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gabond/2014-2015 México

9th : Mi Ciudad de Mexico 첫날, 둘째날 (1)

만만다린 2019. 2. 13. 23:59


2014. 10. 30 ~ 2014. 11. 3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도시, Ciudad de Mexico / 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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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본 넷플릭스 다큐 Abstract의 에피소드 1에서, 크리스토프 니만은 뉴욕을 '자신이 발견한 도시'라고 칭했다. 누구의 손에 이끌려 가본 곳이 아닌, 스스로 선택해 오게 된 도시. 그렇게 경험하게 된 곳은 때로는 태어난 곳보다도 더 많은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 같다. 내게는 멕시코시티가 그런 도시가 아닐까....처음 멕시코에 도착해 잔뜩 겁먹은 채로 처음 여행했던 도시. 좀 더 메히까나에 가까워진 상태로(?) 여길 또 오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4개월 만에 꿈을 이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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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2014년 10월의 마지막 주는 멕시코시티에서 보내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 앞의 seguro taxi를 잡아타고 케레타로 버스 터미널로 가는데, 하필 빠듯한 시간에 차를 예매해 놓아 마음이 너무 초조했고... 유난히 차가 막히길래 이게 무슨 일이지? 했는데 터미널로 향하는 가장 빠른 도로인 Bernardo Quintana 한복판에서 추돌 사고가 났다고 한다. 섰다 멈췄다를 반복하는 택시에 타고 있자니 멀미가 날 것 같았다. 



다행히 출발 5분 전에 가까스로 도착해 버스에 올랐다. 창밖의 야트막한 산들과 건조한 골짜기들, 그리고 널찍한 평원에 툭툭 놓여 있는 나무들까지. 그 광경을 배경으로 해가 천천히 졌다.



께레따로에서 출발한 Primera Plus 버스는 Terminal del Norte에 도착했다


시간은 어느덧 6시 반이었다. 밤에 멕시코 대도시에 떨어지니 이거 좀 무서운데.... 택시를 타려고 티켓 창구로 가고 있자니 너무나 익숙한 포스로, 유니폼을 입은 어떤 남자분이 졸졸 따라와 내 짐을 들어주는 것이다. 택시 아저씨인가? 서비스 좋으시네 하며 그냥 냅뒀는데 아니었다. 택시 아저씨들은 승강장에 옹기종기 모여 계셨음....젠장....요새 사카테카스니 과나후아또니 작고 평화로운 마을들만 다니다 보니 방심했다... 해맑게 손을 내미는 그에게 10페소를 내어주며 작은 동전이 없는 나의 처지를 탓하고 ( ᵒ̴̶̷̥́ ^  ᵒ̴̶̷̣̥̀  ) 택시를 탔다. 퇴근 시간 멕시코시티의 트래픽 잼은 소문대로 대단하더라.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Suites D.F에 도착했다


처음 멕시코에 왔을 때에도 묵었던 내 집 같은 숙소. 여전히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사울과 오랜만에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알아봐 줘서 고마웠다) 짐을 풀었다. 어쩐지 호스텔 전체가 복작거리는 느낌이었는데, 알고 보니 Dia del muerto를 맞아 Aguascalientes에서 40명의 단체손님 학생들이 왔다고 한다. 내일 아침을 몇 시에 먹으러 내려갈지 심각하게 전략적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함....


맞은편 침대에는 반갑게도 한국인 분들이 계셨다.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하고 밖으로 나온다. 드디어 3개월 만의 시티 여행 재시작이욤 두근두근



이분들이 나를 데려가 준 곳은 바로 중국집이었다

널리고 널린 미국식 차이니즈 레스토랑이 아니라ㅜㅜㅜㅜ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을 파는 리얼 코리안 차이니즈 식당이었던 것...



와 믜친 참이슬 포스터라니ㅜㅜㅠㅠ2014년의 김귤희는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졌다

사실 숙소에서 한참 걸어가야 했어서 (한인타운인 Zona Rosa에 있다) 새 스니커즈를 신고 왔던 나는 발도 아프고 괜히 따라왔나 싶었지만 들어와서 가게 풍경을 보는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추억(???)에 휩싸여버렸고



음식이 나오자 감동의 눙물을 흘리게 됨..


