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gabond/2014 Peru

D+13 : [Lima] 고양이 천국 케네디 파크

만만다린 2019. 4. 15. 21:24



2014년 12월 15일



9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난다. 게으른 여행자에게 의미가 있는 시간은 조식 시작시간이 아니라 끝나는 시간일 뿐 ♪


아무튼 리마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이다. 옆 침대의 토르....아니 곰돌이 같은 친구 도미니크는 전날 11시부터 잠이 들어버리더니만, 여전히 쿨쿨 잘 자고 있었다. 흐음. 곰돌이가 되어도 여전히 커다란 문신을 바라보며 대충 눈꼽만 떼고 식당으로 갔다. 오늘은 토스트와 치즈, 그리고 계란후라이를 주문. 계란후라이의 익힘 정도가 월드와이드 클래스 모범 답안이었다. 아침이 좋은 호스텔은 늘 오래오래 기억되므로 아마 이 날으는 개 호스텔도 그러할 것이다.



어제는 리마의 구시가지ㅡCentro Historico를 둘러봤으니 오늘은 미라플로레스를 죠지는 것이 순리!

밤에 리마를 떠나 와라즈로 가야 했으므로 체크아웃을 먼저 마치고 짐을 맡기고 나와 근처의 센트럴 파크, 그리고 케네디 파크로 향했다.



여기 온 이유는 오직 고양이들을 스토킹(....)하기 위해서였음




과연 고양이레이더 반경 10미터마다 족족 수마리의 목표물들이 포착되었다. 어쩐지 2회차 묘생인 것처럼 만물의 진리에 통달한 표정으로 드러누워 햇볕을 쬐던 고먐이들....




리마의 시티 투어 버스도 무심히 지나간다. 뒤로 보이는 건물은 미라플로레스 시청.





고양이 찍는 사람이세요...? 하고 누군가 물어볼 정도로 고양이들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놀았다.


그러다 문득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케네디 공원 옆의 Flying dog Hostel 본점 (이 근방에만 3개의 지점이 있다)에서 오늘 밤 와라즈로 떠날 버스를 예매했다. 바로 아래층의 La Lucha Sangucheria라는 유명한 가게에도 안 들러볼 수 없즤




이곳은 꽃보다 청춘에서 이카로 떠나기 전, 유희열님이 애처롭게 손짓 발짓으로 주문을 했던 바로 그 곳. 보면서 '아....희열옹....찡해......내가 대신 주문해 드리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도 La Lucha의 계산대 앞에 당당히 섰다. 카운터는 졸라게 높았고 나는 터무니없이 작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까치발을 들어 보아도 직원 언니는 내 머리 꼭대기에 있었고.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아 ㅠㅠㅠ 결국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도 손짓발짓으로 주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나는 왜 때문에 작냐....그 와중에 가격도 살짝 비싸서 슬프기까지 했다. 샌드위치 세트 하나가 당시 가격으로 26.7솔, 거의 만 원이었다.



쥬스도 골라야 하는데 종류가 어마무시하게 많았음. 이럴 땐 비싸고 좋은 과일을 외쳐야 하므로 복숭아 당첨!



직접 갈아줘서 더 좋답니다



오며 가며 들르는 현지인들도 많았고, 나 같은 관광객들도 많았다. TV의 힘인지는 몰라도 한국 사람들도 많이 왔다고 직원 언니가 말해서 괜시리 뿌듯

얼마간 탁자에 앉아 바깥 풍경을 보다 보니 나의 복숭아 쥬스와 칠면조 샌드위치, 그리고 감자튀김이 나왔다



창렬인가 혜자인가 두구두구두구 하고 있었는데 나온 걸 보니 확실히 비싼 값을 하는 퀄리티였다! 혜자!!! 혜자느님이었구나!!

복숭아 쥬스는 정말 환상이었고 ㅠㅠ



레몬즙을 뿌려 상콤한 칠면조 샌드위치, 만원짜리 세트치고는 정말 바람직한 양이었던 감자튀김


얌얌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참 구경하다가 무심코 하늘을 보았는데 그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는 걸 발견했다. ???응??? 오늘 맑았잖아??????

그러고 보니 해도 났네???? 근데 하늘 색이 왜 저러지??? 하다가 아아...하고 나는 깨달았다. 흰색 물감 덩어리에 스포이드로 파란색 물감 한 방울 섞어 놓은 듯한 뿌연 하늘색. 리마의 하늘 색은 원래 이 모양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햇살 가득한 공원과 거리를 보며 먹는 샌드위치 맛은 좋았다. 비록 그것이 가장 값싼 칠면조였을지라도.



다 먹고는 다시 공원으로 가서 고양이 구경




밥 주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하루종일 공원에 드러누워 낮잠 자다가 외거노비(...) 집사님들이 먹이 주면 와서 먹고 또 자고...길고양이의 삶은 고달플테지만 미라플로레스의 고양이들은 나름대로 편히 지내는 것 같아 보였다





올려도 올려도 끝나지 않는 이놈의 고먐이 사진들



전투력도 넘친다. 끊임없이 위협을 받던 케네디 공원의 비둘기들



물론 이렇게 늘어져 있는 친구들도 많구



음식이 있는 곳이면 늘 옹기종기 모여있는 게 커엽다



그래도 명색이 케네디 공원 탐방인데 너무 고양이 사진만 있네 하며 꽃사진도 한 장 찍고



이내 본업(?)으로 복귀




작은 놀이터도 함께 있었다. 여러 모로 미라플로레스 사람들의 쉼터랄까


고양이 사진도 이정도면 되었겠다! 하여 다음 목적지인 미라플로레스의 바다와 대형 쇼핑몰로 가본다. 공원 옆의 큰 길을 따라 쭈욱 내려간다. 리마에서의 일정은 아무래도....다른 도시에 비해서는 좀 소소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구시가지라면 몰라도 이 동네에 볼 게 있어야 말이지;ㅅ;



바다로 가는 길


해가 생각보다 따가웠다. 리마에 와서 계속 까먹고 다니는 게 있었는데 하나는 셀카봉이요, 둘은 썬크림인 고로. 전자는 딱히 셀카봉을 쓸 정도로 같이 사진을 찍고 싶은 자연경관이 없기 때문이요 후자는 글쎄....그냥 내가 멍청이어서 그러한 것인지라. 무튼 애써 자외선을 외면해 보려고 스카프를 칭칭 감았지만 덥고 짜증만 났을 뿐. 어차피 5개월 동안 차근차근 타서 거의 현지인 포스 풍기며 다니고 있는데 이럴 필요가 있나 싶으면서도, 여기서 더 타면 나는 진짜 망한다 싶기도 하고. 두 생각이 머릿속에서 졸라게 싸우고 있을 무렵, 고급 아파트들과 리조트들 사이로 해안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하늘 위를 지나갔다. 서늘한 바닷바람이 불어와서 어느새 스카프를 풀지 말지에 대한 고민도 끝났다. 드디어 태평양 바다에 도착한 것이다.



미라플로레스는 패러글라이딩 액티비티로 유명. 바람이 저걸 타기에 딱 적당해서 그런 모양이다.

처음엔 굳이 여기서....?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와보니 고층 빌딩들과 태평양 바다를 유유히 내려다보는 기분이 썩 괜찮을 것 같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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