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제목 없으니까 제목 쓰라고 하지 말아라
만만다린
2017. 5. 5. 01:34
우울의 쿨타임이 돌아왔고 어김없이 블로그라는 공간에 돌아왔다. 이 기분으로 홍콩에 혼자 간다면 스타페리에서 뛰어내려 물에 풍덩 하실 기세이므로 지금 약간 걱정이 된다. 많이는 아니고 '아주 조금'. 사람 없는 한밤의 방이 너무 고요하고, 오늘 하루종일 구두를 신고 있느라 발이 너무 아팠으며, 인정받고 싶은 대상에게 벌써 몇개월째 제대로 칭찬 한마디 못 듣는다는 이 세 가지 이유만으로, '아주 조금' 바다에 빠져 뒤지고 싶을 만큼 우울해진다. 계기는 사소하고 감정의 물결은 미풍을 타고 한껏 높아지며 언제나 그렇듯 결론은 '풍덩'이라는 사실이 슬프다.
도대체 요즘의 나는 삐져나온 보도블록처럼 작은 무언가에 자꾸만 걸려버리는 것이다. 비틀거리고. 앞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내가 그리려는 큰 그림과 이루려는 꿈을 더 이상 머릿속에 담지 못하고. 그렇게 심해같은 무기력으로 젖어드는 스스로를 동정하게 되고. 이 노답 폐쇄회로에 갇혀버린게 언제쯤이었을까. 아마 인턴을 시작할 즈음이었지. 이 조직에 몸을 담은 지 1년이 되어가고, 다시 말해 살면서 가장 아무 생각 없이 보낸 1년이 내 등 뒤에 힘없이 늘어져 있다. 풍덩 빠져 뒤져버리고 싶은 대상이 바로 이 깜깜한 지난 1년일지도 모른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지난 시간에 먹혀버릴 순 없으니까. 하고 생각하지만 앞으로의 n년은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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