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gabond/2019 鹿兒島

셋째날 : 남국의 이부스키로, 모래찜질 & 타마테바코 온천 <3

만만다린 2019. 6. 6. 22:23



계속해서 2019년 5월 26일



*

니시오야마를 출발해 이부스키로 간다



새벽같이 시작한 강행군(...)은 여기서 종료이고 이제 여유로운 이부스키 여행 시작임니다





나름 이부스키 시의 거점(?) 역이지만, 실제로 내려 보니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일본 여행을 꽤나 했지만 이런 역에 내려본 건 또 낯선 경험이었네

선로 근처를 무성하게 덮고 있는 잡초들과, 그 뒤로 보이는 집과 산과...뜬금없는 야자수...너무 좋네요...흑


아까 니시오야마에서 타면서 뽑았던 승차권은, 이부스키 역을 나오며 개찰구를 통과할 때 역무원에게 보여주고 요금을 내면 된다.



이부스키 역 내부의 첫인상은....명절에 할부지 할무니 뵈러 내려간 기차역 대합실의 풍경...


입구의 안내 데스크에서 버스 시간표를 받아서 맞은편의 정류장으로 갔다. 역 바로 맞은편에 관광 안내소가 있고, 그 앞에 이부스키 순환버스를 타는 곳이 있음. 보통 이부스키는 아침에 가실 테고, 그때쯤이면 줄지어 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있을 것이므로 정류장을 못 찾을 일은 없다



아니 근데 이건 무슨 감성이죠ㅋㅋㅋㅋㅋㅋㅋㅋ

90년대 경포대 갬성인 것인가




관광안내소 안에서 잠깐 버스를 기다렸다. 여기 훌라 페스티벌도 하고 남국의 느낌 물씬 나는 동네잖여



버스 노리바

가고시마에서도 느꼈지만 이 동네에는 배낭 하나 덜렁 매고 다니는 서양인 백팩커들이 많았다. 나와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도 전부 그런 친구들이었음. 얘네는 어디에 내릴까 너무 궁금했는데 아쉽게도 내가 먼저 내렸어....저기 다들 이부스키에서 어딜 가시는 건가요 궁금해요.....



이부스키는 한 때 일본의 제주도 같은 (?) 각광받는 내수 관광지였다고 한다

지금은 오키나와 등에 밀려 시들해졌고 방문객도 급격히 줄었다고. 그래서였을까 곳곳에서 어쩐지 낡은 테마파크의 느낌이 풍기던 것은



아무튼 버스 탑승~~

마찬가지로 탈 때 표를 뽑은 다음에 내릴 때 정산하면 된다. 나 저 손에 상처....무려 출국 전에 눈썹 정리하다가 눈썹칼에 베였다^ㅅ^ 살다살다 그 칼에 살을 베일 줄은



덜컹덜컹 빠르게 달리던 버스



나의 목적지는 헬씨랜드 타바테바코 온천 그리고 그 옆의 모래찜질 하는 곳이었다. 이름을 까먹었는데 아마 뒤에 사진이 나올 거에요..

이부스키 역에서는 2~30분 정도 걸린다고 들었길래 맘 편히 창밖 보면서 켄ㅅ 노래 들었다




조금 가다 보니 아까 니시오야마 역에서 봤던 가이몬 산이 보였다. 오 꽤나 남쪽으로 내려온 모양이잖아? 하며 슬슬 내릴 준비

요금은 390엔이었던 것으로 기억. 손에 동전 꼭 쥐고 있다가 아저씨 드리고 내렸더니 손바닥에서 쇠 냄새 났다(...)



위치는 요기. 이름은 야마가와 스나무시 온센 (山川砂むし温泉) 이군여

한국인들이 이부스키에서 아마 가장 많이 모래찜질하러 오는 곳이 아닐까 싶다. 바로 옆에 타마테바코 온천이 붙어 있어 세트로 즐기기 좋고, 이 모래찜질장과 온천을 왕복하는 셔틀 버스도 있음 핵편리 ★★★


암튼 나는 내렸다. 내려서 모래찜질장이 어디지? 하며 두리번거리는데



풀....? 트럭.....?



음.....?



배추......? 이상한 산......? 여기 모에요....


