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8 : [Santiago] 거울 저편의 여름 (2)
계속해서 2015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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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다 궁에 도착
구글맵 설명이 너무 웃기고 귀엽다 ㅋㅋㅋㅋ '칠레 대통령의 위엄 있는 집무실'
구름 한 점 없는 더운 날씨.. 관광객 반 현지인 반으로 궁 주변은 북적이고 있었다.
곳곳에 걸려 있던 칠레 국기와 저멀리 보이는 커다란 모네다 궁
멕시코 시티에서 궁전을 봤을 때도 느꼈지만.. 이렇게 낮은 높이, 넓은 면적의 궁전을 볼 때마다 왜인지 맘이 웅장해진다 /ㅅ/
습하고 뜨거운 대리석 바닥 위에서 모네다 궁을 보고 있자니, (듣고 배운 게 그것 뿐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군사 쿠데타로 인해 힘없이 무너지는 궁전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회주의 정권이었던 아옌데 정부와, 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적극 개입했던 미국의 닉슨 정부를 등에 업고 칠레의 군사 세력이 벌인 쿠데타는 냉전 시기의 라틴아메리카 역사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을 정도로 상징적인 이야기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말끔하게 재건된 궁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사진도 잘 찍어주시는 친절한 경비 아저씨들😂
저 손에 든 건 뭐지.. 기억이 안 나네 어디서 뭘 샀던 걸까
그건 그렇고 모네다 궁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과거 화폐국이었기 떄문이라는데, 여전히 같은 이름을 쓰는 게 신기하다. 어메이징 칠레
아무튼 다 보고 뒷편의 미술관에도 가 보았다.
아쉽게도 진행 중인 전시는 없고 준비만 한창이었기에 빠르게 퇴갤
궁 뒤에는 아르투로 알레산드리의 동상이 있다. 왜 하필 이분인지는..칠레 현대사 더 공부하고 올게요..
모네다 궁 구경은 이 정도로 마치고, 뒷편의 누에바 요크 거리를 따라 내려가 보기로 했다
Y자로 되어 있는 길일 뿐이지만, 산티아고의 월가이자 여의도 증권가라고 할 수 있겠읍니다
진심 여의도인가 싶을 정도로 수많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맞아 길빵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전세계 직장인 분들 힘내시구요..
길의 끝에서 발견한 과일 노점상. 산티아고에 오면 체리를 꼭 먹어야 한다는 조언을 앞선 여행 내내 들었기 때문에, 배운 대로 착하게 체리를 샀다.
한화로 3천원에 팔이 떨어질 정도로 무거운 체리 봉지를 획득 (무려 1킬로그램!)
기분 좋게 옆 골목으로 넘어가 아르마스 광장을 지나 숙소로 돌아왔다. 너무 더워서 더 다닐 수가 없어욧
남반구의 태양은 원래 더 뜨거운 걸까..(근거 없음)
그렇게 호스텔 침대에 누워 체리를 쏙쏙 빼 먹으며 꿀 같은 휴식 타임을 가집니다.. 내일이면 산티아고를 떠나 발파라이소로 가야 해서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했지만..
정신 차리고 다시 밖으로 나옴. 대도시까지 왔으니 예술궁전 구경은 해 봐야지! 하며 구글맵을 손에 들고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자연스레 들르게 된 아이스크림 가게
소박한 카페 외관. 이런 분위기가 너무 그립네 요즘따라
어느새 해질녘이 되어 바람도 선선하게 불었고. 체리에 이어 아이스크림까지 허버허버 먹으며 행복하게 벤치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한참 동안 구경했다. 그저 도시에 와서 좋았던 것일까,,
그렇게 한참 시간을 허비하다가 문득 미술관 닫을 시간이 가까워져 왔다는 생각이 들어 허겁지겁 달려와 보았더니.. 네 역시 닫았네요
머리가 딸리면 몸이 고생합니다 네네
여기까지 왔으니, 강 건너편의 한인마트나 구경해 보자 하며 다시 열심히 두 다리를 움직인다
그늘이 그렇게도 시원하더니 ???얘들아?????
산티아고의 한인타운은 마푸체 강 북쪽에 위치해 있다.
따로 구글맵에 위치가 잡히지는 않았지만 (2015년 기준) 남미사랑 카페에 올라와 있던 지도 한 장을 소중히 들고 다리 건너 가는 길.
가끔씩 나오는 예쁜 성당들을 보면 깜짝 선물 받은 기분
무사히 아씨마트 도착 (이름 뭔데 클래식해)
도착하자마자 본능적으로 라면들을 집는 모습이다
비빔면도 2개 집고 유유히 돌아나오는 길.. 샘피오 강장에 시선 강탈
박카스도 갑자기 눈에 띄어서 하나 사 보았다. 한국에서는 거들떠 보지도 않은 음료이지만 타지에서 더위와 싸우고 있으니 생명수처럼 느껴지네여
1.5리터가 있었다면 그걸로 샀을 거야
그 와중에 냉장고 바지를 발견해서 무척 반가웠다. 빠른 시일 내에 산티아고 전역에서 유행하길 바라며 지나쳐 왔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숙소로 돌아오는 길. 사진은 없었지만 수많은 백화점들에 들러서 쉴틈없이 옷 구경을 했었다
발파라이소에서 새 옷을 입고 싶었던 집념이 컸나 보다... 하지만 소득은 없었읍니다.
도착하자마자 사온 비빔면 후딱 끓여먹으면 금세 행복해진답니다 ^_^?
같이 주방을 쉐어했던 프랑스 친구들이 무척 궁금하다는 듯이 나의 접시를 쳐다보고 있었으나 나는 불어를 못하고 너희는 영어를 못 하니 눈빛으로만 얘기할 수밖에 없었네. 서로 엄지를 척척 들어보이며 각자의 식사를 마쳤다. 산티아고까지 와서 박카스에 팔도비빔면이라니 이게 서울이야 어디야 뭐야
방으로 돌아가는 길. 이렇게 아르마스 광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호스텔이 있다니. 위치만큼은 ㄹㅇ 5성급이다.
공사중인 카테드랄이 못내 아쉽네
시시각각 어두워지고 불빛이 환해지는 아르마스 광장.
산티아고에서 본 가장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이런 풍경을 머리맡에 두고 잘 수 있어 감사해
산티아고에서의 짧은 여름날 하루는 이렇게 끝. 내일은 뭘 하다가 발파라이소로 떠나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