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 바르셀로나 대성당과 고딕지구의 파편들
2016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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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바르셀로나에만 머물 것 같던 것도 잠시. 여행할 때의 시간은 평소보다 1.5배 정도 빨리 흐르므로....정든 이곳을 떠나야 할 때가 왔다.
눈을 뜨니 일곱시 반. 생각보다 이른 기상 시간은 바로 악몽을 꿨기 때문인데 ㅡ 히로나로 가기 전에 급히 한국으로 돌아올 일이 생겨 귀국을 하게 되는 꿈이었다. 이건 아마 전날 포스코님의 얘기를 듣고 영향을 받아 꾼 꿈인 듯....아무튼 다행히 일이 빨리 끝나 나는 다시 히로나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는데, 문제는 히로나행 비행기표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였던 것이다. 어휴 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꿈 속의 김귤희는 매우 마음고생을 하고 시벌 내가 이대로 스페인 여행을 재개하지 못하는 건가!!! ㅠㅠㅠ 제발 이게 꿈이길... 깨어나게 해주세요.... 하고 울면서 오만 곳에 기도를 했는데, 이날따라 너무도 피곤했던 탓인지 꿈에서 깨는 것도 맘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고통받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고, 어느새 4일째 보고 있는 도미토리의 천장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하아 나 너무 고생했어 이상한 꿈 꾸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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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언니는 아침 일찍 마드리드로 갔고, 혼자 남은 도미토리에서 조금 더 뒹굴거리다가 2층의 캐리어 보관실에 캐리어를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흔한_인기_호스텔의_Express_Checkout_방법.jpg
하지만 내 보증금 5유로는 소중하므로 굳이 앞의 체크인하는 무리가 다 될때까지 기다렸다가 동전을 받았답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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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첫 목적지는 그 이름도 찬란한 바르셀로나 대성당이다.
고딕지구 한복판에 위치해 있음.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전날 방문했어야 했지만....난 뭘 하느라 안 갔던 걸까....헤헤....
이곳에 도착한 첫 날 연니와 함께 유심칩을 샀던 오렌지 매장을 지나쳤다. 아련함이라는 것이 폭발하고야 마네 (쥬르륵)
Tea shop과 무법지대 스타일 그래피티의 조화
낯선 거리예술 작품들을 지나면
마침내 바르셀로나 대성당이 나온다.
전날 그렇게 고딕지구를 방황하고 다녔으면서 어째서 대성당의 끄트머리 하나 못 봤던 것이었을까 조금은 의아하기두 하고 그래....8ㅅ8
이른 아침이었기에 크리스마스 마켓들은 분주히 준비중이었다.
역시 이 시즌에 유럽 나라에 온 건 축복이어써 히힛,,딱히 살 건 없었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쏘루쏘루
왠지 나도 여기서 두손 가득 장식품과 성물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 칠면조 요리를 먹고 통나무 케잌을 먹은 다음에 캐롤을 부르며 잠이 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크리스마스 아직 9일 남았던 게 함정......뭐 우리나라 스타벅스도 11월 1일부터 매장 인테리어를 다 갈아치우는 마당에 하핫
이것이 바로 고딕 성당이란다! 라는 포스로 나를 마주한 바르셀로나 대성당
저 뾰족한 첨탑들과 파사드의 정교한 장식들을 보다 보니....어쩐지 이게 현실인지 아니면 내가 고딕 성당의 장난감 미니어처를 보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 조심스레 입장해 본다.
내부. 전전날 몬세라트에서 봤던 성당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천정이다. 아 그래, 이래야 대성당이었지. 생애 처음으로 봤던 멕시코시티의 '대성당' 앞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더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성당은 곧 성소(聖所). 때로는 공간 그 자체가 인간을 압도하고 존재를 빼앗아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샹들리에
황홀한 스테인드 글라스까지. 날이 좋았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까
크리스마스 특혜 22
수전증은 불치병인가 아무래도..
그렇게 홀린 듯 내부를 둘러보다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위의 종탑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성당은 지겹도록 다녔지만 어쩐지 위에 올라가 보는 건 여기가 처음이었다...? 중남미에 있을 땐 왜 어째서 올라갈 생각을 못 했을까. 돈이 아까웠던 건지, 옥상 입장이 불가능했던 건지 오랜 시간이 지나 조금은 헷갈리네.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왜 그랬을까 생각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
3유로를 쾌척하고 탑승한 감옥같은 엘리베이터. 약간의 폐소공포증이 있는 김귤희가 꾸는 여러 악몽의 종류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끝도 없이 추락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나는 이걸 타면서 좀 무서웠다;;
그리고 내리면 마침내
아까의 그 첨탑들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인다 우앙
호....날이 흐려도 바르셀로나는 아름답자나
첨탑을 코앞에서 보는 기분은 말도 못 하게 좋았고 말이야
카버의 소설에서 손을 맞댄 두 사람이 그려나가는 대성당 그림의 모습이 꼭 이랬을까. 실제로는 이렇게 정교하고 생생하지 못했겠지만, 각자의 마음 속에서는 이보다 훨씬 웅장하고 놀라운 상(像)이지 않았을까
고딕 지구의 낡은 집들, 그리고 저 멀리의 신식 건물들, 아스라이 보이는 항구의 크레인과 오늘도 높은 바르셀로나의 바다.