순간 여기서 배추들과 함께 영원히 종적을 감추게 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으나 다행히,, 내리막길을 조금 따라 내려가다 보니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계셨다. 너무 반갑고 왠지 살아남은 기분ㅋㅋㅋㅋ...들어서 나도 모르게 빵긋 웃으면서 탔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기사님

 


그렇게 무사히 모래찜질 하는 곳에 도착했사와요

여기도 완연한 남국이었다



동백꽃인지 해당화인지 저 그림 너무 귀여워...



입구 쪽에는 요렇게 삶은 계란과 고구마(가고시마 이부스키의 명물이다) 그리고 감자를 팔고 있었다

모래찜질을 마친 후 이걸 먹으러 올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어 오잖아요..


표는 바로 보이는 건물 안에 들어가서 사면 된다. 자판기로도 살 수 있고 영어 한국어 다 지원 되어서 세상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여기 본토 최남단 아니냐고요 ㅠㅅㅠ 뜻밖의 편리함에 감격하면서 표를 들고 접수처에 안내해 주시는 분께 드리니, 이번에는 음성 번역기로 모래찜질 및 목욕탕 이용 시 주의할 점을 안내해 주시는 거시었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 좋아졌어


아무튼 저는 모래찜질+타마테바코 온천 패키지로 구매했고 수건은 100엔인가 200엔인가 더 내고 추가했다 (모래찜질 할 때 머리 받칠 때도 필요하고, 찜질 끝난 뒤 씻고 물기 닦을 때도 필요하고, 타마테바코 온천 가서도 필요함니다....꼭 빌리거나 하나 가져오시길....)


접수처에서 유카타 받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가서, 전부 탈의하고 유카타/수건/플라스틱 바구니/사진 찍힐 소지품(폰)만 들고 가면 된다



바닷바람 바다냄새...그리고 저멀리 파묻힌 사람들이 보인다



유카타 입었으니 기념샷



탈의실에 준비되어 있던 게다를 신고 쫑쫑 내려간다. 걷는 게 힘들고 자꾸만 유카타 끈이 풀릴 것 같아서.. 혼자 고군분투하는 시간이었음..

암튼 찜질하는 곳까지 가면 직원분들이 누울 자리 안내해 주시고, 양 옆에서 파묻어 주시기까지 한다. 리얼로 생매장 당하는 기분이었지만 따땃한 모래에 몸을 맡기고 파도소리를 듣고 있자니 '세상에 이런 형태의 힐-링도 있단 말인가' 싶었다. 이런 건 누가 발견했을까....? 처음 발견한 사람은 어째서 자신의 몸을 모래톱에 파묻었던 걸까.....



사진도 여러 각도에서 찍어주신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슨 수치플인가 뛰어난 접객 서비스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뜨흡 나 너무 웃겨서 웃느라 모래 먹었다

찜질 시간은 15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는데, 등허리 쪽 모래가 너무 뜨거워서 5분이 지나자 들썩거리며 모래를 털어내기 시작했고 10분쯤 지나서 일어남. 유카타 끈이 영 불안하니까 일어나면서 꼭 옷매무새 확인하싀길 ( ᵒ̴̶̷̥́ ^  ᵒ̴̶̷̣̥̀  )


아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바구니로 몸 숙이지 마세요 몸에 붙어있던 모래가 안으로 우수수수수 들어가서 당신의 폰이 아작날지도 모릅니다 (경험자)

글고 하나 더...일어나실 때 꼭 머리 받쳤던 수건 챙겨가세요;;;; 나는 그냥 그 자리에 냅두고 가버렸다가 목욕 마치고 온 몸 자연건조 했다..


*

암튼 그렇게 다사다난한 모래찜질을 마치고, 모래만 호다닥 씻고 나와서



접수처에서 이부스키 사이다 한 병, 그리고 아까 입구에서 봤던 삶은 계란도 하나 사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요오워우워



천상의 맛



최고의 사이다 패키지라고 생각되는 이부스키 사이다. 한국에 가져오고 싶었는데 캐리어가 20인치였을 뿐이었어요...

