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gabond/2014-2015 México

D+2 : 천천히, 메리다 Merida (2)

만만다린 2019. 2. 17. 16:47



2014년 12월 4일


아무것도 못 한 무쓸모 메리다 여행기

억울해서 메리다 또 간다 / 선생님 종강이 하고 싶었어요..


*

메리다에서의 두 번째 날이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오늘은 투어를 하는 날이었다. 무슨 투어를 할지는 따로 정할 필요조차 없다. 여기 이곳 here 메리다는 투어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근처의 마야 문명 피라미드를 구경하는 욱스말 투어, 황금빛 도시라 불리는 잇사말 투어, 3개의 아름다운 세노떼 묶음 투어, 홍학 군락지를 볼 수 있는 셀레스툰 투어 (w/새냄새) ..... 등등 그야말로 환상의 입지를 자랑하는 유카탄 관광의 중심 도시 메리다가 아니겠니.


뿐만 아니라 메리다는 밤의 도시이기도 하다. 고즈넉한 유카탄 반도에서 그나마 화려하고 예쁜 야경을 자랑한다고. 밤마다 광장에서는 전통 공연이 열리고, 노점상 아저씨들은 맛난 주전부리를 팔고, 그런데 그런 메리다에서 저는....아팠읍니다....^0^ 더군다나 과제도 있었구.....다음 목적지인 치첸잇사와 바야돌리드에서는 더더욱 레포트를 쓸 수 없을 각이었고. 배도 아프니 투어는 어차피 무리데스. 그래서 그냥 메리다에서의 두 번째 날을 레포트와 과제로 채워 보기로 한다. 전날 말을 텄던 같은 방 친구들이 하나 둘 투어를 떠나는 걸 부러워하며 몸을 일으켰다.



일단 과제에 앞서 오늘의 첫 일정은 월마트에서 캐리어를 사는 것

케레타로에서 출발할 때 월마트산 배낭 + 20인치 캐리어 조합으로 나왔는데, 암만 생각해도 20인치는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리하여 24인치를 사냥하기 위해 출바을~~



도심과는 살짝 거리가 있다. 월마트가 다 그렇지 모


'

우선 Paseo de Montejo라는 대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어야 했다

이 길이 호스텔에서 봤던 관광 책자에도 나와 있었고, 남미사랑 댓글에도 달려 있었어서 '아니 뭔 길이길래???' 하면서 걸어 보기 시작했다.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길 양 옆에 멋진 식민지풍 대저택들이 즐비해 있었기 때문이다




Zona de Monumental Historico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라니


카리브 해에 인접한 도시 == 즉 스페인 식민지 건설이 가장 이른 시기에 시작된 도시 중 하나인 메리다이기에, 일찍이 유카탄 반도를 비롯한 교통의 요지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렇게 커다란 식민지풍 건물들이 잘 보존된 상태로 남아 있었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일 터.




예쁜 유바리 멜론 색이네 (그저 먹을 생각)

예전에는 누가 어떤 용도로 썼는지 표지판 같은 것들도 세워져 있었다. 덥고 지쳐서 읽어 보지는 않았다..



멕시코에 4개월 살며 야자수에는 나름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유카탄 반도에서 보는 야자수는 왜 이렇게 새로운지 모르겠다



의자마저도 분위기 물씬.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뇨..





걷다 보니 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집도 나오고, 휴대폰 통신사로 쓰이는 곳도 있었고


마르께스 소설에 보면 (특히 콜레라 시대의 사랑) 카리브 해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묘사가 종종 나와서 콜롬비아의 카리브 해에 대해 모종의 환상을 갖게 되었던 나인데.....아쉬운 대로 메리다에서 캐리비언 느낌 느끼고 갑니다 ㅜ^ㅜ

언젠간 쿠바도 콜롬비아도 가보는 걸로 하며



옆의 대저택 때문에 그늘이 되어 버린 스타벅스를 지나



드디어 월마트에 도착했다



케레타로 월마트는 그저 컨테이너 박스 같았는데 넘나 새것 느낌의 메리다 월마트에 감탄하는 중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한국 도입이 시급한 맥플러리를 봤다 어 근데 386칼로리.....양심의 가책이 식욕에 패배했을 때 다시 만나자 우리...

어차피 소화계도 비정상이었고 뭐


*

빠르게 내부를 한 바퀴 훑고 24인치 소프트 캐리어를 7만원에 겟! 한국 인터넷 최저가보다는 비싸겠지만 급하게 산 거 치고는 만족이었다

눈누난나 돌아오며....캐리어 드르륵 드르륵 끌리는 소리가 어찌나 행복하게 들리던지. 늘어난 4인치의 캐리어 공간이 내 불쌍한 어깨를 지켜줄거야 ★꒰⋆ᶿ̴͈᷇⌣ᶿ̴͈᷆⋆꒱하며 다시 메리다 센트로로 돌아간다. 물론 24인치 끄느라고 팔이 하게 될 고생은 이땐 미처 생각을 못 했고



건너편에서 보니 더 좋았던 거시다



그리고는 저녁 때까지 뭘 했느냐? 점심도 굶고 8시간 가까이 폭풍 과제를 했읍니다 ( •̀ㅂ•́)و 아옼ㅋㅋㅋㅋ


아끼는 멕시코 커피 체인점인 Italian Coffee에서 머리 싸매고 책 읽고 내용 요약하다가....시계를 보니 어느덧 저녁 때가 되었고....옆의 샌드위치 가게에서 세트메뉴 시켜놓고 내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5장을 써서 냈다. Posada의 일생이 위키피디아에 잘 요약되어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꺄륵


그렇게 과제 마감일 23시간 전에 제출을 완료하는 전무후무한 일을 해내고. 멕시코에서의 다사다난한 학기가 이렇게 종료되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찡한 맘이 들어 다미안 교수님에게 구구절절 감사의 글귀를 함께 적고, 눈을 질끈 감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드디어 진정한 종강과 진짜 여행의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던 순간. 홀가분한 맘으로 침대에 파고들면서도 께레따로에 두고 온 것들이 자꾸 생각나서 슬프고 또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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