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th : 산미겔은 여전히 미겔미겔해 San Miguel de Allende (1)
두달만에 올리는 게으른 메히꼬 포스팅..
2014. 10. 16 ~ 2014. 10. 18
아마도 모두가 꿈꾸는 멕시코는 이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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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미겔 데 아옌데는 너무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살았던 께레따로에서도 가까웠기 때문에 이미 학기 초에 친구들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왁자지껄 즐겁게 놀다 오긴 했는데 내심 '혼자 조용히 여유롭게 또 오고 싶다' 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본래 이번 여행의 목적은 과나후아또에서 3주 간 열리는 세르반띠노 축제였지만, 굳이 산미겔에서 하루를 더 보내기로 했으니 말이다 ꈍ◡ꈍ
그리하여 이번 일정은 무려 5박 6일. 내가 학교를 다녔던 건지 말았던 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미겔 데 아옌데에서 2박, 과나후아또에서 2박을 예약했고 가운데 1박은 축제 때문인지 과나후아또 숙소를 구할 수 없어....적당히 어딘가에 가서 노숙이나 해야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물론 저질체력이라 결국은 돌로레스 이달고로 급 향해서 그곳에서 1박을 함)
아무튼 꽤 긴 여행이기도 했고. 자꾸만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니 작은 키가 더 작아지는 것만 같아서.... 이번엔 캐리어를 개시한다.
돌이켜보면 훌륭한 결정이었지만, 멕시코 소도시의 도로들은 포장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아 조금만 거칠게 끌었다가는 바퀴가 나갈 것만 같은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음.
여행의 시작은 늘 버스 터미널
워낙 가깝고 배차간격도 자주 있는 여정이라 미리 예매는 안 했고 바로 창구로 가서 표를 달라고 했는데 띠용? 어쩐지 이날따라 표가 전부 매진이라 자리가 있는 버스를 타기까지는 무려 3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1.5일 일정은 1일로 줄어들어 버렸고..
샌드위치나 사먹고 (왜 저딴 필터로 찍은 거였을까 ㅠ^ㅠ)
모렐리아에서 샀던 마르께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2시간 동안이나 집중하여 읽다가....스페인어에 멀미가 날 것 같았기에 며칠 전 선물받은 위대한 개츠비를 e-book으로 이어서 보다 보니 눈이 한없이 침침해졌다. 버스에 타면 정말 숙면할 것만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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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늘 타던 Primera Plus가 아니라 조금 더 좋은 레벨인 ETN을 탔다. 돈을 좀 더 냈더니 편히 가라고 베개를 다 주네.
그래 봤자 산미겔까진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도착 시간은 밤 9시
이때까지만 해도 토요일에 곧장 과나후아또로 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산미겔~과나후아또 구간의 표를 미리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샀다.
그런데 사고 나서 지갑을 보니 현금이 한 장도 없는 게 아니겠음? 수중에는 10페소짜리 동전 3개뿐....아니 나 호스텔까지 어찌 가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란 샛기는 정신이 있냐?? ㅠㅠ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미친듯이 가방 안을 헤집어 보니 기적처럼 가방 바닥에서 10페소짜리 동전이 반짝이고 있었다. 지쟈쓰,,•́ㅿ•̀ 덕분에 가까스로 40페소를 맞춰 택시를 탈 수 있었다.
아마도 여기였던 것 같은 나의 호스텔
역시 인기 많은 관광지인지라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러시아에서 오신 아저씨가 열심히 만들고 계셨던 정체불명의 소시지 요리를 얻어먹고 꿀잠 잤다 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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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튿날인 17일! 일어나서 후다닥 씻고 밖으로 나왔다.
나의 두 번째 산미겔 데 아옌데 구경 시작
여행자들의 좋은 친구 론리플래닛에서는 산미겔 데 아옌데를 '미국인들을 위한 디즈니랜드' 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이 냉소적인 멘트에 모두가 동의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인데, 이곳에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은퇴한 뒤 노년을 이곳에서 여유롭게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어쩌다 이곳이 아메리칸 실버타운이 되었는지 그 유래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으며, 가게에서 영어도 곧잘 통했다.
또한 이곳은 예쁜 공예품들로 유명하다. 과달라하라에서 방문했던 Tlaquepaque와 비스무리한 느낌이랄까
보통 구시가지 여행에서 가장 먼저 들러보는 곳은 대성당이지만 이날은 현금이 한 푼도 없었으므로 ^_^ (그래서 체크인 할 때 돈도 못 냄)
우선 은행을 찾아 오르막길을 오르고 또 올랐다.