2인분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어마어마한 양과 (아니 보통 짬짜면 시키면 1인분을 반반 나눠 담아주는 거 아니냐??? 이때의 하림각 짬짜면은 그릇 한 칸에 1인분씩 들어 있었닼ㅋㅋㅋㅋㅋㅋ먹어도 먹어도 끝나지 않아) 여기가 한국인지 메히꼬인지 모를 맛 ㅜ_ㅜ 케레타로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나부러쓰



세명이서 짬짜면 한 그릇씩 먹고 탕수육까지 시켜먹었다. 물도 공짜로 주시고 (한국식당 만세) 팁도 안 드려도 되고 흑

한국이 더욱 그리워졌던 순간. 물론 지금은 멕시코 타코집들이 오백만배 정도는 더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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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나니 9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10월 말의 자비 없는 밤바람에 매우 추웠지만 숙소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 만난 앙헬 동상. 보고 싶었던 이 거리

가다가 Cielito에 들러서 커피도 마시고, 첫날은 아주 늦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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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31일 - 본격적인 여행 이틀째 아침!

너무너무 그리웠던 호스텔 아침을 먹으러 가는데 쎄씨 아주머니가 나를 기억해주시고 어마어마한 환대를 해 주셔서 1차 감동

그릇에 수북히 쌓인 과일들을 보고 2차 감동. . . . 나는 정말 이 포스팅을 4년 반이 지나 쓰고 있지만, 제일 궁금한 건 스윗츠 데에페 호스텔이 아직 내 기억 속 그대로 있는지이다 ㅜㅜㅜ 지구 반대편의 집 같은 곳 ㅜㅜㅜ



오전엔 뭘 해볼까 하다가 그리웠던 인류학 박물관에 가보기로 한다!

초록색 시내버스를 타면 레포르마 대로를 따라서 박물관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어서 좀 더 편하게 올 수 있다. 차풀테펙 역에서 걸어오면 디게 멂. 

아님 차라리 Auditorio 역이 나은데 여긴 시내 중심부에서 바로 못 오고 갈아타야 했던 걸로 기억함


(버스 번호는 모르깄다....정보 따윈 없는 추억팔이용 여행기라 미안함니다..데헷 D.F 사람도 아니어서유)



금요일 이른 아침이었어서 그랬는지, 3개월 전에 왔을 때에는 복작복작 정신이 없던 노점들도 이때는 차분했다.

그때의 나는 멕시코가 대단한 도적 소굴인 마냥 바짝 긴장하고 다녔었는데....휴대폰 카메라도 잘 못 꺼냈었는데 무서워서....˟ꈊ˟ 



강렬한 맛의 길거리 간식들



그리웠던 인류학 박물관 정문



7월 말에 왔을 땐 아직 학생증이 없어서 입학증명서 서류를 들이밀고 다녔는데 추억이여

그리하여 이날도 무료로 입장. 서방세계(?)는 정말이지 박물관 미술관을 좋아하는 대학생들에겐 천국이 아닐까



7월 말에는 (특별 전시였는지) 십이지상이 서 있었는데, 이때는 전부 철거되어 유난히 휑해 보였다

날씨도 겁나 춥고....아니 멕시코시티 왤케 춥냐고....께레따로보다 시티가 고도가 높아서 평균 기온이 낮다는 걸 알게 된 건 조금 뒤의 일.



생명의 나무였나. 암튼 또 봐도 좋은 이 기둥


본격 안으로 들어가 본다



이번엔 1,2전시실 과감히 생략하고 떼오띠우아깐 관부터 돌아봤다




소소한 놀람 포인트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7월 말에 왔을 때 폰카로 찍었던 거랑 죄다 똑같은 걸 찍어 왔었다는 것ㅋㅋㅋㅋㅋㅋ

취향의 소나무같음 무엇



지금 보니 저리 춥게 입고 돌아다니니 덜덜 떨 수밖에;

암튼 테오티우아칸에 갔을 때 실제로 봤던 이 벽면 앞에서 사진도 남겨 본다. 멕시코 사람들은 날강도 아니고 카메라 맡기면 상냥하게 사진 찍어준다는 거 3개월 전에 왔을 때도 알았더라면..



