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redo] 팔레르모 Palermo EDP
두 번째 시향기-!
초장부터 TMI 대방출이지만 나능,, 바이레도 쳐돌이,, 그 중 최애 향수인 팔레르모를 들고 와 보았다.
Palermo EDP 50ml & 100ml, 2010
by Ben Gorham
바이레도의 창립자인 벤 고햄이 조향한 향수,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바이레도 향수라고도 한다 (오,, 아조시 저랑 취향 같으시네요)
같은 하우스에서 그가 만든 다른 향수는 엘리베이터 뮤직, Jerome Epinette와 함께 조향한 라 튤립, 들어본 적도 없는 로데오가 있다.
팔레르모는 동명의 이탈리아 섬에서 이름을 따 왔고. 시칠리아의 오렌지와 레몬 나무들의 향기를 담아 만들어진 향수. 한때 이탈리아 남부에 꽂혔었는데, 렌트는 필수라 해서 여행을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저런 조향 스토리를 알고 나서 향을 맡아 보니 어쩐지 좀 솔티한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응 기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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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은 다른 바이레도 향수들과 마찬가지로 50ml & 100ml-!
나는 이걸 100ml 본품으로 가지고 있다. 묵-직... 팔레르모가 너무 사고 싶었는데 50ml 재고가 없어서 통크게 100ml로 데려왔다.
어느 세월에 다 쓰지 싶을 정도로 많다. 아무리 애정템이여도 이건 좀 힘들지 않겠냐... 아끼지 말고 친구들에게 팡팡 소분해 줘야지 😭
Fragrantica Perfume Pyramid &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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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 Petitgrain, Bergamot, Citruses
Middle : Musk, Rose
Base : Ambrette
트레일 변화가 뚜렷한 향수라 생각한다. 그리고 탑노트의 코를 찌르는 시트러스 향이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잔향이 미쳐 돌았으니까 혹시 시향 가는 사람이 있다면 꼭 착향하고 나서 잔향까지 맡아 보셨음 하는 바램
Scent
처음 분사한 순간에는 '아니 윽 이거 뭐야'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Photo by Sarah Gualtieri on Unsplash
자몽 껍질을 벗겼을 때 탁! 하고 튀는 산성의 과즙이 연상되지만, 마냥 달지 않고 상당히 씁쓸한 향이다.
사실 차분히 맡아 보면 자몽 느낌은 아니고... 🍊🍋🍊🍋 시트러스 향료와 🌱Petitgrain이 섞여서 좀 쓴 시트러스==자몽 느낌이 나는 것 같다. 페티그레인은 오렌지 나무 잎에서 추출된 오일이라고 한다.
[위키피디아 Petitgrain 참고]
Petitgrain (pronounced [pəti gʁɛ̃]) is an essential oil that is extracted from the leaves and green twigs of the bitter orange tree (Citrus aurantium ssp. amara) via steam distillation. It is also known as petitgrain bigarade.
다양한 시트러스 계열 향료들 중 내가 주로 느꼈던 건 베르가못이었다.
그치만 르 라보의 베르가못 22나, 이 분야 전문가인 (...) 아뜰리에 코롱의 베르가못 솔레이와 비교해 봤을 때는 또 다르다. 둘다 엄청 좋아하는 향수이긴 한데... 베르가못 22는 살짝 우디해서 중성적이고, 베르가못 솔레이는 누가 감귤농장 아코 아니랄까봐 상큼-한 인상이다. 반면 팔레르모의 시트러스 탑노트는 그보다는 조금 더 인공적,, 이라고 해야 할까. 향수카페를 둘러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바이레도를 '쨍하다' 고 표현하는데 나 역시 공감하고.. 그런 바이레도 하우스의 특성이 결합되어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팔레르모의 탑노트를
에프킬라와 비슷하게 느낄지 모른다. 담에 벌레한테 뿌려볼까
아마 매장에서 팔레르모 시향을 부탁하고, 점원에게 받은 시향지의 첫 인상은 100% 이 부담시럽게 쨍한 시트러스 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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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점은 이 탑노트가 내 기준 3분도 채 가지 않는다는 거신데 (사실 나는 이 에프킬라 향도 좋아해서, 팔레르모의 트레일이 휙휙 바뀌는 게 좀 슬프다)
이어서 튀어나오는 향이 꽤나 놀랍다. 지금껏 시향 및 착향해 본 다른 시트러스 향수는 대부분 우디하게, 혹은 그리너리하게, 아니면 그저 달달하게 마무리되곤 했는데. 팔레르모의 미들~베이스는 정직한 플로럴 머스크이다. 이 지점에서 팔레르모는 비슷한 노트를 가진 다른 향수들보다는 훨씬 포근하고, 살에 부드럽게 착 감기는 느낌을 준다. 물론 향수에 성별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덜 중성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Photo by OC Gonzalez on Unsplash
달콤한, 하지만 전혀 부담스럽거나 진하지 않은 꽃향🌷이 살에 착 붙어서 폴폴 나는데 나는 이 순간을 너무 좋아한다... 파우더리한 느낌도 전혀 없이 가볍고 산뜻하다.