코끼리가 올라가도 끄떡없는 침대라는 뜻인가요
이 근방에서 은행을 찾아서 겨우겨우 돈을 좀 뽑고
기왕 낯선 동네에 온 김에 골목 구경도 해본다. 온통 노랗고 빨갛고 갈색인 골목
역시나 기억 속 예쁜 모습 그대로였다.
셀프타이머 로딩중
산미겔에는 딱히 찾아다니며 볼 만한 관광지는 없다.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딱히 끌리는 곳은 없고..그래서 그냥 발길 닿는 대로 하루종일 걷고 또 걸어다녔다. 다행히 어느 골목으로 들어서도 마냥 예쁘기만 하다.
이 사진 찍느라고 잠깐 길막했는데 저 빨간 차 아저씨가 Buena foto Señorita! 해주셔섴ㅋㅋㅋㅋ 민망했지만 짜증내지 않고 저런 여유로운 리액션을 해 주는 멕시코 사람들에게 오랜만에 감사. 어째서 께레따로에서 지내다 보면 멕시칸들에게 질리는 일이 많았지만 여행을 오면 정반대였을까. 결국은 내 마음가짐의 차이였을까 쩝
그런 잡생각을 하며 머리 위의 장식 구경
저 차들만 없다면 마치 코코에 나오는 것만 같은 풍경이쥬? (∗❛⌄❛∗)
실제로 올해 초에 코코를 보고는 4년 전 산미겔에서 찍었던 이 사진 생각이 나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립다는 말도 입이 아퍼...저 Papel Picado들이 마냥 당연하게 여겨졌던 때가 있었다니
색깔 그대로 벽에 그림자가 지는 게 참 좋았다
남의 집
앞에서 몰래 사진
어쩐지 낯이 익었던 이 집은 지난번에 랄로네 친구들이랑 놀러왔을 때도 예쁘다며 사진 찍었던 바로 그 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반나절도 안 있었는데 기억이 날까 싶었지만, 구석구석 다니다 보니 다 알겠더라. 불법인 줄 모르고 길거리에서 벌컥벌컥 마셨던 코로나 맥주....도 생각나고....그 코로나를 샀던 슈퍼도 어느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쳤었다.
잘 보존된 옛 성당들이 그림 같이 예쁘지만...도로는 울퉁불퉁하고 폭도 좁아서 운전하는 게 헬이라는 것도 그때 랄로네 차 뒤에 타서 알게 되었쯰
그 사이를 저렇게 아슬아슬 다니는 버스 기사 아저씨를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모를 성당 앞에 누워 있던 댕댕이
쓰담쓰담해주다가 다시 갈 길을 갔다
처음 보는 파사드가 있어서 사진도 찍어보고
이날의 김귤희도 남겨보고
계속계속 돌아다니며 작고 예쁜 성당들 구경
이 짜그마한 동네에 이렇게 성당들이 가득하다니. 멕시코 콜로니얼 도시란 무엇인가....
느릿느릿 다니니 시간도 느릿느릿 가는 기분이야
성당만큼이나 많은 공예품 가게들 앞도 지나가 보고
그러다 문득 배가 넘 고파져서
츄러스 사머금
하나만 먹고 싶었는데 방금 빳빳한 지폐를 막 뽑은 상태였으므로 잔돈이 없어서 (....) 어쩔 수 없이 10페소어치를 샀다. 아저씨가 엄청 기뻐하셨음..
그리고 이걸 사먹은 시점이 숙소에서 나온 지 1시간 정도 되었을 때인데, 센트로 지리를 어느 정도 다 파악해 버렸다. 이곳은 그만큼 쁘띠한 마을이었다!
괜시리 성당도 들어가보고
앞에 광장을 빙 두르고 있는 나무가 얼마나 각이 잘 잡혀있는지도 보고
아가들은 왜 분수를 좋아하는지 고민해 보다가
이곳에서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성당인 Parroquia de Sasn Miguel Arcangel로 가본다
그야말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진짜 디즈니랜드 성 같은 건물이다.
이런 카테드랄 가지고 있는 도시 본 적 있냐구요 ㅠㅠ 이때도 없었고 4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 본 적이 없다.
지난번에 칭구들과 왔을 때에도 안에 들어가 보긴 했지만, 이번엔 조금 더 천천히 구경
원주민들의 깃털을 머리에 꼽고 있는 마리아가 새삼 신기
멋진 벽화도 있고
지난번에 왔을 때는 못 봤던 것들이 혼자 오니 막 보여서 즐거웠다. 밖으로 나와서 다시 목적 없는 방황 시자큐 투비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