마찬가지로 테오티우아칸에서 봤던 벽. 실제로 가서 봤을 땐 '음 옛날 벽이군' 정도의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생생하게 색깔을 입혀 놓은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물의 신도 보고



아즈텍 관으로 넘어왔다. 이번엔 빠르게 핵심만 훑고 나가는 게 목표!

슬슬 나무로 된 유물들의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3개월 전 왔을 때 어느 외국인 여성분이 'oh...beautiful....' 하며 이 도자기들을 찍으셨던 생각이 나서 나도 다시 담아봄




이렇게 많은 유물들이 한 박물관이 전시되어 있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 않는 것..

지역박물관에 가면 또 거기 나름대로 유물들이 가득하고. 좁은 땅덩이에 살다가 멕시코에 와 보니 제일 신기했던 것 중 하나였다.



여전히 사람이 바글바글한 태양의 돌 앞



넓디 넓은 아즈텍관을 그렇게 휙 돌고 밖으로 나오니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즐겁게 맞은편의 마야관으로 향하는 중



인류학 박물관은 멕시코 근현대 건축의 끝판왕인 Pedro Ramirez Vazquez에 의해 지어졌다고 한다.

이날 인류학 박물관을 떠나 멕시코 현대 미술관에도 갔었는데 그때 때마침 저분의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여러 TMI들을 얻어 올 수 있었음



도착한 마야관

이 박물관이 워낙에 방대해서 찬찬히 다 본다면 3~4시간은 기본일 테니, 핵심만 보려면 테우티우아칸 + 아즈텍 + 마야 정도만 돌고 뜨는 게 이롭다

사진은 왜인지 모르게 중국 문명 느낌이 나 신기했던 돌



일부러 사람이 없는 금요일 오전에 온 것이었지만 수많은 견학 무리를 만나고야 마는데..

그치만 이 카톨릭 학교에서 온 여고생 친구들은 얼마나 조용조용 예쁘게 다니는지 보는 내내 엄마미소가 떠나질 않았다고 한다 ꜀( ˊ̠˂˃ˋ̠ )꜆



좋아하는 착물도 다시 봄



까를로스 푸엔테스의 착물을 읽은 뒤엔, 왠지 이 요상한 생물체가 보일 때마다 한번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됨



치첸잇사에 가면 실물을 볼 수 있다길래 몇개월 뒤 떠나게  유카탄 여행에 대한 기대를 잔뜩 품게 되었다

하...또 가고싶..시티도 유카탄도..



ㄴ..네....저 이제 나갈게여..



마야관 뒷뜰의 복원된 유적

피라미드 감상은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빠르게 보고 나왔다. 



그렇게 착물느님을 영접하고 마야관 온 보람을 다 느끼며 돌아가는 길

죽음의 날 연휴 아니랄까봐 곳곳에 아즈텍 메리골드로 꾸며진 제단이 있었고, 시티 여행하는 내내 이곳 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입구에 있던 조그마한 특별 전시실을 끝으로 인류학 박물관 감상 종료



입장할 땐 우중충한 하늘이었지만 두어시간을 안에서 방황하다 보니, 어느덧 맑아진 날씨



기분이 좋아져서 괜히 공원 산책




그러다 자연스레 Museo Tamayo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원래는 Rufino Tamayo의 상설전 + 이런 저런 기획전을 하는 흔한 미술관이지만. 이 기간에는 쿠사마 야요이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께레따로에서 학교 다니면서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넘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늘 박물관 끝까지 줄을 서 있으며 하루 입장 가능한 인원수도 제한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쿨하게 포기했었즤. 얼마나 많길래 하고 가보니 진짜 박물관 광장 끝까지 줄이 늘어서 있었다.



야요이 할무니...진짜 위상이 대단하시자너...



그렇게 쓸쓸히 타마요 박물관을 떠나 차풀테펙 공원의 이모저모를 좀 더 발견하러 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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