십자가 저편엔 무엇이 있을까
갈매기는 어딜 보니
저 낡은 벽돌 탑이 무엇인지 넘모 궁금하였던 것이다. 무엇이었을까
그래 공사중인 건...어쩔 수 없는 거란다 귤아...미관을 해친다고 슬퍼말자
온종일 시간을 보내도 좋았겠으나 시간관계상 내려옴. 대성당 내부를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한다.
카탈루냐 왕실 문장일까
아름다운 천정
오르간이 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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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거위떼(?)를 볼 수 있는 Plaza del Rey였다. 알고 보니 그곳은 대성당의 뒷뜰이었고, 뒷문으로 나가면 곧바로 갈 수 있었음. 하지만 오늘도 사전조사가 부족했던 김귤희는 의미 없이 정문으로 다시 나와서....헤맴을 시작...
너무 예뻤던 골목. 대성당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가는 사진이다.
??? : 메리~~~~~
나 : ...안녕하세요....
어쩐지 대성당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중이다. 옛날 신라 사람들이 탑돌이를 하며 소원을 빌었다는데 어디 나도 한번 빌어볼까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 유산인 고딕 지구는, 그 명성만큼이나 즐길 수 있는 수단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워킹 투어. 바르셀로나 토박이 가이드(진위 여부는 알 수가 없겠지만)와 함께 두어 시간 동안 고딕 지구의 거미줄 같은 골목 구석구석을 걸으며 설명을 듣는 투어라 한다. 걷는 속도가 느리고 천천히 사진 찍으며 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애초에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지만....재밌었을 것 같기도 함...
가이드가 아니라 설명충 친구와 함께 다니는 것도 즐거울텐데 말이다. 헿 담번에 바르셀로나에 가면 그런 친구를 사귀어 보자,,*
발길 닿는 대로 가다 보니 Plaza del Rey의 유명한 부채꼴 모양 계단이 나왔당
막 다니고 있어도 어떻게 어떻게 다 잘 찾는 신기한 여행;;;;
안에는 박물관인지 문화센터인지 그런 것이 있어 구경도 해번당
이런거 하고 있었음
대성당의 뒷모습
Foodie로도 찍고ㅡ어쩐지 푸디로 음식사진은 안 찍고 죄다 이런 것만 찍게 된 건 아무래도 도쿄 여행 탓인가ㅡ
거위들이 있는 정원으로 들어가번다.
우에엥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도 '진짜 거위가 있단 말이야?!!!!' 했는데 미친 진짜 있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읔 귀여웡 ㅠㅅㅠ
뭔가를 기념하기 위해 13마리의 거위를 키운다고 한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에 모신 성녀의 나이가 13살이었나? 기억 안남잼 꺄르륵....다만 열심히 진짜 13마리가 맞는지 세어보았을 뿐...
사람 안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서워하더라. 가까이서 찍는 것도 힘들었음. 뭐랄까 왠지 정말 성스러운 존재들 같았다 ;ㅁ;
그 와중에 만약에 거위 한 마리가 잘못되면 어떡하지....새로운 거위를 데려다 놓나(?) 하며 나쁜 생각함
야자수와 성당은 늘 옳아
다음 목적지는 이쯤 되면 한번 해 줘야지 싶은 쇼핑 코스입니다~~~~바르셀로나에 가면 너도 나도 사온다는 사바테르 수제비누를 구경하러 가본당
가는 길은 또 어쩜 이리 멋진지 몰라. 고딕 지구에선 영원히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다.
워킹 투어를 했다면 여기 앞에서도 몬가 설명을 해주지 않았을까 싶은 조각상과 분수를 지난다
빛이 부족해서 더 좋은 고딕 지구의 골목들
Sant Felip Neri 교회 옆의 작은 사립학교가 있고, 그 맞은편에 사바테르 비누가게가 있다.
작은 공터에서 애기들이 우르르 뛰어노는데 그게 참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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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ater Hnos.는 유대인 형제들이 운영하는 비누 가게인데 전세계에 3군데 밖에 매장이 없다고 한다,,꺄르륵
들어가면 이런 바구니들이 쌓여있다. 무엇인고 하니
이 존예탱 비누들을 알차게 담아 쇼핑하라는 바구니임. 세상에....넘 비싼데 다 넘 예쁘고
색깔별로 사오다간 탕진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ㅠㅠ 심사숙고하여 혹등고래 친구들에게 줄 비누들을 하나 하나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종류도 을매나 다양한지 모른다고,,개인적으로는 저 하늘색 매그놀리아와 분홍색 장미가 좋았다
요런 것도 있었음. 승미한테 사진 보내줬더니 감자칩인 줄 알았다고 하여 소소하게 즐거웠다 (?)
주인 언니도 딥따 친절해서 내가 30분 내내 정신 놓고 구경하는 걸 그저 흐뭇하게 기다려 주시고....선물 포장까지 하나 하나 예쁘게 해 주셨다. 충만한 기분이 되어서 소듕하게 품에 껴안고 밖으로 나옴. 그래 이때까진 그랬지. 모든 비누들이 뽀송뽀송 아름다웠지 (눙물)
이제 다음 행선지인 보른 지구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대성당을 한 번만 더 눈에 담아보기로 한다 ㅠㅠ
크리스마스 마켓도 이제 제법 활기를 띠는구나 ㅠㅠ 안녕 고딕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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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는 고딕지구만큼이나 뷰리풀한 보른지구로 간다 ㅃ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