너무나 핫한... 하우스이기에 나는 이걸 지르고 무척 뿌듯했다 (르없찐 탈출-!)

 

하지만 위에도 썼듯이, 때는 8월 한여름이었고 뿌리자마자 피냄새와 쇠냄새만 진득하게 올라오는 바람에 '잘못 샀나... 인생에서 가장 허투루 쓴 2n만원이 아닐까....' 하며 나는 이 50ml 액체 앞에서 고민에 빠진다.. 매장 가서 착향도 해보고 산 거였는데 따쉿😥

친해진답시고 8월 내내 집에 있을 때마다 수시로 뿌려줬던 것은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샏 스토리 (이러느라고 한달만에 1/3 써버림)

 

다행히도 9월이 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기적적으로 향이 되살아나.. 온갖 좋은 피드백은 다 끌어당기고 스스로도 맘에 쏙 드는 향수가 되어버려 지금은 어나더13 없이는 못 산다. 주변 사람들이란 사람들한테는 다 나눠주면서 영업했는데 정작 성공한 건 불리의 빗장이었지만 (...? 이렇게 다음 글을 예고한다고?)

 

 

어떻게 마무리하지.. 대충 이렇게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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