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tyque] 필로시코스 Philosykos EDP
첫 시향기는 뭘로 할까 -> 역시 인생 첫 니치 향수지 -> 필로시코스 EDP로 달려..
(EDT지만 예뻐서 가져와 본 딥티크 공식 이미지)
Philosykos EDP 75ml, 2012
by Olivia Giacobetti
무화과 향수의 교과서라는 필로시코스
EDT(1996)로만 보면 딥티크 초창기 향수로, 롬브르단로와 함께 몇십년째 딥티크를 대표하는 간판 같은 존재이지만 사실 EDP는 2012년에 나왔다고 한다. 조향사는 Olivia Giacobetti로 같은 하우스인 딥티크에서는 오프레지아, 다른 하우스에서는 프레데릭 말-엉빠성, 에르메스-이리스 등을 조향했다. (이리스 빼고는 둘다 내가 시러하는....향수....^^)
명실상부한 딥티크의 스테디 & 베스트 셀러로 네X버에 '필로시코스'를 검색하면 카피, 타입 향수 광고글만 가득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기 니치 향수임을 인정받은 향수라 할 수 있겠다
실사용 중인 사진. 절반 정도 썼다
Fragrantica Perfume Pyranid & Notes
TOP : 무화과, 무화과 잎
Middle : 무화과 나무
Base : 우디, 블랙 페퍼
나만 블랙페퍼 못 느끼는 줄 알았는데 다들 마찬가지구나 껄껄
아래도 쓰겠지만 풀내음 가득한 향수로, 무화과가 테마이긴 하지만 프루티 향수라기보다는 우디 그리너리로 분류되는 듯 하다
Scent
첫향은 풀 냄새, 과일 껍질 냄새가 톡 쏘듯 올라온다. 잘 가꿔진 풀은 아니고 다소 거칠고 자연 그대로인 풀내음이다. 그리너리 계열의 향수를 많이 맡아본 게 아니라 비교는 힘들겠지만, 아마 이런 야생 느낌이 딥티크 하우스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 롬브르단로에서도 느꼈는데, 단순히 잎이나 풀이 아니라 '줄기', '가지' 냄새가 같이 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실제로 향조를 보면 Fig Leaf, Fig wood가 모두 들어 있기도 하다.
Photo by Belle Hunt on Unsplash
곧이어 '이게 무화과 과육 냄새인가' 싶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향이 난다. 흔히들 코코넛 향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무화과와 코코넛의 공통점은 잘 모르겠기에... 그냥 크리미한 무화과 과일 냄새라고 하겠다. 잔향에서는 풀내음은 거의 사라지고 나뭇가지 냄새, 그리고 과육의 단내만 남는다.
Photo by Aliona Gumeniuk on Unsplash
EDT와의 비교를 해 보자면 EDP가 좀 더 드라이한 무화과? 전자에는 상큼한 느낌이 좀 있는데 후자는 1도 없다.
EDT가 무화과 정원 느낌이라면 EDP는 무화과 나무 숲인 걸로.. (아래 사진이 내 기준 EDP)
Photo by Delia Giandeini on Unsplash
(사족이지만 무화과 열매의 꽃은 사실 과육 안쪽의 붉은 부분이라는데, 그러면 무화과 향수는 프루티인 걸까 플로럴인 걸까.. 껄껄껄)
Longevity
지속력은 잘 봐줘야 3-4시간이다. 내가 필로시코스 EDP를 처음 산 건 지금으로부터 약 1년 반 전. EDT와 EDP의 차이를 지속력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향 트레일이면서 지속시간만 다른 게 아닌가?' 하고... 시향은 EDT로 해놓고 EDP를 샀다. 사실은 둘은 전혀 다른 향에, 지속력은 둘 다 스레기임 ^ ^ 험한 말 죄송.. 근데 아침에 뿌리고 출근 -> 점심시간이 되면 향이 사라져 벌인다구....
공병 들고 다니며 1~2번 정도 몸에 덧뿌려 주는 걸 추천한다. 옷깃에 뿌리는 것도 그나마 괜찮았음.
Sillage
확산도 영 꽝인 것 같다. 근처에 가서 코 박아야 향이 나는 정도? 향수에 빠지기 전 한동안은 사무실에 요 필로시코스 EDP, 바이레도 라튤립만 뿌리고 다닌 기간이 있었는데 같은 파트 분들은 아무도 내가 향수 뿌린 줄 몰랐다고 한다.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쳐맞는 라튤립)
따라서 피드백은 남자친구와 몇몇 친구들한테만 들어봄
Feedback
완전 풀 냄새다! 🌿🌿
잘은 모르겠지만 독특한 냄새다. 지적인 느낌이다 (?...왠지 공감가는 멘트)
친구 : 뭔 냄새야? / 나 : 무화과 ㅇㅇ / 친구 : (끄덕끄덕) 오
Image
피드백에도 썼지만 좀 이지적이고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느낌이랄까. 생각해보면 몸에서 무화과 나무 향기를 풍기고 다니는 인간이기 때문에 범상치 않을 것 같다. . . (라고 필코 EDP를 2년째 애용 중인 사람이 말했읍니다. . .)
금테 안경 👓 쓰고 다니는, 업무 잘하시는 대리님 or 과탑 선배가 떠오른다. 대신 날카로운 이미지는 아니고 부드러운 사람...? 적고 보니 딱 내가 되고 싶은 이미지이기도 하다. 어휴 물론 현실은 구만리임
수지는 왜 안 어울리는 게 없냐😭 진짜로 넘 예붐..
Season
이건 진심 완전 가을 겨울 재질. 특히 여름엔 울렁거리고 느끼해서 도저히 못 뿌리겠다.
무화과 덕후라 조만간 여름용 무화과 향수를 하나 들일까 생각 중이다 (TMI 방출 - 아마 아디파의 피코 디 아말피나.. 이오 카프리?)
Personal TMI
(개봉 당시)
첫 니치 향수라 개인적으로 애정이 남다르다. 치앙마이 여행을 갈 때 면세점에서 구매했고, 처음 뿌려본 것도 치앙마이에서였기 때문에 그런진 몰라도.. 맡을 때마다 이걸 처음 개봉했던 호텔방이랑, 뿌린 직후 방문했던 러스틱 마켓이 떠오른다. (이런 점에서 여행 갈 때마다 향수를 사는 건 좋은 전략인 것 같다. 향수에 애정도 붙이고 여행지에 대한 추억도 만들고. 물론 COVID-19 때문에 킹시국에는 다 소용 없는 일임)
한동안 거의 데일리로 썼더니 좀 질린 것도 사실이고, 요즘 워낙 다양한 향수를 들여서 전만큼 손이 안 가기도 하지만. 아마 오래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을 향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