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 미초아칸의 보석 모렐리아 Morelia / 첫날 (2)
계속해서 2014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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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지나쳤던 UNAM 어쩌구라고 써있는 건물에 다시 들어가보았다.
그 정체는 바로바로 서점과 찻집이었음
약간 UNAM에서 운영하는 문화 센터 삘이었는데. 저 책 굉장히 예뻐서 집어들었는데 하나에 만오천원..이러지 맙시다....
맑시즘 책장이 따로 있는게 신기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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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는 없기에 ^^; 김귤희는 여기서 책을 지른다. 마르께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사버림. 차마 안 읽은 책을 스페인으로 사기엔 위험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가격도 두께에 비해 나쁘지 않았고 뭣보다 참 아름다운 책이니까. 소장할 가치가 있ㅇ,,
(어찌어찌 완독은 했는데 내게 남은 건 무엇인가)
수로에게 작별 인사하며 센트로로 복귀
거기서 뭣들 하셔요
날씨도 좋고 사스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다운 모습. 센트로로 가는 이 길이 끝나지 않았음 했어 ㅠ.ㅠ
좀처럼 유럽 맥주 찾기 어려운 멕시코에서 세계맥주집은 꽤나 반가운 존재였다.
특히 아사히가 너무너ㅜㅁ누너무너무 먹고 싶었는데 결국 한국 돌아와서야 처음 먹었더랬지 ^_ㅠ 그치만 워낙 맛난 맥주가 많아서 괜찮다..
사방이 온통 큰 성당들. 이때는 아직 다른 도시에 가본 적이 많이 없어 잘 몰랐지만, 건물들이 이렇게나 잘 보존되어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발도 좀 찍어줘야 하므로
한달 반만에 많이 타고 못생겨졌다 쪕
복귀한 대성당~ㅅ~ 어느 각도에서 봐도 영롱한 자태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던 어떤 백인 관광객이 여기 서서 저 대성당을 열심히 찍고 계셨으므로 나도 옆에서 따라 찍어본다
국기가 바람에 나부끼는 걸 예쁘게 찍고 싶었는데 바람이 날 도와주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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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카페에서 쉬었다 가보기로 한당 1일 1카페 포기 못해
성당 근처의 흔한 카페 체인점이지만 꽤나 한적했고, 2층에 자리를 잡으니 아무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아 더 좋았음
이날도 모카 프라푸치노
한국에서는 프라페류는 입에도 안 대었던 시기인데, 멕시코에 와서;;;; 다름이 아니라 휘핑크림이 한국의 그것과 비교해 말도 안 되게 맛있었으므로;;;; 매일같이 휘핑이 잔뜩 올라간 단 음료를 먹었었다.
자리에 앉아서 새 책 들여다보는 중. 물론 열어보진 않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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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문득 밖에서 이상한 굉음이 들려왔다. ㅋㅋㅋㅋㅋㅋㅋ음 뭐지 좀 이상한데? 이 폭죽 소리는 뭐지? 아까 아줌마가 얘기해주셨던 6시부터라는 축젠가? 하며 창밖을 보니 폭우. 애써 무시하며 책을 들춰보다가, 아무래도 소리가 심상치 않아서 다시 창밖을 보니 대성당 앞의 도로가 다 잠기고 있었다. Aㅏ. 여기도 아마 께레따로 뺨치게 하수시설이 안 좋을거야.....조난 당하기 전에 어서 호스텔로 가는 것이 이득이겠구나 하며 후다닥 짐을 챙겨 나왔다.
아오앀ㅋㅋㅋ내 이럴 줄 알았어요
이 와중에 자전거 질주하는 당신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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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온몸이 쫄딱 젖어서 호스텔에 도착. 밖에서는 여전히 천둥 소리가 들리고 비는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인다. 모렐리아 야경이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여행의 정령들아 내게 힘을 줘.....하며 침대에 누웠는데 나도 모르는 새 두 시간이나 자버렸다.
