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gabond/2015 Chile

D+40 : [Valparaiso] Qué loco, Puerto loco (1)

만만다린 2019. 7. 21. 02:08




2015년 1월 11일




3층 침대의 3층.. 에서 자야 했던 지난 밤


발파라이소에서의 두 번째 날이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 원래는 근교의 이슬라 네그라, 비냐 델 마르 등에 다녀오려 했지만 이곳의 정취가 너무도 마음에 들어버린 나머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이곳에서 오래오래 머물다가 산티아고로 돌아가기로 했다.




미리 체크아웃을 해 놓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공교롭게도 전날의 마지막 행선지 (?) 인 젤라또 집



얼핏 보면 어제 찍은 사진이랑 똑같은 것 같지만 아니랍니다..


아침부터 이렇게 배를 찹게 해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칠레의 젤라또들이 얼마나 맛있던지 ㅠㅠ 안 먹으면 범죄다.. 사실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유제품으로 유명한 곳은 옆 동네인 아르헨티나이지만. 칠레도 아르헨티나와 비슷한 속성을 공유--낙농업 발달, 남유럽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정착--하고 있기 때문인지, 가는 곳마다 인생의 젤라또였다. 특히 발파라이소의 이 가게는 눈치 보지 않고 맘껏 시식을 해볼 수 있어 좋기도 했음 (두 번 갔지만 갈 때마다 활짝 웃으며 이런 저런 맛들을 한 스푼씩 떠 주셨다)


그렇게 한 손에 먹을 걸 소중히 들고 어제 미처 다 보지 못한 Cerro Alegre의 구석구석을 다녀보기로 한다



오전 날씨는 흐림



발파라이소 이곳저곳에 피어 있던 분홍색 꽃이다




떼껄룩



발파라이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계단과, 양 옆을 가득 채운 벽화 그리고 시야 위쪽을 어지럽히는 전깃줄들



머지 저기 식빵같은 게 하나 있는데



다가가보니 누가 오든 말든 한결같은 표정으로 식빵을 굽고 있었다 너모 귀여워



룰룰



빨갛고 노란 벽들 위에 하얀 수건




고양이 천국 발파라이소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도망가는 게 아니라 저렇게 벽을 타고 내려와서 등과 정수리를 내어 주는 미친 친화력의 떼껄룩들이 한가득이다

다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히 살렴



고양이 보고 호들갑 떨고 한 마리에 오분씩 쓰다듬다 보니 이 작은 언덕 하나 내려오는 데에만 30분이 걸림


*

구글맵을 보다가 다른 언덕들도 궁금해져서, Cerro Alegre 다음으로 유명한 Bellavista 언덕에 가 보기로 했다

네루다의 집들 중 하나가 있어서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 한다



전날 택시를 타고 편히 Alegre 언덕 위까지 올라왔던지라 아랫동네를 걸어다니는 건 처음이었는데


전형적인 남미의 도심 풍경이었다. 일요일 아침의 휑한 거리.. 지나다니는 차도 거의 없고 가게들도 문을 닫은 이런 분위기는 별로 반갑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 보았다.





근데 바닷가가 더 휑하고 무서운데요



저 그냥 나갈게요..소리가 절로 나오는 스산한 분위기



부둣가에 쌓여 있는 색색의 컨테이너 박스를 보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항구 풍경


*


걷고 걸어 도착한 Bellavista 언덕! 

이곳은 승강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2014년 기준)  다이아나 앨리의 입구마냥 꽁꽁 숨겨져 있는 승강기 플랫폼을 찾느라고 또 한참 동안 뒷골목을 헤매고 다님. 아니 쓰레기 처리장인 줄 알았는데 여기가 승강장이라니??? 매지컬 발파라이소



이렇게 생긴 곤돌라




타고 올라오면 보이는 풍경




코란도랑 오아시스라니

그렇게 흐릿한 하늘 아래 Bellavista 언덕 탐방 시작



역시나 동화 속 같던 건물들





언덕마다 분위기라는 게 있는 걸까? Alegre 언덕이 좀 더 원색에 가깝고 왁자지껄한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벽화들마저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사람도 더 적었고, 길목길목 조용하고 깔끔했던 편



독특하게 꾸며 놓은 가로등을 지나 열심히 위로 올라가 본다



모든 건물에 벽화가 디폴트(...) 인지라, 숙소들은 더더욱 눈에 띄는 그림들을 장착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는 재미가 상당했음





여기서도 칠레 특유의 느낌 낭낭한 성당을 볼 수 있어 기뻤다



높이 올라올수록 멀리 보이던 언덕(Cerro)들. Alegre와 이곳 Bellavista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아마도 발파라이소 주민들이 진짜로 살아가는 곳. 흔히 발파라이소의 나쁜 치안과 묶여 이야기되곤 하는 빈민가, 우범지대 등으로 불리는 동네일 것이다. 이 언덕 저 언덕 구경해 보고 싶다가도 치안 걱정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건 좀 아쉬웠다.



열심히 올라가다 보니 오전의 흐린 날씨는 온데간데 없고 해가 반짝 나서 기뻤다

쓰레기 포대들마저 예뻐 보여서 찰칵찰칵



가끔 이렇게 혼을 갈아 만든 것 같은 벽화들도 보이고 (리스펙)



네루다의 집이 가까워올수록 예쁜 기념품 파는 가게들도 보였다

곤돌라 있는 저 유리병 너무 예쁜데 하나쯤 사올걸.... 그치만 10000칠레페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냉장고 자석을 두 개 샀다



땀 쏙 빼면서 기어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곳

네루다의 집들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곳은 La Sebastiana





주변 건물들과 외관

발파라이소 돌아다니는 내내 관광객 보기 힘들었는데 다 여기 모여 있었네



기념품샵부터 둘러보는 김귤희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네루다는 생전에 발파라이소를 무척 사랑했다고 한다. 산티아고와 이슬라 네그라에 각각 한 채씩 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가장 머물기 즐겼던 곳은 바로 이곳 La Sebastiana였다고. 발파라이소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찬 시를 남길 정도로, 이 도시가 네루다에게 갖는 의미는 남달랐던 듯 하다. 소위 금수저.. 로 태어나 그 시절 사람답지 않게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던 그였기에, 아마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세상의 모든 색들이 어지럽게 들어차 있는 이 혼란한 동네를 맘에 들어했던 게 아닐까


*

암튼 내부는 5층짜리 박물관이었다. 사진 촬영 불가라 내게 남은 기록은 없네

오디오 가이드도 잘 되어 있고 설명 듣는 것도 재밌었다. 남미 여행 하면서 손에 꼽히게 유익했던 (..그만큼 열심히 듣기도 했지만) 투어 경험



바깥 풍경 촬영은 가능하다고 해서, 발코니를 들를 때마다 열심히 외부 찍기





하나하나 아름답다



좋아하는 사진




어느새 맨 윗층의 전망대까지 도달! Bellavista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런 전경을 볼 수 있다

생전에 네루다가 즐겨 보았을 장면이었을까



빼먹지 않고 기념사진


점심도 못 먹고 있어서 힘들었지만 Bellavista 언덕이 너무 맘에 들어서 좀 더 즐겨보기로 했다. 다음 글에서도 목적 없는 방황은 계속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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