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gabond/2014-2015 México

9th : Mi ciudad de mexico 다섯째날 (8)

만만다린 2019. 2. 14. 22:50


계속해서 2014년 11월 3일



*

소깔로를 빠져나와 레포르마 거리로 가는 길


뜬금없이 SEARS 백화점이 눈에 띄어 한번 들어가 보았다



월요일 오전이라 더없이 한산



Dia del muertos 끝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백화점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그래 이제 또 새로운 도구들로 집을 꾸밀 타이밍이지


크리스마스에는 멕시코에 없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 떠들썩한 사람들이 어떻게 축제를 하는지는 보지 못했다. 못내 아쉬웠지만 페루나 볼리비아에서 보내게 될 크리스마스도 기대가 되었기에 ლ(´ڡ`ლ)



그렇게 다시 레포르마 거리로 나와, D.F에서의 마지막 일정인 뽈랑꼬로 가기 위해 Autoridad행 초록색 버스를 탔다

색깔도 그렇고 익숙도(?)도 그렇고 이젠 거의 뭐 5511 버스 수준



슝슝



내려서 북쪽으로 걷다 보면 확실히 뭔가 다른 분위기의 상점들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렇다 Polanco는 멕시코시티의 떠오르는 부촌이었던 것!

이때까지만 해도 젤루 힙했었는데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Cafebreria el pendulo라는 서점에 들러보기 위해서였다.


멕시코에 오기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세계에서 가장 멋진 서점 베스트 10' 이라는 글을 보았는데 그 중 무려 3개가 중남미에 있었던 것. 브라질에, 아르헨티나에, 그리고 멕시코 중에서도 멕시코시티에! 거의 잊고 있던 사실인데 이때 시티에 오기 전 옛날 사진들을 뒤적거리다가 캡쳐해 놓은 걸 우연히 보고...다행스럽게도 일정에 넣을 수 있었다.



구글맵에 의존하여 도착



cafebreria라는 이름답게 카페테리아와 서점이 합쳐진 독특한 공간이다.

이렇게 한켠에는 레스토랑같이 식탁과 의자들이 놓여 있고



비싼 공책들도 있고



안쪽에는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예쁜 서가가 있다! 잽싸게 2층으로 올라와서 자리를 잡았다.



서점 한복판에도 이렇게 식탁과 의자들이 있어서, 마치 테라스에서 식사하며 바깥 풍경을 내다보는 것마냥 서점 안에서 식사를 하며 서가를 감상(?)할 수 있다. 



수프 + 샌드위치 조합이 100페소 남짓이었길래 시켜보고 



계속 앉은 자리에서 서점을 구경한다.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던지라 기분이 지붕 뚫고 우주로 승천....QRO가 아니라 시티로 교환을 왔었더라면 여기랑, 바스콘셀로스 도서관이랑, 하림각(먹는 것은 중요합니다) 세 장소들을 참새방앗간마냥 오갔을 텐데



커피를 시키면 어김없이 시럽이 딸려나오는 이 곳



이내 등장한 메뉴

'할머니의 치킨 콘소메'라는 왠지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을 이름의 수프를 시켜보았음니다



건더기 따로 국물 따로 나와서 취향껏 넣어먹으라는 것 같았지만 일단 다 때려넣어 봄



빵도 이렇게 푸짐하게 주셔서 두 개만 먹고 남겼다. 아까워....이 혜자로운 인심 뭐죠....



다 넣은 뒤 먹기 시작했는데 오 세상에 디오스 미오....

너무 맛있었다! ! ! ! !! 살면서 먹은 수프들 중 최고였고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록은 깨지지 않았쓰ㅠㅠ 진리의 파넬라 치즈와 아보카도 그리고 매콤하고 아삭한 고추....내 사랑 실란뜨로....정신없이 퍼먹다 보니 밑에 깔려있던 쌀과 닭고기까지 ⁺◟( ᵒ̴̶̷̥́ ·̫ ᵒ̴̶̷̣̥̀ )