눈을 뜨니까 시간은 이미 여덟시. 천장이 뚫어질 것처럼 온 방에 울리던 빗소리가 좀 약해진 것 같아서 슬슬 짐을 챙겨서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내가 나올 즈음에 비는 그쳤다. 축축한 돌바닥에 오렌지색 불빛들이 비치는 게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비가 오길 참 잘했어...쓰면서도 이게 뭔 말인가 싶지만 비가 와서 경치가 열 배는 더 멋져진 것 같아
어디든 있는 지방 청사 (Palacio del Gobierno) 의 모습
이때 쓰던 삼성 nx300m 꽤나 괜찮은 카메라구나 사진이 넘 예쁘네 흑
거리에 걸려 있던 멕시코 국기 색깔의 네온사인들에 이내 전부 불이 켜졌다.
덩달아 휘청거리는 나의 기분
광장에 있던 호텔 건물. 이런 호텔에서 자볼 수 있을까 했는데 멕시코에선 늘 거지 배낭여행자였구나
아무튼 맘에 쏙 들었던 밤의 모렐리아. 낮에는 '음 멋진 도시군' '오래된 건물이 많군' 정도였지만 밤이 되니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대성당 근처의 공공 도서관 Biblioteca Publica
여기가 굉장히 볼만하다고 Rafa가 내게 말해줬었는데, 그래서 다음날 꼭 가야지! 했는데 일요일은 휴일이었음 제기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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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카테드랄 그 이유는
대성당의 불이 켜지는 걸 보기 위함이다
불이야 당연히 매일 밤 켤테고, 아마도 라이트업 쇼는 주말에만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정보는 아닙..
시작 시간은 8시 45분이었다. 저녁밥을 아직 먹지 못해 배가 고파 쥬글 것 같았지만 차분히 사람들과 함께 기다리기 시작. 혼자 보고 들어가기 좀 위험하지 않을까 ㅠㅠ 하며 혼여 Level.1이었던 김귤희는 생각했지만. 워낙 많은 인파가 있어 괜찮았음. 다만 숙소 돌아가는 길은 외진 골목이라 좀 겁이 났다 ^_ㅠ
어떻게 켜지려나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뜬금없는 불꽃놀이가 시작되더라
불 하나도 그냥 켜지 않는 우리 멕시코 사람들ㅋㅋㅋㅋㅋㅋㅋ 어마어마한 스케일
불꽃이 팡팡 터지며 동시에 조금씩 조금씩 불이 켜진다
어느덧 왼쪽 종탑에는 다 들어왔고, 이제 오른쪽만 남았다
퍄 아름다워..나이를 몇 짤을 먹고 봐도 좋은 불꽃놀이
물론 이때는 네 살이나 어렸지만
이 초록색 불꽃을 마지막으로 하여
드디어 대성당의 모든 불들이 다 켜졌다! 왠지 나도 같이 성취감 느끼는 중(?)
잊을 수 없던 순간....이걸 보기 위해서 여기 또 오라면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심 이게 잊혀지지 않아서 11월이었나. 모렐리아 가는 버스를 또 끊었었는데 사정상 D.F.로 가게 되며 취소했었지 ㅠ^ㅠ
다들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하고 있었고 나도 마찬가즤
앞에서도 찍어본다
앉아서 하염없이 볼 수도 있었지만 이미 아홉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라 무서웠음
그래서 조금만 서성이다가 숙소로 돌아옵니다. Oxxo에서 저녁 겸 야식으로 먹을 맥주랑 과자도 사서 터덜터덜 주변을 경계하며 돌아왔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 보니 숙소 앞의 또르따 가게에 와 있는 건 왜죠...?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다 먹으니 10시가 넘어버렸다. 아아 좋은 밤 마실이었어. 숙소 와서 사온 맥주 알차게 마시고, 칠레의 밤 3줄 정도 읽다가 빠르게 꿀잠을 잤다. 첫 홀로 여행의 첫날 성공적으로 마무리