분명 이건 머스키한 향기인데 어째서 이렇게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것이지....? 암튼 천상의 잔향이 약 30분~2시간 정도까지 쭉 이어진다.
문득문득 손목에 코를 박으면 '이게 내가 아까 뿌렸던 그 에프킬라 모기약 같던 향이 맞냐? 진짜 팔레르모는 전설이다...' 뭐 이런 생각이 든다 🥺
약간 이런 느김? 포근 시원 달달
그리고 곧 순삭되어 버립니다
Longevity
김귤희의 최애 향수이지만 눈물나는 지속력을 가졌다. 가끔은 1시간도 채 안 가는 것 같다. 아니 오드퍼퓸이라매요! 팔레르모 머리 박아...
앞섶에 뿌려 놓으면 그나마 오전 내내 향이 솔솔 올라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아침에 몸+옷에 6뿌 정도 하고, 점심시간에 하체에 2뿌, 퇴근할 때 손목에 또 2뿌 하고 다녔다. 하하하하하 깔깔깔 동네사람들 여기 향수로 샤워를 하는 사람이 있어요
잔향 자체는 살에 한번 붙으면 꽤 오래 가는 것 같아서 사무실에서 빡칠때마다 코박킁 가능하지만,,
다만 아래도 썼듯 확산도 눈물나서.. 결과적으로는 덧뿌려줘야 한다..
Sillage
본격 '나만 맡을 수 있는 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의 코에 손목을 들이대야 나는 향이다.
그나마 탑노트 확산력은 나쁘지 않아서, 6뿌 정도 하고 택시 탔는데 아조씨가 창문 여셨던 경험이 있다 (죄송함미다 웬만하면 향 좀 빼고 타겠는데 제가 회사 지각할 것 같았어서요.. 송구..🙇♂️)
이처럼 지속 확산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팔레르모를 들일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100ml를 사서 팡팡 뿌리는 걸 추천함미다
Feedback
내가 손목을 들이밀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 남자친구 말고는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그나마 음 좋다...! 정도였기 때문에 딱히 여기 쓸 만한 말은 없는 걸로 😥 (안돼 이거 내 최애 향수라구욧 부둥부둥,, 언젠간 꼭 다른 인간들한테 피드백 받아내고 만다)
Image
캐쥬얼하고 편한 착장에도 잘 어울리고, 깔끔한 페미닌 (너무 과하지 않은..) 룩에도 찰떡이라고 생각한다-!
여름 블라우스랑 연청 바지, 깨끗한 화이트 원피스에 포인트 악세사리 뭐 이런 분위기가 연상된다.
Season
단연코 봄-여름에 잘 어울린다. 부담스럽지 않은 꽃향은 봄의 느낌, 상큼씁쓸한 시트러스 향은 여름의 느낌
잔향도 전혀 답답한 머스키함이 아니기 때문에 여름에 시원하게 데일리로, 잠뿌로 쓰기 좋다. 7월 말에 들여서 8월에 한창 데일리로 뿌리고 다녔다.
지금은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못 뿌리고 있지만 내년 4월만 되면 아주 그냥 방향제처럼 여기저기 뿌려주겠어
Personal TMI
사실 이 팔레르모는 올해 여름에 '나 왜 여름 향수가 하나도 없지' 하는 성찰 끝에 들인 향수였다. 그때 고민했던 다른 친구들 - 딥티크 오에도, 조말론 라임바질 앤 만다린 - 을 생각해 보면 아니 닥 팔레르모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극~~호~~~인 향수이다. 당장 팔레르모를 계기로 '나 시트러스 좋아하나 보네..' 하고 깨달아서 여러 시트러스 향수들을 시향해 보았으니까 말이다. 이 점에서는 향덕 라이프의 길을 열어준 고마운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향수이기도 하다.
언젠가 킹시국이 진정되고 여행을 갈 수 있게 되면, 꼭 팔레르모를 뿌리고 팔레르모에 가 보고 싶다.
Photo by Cristina Gottardi on Unsplash
기다려 시칠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