아 다시 봐도 그저 최고다




눈앞의 바다는 망망대해



앗 지금 보니 이부스키 사이다 패키지에도 가이몬 산이 있잖아? 흑흑 감격스럽다

진짜 가이몬 산과 함께 찰칵



홍보사진 갬성


그렇게 여기서 즐길 건 다 즐겼고, 이제 타마테바코 온천으로 데려다 주는 셔틀을 기다릴 시간이다



셔틀 시간이 좀 남아서 잔망을 떨어 보았어yo



어째 나밖에 안 타는 것 같았던 왕복 셔틀이었지만 (...)

약 1시간 전 배추밭에 내렸던 나를 픽업해 주셨던 셔틀 기사 아저씨 덕분에 타마테바코 온천까지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도착했다.



급하면 걸어갈 수도 있겠지만 여기 길이 좀 별로라...웬만하면 셔틀 탑시다 10~20분에 한 대여서 기다릴 만 함


*

모래찜질 하는 곳에서 샀던 통합입장권을 내밀면 안으로 들여보내 주신다. 남탕 여탕으로 가는 길이 아예 따로 있어서 신기했다

짝수날과 홀수날에 남/여탕을 바꾼다고 하는데, 둘 다 바다는 보인다고 들음!




이런 예쁜 길을 따라가면 탈의실이 나온다



내부는 촬영 금지이므로 자란넷에서 가져온 사진으로 대체한다


나는 솔직히 이부스키에 갈지 말지 계속 고민하다가, 우연히 이 사진 한 장 + 니시오야마 사진 한 장을 보고 홀려서 가게 된 것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물론 흐린 날이어서 좀 아쉽긴 했지만....바다와 맞닿은 인피니티 풀(..!)에서 온천을 하고 있자니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천만번 정도 들었다. 하나 아쉬웠던 점은,, 물이 너무 뜨거웠어여 (그래서 허리 정도 밖에 담그지 못했다) 그래서 20분 정도밖에 머물지 못했다 끄힝



역시나 수건이 없어 온 몸을 자연 드라이한 후....쓸쓸히 빠져 나가는 길



이번엔 우유를 사머겄다 온천 후 우유는 진짜 말해 무엇합니까


*

그렇게....원래 다음 목적지였던 이케다 호로 가기 위해 버스 시간표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부스키의 장장 1시간이라는 버스 배차 간격을 실감하고 이케다 호는 깔끔히 포기 (시간상으로 이케다 호까지 어찌어찌 간다고 해도 거기서 2시간 남짓을 보내야만 했다. 이래서 이부스키 여행을 할 때는 무조건 렌트카인가 봐 흑흑)


그냥 바로 이부스키 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좀 더 기다리다가, 버스가 오기 20분 전쯤에 정류장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이런 게 보여서 아니 띠용 이게 뭐죠 싶었습니다

이부스키 여러 모로 좀 제주도랑 비슷한 느낌이란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는 길이 좀 난망할 수 있지만 중간 중간 버스 정류장 안내판이 서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그런데 걷는 길이 좀 무섭습니다....아무도 없는 숲 속의 길이라

암만 밝은 대낮이어도 나처럼 혼자 가게 되면 겁이 날 것 같았다. 결국 노래 부르면서 잰걸음으로 걷다가



무서움을 잊고자 삼각대 (????)

무서웠어요...정말이에요...



저 봉우리가 정말 위엄이 넘쳐서 더 무서웠던 것 같다



조금 가다 보면 이런 운동장도 나온다. 아마 헬씨랜드에서 관리하는 부지인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사람이 오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이부스키 기준 비수기여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은 커녕 개미새끼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럴수록 남는 건 사진입니다 이거 왠지 제주도 수학여행 바이브인데



이 길을 따라 쭉 가다가 왼쪽으로 꺾으면 그제서야 버스가 다니는 큰 길이 나온다 ㅠㅜ




그렇게 김귤희는 어찌저찌 버스 정류장까지 도착했으나



뭔데요...왜 자동차도 하나 없고 정류장에 사람은 더더욱 없는데요....

심지어 버스도 10분 정도 늦게 와서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쫄보) 여행 다닐 때마다 느끼지만 진짜 무서운 건 강도도 소매치기도 아니고 그냥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인 것 같읍니다


암튼 무사히 역방향 버스 타고 이부스키 역으로 돌아갔다. 힐링(?)여행은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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