라임도 칙칙 짜서 먹으니 더 바랄 게 없었다


시티로 이사가고 싶다고 속으로 되뇌이며, 맛있는 음식은 5분도 안 걸려 클리어하는 푸드파이터답게 한그릇을 싹 비웠다. 종업원 분이 그릇을 가지러 오자마자 '아니 이렇게 맛있어도 되냐구요' '다음에 와서 여기 수프 하나씩 다 죠져도 되나요' 하니 '언제든 기다리고 있겠다' 며 영업용 스윗한 멘트를 날려주는 것조차 완벽했던 이날의 식사..ㅠㅜ



샌드위치는 평범했지만 이미 수프에 마음을 빼앗겨 눈에 뵈는게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냐 사실 맛있었는데 수프가 비현실적인 맛이었던 걸거야 그렇고 말고



배 빵빵히 먹고 나오는 길. 매번 서점에 들를 때마다 이 출판사 책이 예쁘다 생각했는데 이러다 하나 사버리겄어?!



(결국은 못 사고 돌아왔지만....퓨 멕시코에서 책 사는 돈 아끼지 말걸 그랬다)



음반도 LP로 잔뜩 있어서 구경 좀 해보고

우리나라도 요즘이야 LP판 구경하기 쉬워졌지만 이때는 아니었기 때문에 괜히 신기했다



1층에서 마지막으로 서점 한번 더 올려다봐주고 출구로 걸음을 옮겼다

또 올꺼야 여긴 ㅜㅜ



나가는 길 쿤데라 당시의 신간 (무의미의 축제) 이 멕시코에서는 2만원이었다는 사실에 흠칫 놀람

책값 비싼거야 알고 있었지만 이 얇은 책이 2만원이라니 이놈들



밖으로 나와 오후 햇살을 마주하니 이젠 께레따로 나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고야 만다

버스시간은 5시 반이었고 한 시간 전에는 호스텔로 돌아가야 했다.



집 옆에 들어다놓고 싶네



뽈랑꼬 역까지 걸어가며 이런저런 가게들 구경도 해 보았다



거리 전체가 공사중인 구간도 있었고, 아무래도 개발된 지 얼마 안 된 구역이었기 때문일까. 요즘은 좀 정착이 되었겠지



스페인 대사관도 지나보고

결국 적당한 시간에 호스텔에 도착하여 Seguro Taxi를 타고 (대박 비싸고 대박 좋은 차였다) 터미널에 무사 도착했다.



더듬이 같은 Primera Plus 버스의 백미러....그리고 그리운 입장 검사와 타기 전 나눠주는 간식 카트...힝


*

멕시코시티 게시물을 시작하면서도 썼지만, 내게 이런 멕시코 도시는 또 없을 것 같다. 딱히 멕시코 특유의 아기자기한 콜로니얼 풍의 건물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가도 다른 작은 마을들에 비하면 결코 싸지 않다. 사람 많은 곳이라면 질색하는 나에게, 이곳의 복잡함은 매분 매초 피곤함을 가져다 주었다. 그럼에도 이곳을 떠나기 싫었다. 제대로 보려면 일주일도 모자란다는 이 겁나게 넓은 도시에 오래도록 퍼질러 있고 싶었던 마음만 드는 것. 


덤으로 호스텔 식당 아주머니들은 너무 상냥하셨고, 특히 쎄씨는 늘 나를 볼때마다 꼭 껴안아주며 사람들에게 '얘는 스페인어를 배우러 여기 멕시코에 왔으니까, 우리가 연습하는 걸 도와줘야 해!' 라고 호탕하게 말하곤 했다. 지금껏 많은 호스텔들을 다녀봤지만 이런 뜨뜻한 기분을 느껴본 곳은 이곳이 처음이다. 어차피 잠깐 머무르고 금방 떠나는 사람들로 가득한 호스텔이라는 공간에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말을 붙이는 건 지금도 싫지만. 이곳만큼은 달랐다고 말하고 싶다. 내 도시의 내 호스텔, 이젠 5년이 지났으니 그때 그 사람들은 없을 테고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겠지만 왠지 가면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들 것 같다.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지옥같은 트래픽 잼을 경험했고 (D.F를 빠져나가는 데에만 1시간 가까이 걸린 듯)

늦은 밤에야 께레따로에 도착했다. 축제같았던 시티 두 번째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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